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인재 탐색 (1)
망상 실현기에 의한 파급력은 생각보다 월등했다.
드래곤의 등장.
그리고 그 드래곤을 말 그대로 헌팅해 버린 수수께끼의 등장인물.
아니, 수수께끼의 등장인물이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한창 세간을 뒤흔들고 있는 흰색의 가면을 쓴 남자.
바로 괴도라 할 수 있다.
타인의 재물을 통해서 자신의 배를 부르게 만든 소위 말해 탐관오리들을 척결하는 괴도의 등장에 사람들은 처음 어마어마한 술렁임을 선보였다.
하지만 고작해야 말에 그칠 게 뻔하다.
저런 식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뒤, 나중에 가서 기득권과 똑같은 녀석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늘상 그런 식이었으니까.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 등 어떻게든 대중들로부터 한 표를 긁어모으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자들의 행동은 수도 없이 봐왔다.
그리고 정작 그 자리에 앉는 순간, 국민들을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목격해 왔는가.
그래서 사실 괴도라는 존재도 일종의 정치적인 쇼(Show)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괴도라는 존재를 언론에 내비치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점들을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일종의 연막을 펼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난무했다.
하나.
이것은 단순히 추측에 불과했다.
괴도로 인해 발생한 정의로운 처벌만 하더라도 이제는 두 자리 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게다가 드래곤과의 전투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비록 가상의 생명체다, 아니면 그저 환각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빈번하지만, 환각에 불과한 존재가 빌딩을 부술 수 있겠는가.
이것은 현실이다.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등장했고, 그 드래곤을 괴도가 때려눕힌 것이다.
사람들은 그 장면에 환호를 했다.
대중들의 생명마저 지켜주는 정의의 사도!
그리고 민중의 심판이 되어주는 정의의 철퇴!
온갖 수식어들이 괴도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괴도의 행적은 실로 다양하다 할 수 있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잘 먹고 잘살고 있던 국회의원의 모든 재산을 탕진하게 만들었고, 월급 지급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등의 행동을 밥 먹듯이 하며 공장을 굴리던 모 강소기업 사장 역시도 괴도의 응징을 당했다.
괴도의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언론에 내비칠 당시, 괴도는 분명 ‘그들만이 알고 있는 보물을 되찾기 위해’라는 말을 언급했다.
그게 드래곤의 보물을 가리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심지어 적룡파 내부에서도 알고 있는 자가 없다.
그저 괴도 김석두가 노리는 특정 물건이 있다는 것뿐.
그 물건이 드래곤의 보물이라는 점까지는 알고 있지 못한다.
어찌 되었든 원인은 아무렴 상관이 없다.
대중들은 그저 자신들을 대신해 보기 좋게 윗대가리들을 혼내주는 괴도의 행동 그 자체에 환호성을 보냈기 때문이다.
통쾌하기도 한 그의 행보에 특히나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고 있었다.
“…….”
오늘도 괴도에 관한 뉴스를 집중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대학생.
이름은 도서희.
이제 졸업만을 남겨두고 있는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평범한 여성이다.
특징이 있다면, 그다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대학생이라고 할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지만 성격, 그리고 성적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그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은둔형 대학생이기도 하다.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들과 그다지 말을 섞는 걸 싫어한다.
그녀도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혼자 다니게 된 것은 아니다.
1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도 나름 사교성이 있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평범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하나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그녀의 부모님이 대기업의 횡포와 농간에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졸지에 부모님을 잃게 된 서희.
세상에 오로지 홀로 남게 된 그녀를 책임져줄 친인척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 큰 성인이 되었으니 혼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차가운 눈빛들뿐이었다.
세상은 오로지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
“어차피 혼자 사는 거야, 이 세상은…….”
작은 단칸방에서 겨우겨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서희.
혼자서 빈 강의실에 들어가 삼각 김밥 하나를 끼니로 해결하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결코 타인을 믿지 않는다.
불신주의(不信主義).
그녀는 철저하게 타인을 불신한다.
결코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과 신뢰를 주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서희의 몇 되지 않는 부모님의 유산과, 그녀의 몸뚱아리를 탐하는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뿐이니까.
“…믿지 않을 거야…….”
푹 숙인 고개.
뿔테 안경 위로 뚝뚝 눈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울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거늘…….
“…괴도가 분명 복수해 줄 거야.”
그녀는 매번 괴도의 뉴스를 챙겨보면서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대기업들의 망해가는 장면을 늘상 지켜본다.
어차피 자신은 힘이 없다.
괴도가…….
괴도가 그녀를 대신해서 그들에게 철퇴를 내려줄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더럽게 피곤하군.”
털썩.
적룡산업 대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석두는 우선 의자에 몸을 묻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정말 피곤하다.
요즘 들어서 레이나의 요구 조건이 상당히 많아진 탓에 여기저기 발 벗고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망상 실현기 사건 이후로도 계속해서 드래곤의 도난당한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결과…….
레이나의 도둑 맞은 보물을 되찾은 개수가 드디어 두 자리를 돌파했다.
총 10개.
