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새로운 동료 (7)
한참을 그렇게 인물 명단 서류를 바라보던 중.
“찾았어요.”
세미의 말에 석두가 살짝 고개를 추켜올린다.
“빠르군.”
“한 번 외웠던 사람들이니까요. 대략… 7명 정도 돼요.”
“생각보다 적구만.”
“몇 명이라고 생각했나요?”
“적어도 100명.”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클럽의 규모 자체가 제법 컸으니까. 그래서 재벌 2세 정도 되는 날라리 녀석들이 많이 드나들 거라고 생각했지.”
“편견이에요, 그거.”
“좋은 말로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사회적 인식이라 할 수 있지.”
“……”
석두의 말에 딱히 부정할 생각까진 들지 않는 모양인지 세미가 슬쩍 자신이 찾아낸 재벌 2세 명단을 넘긴다.
“여기요.”
“흠.”
확률 싸움에 걸어보자면, 이 7명만 조사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석두의 경우에는 만에 하나라는 확률까지도 가급적이면 포함시키고 싶다.
레이나의 의뢰품목은 불행하게도 기간 제한이 있다.
그 기한 안에 의뢰품목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과연 기간 내에 찾지 못하면 레이나는 석두에게 무슨 짓을 하게 될 것인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레이나는 드래곤이다. 인간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닐 터.
시간과의 싸움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석두는 단호하게 빠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우선 이 7명을 중점으로 수사하도록 하지.”
“그 덩치 큰 남성분한테 전화하면 되나요?”
“덩치 큰 남성분? …혹시 망치를 가리키는 건가?”
“네.”
“그냥 망치라고 불러. 괜히 그렇게 늘어진 호칭을 사용하면 듣는 사람도 헷갈리니까.”
“…알았어요.”
한숨을 내쉰 세미가 전화기를 든다.
이미 조직 수뇌부들 간의 연락처 교환은 끝난 상태다.
행여나 세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는, 그녀의 전화기를 통해 망치나 창민, 번개 등 조직원들이 달려가 그녀를 구할 것이다.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세미도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을 것이다.
세미의 연락이 끝남과 동시에 취조의 순서는 재벌 2세들을 최우선으로 잡게 되었다.
그러나.
“7명 중 5명이나 불참했단 말이지.”
석두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진다.
그들이 전부 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란 생각은 애초에 석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마 과반수의 인원이 불참을 선언할 거라는 건 예상치 못했다.
“재벌가 놈들은 돈이 최우선이라고 믿고 있는가 보구만.”
“그게 재벌의 마인드 아니겠어요?”
여전히 여경 차림을 갖춰 입은 세미가 간략하게 석두의 말을 받아준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나라도 드물잖아요. 특히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가진 자들이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나라니까요.”
“그렇긴 하지.”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그런 나라에 환멸을 느끼는 건 석두뿐만이 아니었다.
괴도 집단에 속해 있는 모두가 다 그런 자들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다.
김창민은 예외라 하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할 거예요?”
불참한 5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 세미.
그런 그에게, 석두가 간단하게 대답한다.
“현장 증언을 받아내야지.”
“어떻게요?”
“어떻게긴,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석두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조폭답게 가는 거지.”
야심한 밤.
차량 안에서 한 여성과 키스를 하고 있던 남자, 오수민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똑똑.
누군가가 자신의 차를 두드린다.
“뭐야, 저 사람들.”
젊은 여성이 질색을 하며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노려본다.
코팅이 되어 있어 안쪽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빠, 아는 사람들이야?”
“아, 아니. 전혀…….”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어깨 형님들이 적어도 5명.
검은 양복을 차려 입은 남자 중 유독 덩치가 큰 남자 한 명이 다시 한 번 창가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나오시지.”
“누, 누구신데요?!”
오수민이 놀라 묻는다.
그러나 덩치 큰 남자, 망치는 여전히 인상을 팍 구기면서 말한다.
“우리가 누군지 알 거 없고, 얌전히 나오면 사지 멀쩡한 상태로 집에 돌려보낼 테니까 잔말 말고 나오기나 하셔. 엉?”
“이, 이 미친놈들이……!”
수민이 놀란 나머지 급하게 차량을 운전해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이런, 미안해서 어쩌나.”
망치가 빙그레 웃으면서 손에 거대한 송곳을 들어 보인다.
“미, 미친!!!”
안 봐도 비디오다.
4개의 타이어에 전부 구멍을 뚫어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당황한 수민이 그래도 차량에 시동을 걸며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갑자기 수민과 연애 행각을 벌이던 여성이 난데없이 핸드백에서 나이프 한 자루를 꺼낸다.
그 나이프가 향한 곳은….….
다름이 아닌 수민의 목덜미 쪽이었다.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로 무리하게 차를 운전하면 좋은 차가 얼마나 아파하겠어. 안 그래?”
“너, 너……!”
“어린애 장난에 좀 어울려 줬더니만, 하아, 참나.”
그러면서 여성이 자연스럽게 조수석의 문을 연다.
그와 동시에 망치가 실실 웃으면서 여성을 향해 말한다.
“수고했다.”
“돈은 통장에 입금해 줘요. 잊지 말고요.”
“벌써 쾌남이 녀석이 입금했을 거다.”
“역시 일 처리는 빠르네요.”
