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56
59화 고민 (1)
석두의 강제적인 협박에 의해 레이나의 행동이 제한되었다.
물론 레이나의 입장에선 석두의 그런 처사가 그다지 보기 좋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하겠나.
드래곤의 존재가 외부로 발설되는 것보다야 좋지 아니한가.
물론 인간계에 자신의 존재가 유포된다 하더라도 레이나에게 별다른 큰 위기는 아니다.
그저 귀찮아질 뿐.
그리고 인간이라 하는 생물은 상당히 영악하다.
비록 레이나가 최강의 생물체라 불리는 드래곤이긴 하지만, 언제 인간 연합에 의해 그녀가 당하게 될지는 잘 알지 못한다.
“…….”
오랜만에 잠시 들르게 된 레이나의 레어.
드래곤의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임과 동시에…….
레이나의 육신이 잠들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터벅터벅.
동굴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자신의 레어 입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심스럽게 레어 안으로 들어서자, 다수의 마나 기운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온몸에서 느껴질 정도다.
레이나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만약 레이나가 아닌 제3자가 이곳 레어에 오게 된다면, 최소 9클래스 이상의 방어 마법이 발동할 것이다.
말 그대로 이곳 레어는 철통 보안이다.
그러나 레이나는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이 보물들을 도난당하게 되었다.
분명 최소 9클래스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리라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10클래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10클래스는 드래곤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최고 클래스 단위다. 인간이 10클래스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건 레이나로선 듣도 보도 못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곳 인간계는 마법이라는 명맥이 한번 크게 끊긴 적이 있었다.
고대 문명 시기의 인간계에는 분명 마법이 존재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혹은 종교 전쟁 등으로 인해 마법이란 존재는 점점 사람들에게 소외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바로 지금 이 시대까지 연결이 되어버렸다.
물론 몇몇 곳에선 마법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으나… 그래봤자 5클래스 이하의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대다수다.
이들이 제아무리 힘을 모아봤자 레이나를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물며 그들이 레이나의 레어에 심어져 있는 결계를 뚫고 그녀의 보물들을 탈취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도대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레이나의 보물을 앗아 간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피해자 입장에 속하는 레이나 본인도 도저히 도둑이 사용한 기술에 대해 추측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은 드래곤이 레이나의 보물을 노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이나는 자신 이외의 드래곤을 본 적이 없다.
드래곤들은 너무나도 오랜 수명을 지닌 채 살아왔다. 물론 레이나도 그중에 하나로 포함이 되지만, 오랜 기간을 살았기 때문에 동족끼리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드래곤들의 경우에는 숙면기에 들어갈 때가 있다. 서로 우연치 않게 숙면기가 겹치지 않게 된다면 같은 종족을 찾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드래곤들은 동족을 찾고 싶다는 열망 자체가 거의 없다.
찾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반갑다고 인사하고 그게 끝 아닌가.
그 이상의 볼일은 없다.
그래서 레이나도 구태여 자신의 동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이 도난당한 보물을 찾을지언정, 동족을 찾아다닐 만큼 정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레어 안으로 들어오는 데에 성공한 레이나.
대략 10분 정도를 걷자, 동굴의 막다른 길이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벽 쪽까지 다가간 레이나가 손을 내밀며 벽과 손바닥을 마주한다.
“…….”
살짝 눈을 감자, 벽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빠르게 모습을 감춘다.
벽이 모습을 감추자마자 드러나는 곳은 바로 또 다른 동굴로 이어지는 길.
“오랜만에 오긴 했지만… 역시 그대로네. 변함이 없어.”
하기사.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내뱉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레어에 올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레이나 하나뿐이다. 물론 그녀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들렀던 도둑놈을 제외하고는 레이나 이외의 인물을 그녀가 스스로 들여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녀에게서 드래곤의 심장을 이식받아 힘을 지니게 된 역대 괴도들 역시 레이나의 레어를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레이나의 레어 관리는 철저하다. 비록 도둑에게 한번 털리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철통 보안을 선보이며 개미 새끼 단 한 마리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덕분에 주인이기도 한 레이나도 레어 안에 들어가려면 마법 결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예의 또 다른 도둑놈이 레이나의 레어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딱!!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레이나.
그녀의 행동을 시작으로 동굴의 천장에서 밝은 빛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레이나가 사전에 레어를 꾸밀 때 작업했던 것으로, 동굴 위에 마법진을 새겨둬 특정 신호를 보내면 어두운 동굴 내부를 비출 수 있게끔 미리 세팅을 해뒀다.
그 덕분에 이렇게나 밝은 동굴 환경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마법도 잘 발동하고… 이 정도면 이상이 없네.”
