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27
27화 망살 실현기 (1)
사람을 죽이는 맛.
보통 사람에게 그 맛은 결코 기쁘지도, 그리고 쾌락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사람에게 해당될 뿐.
“…최고군.”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양주병을 손에 쥔 오두철이 대낮부터 알코올의 향내에 몸을 맡긴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자신의 망상으로.
오로지 죽인다는 망상 하나만으로 두철이 원하는 그대로 일이 발생한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자신의 발밑에 둘 수 있다!
그 생각에 오두철의 입가에 더더욱 잔인한 미소가 그려진다.
여태 자신의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잔소리만 들어왔던 나날의 순간도 이제는 안녕이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는 돈이라는 수단이 통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망상.
자신의 상상만 있으면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닐 터!
“…좋은 물건이구만, 이거.”
망상 실현기를 내려다보는 두철.
그러나…….
“……?!”
어느새 망상 실현기의 모습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지려는 듯이 깜빡이는 망상 실현기.
당황하기 시작하는 두철.
그러나…….
“크윽?!”
갑작스럽게 온몸에서 통각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망상 실현기가 다시 한 번 외형적으로 옅어졌다 뚜렷해졌다가 하는 현상을 반복하더니…….
이내 붉은빛을 내면서 두철의 오른손과 융합하기 시작한다.
“끄아아악!!!”
오른손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두철의 신경을 자극한다.
비명을 내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하는 두철.
그의 오른쪽 손등에는 붉은 보석이 핏빛을 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
조직원들을 소집한 석두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 조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하기 시작한다.
간부급들은 아니지만, 적룡파에서 대동한 인원들이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만약 그 자리에 망치라든지 번개 등 조직원 간부가 있었다면?
그들 역시도 무자비하게 두철의 망상력 앞에서 사살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이들은 도대체 조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두철에게 살해를 당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온실 속의 화초마냥 자란 재벌 2세가 어떻게 조직원들을 제압했는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미스테리한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는 발생했다.
“김창민.”
“예, 두목님.”
“오두철에 대한 소재지 파악은 어떻게 되었지?”
질문을 받은 창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물 흐르듯 석두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한다.
“현재 오두철이 재학 중인 인근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CTV와 기타 목격자들의 증언을 대동하자면, 어제 그 사건을 벌이고 나서 곧장 자신의 자취집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감시원들은?”
“오두철의 집에서 감시망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섣부른 움직임이 보인다면 바로 보고가 들어올 겁니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석두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포위망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인력의 힘이다.
지금 이 순간, 드래곤의 보물이 보유하고 있는 이능력을 지닌 두철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손해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망치, 번개.”
“예, 두목님!”
“애들을 다시 한 번 소집해라. 힘 있는 녀석들이 아닌 눈치 좋고 센스 있는 녀석들로.”
“비전투원으로… 말입니까?”
다시 한 번 석두의 명령을 확인하려 듯 묻는 망치.
그에게 재차 고개를 끄덕여준 석두가 이번에는 쾌남에게 명한다.
“쾌남, 너는 오두철이 머물고 있는 인근 지역의 CCTV를 전부 해킹해서 최대한 정보를 모으도록.”
“…알겠습니다.”
쾌남도 석두의 명령을 잘 이해했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각자 역할을 분배한 뒤, 석두가 집 바깥으로 나서기 위해 코트를 입으려던 순간이었다.
“저는요?!”
구석에서 대기 중이던 세미가 석두의 발목을 붙잡는 말을 내던진다.
다른 이들에게는 착착 명령을 내렸지만, 세미에게는 아무런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석두와 함께 진행하던 목격자 취조 과정은 이미 끝이 났다.
오두철이 자신이 망상 실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할 일이 없던 세미가 대뜸 석두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묻자, 석두가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내 하는 말.
“갔다 오면 입가심으로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라도 요리해 줬으면 좋겠군.”
오두철의 집 안.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두철이 자신의 손목에 박혀 있는 망상 실현기 보석을 내려다본다.
붉은 보석.
그 보석이 발현하고 있는 빛의 의미를 오두철 역시도 잘 알고 있다.
생명의 빛.
숙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힘이다.
그것은 이미 이 보물을 거래할 때 익히 잘 들어 알고 있었다.
망상 실현기가 오두철과 직접 융합했다는 뜻은, 그의 생명력을 더더욱 갈구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어차피 오두철에게는 뒤가 없다.
이미 융합을 한 이상…….
“…크크큭…….”
옅은 웃음을 내비친 오두철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망상 실현기와의 융합이 그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오두철 본인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장신구 형태로 외형을 유지하고 있던 망상 실현기가 오두철의 신체와 융합함으로 인해 이 저주 받은 드래곤의 보물은 직접적으로 오두철의 생명력을 갉아먹을 것이다.
