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4
24화 새로운 동료 (5)
노 회장과의 협력 체제.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장 나타났다.
“…여기입니다.”
쾌남의 손가락이 구 사무실 구석에 수도 없이 위치한 모니터 하나를 가리킨다.
이제는 그나마 조금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쾌남의 말에 석두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면서 모니터를 응시한다.
“저 곳은…….”
“얼마 전에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군요.”
창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석두에게 필요한 정보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이었던 건물인데, 불현듯이 일어난 엄청난 화재로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화재의 원인은?”
“불명이라고 합니다.”
“이유를 모른다는 뜻인가?”
“예. 전문가의 소견에 의하면, 갑자기 공기 중에서 발화 현상이 일어나 우연치 않게 그 근처에 있는 발화 물질에 옮겨 붙게 되었고, 덕분에 작은 불씨들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추측이로군.”
자연적인 발화 현상이 물론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런 자연발화가 왜 하필이면 나이트클럽이라는 장소에서 발생한 것일까?
그것도 마치 노렸다는 듯이?
“아무리 봐도 방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뒷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덕분인지, 망치는 결코 자연발화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모양인가 보다.
그의 말에 창민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두목님.”
“흐음.”
쾌남이 이 사건을 지목한 이유는 실로 매우 간단했다.
노 회장이 보내온 정보 중에서 최근 이들이 훔쳐야 할 물건으로 추정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장소로 이 화재가 난 나이트클럽을 뽑았다는 것이다.
결국 쾌남도 왜 자신에게 이런 정보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지금은 쾌남이 정보 요원으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주 전공은 정보 수집이 아닌 해킹이다.
그래서 일부러 노 회장에게 정보 쪽의 부족함을 채워주고자 협력 체제를 제안했던 것이다.
만약 이 나이트클럽에서 망상 실현기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협력 체제의 선택은 옳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품으며 석두가 망치와 창민을 부른다.
“창민.”
“예, 두목님.”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쪽 사람과 연결을 해서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알아봐라. 기한은 내일 모레로 잡아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망치.”
“예, 형님… 이 아니라 두목님!”
“화재가 발생할 당시 있었던 목격자들에게 다시 한 번 화재에 대한 진황을 수집해 봐라.”
“알겠습니다!”
노 회장은 파일 형식으로 된 서류 형태의 정보를 전달할 뿐이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일은 석두의 적룡파가 해야 한다.
몸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건 자신이 있다는 듯이 강한 자신감을 어필하는 망치.
그리고 경찰 쪽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창민에게 맡겨두면 웬만하면 잘 해결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창민을 적룡파에 끌어들인 것이니까 말이다.
“그럼 행동 개시.”
“예! 두목님!”
석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발걸음을 이동한다.
이틀 뒤.
거짓말처럼 아무도 현장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석두가 혀를 내두른다.
“확실한 대처로군.”
“감사합니다.”
이윽고 경찰 복장을 갖춘 남자들이 서서히 현장에 몰려든다.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석두와 창민이 사건 현장에 진입함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굳이 석두를 말리지 않는다.
“경찰들에게도 입김을 넣은 건가?”
“그건 아닙니다.”
석두의 말을 부정한 창민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경찰로 둔갑한 저희 조직원들입니다.”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나?”
“이런 일은 가급적이면 꼬리의 흔적을 남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경찰이 다시 근무 교대를 할 시간은 대략 2시간. 그 시간 안에 저희는 현장을 살피고 다시 돌아가면 됩니다.”
“그렇군.”
2시간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만 추적할 셈이었으니 말이다.
“너도 부하들 몇몇을 데리고 자연발화가 아니라고 추정되는 증거가 있으면 수집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창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석두에게서 멀어진다.
혼자 남은 석두가 살짝 눈을 감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나 덩어리들이 유독 응집되어 있는 장소를 찾는다.
드래곤의 보물을 여러 차례 접하면서 석두는 그 보물들이 한 가지 공통적인 사항을 지니고 있음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바로 고유의 마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마나가 응집된 지역을 찾다보면, 분명 망상 실현기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석두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가 기대하던 그대로의 결과물이 도출되기 시작한다.
“역시… 그랬군.”
빈 룸으로 추정된 부분에 다수의 마나들이 응집되어 있었다.
레이나에게 들은 바로는, 망상 실현기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보물 중에서도 가히 상급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 했다.
망상 실현기를 발동시키면서 동시에 사용자의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을 정도면, 말 다한 게 아닐까.
그만큼 위험한 물건을 망상 실현기 사용자는 진짜로 모르고 사용한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세상에는 여전히 내가 모르는 사이코들이 많다니까.”
혀를 차면서 룸 안으로 들어선 석두.
기왕 온 김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가야 한다.
망상 실현기라 하면 분명 고차원의 마법 클래스를 지니고 있을 터.
