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인재 탐색 (2)
인재를 찾아야 한다.
정말 어려운 미션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괴도의 정체를 알면서도 다른 사람 앞에서 비밀을 함구할 줄 알고, 더욱이 개인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범죄에도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적룡파 간부 녀석들은 정말 대단한 놈들이로군.’
망치를 포함해서 번개, 세미, 그리고 쾌남과 창민까지.
고작해야 5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석두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이나도 포함시켜야 하나.’
인간이 아닌 드래곤의 정신체였기에 사실 석두의 입장에서는 레이나도 적룡파 일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의뢰인 포지션이다.
하나 그녀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의뢰에 간섭을 하나 하지 않거나 하기에 사실 예측이 불가능한 행동 패턴을 갖추고 있다.
암컷 드래곤의 존재 여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바로 창민이 말했던 인재 모집에 관해서다.
똑똑.
“들어오도록.”
석두의 말과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망치와 번개, 그리고 세미.
총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대표로 망치가 인사를 건넨다.
“두목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다들 바쁜가?”
“아닙니다. 요즘은 한가해 죽을 지경입니다. 하하하!”
망치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농담조가 섞인 말투로 근황을 보고한다.
고개를 끄덕인 석두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이들을 부른 이유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우리 조직의 ‘두뇌’를 구하려고 한다.”
“두뇌라 함은…….”
“제대로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을 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혹시나 너희들 생각에 괜찮은 녀석들이 있다면 추천을 받으려고 한다만.”
“…….”
망치와 번개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두 사람 다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는다.
“저희가 아는 사람 중에…….”
“그렇게까지 총명한 사람은 없습니다요.”
“하긴, 그렇겠지.”
애초에 석두도 망치와 번개, 두 사람에게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두뇌가 뛰어난 이라면 처음부터 망치와 번개에게 붙어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 창민처럼 독자적인 노선을 걷거나 아니면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 뛰어난 머리로 뒷세계에서 방황할 바에야 차라리 학문에 투자를 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인물은…….
“…….”
석두의 시선이 지그시 세미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미 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석두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못하게 된다.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일단은. 그래도 저 두 녀석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만.”
“그거야 뭐…….”
세미가 자신과 나란히 서 있는 두 남자를 힐끗 바라본다.
물론 세미의 지인들도 이 두 무식한 녀석들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한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할 만큼 총명하거나 눈치가 빠르진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가 존재한다.
“있다 하더라도, 범죄에 손을 대거나 할 순 없을 거 같아요.”
“하긴, 그것도 일리가 있군.”
조직 내에서도 가장 일반인에 근접한 인물이 바로 세미다.
세미의 주변 인물 중에 범죄에 맛을 들인 인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난센스가 아닐까.
“난감하군.”
일단 사람은 뽑아야 한다.
적룡파의 두뇌가 되어줄 사람이 중심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면, 석두도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움직이는 데에 필요한 결정권은 석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일을 벌이든 석두가 이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석두에게는 이들에게도 비밀리에 붙이고 있는 ‘드래곤의 보물 탈환’이라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적룡파의 역할은 드래곤의 보물 수색과 더불어서 석두가 물건을 훔칠 수 있게끔 기초적인 작전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에까지 그치게 된다.
그 이상은 석두의 고유 영역이다.
이들에게 드래곤의 보물을 훔쳐오라고 맡겼다간, 분명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동료의 살생은 막아야 한다.
어떻게 모은 충신들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석두.
마침 그때, 망치가 농담조로 슬쩍 어느 한 말을 내비친다.
“차라리 모 티비 프로그램처럼 오디션이라도 치르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뭐라고?”
순간 석두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한다.
망치는 그런 석두의 반응을 보더니 자신이 못 할 발언을 한 건가라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기 시작한다.
“죄, 죄송합니다, 두목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아니, 무작정 사과만 하지 말고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되풀어봐라.”
“방금 했던 말…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설마 방금 전에 내뱉었던 말도 까먹었을까.
아무리 무식하다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기억력의 달인인 세미도 있으니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디션이라도 치렀으면… 이라고 말했습니다요.”
“오디션이라.”
의자에 몸을 묻으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 전혀 예상치 못한 단어이기도 했다.
“그… 있지 않습니까.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부류 말입니다. 아마추어 가수들이나 아니면 댄서들이 나와서 막 춤추고 노래하고 하면, 심사위원들이 유망주들을 휙휙 뽑아재끼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망치가 직접 몸짓까지 선보이면서 열심히 설명에 임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미 석두 또한 무슨 프로그램을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도 석두가 관심 있게 새겨들은 단어가 바로 ‘오디션’이라는 단어다.
