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49
52화 정면대결 (6)
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행동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해 주세요. 목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서희의 말에 적룡파 인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나이도 어리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간부 입사 테스트에서 합격한 인물이다.
어린 여자라 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서희가 지시한 것은 우선 타깃이 머물고 있는 주변 일대에 사람들의 유동을 최대한 자제하게끔 만드는 일이었다.
새벽 3시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피서지이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에서는 취객이 많은 편이었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알아서 재량껏 해주세요. 적당한 협박까진 허용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하진 말아주세요. 그들도 무고한 시민들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여러 군데에서 소규모로 세력을 맡고 있는 행동대장들이 통신기를 통해서 서희의 말을 이해했다는 보고를 해온다.
-한 가지 질문 드려도 됩니까?
“네, 뭔가요?”
-폭력도 사용해도 됩니까?
“…….”
사실 평소의 적룡파라면 가급적 폭력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석두도 애초에 목적은 드래곤의 보물을 되찾는 것이지, 아무런 죄 없는 시민들에게 지대한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강행 수단을 강요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하나 이번 일은 다르다.
그녀의 곁에 머물던 창민이 짧게 읊조린다.
“폭력은 허가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두목님은 저희에게 전적으로 주변 통제를 맡겼습니다. 두목님이 행동에 임하는 가장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보는 눈들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애들을 풀어놓았다고는 하지만, 분명 반기를 드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일부러 시비를 털어 시선을 우리 애들 쪽으로 쏠리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
“두목님도 이번 경우에는 딱히 폭력에 대한 통제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주변 통제를 맡긴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폭력을 서용한다 해도 딱히 별다른 말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행여나 두목님께서 서희 양에게 뭐라 할 거 같으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폭력은 허용해 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
비록 자신이 범죄자 집단으로 들어간다는 걸 사전에 각오하고 적룡파에 들어왔지만, 막상 자신의 입으로 폭력을 허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희는 그저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독 인간 불신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
그녀가 믿는 건 단 한 명이다.
괴도, 김석두.
그런 석두가 그녀에게 주변 통제를 일임했다. 그렇다면 그의 기대에 부응해 주는 것이 서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폭력도 허용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폭력은 휘두르지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네!
여기저기서 기합이 잔뜩 들어간 대답이 들려온다.
이들은 애초에 폭력배다.
민간인들에게 주저리주저리 입을 털면서 협박을 한다고 한들 이들의 성에 차겠는가?
천만에.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선 주먹을 휘둘러야 오히려 적성이 맞을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
창민의 말에 따라 폭력까지 허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 뒤가 찝찝한 서희였다.
과연 이게 합당한 명령일까?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신을 할 수 없었지만, 폭력을 허용함으로써 석두의 작업 환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나저나 타깃이 과연 누구일까요.”
창민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바로 옆인지라 그의 혼잣말을 듣게 된 서희가 단답형으로 그의 말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유레희라는 여성분이에요.”
“유레희?”
“네. 의류 쪽에서 저명한 사업가로 알고 있어요.”
“과연…….”
“창민 씨도 타깃이 누구인지 이름 정도는 두목님한테 듣지 않았나요? 분명 한자리에 같이 있었을 텐데…….”
“전 딱히 그런 상류층 사람들이랑은 큰 접점이 없어서요. 이름은 물론 그때 들었던 거 같지만, 굳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습니다.”
창민이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어째서 석두가 그녀를 노리는 것일까.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라 매번 특정인을 찾아내 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뭔가가 있다.
석두가 지니고 있는 기이한 능력.
그리고 알 수 없는 행동.
그 모든 것이 무슨 연관이 있으리라.
하지만 도통 그게 뭔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창민이 도끼파를 이끌었던 조직 폭력배 두목이었다 하더라도 그는 어디까지나 마법이라든지 드래곤의 실존 여부 같은 그런 비일상적인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할지라도 애초에 믿지도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두목님은 뭔가 저희에게 털어놓지 않는 비밀이 많으신 분이지요.”
“네, 그건 저도 공감해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창민이 슬쩍 서희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제 손으로 두목님의 사생활을 파헤칠 생각은 없어요.”
“그렇군요.”
석두가 지닌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일부러 그가 적룡파 간부들에게도 그 사실을 공유하지 않는 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기에 서희는 일찌감치 창민에게 못을 박아둔다.
창민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같이 석두의 비밀을 알아볼 생각이 없냐는 의도다.
비록 서희가 창민에 비해 사회 경험도 낮고 세상의 파도를 견뎌온 횟수도 지극히 적다.
