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66
69화 선전포고 (2)
석두의 소집 명령과 함께 그의 사무실로 모여들게 된 적룡파 간부들.
“크흠…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모이라고 하신 걸까요?”
번개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된 망치에게 슬쩍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망치라고 석두의 진의를 알 리가 있겠는가.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
“형님도 모르시는 겁니까?”
“당연히 모르지! …창민 형님이라면 왠지 알고 계실 거 같은데.”
“과연…….”
창민은 간부들 중 유일하게 석두의 정체에 대해 알아내고자 여기저기 움직였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갑자기 뒷조사를 하는 걸 멈추게 되었다.
이유는 몰랐다. 창민이 직접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두목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겠지.”
“…그렇긴 하지요.”
석두 덕분에 시궁창 인생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 거 아니겠는가. 어찌 보면 석두가 이들의 인생에 크나큰 구원줄이 되어준 셈이었다.
목숨을 다 바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석두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그나마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만약 석두가 시키는 일에 부담감을 느끼고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부터 석두에게 포기 의사를 내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석두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물론 석두도 이들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최상층 도착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희와 세미가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들,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번개가 입꼬리를 크게 말아 올리며 물었다.
영악하게 생긴 탓에 그가 지어주는 미소에선 그리 상큼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서희를 대신해 세미가 대표로 대답을 들려줬다.
“간부들이 다 모이고 나서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말을 해서요.”
“두목님이 말입니까?”
“네.”
“흐음… 이상하군요.”
평소에는 이런 게 없었다.
그냥 도착하는 대로 사무실에 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망치가 번개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역시… 평소에 비해 뭔가가 다른 느낌이야.”
졸지에 복도에서 대기하게 되어버린 4명의 남녀.
그사이, 엘리베이터가 다시 띵! 소리를 내면서 이번에는 쾌남이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긴 코트에 마스크, 모자, 안경까지.
최대한 외부로 자신의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 왔냐?”
망치가 쾌남의 어깨를 크게 한 번 텅! 소리가 나게끔 내치자, 쾌남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아슬아슬하게 무게 중심을 잡은 쾌남이 망치를 못마땅하다는 시선으로 한번 바라본 뒤,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왜 안 들어가는 겁니까?”
“다 모일 때까지 여기서 대기하랜다.”
“…두목님이… 말입니까?”
“그래. 혹시 뭐 아는 거 없냐?”
“…아니요… 전혀…….”
“흐음, 그래?”
이것으로 여기 있는 다섯 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복도에서 마지막 남은 인원, 김창민이 올 때까지 대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석두가 사무실 안에 있다는 것까진 확인이 되었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에 올라올 만한 사람은 이제 단 두 명밖에 없었다.
김창민, 아니면 레이나.
남은 적룡파 간부라고 한다면 이 두 사람밖에 없었다.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문.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된다.
다수의 시선들 속에서 등장한 사람은 바로 전(前) 도끼파 두목이기도 한 김창민이었다.
“이곳에서 뭐하고 있지?”
아직 사무실 출입에 관한 석두의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창민이기에 이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좁은 복도에서 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나란히 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망치가 대표로 이들이 여기에 서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두목님께서 모두 모이기 전까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모두? 그 모두라는 범위에 레이나 양도 포함되는 건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레이나는 특별했다.
다른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적룡파 간부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뭐라고 할까. 석두와 동급의 지위를 지닌 자처럼 행동했다.
무엇보다 석두의 명령에 얽매이지 않는 유일한 간부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
사무실 앞까지 걸어 나간 창민이 가볍게 노크를 했다.
똑똑 소리와 함께 석두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누구지?”
“접니다, 두목님.”
“창민이인가.”
“예. 레이나 양을 제외하고 적룡파 간부들은 다 모였습니다.”
“그렇군. 안으로 들어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창민의 예상대로 레이나는 별도였다.
천천히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서는 적룡파 간부들.
동시에 이들의 입에서 말도 안 된다는 감정을 담은 탄식들이 새어 나왔다.
“세상에…….”
“이, 이게 뭐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이질적인 무언가 때문이었다.
마치 이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포탈 게이트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게 이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두목님, 이건…….”
망치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묻자, 석두가 손으로 게이트를 가리켰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저희가… 말입니까?”
침을 꿀꺽 삼키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망치.
그뿐만이 아니었다.
망치를 제외하고도 다른 이들의 눈에도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어려 있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김창민 역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의 상식의 범위 외적인 일이 벌어지면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였다.
