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새로운 동료 (4)
“노 회장… 말입니까?”
“그래.”
“그 사람한테는 무슨 일로 연락하시려는 겁니까? 딱히 팔 물건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거래를 할까 한다.”
석두의 말에 망치가 의아함을 표시한다.
거래라니.
노 회장과의 거래를 성사키겨 얻는 득이 있을까?
그런 의구심을 품고 있을 무렵, 석두가 창민을 바라보며 명한다.
“이번에는 너도 참가해라.”
“예, 알겠습니다.”
노 회장의 존재 자체는 이미 뒷세계에서는 절대로 드러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어떠한 물건이라도, 그리고 의심스러운 돈이라도 세탁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중개업자.
그게 바로 노 회장이다.
물론 창민도 석두가 말하고 있는 노 회장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창민 또한 노 회장과 직접 거래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늙은이를 부른 인물이 있다고 들었다만?”
중절모를 쓴 늙은 신사가 예전 적룡파라는 이름을 달기 전에 사용하던 낡은 사무실을 방문한다.
흰 콧수염을 매만지며 등장한 노 신사에게 석두가 가볍게 인사를 한다.
“제가 불렀습니다.”
“허허, 젊은이가 너무 노인네에게 모질게 구는구만. 오라 가라 명령을 할 정도면 말이야.”
“돈의 흐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노 회장님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 말은 정확하지.”
노 회장은 돈을 보고 움직인다.
이 사람의 정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보력은 분명 돈을 움직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는 현대 사회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적룡파 내부적으로는 쾌남이 정보통을 담당하고 있지만, 드래곤의 보물에 관한 정보, 즉 인간 사회에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비과학적인 정보에 관해서는 오히려 노 회장에게 묻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노 회장은 어렴풋이 드래곤의 보물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의심이 들었을 때는 적월도였으나, 확신이 든 것은 자이언트 건틀릿의 경우였다.
노 회장의 뒤에는 검은 양복의 덩치 사내 두 명이 위치한다.
그리고 석두가 앉아 있는 뒤편으로는 망치와 창민이 나란히 선다.
“오호.”
노 회장이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창민을 바라본다.
“도끼파 전 보스가 이곳에 있을 줄이야. 그 친구 밑으로 들어간 건가?”
“그렇습니다.”
창민이 특유의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노 회장의 말을 순수하게 인정한다.
어차피 창민은 석두에게 한 번 굴복한 남자다.
그리고 앞으로도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다.
여기서 괜히 석두에게 반기를 들어봤자 창민에게 남는 것은 파멸뿐이다.
석두는 힘, 그리고 돈과 권력을 지닌 남자다.
게다가 창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괴도의 정체.
그리고 그 괴도가 석두라는 것이다.
석두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괴도를 지칭하고 있는지는 창민도 정확하게 알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세계를 뒤흔들 만큼 큰 그릇을 지닌 인물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창민은 현재 단계에선 진심으로 석두를 모시고 있는 셈이었다.
“좋은 친구를 부하로 뒀군.”
노 회장이 석두를 바라보며 칭찬 아닌 칭찬을 들려준다.
좋은 친구.
그만큼 노 회장 역시 창민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감사합니다.”
“진작부터 이 친구를 데려갈 만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궁금하게 여겼었는데, 결국은 나오게 되었군. 그것도 자네가 될 줄이야.”
어울리는 콤비다.
직접적으로 석두가 노 회장에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이미 그는 석두가 괴도임을 진작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기사.
바보가 아닌 이상은 석두가 요구하는 부자 명단과 진귀한 보물들의 소유 등등을 알게 된다면 그가 괴도임은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노 회장이 석두의 부하들과 알고 있는 선이 다른 게 있다면, 아마 드래곤의 보물들을 알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어찌 보면 적룡파에서 레이나를 제외하고 다른 부하들보다도 가장 많은 밀접한 정보를 가진 게 바로 노 회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석두는 노 회장을 파트너로서 거래를 주도하려 생각하고 있다.
“저희에게 지속적인 정보를 파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오호…….”
노 회장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중개업자인 그에게 이런 제안을 해온 사람은 석두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를 중개업자로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도리어 그런 제안을 하다니.”
“노 회장님보다 제가 추구하는 괴도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 망치와 창민의 시선이 순간 가늘어진다.
그 말인즉슨.
아직도 이들은 석두의 진의를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자세히 파고들 생각도 해봤다. 석두가 왜 괴도로서 물건을 훔치고 다닐 생각을 했는지 이런 계기를 알고 싶다는 생각 등을 말이다.
그러나 석두 본인은 이 이야기를 알아서 스스로 타인에게 해준 적이 없다.
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굳이 부하들이 먼저 나서서 물어볼 용의는 없었다.
결론이 어찌 되었든 간에 석두는 괴도다.
물건을 훔치는 그에게 이제 와서 훔치지 말라고 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석두의 진의를 알든 모르든 일단 그들은 석두를 따라갈 생각이 있다.
