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35
38화 함정 (5)
갑작스러운 괴한들의 습격.
그것보다도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이 스스로 밝힌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서였다.
“괴도… 라고?”
놀라 되묻는 석두의 시선이 빠르게 자신들을 ‘괴도’라 칭한 자들에게 향한다.
하나같이 전부 다 괴도가 착용하고 있는 가면들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가짜인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괴도의 정체는 바로 김석두다.
이 파티장에 있는 사람들 중 괴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석두가 거느리고 있는 적룡파 간부진들인 김창민이나 세미, 서희 정도.
그런데 스스로를 괴도라 주장하는 자들의 출연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부 다 자리에 엎드려!!”
타앙!!
발사된 실탄에 지레 겁을 먹은 중요 인사들이 괴한의 말에 따르기 시작한다.
순간 창민이 석두를 향해 시선을 보낸다.
그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석두가 고개를 가로저어 보인다.
‘제압할까요?’ 하고 물은 창민의 질문에 No 사인을 보낸 것이다.
이제 와서 난동을 부리며 저들을 제압해 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다.
적어도.
괴한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최대한 정보를 얻어낸 뒤에 행동에 임해야 한다.
얼핏 봐도 족히 10명 가까이는 되어 보인다.
만약 석두가 실력을 발휘하면 저들을 금방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저들을 소탕한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분명 배후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이, 석두는 그간 드래곤의 보물을 파는 정체불명의 상인에게 제대로 원한을 사버렸다.
그가 판 물건들을 하나같이 괴도란 존재가 전부 갈취해 가기 시작하는데, 잠정적으로 구매층이 줄어드는 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자신의 거래처를 위해서라도 분명 드래곤의 보물을 파는 상인이 석두를 잡기 위해 행동에 임할 거란 예상은 했다.
그게 저들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이제부터 봐야 안다.
“바닥에 똑바로 엎드리라고!!”
탕, 타앙!!
다시 한 번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몸을 기댄다.
“두, 두목님!”
서희가 크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석두를 바라본다.
근처에 있던 세미 역시 마찬가지.
두 여자는 이런 일을 처음 당해본다.
저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난생 처음 보는 총. 그것도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총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두 사람을 억압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선 두 여자들을 안심시켜 줘야 한다.
“일단 저들의 말에 얌전히 따라라. 그리고 창민.”
“예, 두목님.”
“내가 만약 행동에 임하게 되면 넌 우선적으로 세미와 서희를 보호해라.”
“혼자서 가능하시겠습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라.”
서로 둘이서 속닥이고 있는 사이에, 괴한이 천천히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네가 진수안이냐?”
“…그렇소.”
“긴말은 하지 않겠다. 천리안 수정구를 내놓아라.”
“……!!”
근처에서 복면 남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석두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찡그리기 시작한다.
괴도라고 스스로를 칭할 때 모방범일 확률도 머릿속에 넣어뒀지만, 이것으로 인해 석두는 한 가지 확신을 품게 된다.
녀석들은 드래곤의 보물에 대해 알고 있다!
‘단순한 모방범이 아니란 뜻이군.’
속으로 혀를 차는 석두가 머릿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금 행동에 옮길까?
천리안 수정구를 두 눈 멀쩡히 뜬 상태에서 빼앗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겨우겨우 찾아낸 보물의 행방을 고작 복면의 괴한들 따위에게 빼앗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군. 순순히 넘기지 않는다면 네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 보내는 수가 있어!”
“…….”
총구를 들이밀며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하는 괴한.
그러자 옅은 한숨을 내쉰 진수안이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며 괴한에게 내밀기 시작한다.
“여기 있소.”
손바닥 안에 겨우 들어올 만큼 작은 구슬을 건네받은 괴한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게 바로 드래곤의 보물이라는 거군.”
“……!”
역시 녀석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드래곤의 보물에 관한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진수안이 천리안 수정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일까.
그 모든 것들이 수수께끼였지만,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괴한의 행동도 아닌 진수안의 행동이었다.
그가 순순히 천리안 수정구를 건네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천리안 수정구 자체의 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진수안은 분명 괴한들이 파티장을 습격할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외적인 행사를 치르는데 천리안 수정구를 통해서 행사에 문제가 생기는지 아니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닌가.
특히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침착함과 현명함을 겸비한 진수안이라면 분명 천리안 수정구를 통해 미래의 일을 내다봤을 것이다.
하나 그는 마치 괴한들의 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순순히 수정구를 돌려주기 시작한다.
‘두목님.’
진수안으로부터 특정 물건을 노리고 왔음을 창민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수안이 괴한들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 창민은 저걸 넘겨주면 안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석두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라도 신호를 보내주신다면…….’
‘아니, 저건 넘겨라.’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석두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어차피 창민은 저 수정구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왜 저런 수정구 따위를 노리고 있는지, 그리고 저 수정구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한 번은 알아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석두는 지금 저 수정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넘겨줘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하나 석두가 괜찮다고 하니 창민이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다.
