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
2화 괴도의 첫 걸음 (2)
‘꽤나 치명적인데.’
석두가 레이나에 비해 인간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전부 취합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는 것만 알고 모르는 건 모르는 평범한 사람.
단지, 아직까지는 마법을 조금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마법 수행은 레이나가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치더라도… 의뢰 쪽은 뭔가 개선할 여지가 있겠어.’
정보 확보의 루트를 만들어둬야 한다.
그 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석두에게 왠지 모를 위화감이 엄습한다.
‘뭐지?’
신도림역은 유동 인구가 제법 많은 축에 속하는 지하철 역 중에 하나다.
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알게 모르게 뭔가 이질적인 오오라를 풍기는 몇몇 사람이 석두를 자극한다.
“이건…….”
마법을 수행하고 있는 덕분일까.
사람이 제각각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 일명 오오라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른 석두가 시야의 방향을 전환한다.
‘한 사람이 아니군.’
동일한 목적을 지닌 자가 적어도 최소 두 명 이상.
그 다수의 사람들이 유독 한 사람을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아가씨.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서울에는 처음 올라온지라 지하철 타는 법을 잘 모르겠네요.”
“아… 네.”
여성에게 말을 건 남성이 목적지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사이, 다른 한 남성이 여성의 뒤쪽으로 돌아간다.
슬쩍 뻗은 손이 향한 곳은 바로 여성 백 안쪽이었다.
‘소매치기인가.’
단박에 이들의 범행 사실을 목격한 석두였지만, 지금 당장 소매치기를 잡거나 할 생각보다는 다른 쪽에 시선이 쏠린다.
비싸 보이는 여성 백도 아니고, 여자 역시도 고급 브랜드를 착용했다든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예, 그럼 수고하세요.”
인상 좋게 생긴 여성이 빙그레 웃으면서 떠나는 남자를 배웅해준다.
사람도 착해 보이지만, 딱하게 소매치기에 당하다니.
‘…어쩔 수 없군.’
짧게 혀를 찬 석두가 살짝 여성의 뒤로 돌아가 마나 덩어리를 묻힌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 마나 덩어리는 나중에 분명 여성에게 좋은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일을 치른 석두는 곧장 신도림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두 남자를 뒤쫓는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남자들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다.
제법 번화가라 불리는 신도림인데, 고층 빌딩 사이사이로 잘도 골목길을 파고든다.
“크큭, 멍청한 년이구만. 현금을 이렇게 대놓고 들고 다니면 안 되지.”
“그러게 말이다. 횡재했구만.”
두 남자가 서로 키득거리면서 여성 백 안에서 몰래 훔친 종이봉투를 꺼내든다.
그 안에는 현금으로 정확히 100만 원가량이 딸려 나온다.
“하루 일당치고는 제법 짭짤하네.”
“보스한테는 반절만 바치고, 나머지 돈 가지고 한잔하자고.”
“인마,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냐?”
“어허, 안 들킨다니까. 저번에는 몰래 10만원 꿍쳤는데 눈치도 못 챘다고.”
“이 새끼가, 간댕이가 부었네. 그러다가 걸리면 산속에 묻혀서 짐승의 밥이 될지도 모른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석두가 담벼락 위에 올라 떨어지지 않게 무게중심을 잡는다.
“조직이 있는 건가.”
석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정보망이다.
저들이 어떻게 여자가 현금 100만 원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조직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 집단이라면 분명 석두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요소가 있으리라.
정보라는 것은 본래 혼자서 모으는 것보다 조직적으로 모으는 게 더 효율적이다.
마법이라는 이질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 집단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오늘은 운이 좋군.’
반면 저들에게는 최악의 운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쿵!!
“누, 누구냐?!”
담벼락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석두가 가볍게 어깨를 몇 번 움직여 보인다.
“그 돈, 다시 돌려받으러 왔다.”
“…뭐라고?”
“돈 다시 내놓으라고.”
“허! 이게 미쳤나? 남의 돈을 함부로 갈취하려고 해? 도둑놈이라도 되는 거냐?”