어쨌든 그가 조직의 두목이니까 말이다.
“정보라, 정보…….”
노 회장이 자신의 중절모를 고쳐 쓰며 묻는다.
“자네의 조직 내부에는 훌륭한 해커 청년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청년만으로는 부족한가 보군.”
“쾌남을 말한다면 맞습니다. 제아무리 인터넷에 널려 있는 소문, 혹은 정보라 하더라도 허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 허수를 판별하기에는 저희가 아는 정보 자체가 부족하니까요.”
“그 실질적인 정보는 나를 통해서 얻겠다?”
“노 회장님이 저희에게 협력을 해준다는 가장 하에서 말입니다.”
“과연, 그렇군.”
실로 매우 정확하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의 정보가 100퍼센트 진실로 이뤄져 있지는 않다.
석두의 말대로 허수가 너무 많다.
소위 말해서 ‘카더라 통신’이 지나치게 범람하고 있다.
이 카더라 통신 내에서도 진실을 담고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분별력이 높아야 한다.
분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 회장의 정보력은 가히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석두는 깨닫고 있었다.
“이제 와서 간을 볼 이유는 전혀 없지.”
노 회장이 빙그레 웃어 보인다.
“협력하도록 합세.”
“감사합니다, 노 회장님이라면 충분히 저에게 협력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구만. 내가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를 한 모양인가 보군.”
“그럴 가능성보다 협력 의사를 내비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점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볼까?”
노 회장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아른거린다.
그러자 석두가 실로 매우 간단한 답변을 내놓는다.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사람을 움직인다.
미래산업 대표의 외동아들이자 재벌 2세로 이름이 난 오두철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외제차를 끌고 다니면서 근처 클럽을 전전긍긍하던 그가 2명의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신 채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약지 손가락에 껴져 있는 망상 실현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보물’이라는 건가…….”
요즘 들어서 소문만 무성하던 그 ‘괴도’의 존재 덕분에 드래곤의 보물을 찾는 고객들이 상당수가 줄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오두철은 오히려 괴도의 존재 때문에 망상 실현기라는 드래곤의 보물을 사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괴도의 범행을 막지 못한 채 당하기만 한 이들.
심지어 어깨파조차도 괴멸되었다.
세상은 그를 서민들의 영웅이라 칭하고 있다.
배불리 살찌운 돼지들을 응징하는 영웅!
그러나 두철은 그런 괴도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웅은 개뿔. 어차피 밑에서 발발 기는 패배자 새끼 주제에.”
거친 욕설을 내비친 두철이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모양인지 여자들에게 명령한다.
“니들은 나가 있어라.”
“왜 오빠~ 조금 더 놀자아~”
“잔말 말고 나가 있으라니까.”
두철이 위협을 하자 여자들이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냐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방에 혼자 남은 두철.
그와 동시에 두철이 살짝 눈을 감는다.
이윽고 망상 실현기가 진동을 일으키며 밝게 빛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내 망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면…….”
두철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새겨진다.
“한번 난동 좀 부려볼까.”
그의 말이 끝남과 함께.
클럽 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도심 내에 위치한 대규모 나이트클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하고 말았다.
자정 부근에서 유흥 문화를 즐기고 있던 다수의 젊은이들은 사상자, 혹은 부상자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TV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던 루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터무니없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 모양인가 보다.”
루틴의 말에 바로 옆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던 젊은 여성 비서가 묻는다.
“그게 무슨 뜻이죠?”
“저 폭발 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폭발의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하더군. 발화제가 뭔지도, 그리고 방화의 원인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폭발이라고 나오는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로는 답이 딱 나오잖아.”
“설마…….”
비서의 말에 루틴이 피식 미소를 머금는다.
“망상 실현이라는 건 실로 대단하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비록 제한이 많고 상당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루틴의 시선은 여전히 TV로 고정되어 있었다.
“사용자에 따라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두철이 괴도를 의식해서 물건을 샀음을 루틴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하나 이번 폭발 사고뿐만이 아니라 자잘하게 벌어지고 있는 원인 불명의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질적인 부분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루틴은 뒷조사를 통해 두철이 벌인 행각임을 알게 된 것이다.
“저렇게 난동을 부리고 다니는데, 과연 괴도라는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단 말이야.”
“이번에도 훔치러 올까요?”
“거의 100퍼센트 오겠지.”
“확신하는군요.”
“녀석은 ‘드래곤의 보물’을 노리고 있어. 도난당한 그 바보 같은 드래곤 당사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루틴이 잠시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레이나라는 드래곤의 존재 여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드래곤은 숙면기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다른 존재라는 뜻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궁금하긴 하군. 과연 누구일까? 어떤 배짱 좋은 녀석이 드래곤의 보물을 훔치고 다니는지가 궁금하단 말이야.”
아직까지 수색대는 별다른 결과물을 가져오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시간은 두철에 의해 단축될지도 모른다.
“기대되는군. 후후.”
루틴의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뉴스의 긴급 특보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