게다가 사용자의 상상력을 실현으로 만들어주는 보물이다 보니 마법만으로 석두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도 의구심을 표할 정도다.
차라리 적월도같이 단순히 물리적인 위협만이 되는 보물을 상대하는 건 오히려 편하다.
하지만 망상 실현기라니…….
“인간의 망상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나 보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석두가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듯이 룸 바깥으로 나선다.
다시 구 사무실로 돌아온 석두는 오자마자 쾌남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때 당시 나이트클럽에 출입했던 그 하루치의 모든 사람들의 명단을 알아봐라.”
“…예.”
쾌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렵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건넨다.
그리고 잠시 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요리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망치가 한창 요리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띵동!
“누가 왔나?”
망치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현관으로 나선다.
창민이라면 현재 적룡그룹 본사에서 석두를 대신해 업무를 보고 있다.
번개의 경우에는 부하들을 데리고 발로 일일이 뛰면서 정보 수집을 하느라 바쁘다.
딱히 찾아올 사람이라고 한다면 노 회장 정도밖에 되지 않을 테지만, 노 회장이 갑작스럽게 이들의 구 사무실로 방문할 이유는 없다.
의아함이 가득 담긴 방문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어주는 망치.
그러자 순간, 망치가 헛숨을 삼킨다.
“세미 씨 아닙니까?”
“…네, 그런데요.”
오늘의 세미는 상당히 저기압으로 보인다.
험상궂은 인상을 보유하고 있는 덩치조차도 살짝 움찔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선다.
본래 남자보다도 무서운 족속이 바로 여자라 했다.
망치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석두에게 다가간다.
“두목님, 세미 씨 왔습니다.”
“늦었군.”
사무실 의자에 여유를 부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석두.
그의 태도에 살짝 화가 난 모양인지 세미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성큼성큼 사무실 내부로 들어온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장소인지라 세미 같은 젊은 여성이 들어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위기가 환기가 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쪽으로 오라고 하신 이유가 뭔가요?”
“소개하려고.”
“무엇을요?”
“여기가 우리 뒤쪽 아지트라는 것을.”
“번쩍이는 거대한 빌딩을 놔두고 굳이 이런 사무실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죠?”
“그야 여기가 편하니까.”
“…….”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예전부터 활동하던 곳이라 그런지 이곳이 편하게 느껴지는 석두였기에 구 사무실을 폐기하지 않고 이대로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쾌남이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기에 굳이 다른 곳으로 쾌남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아지트는 2개 정도 있으면 안정적이다.
굳이 적룡파 빌딩 건물 하나에 올인할 생각은 석두도 없었다.
“그나저나… 요리는 누가 하는 거예요?”
남자들만 있는 곳에 상당히 괜찮은 항내를 풍기는 요리가 보이길래 신기함을 가득 담은 세미가 되묻는다.
그러자 망치가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제가 하는 겁니다요.”
“네……?”
거짓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망치를 올려다보는 세미였으나, 망치는 진심이라는 듯이 재차 강조한다.
“이래 봬도 요리가 취미라서요. 어울리지 않지만요. 하하하!”
“확실히… 어울리진 않네요.”
그런 말은 많이 들어온 모양인지 망치도 이해한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건 결코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었다.
우락부락한 외형적인 모습을 조금이나마 순화시켜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적룡파 식구들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
여러모로 순기능이 있는 망치의 재능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세미가 손가락으로 쾌남을 가리킨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퀭한 눈동자로 다수의 모니터만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세미에게는 약간 거리낌을 느끼게 할 수가 있다.
물론 그건 석두도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 방구석 폐인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인데, 누가 쾌남을 좋게 보겠는가.
게다가 제대로 씻지도 않는 모양인지 긴 머리카락들은 서로 엉겨 붙어 떡이 져 있었다.
그러나 석두는 슬쩍 웃으면서 세미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을 들려준다.
“우리의 전문 해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유능한 녀석이지. 최근에는 모 대기업의 기밀 자료들을 아무런 흔적도 없이 빼돌렸다 하더군.”
“그거, 범죄잖아요!”
“잊고 있었나? 우리는 애초에 ‘괴도’라는 범죄자 집단이라는 것을.”
“…….”
얼마 전, 적룡파 건물에서 면접을 볼 때 그 사실은 이미 세미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괴도의 정체가 석두라는 것도 말이다.
왜 그 물건들을 훔치는지, 그리고 훔쳐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석두에게 직접 들은 바가 없지만, 그래도 세미는 자신의 의지로 이 적룡파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익숙해져야 한다.
제아무리 우락부락한 덩치에 요리를 즐겨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리고 방구석 폐인이 멀쩡하게 구사무실 구석 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익숙해져야 하는 게 지금 당장 세미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든 이들과 한 배를 타게 되었다.
이들을 믿지 않으면,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게 현재 세미의 현 실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