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새로운 동료 (1)
도끼파에 대한 소식은 한동안 뉴스 특보를 통해서 여기저기 전해지고 있었다.
수수께기의 인물들이 등장해 순식간에 조직 하나를 궤멸시킨 일은 확실히 세간에서 엄청난 화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물인 ‘괴도’와 이번 도끼파 사건이 맞물리는 게 아닐까 하는 전문가의 추측도 있었다.
괴도.
그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의적이라 불리고 있었다.
서민들을 등쳐 먹은 배부른 자들을 제대로 뒤통수치는 바로 그런 인물로서 서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었다.
물론 더러는 도둑질이라는 불법 행위를 통한 악당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나 법이 오히려 가진 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세상에서 서민들의 편이 되어주는 것은 괴도밖에 없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괴도, 괴도라…….”
또각또각.
오랜만에 힐을 신고 거리를 걷고 있던 세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어느 한 건물 앞에 도착한다.
누가 봐도 번듯한 건물이다.
이 구역 일대에서도 제법 부동산 가격이 꽤나 치솟고 있는 그런 건물 앞에 선 세미.
사실 그녀의 신분, 혹은 입장에서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제대로 볼일이 있어서 왔다.
“실례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경비원에게 가볍게 인사하는 세미였다.
젊은 여성의 등장에 경비원이 살짝 자리에서 일어서며 묻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기 ‘김석두’라는 분을 찾아왔는데요.”
“아, 대표님을 찾아오셨군요.”
대표라니.
언제부터 대표라는 직함을 달게 된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도 이 빌딩의 소유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대략적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재력.
그리고 또 다른 이명.
괴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김석두는 스스로 세미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해왔다.
처음에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가 대뜸 세간에 유명한 바로 그 ‘괴도’라고 밝히면 누가 덜컥 믿어주겠는가.
처음에는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 의심은 이번 도끼파 사건 이후로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그는 진짜다.
서민들이 그렇게나 칭송하고 있는 바로 그 ‘괴도’임에 틀림이 없다.
“…후우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김석두가 있는 대표 사무실은 최상층에 있다는 경비원의 말을 상기시키며 17층 건물을 누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회사의 이름을 상기시킨다.
적룡 산업.
그다지 좋은 어감은 아니다.
게다가 하는 일도 불분명하다. 무역이라든지 관련 산업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무슨 물품을 취급하는지, 어떤 식의 물건들을 사고파는지에 대해서 알 방법이 없다.
다양한 물품들을 관리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여전히 정확하게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보다도 제대로 상장한 회사가 맞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띵동!
엘리베이터가 17층에서 멈추자,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복도로 걸음을 내딛은 세미의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 남성이 살짝 허리를 숙인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차가워 보이는 표정이 인상에 남는 남자가 검은 정장 차림을 갖춘 채 다시 한 번 세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다.
“김창민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도끼파 조직의 전(前) 보스였던 김창민의 등장이었으나, 세미는 이 남자가 도끼파 조직의 전 보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면식도 없을뿐더러 그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상도 제법 미형이다.
여자들이 보면 차가운 매력에 빠질 법한 그런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남자는 왠지 모르게 그다지 정감이 안 가는 거짓된 미소를 유지하며 세미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기 시작한다.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아… 네…….”
어벙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세미가 다시 표정 관리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손바닥으로 가볍게 뺨을 쳐 본다.
‘정신차리자. 여기는 그 괴도라는 사람의 본거지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긴장의 끈을 조이게끔 하며 창민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한편, 투명한 유리창문을 통해 건물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석두가 잠시 회상에 잠긴다.
적룡 산업을 설립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도끼파를 제압하기 전부터 사실 석두는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소지하고 있는 돈을 굴리기 위한 방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은 괴도 활동을 통해서도, 또 그 활동에서 나오는 부수적인 수입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하나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편이 더 안정적이기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석두는 적룡 산업이라는 무역 회사를 하나 설립하게 되었다.
회사 전반에 관한 운영에 대해서는 관련 업게 종사자 중에서 제법 연륜이 있거나 혹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 퇴사를 당한 이들에게 꽤나 두둑한 연봉을 제공함으로 인해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게끔 환경을 조성해줬다.
석두는 대표 직함만 달고 있을 뿐이지, 사실은 이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일부러 자신만의 사람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돈을 투자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돈이라는 수단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 있었지.”
바로 최근부터 석두의 밑에서 일하기로 한 김창민을 예로 들 수 있었다.
그의 조직은 말 그대로 소멸되었다.