“도둑놈은 니들이겠지. 아니, 소매치기라고 해야 하나?”
“…….”
“내가 니들의 범죄 행각을 못 보고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괜히 착하게 사는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 뜯어내려면 부정적인 수단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저 상류층 돼지 녀석들이나 뜯어먹으라고.”
“미친 새끼를 다 봤나!”
남자 하나가 열이 받았는지 곧장 석두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의 주먹이 석두에게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다.
“너무 느려서 하품이 다 나올 정도로군.”
뻐억!!
석두의 무릎이 그대로 남자의 복부에 내다 꽂힌다.
“어헉?!”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호흡을 거칠게 몰아쉰다.
헤이스트 마법에 약간의 스트렝스 마법까지 실어 넣은 일격이다.
남자는 아마 지옥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이, 이 씨발 새끼가…….”
“억울하면 덤벼보든가. 아니면 이대로 경찰에 자수하러 간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자수? 지랄도 정도껏 하시지!!”
남자의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로 군용 나이프였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남자가 나이프를 겨누면서 석두를 협박한다.
“봐달라고 사정해도 안 봐줄 거라고!”
“그건 네 이야기겠지.”
“죽어버려!!!”
매서운 기세로 나이프의 날을 세우며 돌진하는 남성이었지만.
가볍게 옆으로 피한 석두는 그대로 돌진하는 남자에게 살짝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쿠당탕!
골목길의 자욱한 시멘트 먼지가 올라올 시간도 주지 않고, 그대로 석두는 남자의 뒷덜미를 손날로 가격한다.
퍼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기절해 버린 남자.
“무기력하구만.”
정신을 잃은 두 남자를 내려다보던 석두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싸움은 정말 못한다.
하지만…….
“그 소매치기 기술은 탐이 나는군.”
석두는 근처에서 두꺼운 줄을 구해 남자 둘을 포박하기 시작한다.
여성의 백에 붙여놓은 마나 덩어리를 추적해 수차례의 텔레포트 이동을 시작한 석두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아무래도… 5클래스밖에 되지 않는 주제에 무리하게 텔레포트를 사용한 부작용인가 보군…….”
하루라도 빨리 클래스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이 찾던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저기,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네? …아!”
놀란 여자가 황급히 석두에게서 돈이 담긴 종이봉투를 가로챈다.
뒤이어 불신 가득한 눈동자로 석두를 바라보더니 건성으로 살짝 고개만 끄덕이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대충 이것도 예상한 반응이다.
저 여자가 자신의 선행을 알아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석두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한다.
인간이란, 자신의 돈이 걸린 상황에서는 매우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석두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해가 떨어질 시간.
석두는 지금쯤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 손님들을 위해서 자리를 옮긴다.
“소매치기 새끼들이 돈을 훔쳐야 하는데, 오히려 돈을 빼앗겼다고?”
허름한 작은 술집 카운터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던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가 자신에게 보고를 올린 한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역경을 낸다.
“두 새끼가 덤벼들었는데도 한 놈 제압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게!!”
거칠게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찍은 남성이 매섭게 서 있는 남자를 노려본다.
“그치만 보스, 녀석들이 말하길, 혼자서 기이한 수법을 쓰는 놈이라고 했습니다.”
“기이한 수법?”
“예. 움직임이 눈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또 주먹도 꽤나 쓰는 놈이라고 합니다.”
“그런 새끼가 이 구역에 얼쩡거리는데, 내가 모를 리가 있다는 게 말이 되냐!”
“하지만 보스…….”
“다 필요 없고, 그 새끼 잡아와라. 내 눈앞에 당장 끌고 와서…….”
남성의 말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술집 가게 문을 열고 등장한 석두가 빙그레 웃어 보인다.
“여, 여길 어떻게……!”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중얼거리지만, 석두로서는 참으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포박해둔 두 남자에게 마나 덩어리를 묻혀서, 이들이 옮겨지는 장소를 가볍게 따라온 것일 뿐이다.