하나 그녀는 머리가 좋은 편이다.
창민이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자신은 창민의 계획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한 것이다.
“아쉽군요.”
창민의 입장에선 그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서희가 자신과 뜻을 같이하게 된다면, 분명 석두의 비밀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단호히 거절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두목님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쓸데없는 호기심은 잠시 접어두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서희의 경고에 창민이 알았다는 식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녀의 말이 맞다.
지금은 우선, 눈앞에 놓인 일을 해결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창민으로선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김석두란 남자와 같이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단 말이지.’
속으로는 그런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불안감과 동시에 알게 모르게 속이 시원한 그런 감정도 있다.
밑바닥 인생들이 힘을 뭉쳐 윗대가리 놈들을 때려눕히는 것이다.
물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들밖에 없지만, 이만큼 통쾌한 업무도 찾아보기 힘들다.
* * *
주변 통제는 이미 서희와 창민에게 맡겨뒀다.
적룡파 일원들이 서서히 레희가 머물고 있는 호텔 주변을 기점으로 유동 인구를 통제하기 시작할 무렵, 석두는 망치와 번개를 데리고 서서히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텔이 참… 기가 막히는군요.”
망치가 으리으리한 호텔의 전경을 바라보며 내뱉은 말이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보다도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적룡파는 딱히 좋은 호텔을 잡을 필요가 없었다.
시설보다는 많은 인원수를 수용할 만한 곳이어야 했기에 그다지 호텔의 수준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레희의 경우에는 다르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
석두가 딱 잘라 망치의 말을 끊어버린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임해야 한다.
“들어가자.”
“예!”
석두의 작전은 대략 이렇다.
어차피 시간이 늦은 터라 호텔 안이라 하더라도 로비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있어봤자 카운터에서 일을 보는 직원 2~3명 정도밖에 없으리라 추정된다.
들어가자마자 망치하고 번개가 이들의 관심을 끈다.
그사이 석두는 몰래 방으로 잠입해 몇 시간 전 침입하지 못했던 레희의 방으로 침투한다.
‘분명 무언가 장치는 해뒀겠지.’
그러나 확실한 건, 레희뿐만이 아니라 루틴이란 남자도 이 호텔 안에 여태까지 머물고 있다.
그건 부하들을 통해서 확인을 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론 마법을 이용해 몰래 포위망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크다.
배제할 수 없는 확률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루틴도 딱히 도망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그 또한 다른 일을 내팽개치고 일부러 거제도까지 왔다.
목표는 누가 봐도 뻔하다.
석두와 담판을 짓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괴도를 방치해 두면, 오히려 큰 손해를 입는 것은 레이나에게 훔친 드래곤의 보물을 파는 상인이다.
드래곤의 보물을 구입해 봤자 어차피 괴도라는 존재에게 무상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거금을 투자해서 드래곤의 보물을 마련했는데,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빼앗긴다고 생각을 해보라.
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란 말인가.
게다가 보디가드와 더불어 여러 방면으로 중무장을 해봐도 괴도의 행보를 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실패 사례가 없다.
그 전례가 잠정적인 구매자들의 구매 의욕을 끊임없이 떨어뜨린 것이다.
루틴으로선 손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괴도라는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상관도 괴도에 관한 일을 빨리 해결하라고 압박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선 괴도를 없애야 한다.
따라서 아마도 거제도가 이들의 최종 결전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나를 제거하려고 한다면, 분명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날 잡아들이기 위한 함정을 파뒀을 게 틀림없다.’
함정인 줄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다.
상황은 루틴에게 유리해 보일지 몰라도, 석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레이나란 존재다.
여차하면 레이나가 직접 나설 준비도 이미 끝이 나 있다.
석두가 할 일은 그저 루틴의 견제를 피해 죽음의 눈을 되찾아 오는 것뿐.
루틴은 어차피 레이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 점만 잘 염두에 두면, 제아무리 그가 이 호텔에 함정을 파뒀다 하더라도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 큰 문제점은 없으리라 예상된다.
띠링!
자동문이 열리며 환한 호텔 로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석두가 예상했던 그대로 안에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종업원 2명밖에 없다.
“망치.”
“예, 형님!”
어차피 서로 어떤 작전을 쓸지에 대해선 미리 상의가 끝났다.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번개와 함께 카운터로 향하는 망치.
“실례합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종업원들의 관심을 끌 무렵, 석두가 정신을 집중하며 로비 주변을 훑어본다.
아직까진 딱히 함정이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어디까지나 조심스럽게, 그리고 철저히 이번 의뢰를 소화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오히려 석두가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