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71
74화 충돌 (5)
갑작스럽게 손에 얻게 된 드래곤의 보물, 플레임 소드를 이용해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김창민 일행.
하나 그것도 잠시.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어요!”
도서희의 보고에 김창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아마 빌딩에 공급되는 전력을 전부 다 차단했을 겁니다. 계단을 이용하도록 하죠.”
“네!”
십 층이 넘어가는 적룡산업 빌딩이지만,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딱히 많지 않았다.
김창민의 말처럼 계단을 직접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일 역시 쉽지 않았다.
“타깃 발견!”
“즉시 사살하라!!”
사살 명령을 받은 모양인지 슬레이어에 소속되어 있는 습격자 3명이 순식간에 이들의 정면에서 기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딜 감히!!”
엄청난 완력을 앞세운 망치가 그대로 오른손을 뻗어 한 남자의 머리를 움켜쥔 채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번개 역시 빠른 움직임으로 다른 한 명의 발을 걸어 넘어뜨려 바로 제압을 해버렸고, 마지막 남은 슬레이어의 인원은 김창민과 플레임 소드에 별다른 손도 제대로 써보지 했다.
화르륵!!
불타오르는 화염의 불길에 놀란 슬레이어 멤버.
그 틈을 타 창민이 그대로 허리춤에 꼽혀 있는 다른 하나의 단검을 빼어 들어 녀석의 목에 정확히 꽂았다.
비명횡사를 당한 슬레이어 멤버.
또다시 살인의 현장을 보게 된 도서희와 세미였지만, 그녀들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기로 했었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는다.
그것이 지금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었다.
한편.
콰과과광!!
쿠구궁!!
바깥에서 엄청난 소음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창민이 얕은 소리로 읊조렸다.
“레이나 양이 바깥에서 제대로 난동을 부려주고 있는 모양인가 보군.”
그녀 덕분에 빌딩 내부로 침입을 해 들어오는 슬레이어 멤버들도 별로 없었다.
만약 레이나가 저들을 상대해 주지 않고 있었다면, 김창민과 일행들은 몰려오는 슬레이어 멤버와 더불어 특수부대들에게 벌써 죽임을 당했을 게 틀림없었다.
일당백이 가능한 레이나가 혼자서 난동을 부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김창민 일행에 신경을 쓸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레이나뿐만이 아니라 현재 김석두가 괴도를 잡기 위해 특별히 구성된 슬레이어와 특수부대의 수장이기도 한 노 회장을 직접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미 김창민 일행은 저들에게 있어서 주요 타깃층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로구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김창민이었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안심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직 모든 위기는 순탄히 넘어가지 않았다.
레이나야 어차피 별 걱정은 들지 않지만…….
문제가 있다면 바로 김석두 쪽이었다.
“두목님이 적의 수장을 쓰러뜨릴 수 있으시다면야 참 좋을 텐데.”
그것이 바로 이들이 원하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모든 것은 김석두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들의 목숨마저.
* * *
마법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노 회장이 있는 곳을 알아차린 김석두가 그대로 어느 한 건물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옥상의 벽을 그대로 허물며 내부로 진입하자, 그곳에는 노 회장을 비롯해 5명의 슬레이어 멤버들이 석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 네 녀석!!”
“인간 주제에 드래곤과 계약한 놈이로군!!”
“죽어라!!”
다섯 명의 슬레이어 멤버들이 제각각 지닌 드래곤의 보물을 빼어 들고 석두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석두가 오른손을 한 번 휘저음과 동시에 이들의 몸이 그대로 붕 뜨더니,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커억!”
“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정신을 잃어버리는 다섯 명의 슬레이어 일원들.
순식간에 드래곤의 보물을 소지한 다섯 명을 제압해 버린 김석두였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한 명.
단 한 명만을 끝까지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 김석두.”
노 회장의 입가에 이죽거림이 어리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양복과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는 노 회장.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상, 평소의 노 회장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드래곤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하프 드래곤. 그게 바로 노 회장의 정체였다.
“결국 이 세계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르는 드래곤의 편에 서다니. 자네의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건가?”
“막연한 위험 부담을 제거하기 위해 당신 같은 속 시커먼 인간에게 절대 권력을 넘겨주느니, 차라리 레이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숙면에 취하게끔 해주는 편이 더 안전하겠지.”
“후후… 과연, 그게 레이나의 편에 서게 된 이유인가?”