그렇게 말하고서 여성이 가볍게 수민을 향해 손키스를 날린다.
“그럼 좋은 밤 보내, 애송이.”
“야, 너!!!”
“어이쿠, 시끄러워라.”
방금 전까지 몸매 좋은 여성이 체온으로 따스하게 데워둔 조수석의 자리에 망치가 자신의 큰 몸을 비집고 들어온다.
“미인보다 이 형님이 더 좋지?”
“사, 살려주세요, 제발!!”
“그러니까 왜 우리 두목님이 먼저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을 했어. 이럴 거 알았으면서 그런 거냐?”
“두, 두목님이라니…….”
“뭐, 알 거 없고.”
뿌드득, 뿌드득!
가볍게 손을 푸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뼈 소리가 동반된다.
다시 한 번 겁에 질린 수민이 망치를 올려다본다.
“자, 그럼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화재 사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폭력은 가장 잔인한 대화의 수단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가장 효율적이고 직설적인 수단이기도 하지.”
사무실에 앉아 있던 석두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창민이 슬쩍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5명 중 3명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결과는?”
“소득이 없습니다.”
“…세상사 내 마음대로 굴러가는 법이 없다 하더니, 정말이로군.”
이것도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재벌들이라고 전부 다 알고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남은 2명도 조사를 계속하게끔 진행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석두의 지시를 받자마자 창민이 빠르게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한다.
남은 후보는 2명.
그중에 어쩌면 한 명이 이번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
세미는 석두를 대신해서 다른 증인들을 취조하고 있다. 혼자서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일일이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 매우 심기가 불편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줬지만, 그래도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 입장이기에 고용주이기도 한 석두에게 끝까지 대들 수가 없었다.
확률은 2분의 1.
그 확률 싸움의 결말은 머지않아 석두에게 보고되고 만다.
“그러니까 얌전히 수사에 협조했으면 됐잖냐!”
강하게 협박하기 시작하는 조직원들.
적룡파 인원들이 오두철을 협박하기 위해 그의 주변을 에워싼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5명이나 되는 어깨파 남자들이 그를 둘러싸니 감히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할 만큼의 공포를 선사해준다.
그러나.
“…어리석은 놈들이군.”
오히려 두철은 여유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 새끼가 미쳤나.”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남성이 크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어…?!”
남자의 팔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잘린 것도 아니다.
그저… 사라진 것이다.
“……!!!”
놀란 남자들이 토끼눈이 되어 순식간에 외팔이 되어버린 남자를 바라본다.
아무런 통각도, 그리고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남자의 팔이 외팔이었다는 듯한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으, 으아아아아악!!!”
뒤늦게 자신의 팔 상태를 확인한 남자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두철이 자신의 귀를 검지로 후벼 파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시끄러우니까 그만… 죽어라.”
파바박!
남자의 머리가 마치 수박처럼 터진다.
뇌수가 사방으로 튀기자, 근처에 있던 4명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이유도 모른다.
그가 왜 죽었는지조차도 영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철은 오히려 이게 당연한 현상이라는 듯이 4명의 남자들을 바라보며 경고한다.
“자, 다음 차례는 누굴까?”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각부터 창민의 연락을 받고 불려 나온 석두의 시야에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들어오고 있었다.
“…끔찍하군.”
사람의 시체에는 나름 익숙해졌다 생각했던 석두였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장면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전부 머리가 폭탄처럼 터진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중에서는 팔이 절단된 조직원도 있었고, 다리가 절단되거나 아니면 사지가 전부 절단된 조직원도 있었다.
“신기하군요.”
절단면을 바라보던 창민이 감탄을 자아낸다.
같이 사고 현장을 온 망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비위도 좋군…….”
망치는 사실 소매치기일 뿐이지, 살인이라든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시체를 본다는 건 아직까지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망치를 포함해 번개, 그리고 몇몇 조직원들이 와 뒷수습을 하기 시작한다.
본래대로라면 적룡파 최측근을 맡게 된 세미도 이 현장에 왔어야 했지만,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아직까지 제법 어려움이 많은 풍경이리라 판단했기에 굳이 석두는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경찰들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말끔하게 증거를 없애야 한다.
다른 조직원들이 시체를 처리하는 사이, 석두는 마법을 통해서 피의 흔적을 전부 없앤다.
심지어 냄새조차도 깔끔하게 처리해 버린다.
뒷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망치와 번개가 말끔하게 정리된 현장을 바라보더니 혀를 차며 말한다.
“두목님, 얼마나 유능한 청소부를 부르셨기에 이렇게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겁니까?”
“나중에 필요하다 싶으면 연락처를 남겨두도록 하지.”
물론 석두는 본인이 전부 정리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법이 아니고서는 단시간 내에 이런 상태로 뒷정리를 해결한다는 건 가히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석두가 가끔 기이한 일을 벌인다는 건 망치도, 번개도, 심지어 창민 또한 잘 알기에 별다른 꼬투리를 잡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이 녀석들은 분명…….”
석두가 주머니 속에 있던 인물 명단을 살펴본다.
살해당한 조직원들이 조사를 담당했던 인물.
“오두철이라…….”
석두는 자연스럽게 오두철과 망상 실현기라는 두 가지 요소를 연결시키기 시작한다.
대놓고 범행을 저지르는 자, 오두철.
어쩌면 이 사건은…….
“생각보다 쉽지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