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새로운 동료 (3)
사무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석두의 귀에 이질적인 소음이 들려온다.
똑똑.
“들어오도록.”
석두의 말에 사무실의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창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세미인가?”
“세미 양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찾아오신 분은…….”
창민이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무단으로 창민을 지나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한 여성이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소파에 털썩 앉는다.
“나 왔어.”
“왔냐.”
이런 건방진 태도를 취하는 여자는 석두의 주변인 중에서 레이나밖에 없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석두가 슬쩍 창민에게 눈치를 준다.
석두의 시선에 담겨져 있는 게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챈 창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깥으로 나가며 문을 잠근다.
사무실 내에 작동하는 감시 카메라 역시 작동을 멈춘다.
말 그대로 밀실.
그리고 정보가 새어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직접 날 찾아올 정도라면, 또 그 ‘의뢰’에 관한 건가?”
“정답.”
레이나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기존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갔었는데, 거기엔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직접 왔어. 물론 텔레포트를 통해서.”
“그렇군. 예전 사무실은 우리 적룡파 핵심 조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 녀석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집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돈을 이렇게 많이 벌면서?”
“그 녀석들에게 할당된 돈도 많았지만, 도박으로 다 날려먹었더군.”
“어리석은 인간들이네. 말리진 않았어?”
“내가 본인들의 인생까지 책임져 주진 않으니까. 도박으로 날려먹든 뭘 하든 어차피 내가 알 바 아니다. 난 그저 나에게 충실한 도적들만 있으면 돼.”
“매정한 남자구만.”
레이나가 혀를 차면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석두의 커피를 음미한다.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마시지만, 석두는 거기에 대해서 태클을 걸 생각은 없는 모양인가 보다.
“그것보다 이번 의뢰 물품은 무슨 내용이지?”
“아, 이번에는 좀 난이도가 있는 녀석이야.”
“자이언트 건틀릿보다도 더 까다로운 물건인가?”
“나쁜 의미로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차피 레이나가 되찾아달라 말하는 의뢰 품목들은 하나같이 다 평이한 물건들이 아니다.
그 능력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난이도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석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정보를 보도록 하지.”
“오케이.”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온라인 게임의 인벤토리 프로그램 창모드마냥 반투명한 2차원의 평면 창이 석두의 앞에 강림한다.
자이언트 건틀릿의 경우와 비슷하게 친절하게도 의뢰 품목의 이미지와 더불어 상세사항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명칭 : 망상 실현기
-기한 : 30일
-특수능력 :
1. 인간의 뇌파에 간섭해 망상을 그대로 현실로 만들어낸다.
2. 망상이 현실이 된 이후로 유지되는 시간까지는 1시간이 소요.
-주의사항 : 인간의 수명을 조건으로 발동되므로 많은 사용을 자제.
“인간의 수명을 연료로 사용한다고……?”
놀란 석두가 되묻자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말 그대로야. 인간의 수명을 대가로 망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그런 부류의 매직 아이템이라 할 수 있지.”
“이런 매직 아이템이 존재할 줄이야…….”
외형적으로 따지면 반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할 수 있다.
다만 크기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기에 저게 반지인지, 아니면 팔찌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여하튼 장신구라는 점이고, 붉은 보석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자체도 무난하지만, 붉은 보석이 유독 시야에 많이 들어오는 디자인인지라 다른 액세서리와는 쉽사리 구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을 찾아오면 돼. 이번에는 기한도 넉넉하니까.”
“한 달이라… 확실히 넉넉하군.”
여러 가지 자료 조사라든지 그런 걸 할 기간 정도는 충분히 줘야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석두였기에 이번 의뢰 기간은 상당히 마음에 들고 있었다.
정보통이라 할 수 있는 쾌남의 작업 속도도 그렇게까지 느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이 훔쳐야 하는 물건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바로 매직 아이템.
즉, 레이나라는 드래곤의 보물이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다른 훔치기 스킬이 필요하다.
“여튼 알았다. 기억해 두지.”
“그 정보 창은 네 의지로도 띄울 수 있으니까 기억이 안 난다 싶으면 언제든지 펼쳐봐. 방식은 대략 알지?”
“대충은.”
마법이라는 것에 점차적으로 익숙해지기 시작한 석두다.
레이나가 선보이는 방식이 대략 어떤 방식인지 이제 슬슬 감을 잡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했다는 표현을 보여준다.
“그럼 난 간다.”
레이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처음부터 그녀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순간이동이라는 건 참으로 좋다.
석두도 물론 알고 있는 마법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저렇게 레이나처럼 즉시 시전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게다가 거리상의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좀 더 수련해야겠군.”
다시금 마법 수련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수화기를 드는 석두.
“…그래, 나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에게 이렇게 명령한다.
“적룡파 애들보고 지금 당장 집합하라고 해.”
“과연…….”
자신의 약지에 끼워져 있는 작은 반지를 바라보던 한 젊은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디자인은 제법 괜찮군.”
“마음에 드십니까?”
