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68
71화 충돌 (2)
드래곤의 존재를 확인한 적룡파 간부들.
뿐만 아니라 석두가 레이나로부터 의뢰를 받아 빼앗긴 드래곤의 보물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괴도라는 형태의 활동해 왔다는 것까지 전부 이들과 공유를 하게 되었다.
모든 정보를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어야 훗날 노 회장에게 장악당한 슬레이어와 싸울 수 있었다.
집단 대 집단.
이 대결 구도로 이끌어가야 이들에게 승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 놀라운 말들뿐이네요.”
도서희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현재 이들은 레이나의 레어에서 빠져나와 다시 석두의 사무실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레이나도 같이 돌아왔다.
“믿고 안 믿고는 너희들 자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모든 게 진실이라는 점이다.”
“…….”
“그동안 감춰서 미안했다.”
석두의 말에 망치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두목님! 이건 뭐… 사실대로 말을 해줘도 믿을까 말까 한 이야기들인데, 두목님께서 일부러 감췄다는 건 이미 저희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구나.”
“하하! 아닙니다. 그보다도…….”
망치가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였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만.”
김창민이 망치의 발언권을 빼앗았다.
그의 말에 석두가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해보라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다.
“어째서 저희에게 이런 진실을 공유하시려는 겁니까? 지금까지 숨겨오신 이유도 물론 대략 짐작이 갑니다만… 갑작스럽게 모든 진실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 질문이라면 충분히 대답해 줄 수 있겠군.”
석두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 회장이라고… 다들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왜 노 회장의 존재가 언급되는 걸까.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와중에, 석두가 또 다른 진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노 회장은 인간과 드래곤, 양쪽의 피가 섞인 하프 드래곤이다.”
“…예?!”
“세상에……!!”
적룡파 간부들의 술렁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냉철한 태도를 유지해 오던 창민조차도 이번 석두의 발언에는 큰 동요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재정신을 차린 창민이 추가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프 드래곤이었다는 게… 저희에게 두목님이 진실을 밝히는 것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노 회장은 슬레이어라는 조직을 통해서 드래곤을 사냥하려고 한다.”
“사냥이라…….”
“지금까지 나와 같이 괴도로서 활동을 해온 너희들이기 때문에 아주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드래곤의 보물이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해서 말이야.”
“…….”
모를 리가 있겠는가.
물론 직접적으로 본 적은 거의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드래곤의 보물이 얼마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석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라면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드래곤의 보물… 그게 인간의 손에 넘어간다면, 분명 이 세계에 악영향이 미칠 거다.”
“그렇군요…….”
차라리 드래곤의 보물은 주인인 드래곤이 보관하고 있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몰랐다.
드래곤들은 딱히 인간계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해 스스로 인간인 척 살아가며 유흥을 즐기는 정도의 관심밖에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드래곤의 보물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으로 인간계를 지배하겠다는 욕망이라든지 그런 건 사실상 인간에 비해 덜했다.
드래곤과 인간은 엄연히 달랐다.
탐욕과 욕심으로 물든 인간. 과연 이들에게 드래곤의 보물이 넘어간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적룡파 간부들의 눈으로 수도 없이 봐왔었다.
루틴으로부터 드래곤의 보물을 구입한 사람들의 결과는 타락 그 자체였다.
드래곤의 보물이 지니고 있는 힘에 넘어가 이성조차 잃어버린 자들.
물론 아주 드물게 현명한 방법으로 드래곤의 보물을 이용하는 자들도 더러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에 속했다.
대다수는 드래곤의 보물이 지니고 있는 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런 결과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드래곤의 보물이 인간의 손에 넘어간다면 과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만에.
그거야말로 난센스였다.
“만약 슬레이어가… 노 회장이 드래곤의 보물을 독식하게 된다면, 그건 오히려 드래곤이 존재하는 이 세계보다 더 위험한 세상이 열릴지도 모른다.”
“…….”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너희에게도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석두의 진의를 이제야 파악하게 된 일행들.
노 회장과 슬레이어라는 집단을 막기 위해서.
이들 또한 병사가 되어 석두와 함께 싸워 나가야 했다.
단순한 좀도둑에서 졸지에 세계를 지켜내야 하는 사명감을 업게 된 이들.
석두도 이들이 느끼고 있을 부담감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자신감이 없어 손을 떼겠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의 의사를 존중해 이곳에서 나가게 해주겠다. 물론 내가 알려준 정보들에 대한 기억은 삭제할 것이다.”