지금도 자신의 피를 흡수하는 듯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약간의 빈혈기도 느껴지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명쾌하게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을 내비치기 시작하는 오두철.
이제 드디어 시작이다.
그간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망상 실현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것을 사용해봤지만, 어제 다수의 남자들을 살해하는 것을 계기로 오두철은 새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세상을 멸망시킬 시간이다.”
오두철의 눈빛에 이채가 어리기 시작한다.
“…뭐라고?”
석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차량을 통해 오두철이 있는 집으로 이동하려던 그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감시원들 전원이 갑자기 의문사를 당했다는 보고였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전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오두철이다.
그가 감시원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자신의 망상을 통해서 감시원들을 전원 심장마비시킨 것이다.
상황은 결코 좋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면, 이 세계에 혼란을 가져오기 충분하다.
“일정을 앞당긴다. 쾌남한테 전해서 괴도 관련 영상을 틀라고 전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망치와 함께 내가 지시하는 위치에서 대기하도록. 더 이상 오두철에게 접근하지 마라. 알겠나.”
-그리 하겠습니다.
창민 역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오두철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에게 접근하는 인원들이 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로지 그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은 같은 기이한 힘을 지니고 있는 김석두뿐일 것이다.
한편, 차량에서 내린 석두는 다른 방법으로 오두철에게 접근할 것을 꾀하게 된다.
‘차량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혀를 차면서 두 다리에 집중적으로 마나를 불어넣은 석두.
이윽고 지면을 박차자, 어마어마한 점프력이 그를 공중으로 향하게 만든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대낮에 석두의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보일 거라 예상하기에 석두는 투명화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면서 건물 빌딩숲 옥상들을 자신의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전광판 곳곳에는 괴도의 영상이 이제 막 송출되고 있는 모양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켜주고 있었다.
쾌남이 해킹을 통해서 전국의 각종 미디어, 그리고 전광판에 석두가 미리 만들어둔 괴도 영상을 송출하고 있었다.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다.
미래산업의 재벌 2세인 오두철의 소중한 보물을 앗아가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보물이 무엇인지는 오두철, 그리고 그에게 드래곤의 보물을 판 상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암호일 것이다.
그 비밀 암호를 통해 석두가 오두철을 노린다는 의미만 전달되면 된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괴도가 실제로 자신의 말을 이행한다는 것을 실천으로 직접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석두의 목표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경고하는 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경계심을 준다는 건, 그만큼 신변의 안전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괴도로서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나 괴도 영상이 악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점점 괴도라는 존재를 대중들에게 인식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홍길동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미 괴도를 연호하는 대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배만 배불리 먹여 살리는 윗대가리 놈들을 처단하는 정의의 사도.
하지만 오늘따라 석두는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음……?!”
발을 디디려 했던 건물의 옥상이 순식간에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곧장 공중부양 마법을 시전하는 석두였다.
곧장 캐스팅에 임하자마자, 건물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그대로 붕괴된다.
“꺄아아아악!!!”
“뭐, 뭐야!”
“도망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아우성이 되어 석두의 귀를 자극한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그 건물 주변에 있던 시민들까지 전부 몰살당하는 꼴이었다.
갑자기 멀쩡한 건물이 무너졌다.
부실공사의 탓인가?
아니, 천만에.
“…악독한 녀석이군.”
건물 붕괴의 원인에 대해 너무나도 쉽게 추측한 석두가 혀를 찬다.
오두철의 소행이다.
망상을 통해서 직접 그것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그라면, 건물 붕괴 정도는 쉽게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석두를 겨냥하듯 건물이 붕괴되었다 함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다는 뜻이군.’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저격을 했다는 듯이 갑자기 석두가 착지할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석두의 행보를 늦추기 위함인가? 아니면 견제의 의미?
혹은 석두를 제거하기 위한 목표가 가장 클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간에…….
‘나는 그 오두철이라는 녀석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인 건 확실하군.’
그 생각을 품음과 동시에, 석두의 시선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등장한다.
자욱한 시멘트 먼지를 가르고 등장하는 한 마리의…….
…드래곤(Dragon)!
“미친… 드래곤이라고?!”
놀란 석두가 헛숨을 삼킨다.
거대한 한 쌍의 날개.
그 어떠한 화기로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두터운 비늘.
서양의 용과도 같은 드래곤의 모습이 대도시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레이나의 본래 모습을 본떠 만든 것과 비슷한 드래곤의 출연.
그 드래곤이 서울 상공을 가르듯 점점 공중으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