겨우 아슬아슬하게 두 자리를 유지하게 되었지만, 그런 건 석두의 입장에서 아무렴 어떠냐는 식이었다.
‘도대체 총 몇 개를 도둑맞은 거야, 그 칠칠치 못한 드래곤 여편네.’
몇 번이고 도난당한 보물의 총 개수를 물어봤지만, 레이나는 아직까지 자신의 레어에서 추산을 해봐야 한다며 딱히 남은 잔여 개수에 대해서 언급해 주지 않았다.
덕분에 석두만 개고생을 하고 있다.
“몸보신 좀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두목님?”
마침 김창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원스러운 미소를 뽐내며 제안을 해본다.
슬쩍 실눈만 뜬 석두가 창민을 응시하며 묻는다.
“삼계탕이나 아니면 보신탕을 말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일단 보신탕은 제외해 줬으면 좋겠군.”
“이유를 여쭈어봐도 됩니까?”
“내가 보신탕을 못 먹거든.”
“…….”
의외의 일면이다.
하기사.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괴도라 하더라도, 못 먹는 음식 하나 정도는 있으리라.
누가 뭐라 해도 석두도 인간이니까 말이다.
물론 인간이 아닌 이능력을 휘두르고 다니는 점을 따지자면, 결코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창민도,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망치라든지 쾌남, 번개, 세미 등 적룡파 간부 자리에 위치한 자들은 전부 창민과 동일한 생각을 품고 있다.
그가 도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힘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자가 없다.
오로지 레이나만 알고 있을 뿐.
그러나 석두의 이능력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함구하는 분위기였기에 그 누구도 석두의 비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묻거나 하진 않았다.
어차피 물어봤자 석두가 알려주리라고 기대도 안하기 때문이다.
만약 알려줄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에 알려줬을 것이다.
알려줄 생각이 없기에 일부러 이야기도 안하는 것이리라.
적룡파 간부들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석두의 비밀을 파헤치는 걸 꺼려하고 있었다.
창민이 잠시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의 화두를 다시 한 번 언급한다.
“그런 먹거리의 개념이 아닙니다.”
“보약이나 한약재 같은 건가?”
“그것도 물론 몸을 건강하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뭐지?”
“여자입니다.”
“…….”
순간 할 말을 잃은 석두.
정확한 답변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을 뿐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제가 알기로는 두목님께서는 여자를 품지 않으시더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왜인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바쁘니까.”
“남자라 함은 성욕덩어리 아니겠습니까. 여자를 품 안에 들이신다면, 그래도 조금은 몸보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근처에 좋은 여성분이 2분이나 계시지 않습니까.”
“누구지?”
“레이나 님과 세미 양입니다.”
“…가장 안 좋은 여자 2명이군.”
레이나는 논외로 치는 것이 좋다. 애초에 인간도 아니고, 그녀에게 성적인 의미로 여러 가지 요구를 하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목숨이 위험할 것이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미의 경우에는…….
…일단 무조건 거절하고 볼 것이다.
“차라리 안마방을 가는 게 나은 편이겠군.”
“안마방이라도 가시겠습니까?”
“거절하지. 게다가 여자를 안는 건 오히려 정력을 소비하는 일 아닌가. 몸보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면.”
“그럼 말을 바꾸도록 하죠. 스트레스를 푸는 몸보신은 어떻습니까?”
“…….”
스트레스.
그 단어가 주는 의미는 석두에게 있어서 결코 가볍지 않았다.
“두목님께서는 혼자서 독단적으로 이 조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적룡산업이라는 회사의 대표직까지 자리를 잡고 있지요. 제가 옆에서 서포트를 하고 있지만, 저도 결국은 뒷골목에서 굴러먹은 바닥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결코 정상적인 학문의 길을 걸어온 엘리트가 아니죠.”
“…그렇긴 하지.”
창민도 센스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학문적인 분야에서 머리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망치라든지 번개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소매치기 분야라든지 열쇠 따기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보이고 있다.
쾌남의 경우에는 더더욱 편차가 심하다. 오로지 컴퓨터라는 부분 한정으로만 능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미도 예외는 없다. 기억력이 좋을 뿐, 머리가 좋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물론 세미에게 여러 가지 학문적인 공부를 시킨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다. 하나 이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인재는 그런 의미의 인재가 아니다.
세간에 관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학문적인 코스를 밟아왔으며, 전반적으로 다방면에서 ‘브레인(Brain)’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참모격인 자가 필요하다.
이런 자의 존재는 망상 실현기 사건 때부터 세미와 창민이 강조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머리를 쓰는 자가 필요하다.
지금은 창민이 어느 정도 그 일을 해주고 있지만, 그도 결국은 조직폭력배였을 뿐이다.
좀 더 융통적으로, 그리고 널린 사고방식으로 적룡파를 이끌어갈 참모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참모를 구해야 석두에게 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그가 요즘 부쩍 피로함을 토로하는 것도 참모 자리의 부재 덕분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두목님.”
“…….”
인재를 찾아야 한다.
지금 적룡파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숙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