이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기에 석두가 먼저 게이트 앞에 섰다.
“걱정 마라. 너희를 해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
“뭣하면 내가 먼저 들어가도록 하지. 착실하게 따라오도록.”
석두가 먼저 걸음을 떼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지이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이들의 입이 그대로 쩍 하고 벌어졌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게이트를 통과한 석두가 그대로 사라졌다!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만 남기고서.
“…….”
“…….”
모두가 섣불리 발을 내딛지 못할 무렵, 이들 중에서 한 명이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제가 먼저 가볼게요.”
석두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은 간부, 도서희였다.
석두라면 일부러 이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이런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이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쇼(Show) 같은 것을 보인 게 아닐까 싶었다.
머리가 좋은 그녀였기에 더더욱 신빙성이 있는 추론이었다.
“후……!”
깊은 한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천천히 게이트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석두와 마찬가지로 지이잉!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그녀.
보면 볼수록 신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됐다.
저들이 과연 어디로 간 걸까?
한참을 망설이던 중, 두 번째 타자를 자원하고 나선 인물이 있었다.
간부들 중에서 가장 활동력이 떨어지는 남자, 쾌남이었다.
“…바깥보다 차라리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좋겠지…….”
외부 세상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였기 때문에 오히려 두 번째를 자원하고 나서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쾌남의 모습 또한 앞서 다른 두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희와 쾌남, 두 사람의 용기 때문이었을까.
뒤이어 세미가 짧게 혀를 차며 세 번째를 자원했다.
“어떻게든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녀.
뒤이어 망치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자들도 했는데, 남자라고 못 한다면 말이 안 되잖아!!”
“혀, 형님! 같이 가시죠!”
망치와 번개가 나란히 게이트를 통과했다.
남은 인물은 김상남 혼자였다.
“…….”
유독 신중함이 많은 그였기 때문에 무턱대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게 더더욱 꺼려졌다.
제아무리 석두의 지시라고 하지만, 이게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한 번쯤은 고려를 하는 게 상남의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목숨과 연관되어 있는 일로 보이진 않았다.
더욱이 석두가 이런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면…….
“드디어… 두목님의 정체를 알게 되는 건가.”
중간에 석두의 언질로 인해 중단했던 뒷조사에 내심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상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하고 있으니…….
상남의 입장에선 오히려 반길 만한 일이었다.
“슬슬 가볼까.”
상남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게이트 안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과 함께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 *
가장 마지막으로 게이트를 통과한 상남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바로 ‘어둠’이었다.
넓은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어둠.
“여긴…….”
스마트폰을 꺼내 불을 밝히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이들의 머리 위에 빛의 구슬이 번쩍이며 내부를 밝혀줬다.
“……!”
갑자기 새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을 가린 상남.
이윽고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자, 이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동굴인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만.”
앞서 게이트를 통과했던 망치가 상남의 말에 찬성의 의사를 표현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상남과 같은 공간인 동굴 안에 소환되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석두가 잘했다는 식으로 운을 띄웠다.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
“저희가 두목님을 믿지 않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하하하!”
망치가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자, 서희가 눈을 흘기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불안해하셨으면서…….”
“어, 어흠!!”
헛기침을 하며 서희의 말을 묻기 위해 노력하는 망치였다.
어쨌든 결과적으론 모두가 석두의 뒤를 따라 이곳 동굴 안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어두운 환경에 들어오자마자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쾌남이 말을 꺼냈다.
“뭐지?”
석두가 말해보라는 식으로 쾌남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자, 쾌남이 오른손을 뻗어 이들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빛의 구체를 가리켰다.
“…저건 뭔가요? 새로운 조명 시스템입니까?”
“아, 저거 말인가?”
석두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마법으로 만든 빛의 구슬이다.”
“…마법?!”
비현실적인 단어가 튀어나오자 이들이 제각각 작은 비명을 토해냈다.
마법.
초현실적인 요소라 볼 수 있었다.
“마법이 정말로 존재하는 겁니까?!”
망치가 너무 놀란 나머지 재차 물어왔다.
그러자 석두가 게이트를 언급했다.
“너희가 통과한 게이트 역시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형성시킨 마법의 일종이다. 이것도 마찬가지고.”
잠시 입을 닫은 석두.
이윽고 천천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너희에게 세계의 숨겨진 단면을 보여주도록 하마.”
석두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