청년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채 질문하는 남자는 다름이 아닌 루틴이었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루틴이었지만, 반지를 낀 남자는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신이 생각하는 말만 계속해서 내뱉을 뿐이었다.
“이게 나의 망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그 아이템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전, 시험 삼아 남자에게 망상 실현기를 넘겨줬던 루틴은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뒤 곧장 눈앞의 남자로부터 반지를 구입하겠다는 희망 의사를 듣게 되었다.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결정도 매우 충동적이었다.
얼마 전, 자이언트 건틀릿을 구입할 당시에도 끝까지 장갑의 성능을 의심했던 오금서 회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기사.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루틴 같은 장사꾼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돈은 어떻게 지불하실 생각이신지.”
“아버지께서 곧 넣어줄 거야.”
“하하, 그렇군요.”
재벌가의 자식들은 다 이런 것일까.
루틴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긴 하지만, 그래도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다.
아버지라는 제3자를 통해서 돈을 받아내야 한다는 게 번거롭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호구 고객을 만나기에는 쉽지가 않다.
가뜩이나 괴도 신드롬 때문에 루틴의 고객들도 예전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수요를 원하고 있지 않다.
벌써 3번의 전과가 있는 괴도다.
만약 루틴으로부터 매직 아이템을 구입하게 된다면 그 물건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구매자 당사자다.
루틴은 오로지 물건을 팔아넘기는 장사꾼일 뿐, 사후 대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물론 루틴 스스로도 경호 시스템을 지원해줄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된다.
아니, 루틴이 직접 나서게 된다면 분명 괴도의 행각을 방해할 수 있다.
하나 굳이 그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장사꾼의 관할을 넘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장사꾼의 마인드다.
장사꾼은 물건을 파면 그만이다. 더 이상 고객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나.
‘만약 이게 장사의 성과와 연결된다면 고려해 볼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겠군.’
여하튼 구매 의사를 철저하게 밝히고 양도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한 뒤 건물을 빠져나온 루틴이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미 수색대는 풀어놨다.
괴도가 또 다시 이 반지… 즉 망상 실현기를 찾아 온다면, 분명 수색대에게 덜미가 잡히게 될 것이다.
‘녀석의 정체를 까발리고, 철저하게 부숴버리면 되겠지.’
감히 어디서 드래곤의 보물을 앗아가려고 하는 것일까.
루틴은 괴도의 존재에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감춘다.
“……”
타닥타닥.
말없이 키보드만 주구장창 두드려 대기 시작하는 쾌남.
그곳에서 석두는 망치에게 커피를 대접받으며 역시 쾌남과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키며 쾌남의 자료수집 진행상황을 바라본다.
“현재까지는 반지에 관한 제보, 혹은 정보를 찾아낸 것은 대략 10건 정도에 불과합니다.”
창민이 정보를 압축해 석두에게 전달해 준다.
애초에 말수가 없는 쾌남이 직접 스스로 이런 보고를 하지는 않는다.
대개는 망치가 쾌남의 의사소통을 대신 받아서 보고를 올렸지만, 아무래도 망치보다 말을 더 잘하는 편에 속하는 창민이 전반적인 업무 보고를 올리게 된 셈이다.
망치도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보고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확실히 노 회장이라는 사람의 정보가 도움이 되는 모양인가 봅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이 명단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군.”
창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은 석두가 이번에는 망치를 바라본다.
“언론에 괴도의 범행 예고를 담을 촬영 준비를 서두르도록.”
“벌써 말씀이십니까?”
망치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되묻는다.
아직까지 누가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범행 예고 장면을 촬영하라니?
“저번에도 말했듯이 괴도라는 존재가 반지의 존재를 눈치챈 듯한 모습을 방송에 뿌리게 되면, 반지 소유자는 알아서 경비를 늘릴 거다. 그럼 그 경비를 단기간 내에 기하급수적으로 강화시킨 녀석을 찾으면 될 일이지.”
“아… 그랬습죠.”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이 망치가 가볍게 손뼉을 친다.
자이언트 건틀릿을 소유하고 있던 오금서 회장을 찾는 일에도 이런 방식의 방법을 도입했던 적이 있다.
그 방법이 이제야 떠올랐는지 망치가 뒤늦게 깨달음의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애들 준비도 미리 해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창민.”
“네, 두목님.”
“넌 적룡산업 업무를 총괄할 적합한 인물 좀 골라보도록.”
“알겠습니다.”
비록 석두가 대표 자리에 앉아있긴 하지만, 업무적으로 총괄해야 할 인물은 필요하게 마련이다.
장난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번개.”
“말씀하십시오, 두목님.”
“애들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 봐라. 온라인에서 얻는 정보와 직접 얻는 정보는 또 다를 테니까.”
“키킥, 맡겨만 주십시오.”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현대 사회는 정보전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정보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가급적이면 많은 정보통이 필요하다.
물론 정보통 후보순위에 최상급 단위로 배치되어 있는 인물이 있다.
“망치야.”
“네, 두목님.”
석두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한다.
“노 회장과의 만남을 다시 한 번 주선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