“……!”
“어디까지나 각오가 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당장 대답을 달라곤 하진 않겠다. 3일의 기간을 주마. 그때까지 나와 함께하겠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나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도록.”
그 말을 끝으로 석두는 입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적룡파 간부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 * *
석두로부터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받은 탓일까.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세미의 머리는 과부하 상태로 돌입하게 되었다.
“어쩐다…….”
그녀는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저 기억력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석두의 적룡파 세력에 편승되었긴 했지만, 그렇다고 직접 전면전까지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사실 세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되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녀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온갖 생각을 다 해보지만, 마땅히 방법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 석두에게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게 되면, 최소 목숨을 걸어야 했다.
물론 지금까지 괴도라는 존재로 활동을 해온 것도 사실은 위험한 일에 속한 것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목숨까지 걸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중간에 위험한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언제나 최전방이 아닌 후방에 위치해 이들과 함께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싸우라니.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세미가 든 감정은 이러했다.
두려움.
공보.
그리고… 겁이 났다.
“모르겠어…….”
침대 위에 그대로 드러누운 채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린 세미가 앓는 소리를 냈다.
* * *
사정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석두와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나 몰라라 손을 뗄 것인가.
이지선다에 불과한 선택지였지만, 목숨을 건 갈림길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유독 빠른 결정을 내린 이가 있었다.
똑똑.
노크를 한 뒤, 석두의 대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남자.
바로 석두와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활동을 해왔던 망치였다.
“무슨 일이지?”
그의 방문 목적을 묻는 석두.
그러자 망치가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두목님과 함께하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예, 전혀요! 뒷골목에서 그저 소매치기 활동만 해오던 저를 이곳까지 이끈 것은 다름 아닌 두목님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두목님과 함께 멋지게 세계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후후,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망치는 유독 석두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편이었다.
그라면 충분히 일을 맡겨도 될 수 있을 터.
그때, 뒤이어 들어오는 한 남자가 두 번째로 석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저보다 먼저 온 손님이 계셨군요… 크크…….”
옅은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남자, 번개가 간사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야 할 것도 없는 심심한 인생뿐이니… 좀 더 가치 있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요.”
“그렇군.”
단순하지만, 동시에 그의 생각이 확연하게 묻어나오는 결의가 담긴 말이었다.
이로 인해 망치와 번개, 두 사람이 일찌감치 석두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윽고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슬쩍 대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제가 첫 번째가 아니었네요.”
실망한 듯한 눈으로 망치와 번개를 바라보는 여성.
괴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도서희였다.
석두로부터 말을 듣자마자 카페에서 20분 정도 고민을 한 이후, 바로 대표 사무실로 올라왔던 그녀.
하지만 서희보다 먼저 온 손님이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너도 괜찮겠나.”
석두가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그녀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러자 서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 문제없어요! 그리고 전 평생 괴도님과… 아니, 두목님과 함께하기로 했는걸요.”
“이거 참… 기쁘군.”
석두가 미세하게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레이나가 만나기 전에, 혼자서 모든 누명을 다 뒤집어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려고 했던 과거의 기억.
그때, 석두는 세상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가족조차 없었기에 그는 홀로 세상과 싸우며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했었다.
그러나 세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결국 레이나와 만나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그럼 일단 이렇게 3명 정도는 확보된 건가요?”
망치가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러자 석두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은 한 명 더 있다.”
“네? 그게 누구입니까?”
“쾌남이다.”
“……?!”
“나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더군. 자기도 합류하겠다는 내용을 적어서 보냈다.”
“하하, 그 녀석도 참…….”
쾌남답다고 한다면 그다운 방식으로 의사를 밝혔다고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4명째 확보.
이제 남은 인물은…….
세미와 창민, 두 사람뿐이었다.
세미는 많이 고민될 것이다. 고아원 식구들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전쟁을 하는 건데, 세미 스스로도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석두도 그녀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바로 창민이었다.
‘그 녀석은 가급적이면 지원을 해준다면 좋겠는데…….’
김창민의 존재감은 석두에게 실로 많은 도움을 줬었다.
실제로 도끼파라는 조직의 두목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머리가 잘 돌아가고 냉철한 사고방식을 구사할 줄 아는 남자였기에 석두가 많이 의지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과연 그도 합류 의사를 펼쳐올 수 있을까.
오로지 김창민, 본인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