이 술집이 녀석들의 아지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석두로서는 일단 녀석들이 말하는 보스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대성공이었다.
“니가 우리 애들 때려눕혔다던 그 녀석이냐?”
보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술집 마스터는 일찌감치 파란을 예감했는지 손님들에게 바깥으로 나가기를 재촉한다.
우드득, 우드득!
산만한 덩치를 뽐내며 보스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도구를 꺼내 든다.
“망치?”
“날 모르는 모양인가 보군. ‘절명의 망치’라 하면 바로 날 가리키는 수식어다. 잘 기억해 둬라.”
“도둑 집단 주제에 폼 하나에 목숨 걸긴.”
“…그 깨작거리는 주둥아리, 이 망치로 찍어주마!!”
망치가 자신의 무기를 부웅 휘두른다.
정확히 석두의 안면을 노리고 풀 스윙 동작으로 망치를 휘두르지만.
빠각!
날아오는 망치를 유심히 바라보던 석두가 그대로 그 망치를 주먹으로 가격해 버린다.
아무리 작은 망치라 하더라도 분명 쇳덩이.
인간의 평범한 주먹으로 이길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쩌저적!!
쇳덩이가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갈라지며, 순식간에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게 아닌가.
“미, 미친……!”
놀란 망치가 짧은 신음을 토해내지만, 석두는 가급적이면 이 싸움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았다.
“미친 건 니놈들이겠지.”
오른 주먹에 스트랭스 마법을 건 석두의 펀치가 그대로 망치의 안면에 작렬한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그대로 코뼈가 부러진 망치가 크게 뒤로 물러선다.
“크윽!”
“쓰러지지 않은 건 대단하군. 네 부하들은 이거 한 방에 기절하더니만.”
“거만 떨지 마라, 새끼야!!”
고함을 내지르며 전력으로 돌진하는 망치.
말 그대로 무식한 육탄전이었다.
‘생각이 없는 녀석들이군.’
짧게 혀를 찬 석두가 그대로 수평으로 왼손을 뻗는다.
석두의 왼손과 망치의 어깨치기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쿠우웅!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윽고 비명을 내지르는 쪽은 바로 망치였다.
“끄아악!!!”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면서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안심해라. 뼈를 부숴 버리진 않았으니까.”
“씨발……!”
욕지거리를 내뱉는 망치에게 석두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토해낸다.
“어차피 니들 세계에서는 주먹 하나로 모든 게 통하잖냐. 간단히 요점만 말하겠다.”
석두가 카운터에 있던 술잔을 하나 집는다.
오랜만에 맛보는 알코올의 향내음.
“이 조직, 내가 접수하러 왔다.”
단순할수록 뒤처리도 매우 간단하다.
이들의 세계에서는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망치를 쓰러뜨린 석두가 이 조직의 우두머리로 거듭난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 보자.”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석두의 눈앞에, 안면에 붕대를, 팔에 기브스를 한 채 찾아온 망치가 작은 종이를 건넨다.
그 종이를 바라보던 석두가 옅은 침음을 흘린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군.’
조직원은 고작해야 10명.
명단을 바라보던 석두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을 지어 보인다.
“이게 다냐?”
“그, 그렇습니다, 형님.”
“고작 10명이서 그 넓은 신도림 지역을 관할하고 있었다고?”
“관할이라기보다는… 저희는 그냥 작은 소매치기 집단입니다요. 일정 금액을 몰래 도둑질해서 상위 조직에게 바치는 그런 형태입지요.”
“상위 조직?”
“형님도 보시다시피… 저희는 10명밖에 안 되는 약소 조직입니다요. 근처에 얼씬거리는 조폭들에게는 상대가 안 되죠.”
“니 실력 정도면 조폭에 들어가는 게 더 편하지 않나? 물론 싸움하는 방법 자체는 매우 무식하다고 보지만, 일단 힘이 장사니까.”
“그게 말입니다…….”
뭔가를 대답하기를 상당히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 망치를 응시하던 석두가 진의를 읽어낸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기를 선택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