그저 얌전히 지켜보는 수밖에.
“경찰 녀석들이 옵니다!”
괴한 중 한 명이 리더로 보이는 복면 남자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개를 끄덕인 복면 남자가 다른 괴한들에게 지시한다.
“곧장 탈출한다!”
“예!”
우르르.
빠져나가는 것도 엉성하기 그지없다.
뭔가 체계적인 느낌보다는 마치 길거리에서 양아치 노릇을 하고 있던 녀석들에게 누군가가 총을 쥐어주고 강도짓 좀 해보라고 시킨 듯한 모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
한동안 괴한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석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창민에게 슬쩍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창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괴한들이 빠져나간 통로로 빠르게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어차피 회장은 지금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누구도 창민이 저들의 뒤를 쫓아 뛰어 나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 그럼…….’
주변을 바라보던 석두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일 좀 해볼까.’
그가 꺼내든 것은 바로…….
괴도를 상징하는 흰색의 가면이었다.
* * *
한편.
괴한들이 두 대의 차량으로 나눠 탄 채 도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창민이 빠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나다… 곧장 추격해.”
-예, 알겠습니다!
창민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한 대의 차량이 괴한들이 탄 차량의 뒤를 따라 곧장 미행길에 오른다.
한편 빌딩 입구에서 대기하던 창민의 앞에 차량 한 대가 정차한다.
“이쪽입니다!”
“늦었군.”
차량에 오르자, 안에는 이미 덩치를 비롯해 번개가 탑승하고 있었다.
“곧장 위치 파악하고 애들 집합시켜라.”
“두목님께서는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저 건방진 녀석들에게 예의범절이라는 걸 교육시키라고 말씀하셨다.”
“교육이라… 알겠습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창민이 탄 차량을 필두로 수십 대의 차량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어느 한 곳으로 향하게 된다.
* * *
한편.
어느 한적한 공원에 도착한 괴한들이 오늘 벌인 소동을 안주 삼아 술자리를 벌이기 시작한다.
“내 활약 봤냐? 총을 타다당! 쏘면서 협박할 때 말이야!”
“캬~ 자본주의에 찌든 돼지들이 바닥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빌 때 얼마나 쾌감 있던지!”
“크크큭,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어.”
“평소에 우릴 쓰다 버리는 부품 취급하던 녀석들을 잔뜩 굴리니까 기분 째지더라!”
서로가 그렇게 자신의 활약상들을 자화자찬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도 괴한 일당 리더는 스마트폰을 매만지며 누군가와 수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리더. 그 사람 언제 온대?”
괴한 중 한 명이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남자에게 질문한다.
그러자 리더라 불란 젊은 남성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연다.
“그 아저씨랑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떻게 연락이 안 된다는 거야?”
“폰이 완전히 꺼져 있어.”
“그래?”
확실히 이상하다.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리더였지만, 괴한 중 몇몇이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기 시작한다.
“어차피 만나기로 한 이 장소에 계속 있으면 조만간 오겠지. 안 그래?”
“그리고 우린 그 아저씨가 반드시 받아가야 할 물건이 있잖아. 이 총하고…….”
“그 수정구.”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바로 리더의 손에 들려져 있는 수정구.
이들은 이 수정구를 탈취하는 대신에 자신들에게 무기를 제공한 선글라스의 남자에게 거액의 보수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남자가 약속 장소로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에겐 결코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 총이라는 무기를 공짜로 얻은 셈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다수의 인원들과 무기만 있으면 이들은 어딜 가더라도 무법자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진짜 괴도라고 알고 있겠지.”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이들에게 의뢰를 한 남자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괴도 흉내를 낼 것’이었다.
왜 그런 조건을 내걸었는지 괴한들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자신들의 정체를 쉽게 들키는 것보다 괴도란 존재를 대신 파는 게 이들에게도 유리하다고 판단했기에 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계획한 그대로 잘 흘러가는 듯했다.
남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것 빼곤 말이다.
아니, 한 가지 더.
“어린놈의 새끼들이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만, 공공장소에서 술판이나 벌이고 있었네.”
“……?!”
언제부터일까.
넓은 공원을 중심으로 괴한들을 포위하기 시작한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이들에게 경고하기 시작한다.
“얌전히 있을 때 아가리 다물고 잡혀라. 알겄냐?”
이들 중에서도 우락부락한 근육을 뽐내며 등장한 남자, 덩치가 어깨를 푸는 시늉을 하며 항복을 권고한다.
싸움 좀 하게 생긴 이들의 숫자는 이미 괴한들보다도 압도적인 인원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 새끼들……?”
괴한들이 어벙한 표정을 지어 보일 무렵, 덩치에 뒤이어 이번에는 차가운 인상을 지닌 남자가 한 발자국 앞서 나오기 시작한다.
바로 회장에서 괴한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던 김창민이었다.
“얌전히 경고에 따르는 게 좋을 거다, 애송이들.”
오랜만에 조폭으로서의 본성이 살아나기 시작한 모양인지 창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