귀찮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레어를 들려 마법진, 그리고 결계가 잘 발동하는지 한 번 정도는 정기적인 검사를 행한다.
이런 검사도 없으면 또다시 자신의 보물을 도난당할 우려가 크다.
특히나 육신이 숙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면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한 번 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레어의 끝에는 드래곤의 보물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존재가 넓은 공간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바로 세상모르고 잠이 든 레이나의 육신이다.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몸체가 거칠게 숨을 토하며 웅크린 채 잠에 빠져 있는 모습. 만약 이것을 일반인들이 목격했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을지도 모른다.
레이나의 전신에는 주변의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한, 살기를 담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한마디로 드래곤 피어와 비슷한 형태의 아우라다.
드래곤의 외형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중압감을 심어줄 수 있긴 하지만, 그에 따라 드래곤 피어도 묻어 나오니 일반인은 아마 레이나의 육신 자체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이다.
“언제쯤 숙면이 깨어나려나…….”
만약 레이나의 육신이 숙면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레이나라는 정신체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래곤의 육신과 동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체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육신과 따로 떨어져 있는 레이나도 충분히 강하다. 드래곤의 심장을 지니고 있는 석두와 루틴에 비해서 오히려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으니… 그녀의 강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육신을 지니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육체만 다시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쭙잖은 협박을 가해온 석두에게도 자신의 위압감을 심어줄 수 있을 터이다.
* * *
레이나가 그녀의 레어로 향한 시간 동안 석두는 또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중이었다.
전화상으로 직접 접촉을 해온 남자.
바로 노 회장이다.
석두를 도와준 조력자 중 한 명이기도 하며, 실로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요즘은 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석두의 적룡파 간부 라인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래서 노 회장의 정보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창민과 도서희 등 우수한 인재들이 석두의 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몫을 충분히 해주는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적룡파는 많은 힘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레이나도 있다.
레이나가 비록 거제도에서 석두의 통제를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긴 했지만, 그래도 적룡파의 손과 발이 되어 직접 움직여 준 적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김창민이 이끌던 도끼파를 박살 낼 때의 일이었다.
물론 레이나가 없어도 석두가 혼자서 정리할 수 있는 선이긴 했지만, 그래도 레이나가 석두를 도와준 덕분에 쉽사리 도끼파를 정리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적룡파는 예전의 적룡파가 아니다.
초창기 노 회장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그 적룡파에 비해 지금은 월등히 많이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노 회장과의 거래, 그리고 연락 횟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
차량을 정차시킨 뒤 하차해 특정 가게를 올려다보는 석두.
강남역 근처에 있는 어느 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입구로 향해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종업원이 석두의 등장을 보자마자 다가오며 묻는다.
“예약하셨나요?”
“예. 김석두라고…….”
“아, 때마침 일행 분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중입니다.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예.”
젊은 남성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이동한다.
복도를 지나쳐 가장 구석 쪽에 위치한 룸 앞에 마주 서자,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노 회장의 모습이 석두의 시야 내에 들어온다.
“오랜만입니다, 노 회장님.”
“그렇군… 정말 오랜만이야.”
두 사람이 서로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동안, 종업원이 문을 닫아주며 자리를 피해준다.
두 사람만의 시간이 된 상황에서 석두가 먼저 노 회장의 안부를 묻는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허허, 잘 지내다 못해 너무 심심하던 찰나였지. 자네한테서 연락이 너무 없어서 말이야.”
“하하, 그만큼 저희 부하 직원들의 능력이 상승했다는 뜻이지요.”
“굳이 나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락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그 점에 대해선 확실히 제가 잘못을 했군요.”
석두가 순수하게 사과의 말을 들려준다.
노 회장의 말 그대로다.
굳이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그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의 말대로 연락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연락 한 통 넣지 못할 정도로 너무 바빴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석두의 순수한 사과에 노 회장이 다시 너털웃음을 자아낸다.
“어허, 그렇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아도 되네. 그저 웃자고 한 소리니까.”
“…….”
“자네의 그 융통성 없는 태도는 여전하구만. 허허허.”
석두는 머리가 잘 돌아가고 냉철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못하다.
아니, 그냥 이 사람에게는 유머감각이 별로 없는 것일까.
노 회장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나둘씩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면서 식사 준비가 갖춰지고 있던 때.
“자네를 보자고 한 이유가 따로 있네.”
노 회장이 먼저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그게 무엇입니까?”
별다른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묻는 석두.
그 순간.
석두의 귀를 의심할 만한 대화 내용이 새어 나온다.
“내가 드래곤의 보물을 훔친 장본인일세.”
“……!!!”
석두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