“…….”
옅은 침음성을 내뱉던 석두가 내친김에 아이디어 하나를 발설하기 시작한다.
“괴도 집단에 사람을 뽑기 위한 공개채용을 하면 어떨까.”
“예???”
순간 망치와 번개, 세미가 말도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 리액션을 선보인다.
어이가 없는 발상이기도 하다.
도둑을 뽑기 위한 오디션이라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둑을 뽑은 오디션이라니… 그것보다도 국가에서 그런 걸 허락할 거 같아요?!”
적룡파 간부 중에서 가장 일반인에 가까운 세미가 강력하게 석두의 의견에 반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석두가 제아무리 두목이라 하더라도 세미는 그런 거 없이 그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다.
망치나 번개의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만, 세미이기에 가능하다.
“우리가 언제 합법적으로 일을 처리한 적이 있었나?”
“…….”
일침을 가하는 석두의 한마디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만다.
그의 말이 지당하다.
이들은 괴도다. 지금까지 합법적인 일을 해왔던 것이 오히려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그 숫자가 미비하다.
오히려 불법과 범죄를 일삼는 이들이 바로 적룡파라 할 수 있다.
“좋군. 적룡파의 브레인을 모집하기 위한 오디션이라…….”
석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어린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얻었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이런 이유로 적룡파에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창민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세미가 늘어지게 한숨을 내기 시작한다.
“살다 살다 도둑을 뽑기 위한 공개채용은 처음 들어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공개채용을 주관하고 있는 김석두 본인도 이렇게 말할 정도다.
반면, 처음 아이디어를 제공한 망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었다.
“공개채용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한 재능과 인물됨을 저희가 직접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습니까?”
“이미 도둑 오디션에 응모했다는 시점에서 인물됨은 탈락이잖아요.”
가차 없이 이어지는 세미의 태클.
확실히 도둑 오디션이라는 것을 슬로건으로 걸면 분명 공권력을 포함해 김석두라는 인물을 견제하고 있는 세력들이 다수 이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추격할 것이다.
애초에 도둑이란 존재는 자신의 꼬리를 최대한 길게 늘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저희가 적룡파 간부를 구한다는 목적을 대중들에게, 그것도 경찰들에게는 알리지 않게끔 광고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군요.”
창민이 지금까지 나온 의견을 종합해 보기 시작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나름 생각한 게 있다.”
석두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모은다.
이 공개채용 아이디어 처음 제공한 인물은 망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것은 다름이 아닌 김석두 본인이다.
게다가 앞으로 석두에게 충성할 인물을 뽑는 공개채용이다.
그의 의견이 다른 누구보다도 크게 반영되어야 함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창민.”
“예. 두목님.”
“내가 지시한 그대로 광고 하나만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토를 달지 않고 곧장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창민이었다.
털썩.
아르바이트를 마치자마자 곧장 좁은 단칸방에 깔려 있는 이불에 몸을 날린 서희가 피곤함을 담은 한숨을 토해낸다.
“하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를 싫어하게 된 그녀지만, 그래도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이 있지만 그 액수도 사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서희의 입장에서는 그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그녀를 위해 남겨준 마지막 유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유산을 사리사욕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친척들에게 빼앗기는 일도 싫다.
오로지 혼자서.
타인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불신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믿음 따윈 필요 없다.
오로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게 바로 세상이다.
정부도, 경찰도 믿으면 안 된다.
그들이 그녀에게 해준 게 무엇이 있겠는가?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대신 해줬다 한다면…….
괴도라는 존재가 유일할 것이다.
자신의 가정을 파멸로 이끈 대기업들의 횡포를 대신해서 응징하고 처벌하는 괴도의 존재는 이미 서희의 마음속에 커다란 파급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보를 걸어가는 괴도의 모습에 서희는 두근거림마저 느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 오늘도 작은 소원을 내비치며 컴퓨터 전원을 켠다.
인터넷을 통해서 그녀가 매번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괴도의 일화를 접하기 위한 뉴스기사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러던 도중, 이상한 배너를 발견하게 된다.
“…어……?”
적룡산업 간부 모집.
요즘 들어 한창 잘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원도 아니고 간부라니?
게다가 자격요건도 뭔가 이상하다.
“이 공개채용의 의도를 파악한 자… 라니.”
서희의 눈빛이 가늘어지기 시작한다.
적룡산업은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저 신흥 기업이라 생각할 때, 그녀는 적룡산업이 품고 있는 한 가지 비밀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이 기업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며 혹시나 하면서 자신이 모았던 자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시작한다.
“틀림없어… 분명 괴도와 관계가 있는 회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