그놈들은 조직을 다시 일으킬 재간도 없을뿐더러 김석두라는 존재가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한 그에게 반격을 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김석두라는 남자는 김창민을 훨씬 뛰어넘는다.
사람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심어주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게 드래곤의 살기라는 점을 창민도 알 리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원인이 어찌 되었든 출처가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다.
그만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남자라면, 창민은 그의 밑에서 일할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많은 상관을 모셔왔지만, 마음까지 굴한 적은 없었다.
하나 석두는 창민에게 압도적으로 자신의 모든 전력을 보여줬다.
이 남자라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향에 도달시켜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든 것이다.
그래서 석두의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가 괴도라는 점도 이미 그의 입에서 직접 들은 바다.
덧붙여 여담을 꺼내자면, 도끼파 조직의 전 보스였던 창민이 같이 적룡 산업, 소위 말해서 적룡파에서 일하기로 하는 게 결정이 되자 망치를 비롯해 기존에 도끼파 밑에서 산하 조직으로 일하고 있던 조직원들은 말 그대로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소문의 김창민과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한동안 패닉 상태였지만, 석두라는 존재 덕분에 그 상황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녀석은 냉정해. 분명 나에게 필요할 때가 올 거야.”
망치는 힘만 무식하게 세고, 쾌남은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히키코모리다. 그렇다고 소매치기 달인인 번개는 비교적 젊은 나이가 아니다.
그럼 결국 석두의 비서 역할을 맡게 될 남자는 창민밖에 없는 셈이다.
냉철한 사고방식과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
이 모든 것을 겸하고 있는 창민은 석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하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석두가 통제를 잘해야 한다.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슨 꿍꿍이를 꾸리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결국 김창민이라는 남자를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도 석두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똑똑.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사무실의 노크소리에 석두가 시선을 돌린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창민.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젊은 여성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석두를 바라본다.
“…왔어요.”
여전히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아니면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인지 세미가 석두를 노려보며 인사한다.
그러나 석두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나름 귀여워보였다.
“늦었군.”
“당신이 진짜로 괴…….”
순간 스스로의 손으로 입을 막은 세미가 앗차 싶었는지 옆에 멀뚱히 서 있는 창민을 바라본다.
그러나 석두는 슬쩍 웃으면서 세미가 생각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천천히 읊기 시작한다.
“내가 괴도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의 앞에서 가급적이면 밝히지 않으려는 그 태도 또한 마음에 드는군.”
“…이 사람도 알고 있어요?”
“물론.”
하긴.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대표실로 안내할 만큼 석두와 가까운 직함을 가지고 있는 그 아니겠는가. 석두의 존재를 모른다면 그것도 나름 말이 안 되는 것일지도.
“조심성도 있고, 제법이군.”
“…그다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데요.”
“칭찬은 아니지. 좋은 점수를 주겠다는 거야.”
현재 세미가 입고 온 옷차림의 종류는 바로 여성용 정장이다.
그녀가 굳이 석두를 만나는데 이런 차림으로 온 것은 다름이 아니다.
바로 그녀가 석두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석두가 제안한 금액으로 따지면 웬만한 대기업 연봉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물론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아원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부모와 떨어져 살거나 혹은 부모에게 버림을 당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세미가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짜잘하게 조금씩 받는 월급 수준이 아니라.
“면접 빨리 봐주세요. 저 바빠요. 고아원에 가서 애들 돌봐줘야 한단 말이에요. 오늘 원장님도 어디 가셔서…….”
“그 행동과 태도는 마이너스군.”
“윽…….”
순간 말문이 막힌 세미가 매섭게 석두를 노려본다.
그러나 석두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손으로 소파를 가리킨다.
“일단 앉지.”
“…….”
석두의 저런 여유 넘치는 태도에 반해 세미는 초조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여전히 경계와 더불어 석두에 대한 분노를 눈으로 표출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석두도 세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고아원에 관한 상세 사항을.
정보통으로 활약하고 있는 쾌남을 통해서 이미 세미에 관한 개인정보를 전부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쓰리 사이즈조차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세미에게는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괜히 젊은 여성에게 뺨을 맞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와중에 석두가 굳이 이렇게까지 세미의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어울려주면서 그녀를 탐내는 이유를 창민은 알 수가 없었다.
능력 있는 집안의 여식도 아니다.
가난한 고아원 출신의 여성에게 석두가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러나 창민의 이런 의심은 머지않아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럼 면접을 시작하지.”
석두의 말이 그녀의 인생길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