“그렇다면?”
“간단하면서도 어리석은 이유로군.”
“꼭 반드시 무거운 이유가 필요한가?”
“하긴… 자네의 선택인데, 내가 왈가왈부하는 것도 웃기겠군. 어차피 나도 암묵적으로는 알고 있었네. 우리가 서로 이렇게 될 거란 사실을.”
노 회장의 눈에는 후회라든지 망설임 같은 감정이 묻어 나오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되어서 잘되었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둘은 서로 충돌할 수박에 없었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자는 그 힘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법.
두 사람이 비록 레이나라는 공통된 존재를 적으로 둔다 하더라도, 훗날 레이나를 처리하면 이번에는 김석두와 노 회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서 어느 한쪽의 우열을 미리 가리는 편이 좋겠군.”
노 회장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새겨졌다.
그와 동시에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김석두가 빠르게 그의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오른손에 맺히는 마나 덩어리.
그 덩어리를 그대로 노 회장의 안면에 적중시키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그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투웅!
마나 배리어에 의해 튕겨 나온 석두의 공격.
그러는 사이에 노 회장의 두 눈이 번뜩였다.
“무턱대고 공격만 하는 건 방법이 아니지.”
“……!!”
석두의 발밑 주변에 강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불의 기운.
그것을 보자마자 빠르게 뒤로 걸음을 물리는 석두.
이윽고 그가 있던 자리에 순식간에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불의 장벽이 형성되었다.
만약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면, 순식간에 불에 타 뼛가루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노 회장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다시금 확인한 석두가 오른손에 더더욱 강한 마나 덩어리를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공격을 통하게 만들려면, 우선 저 마나 배리어부터 어떻게 깨부숴야 했기 때문이었다.
“흐읍!”
짧은 호흡과 동시에 매섭게 모여드는 마나 덩어리들.
드래곤의 심장을 지니고 있었기에 마나를 다루는 솜씨 또한 노 회장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힘은 둘째 치고 경험의 차이는 드래곤의 심장으로도 메꾸기 힘들었다.
딱!
노 회장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기자, 그를 감싸고 있던 마나 배리어가 갑자기 사방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퍼어어엉!!
엄청난 충격파가 석두의 전신을 감쌌다.
“이런……!”
설마 그를 지키는 방어막을 이대로 터뜨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석두였기에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격 용도로 모으고 있던 마나 덩어리를 그대로 방어 형태로 돌렸다.
역으로 마나 배리어를 친 석두.
그의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건물을 날려 버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이윽고 잠잠해질 무렵, 눈을 떠 노 회장이 있는 위치를 살폈다.
그는 공중으로 치솟아 석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래도 여태까지 괴도 행세를 한 게 헛짓은 아니었나 보군. 마나를 다루는 솜씨가 제법 늘었어.”
“…칭찬 고맙군.”
적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노 회장은 자신이 쓰러뜨려야 할 적. 제아무리 사탕발림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를 쓰러뜨려야 한다.
그게 김석두가 지니고 있는 유일무이한 목표이기도 했다.
세간에 국보로 인정받았던 물건들을 누군가가 대형으로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다수의 인명피해가 일어난 시점에서 사건의 시발점으로 낙인찍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했던 김석두.
레이나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김석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레이나로부터 추가적으로 그러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국보라 불리던 물건은 사실 레이나의 보물이었다는 점을.
결국, 드래곤의 보물을 탐하던 자들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고, 그 누명을 전부 김석두가 쓰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휘말렸던 그 국보 찬탈 사건, 기억하고 있는가?”
뜬금없이 석두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노 회장.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석두는 본능적으로 어느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 회장은 레이나와 계약을 맺기 전인 김석두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어떠한 경로로, 그리고 무슨 수단을 통해서 그의 과거의 정보를 알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 왠지 모를 싸늘함이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억울하겠군. 자네가 일으킨 범죄도 아닌데, 대국민적인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니.”
“…….”
“그 억울함 때문에 드래곤과 계약을 맺기로 한 건가? 진범을 찾기 위해서?”
“…….”
계속해서 석두의 속마음을 캐내려고 하는 노 회장.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석두로서는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진범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범인을 찾아 복수한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일일 것이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그 진범이라는 작자 덕분에 석두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은 말일세.”
노 회장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새겨졌다.
“그 국보 찬탈 사건을 일으킨 조직이 바로 슬레이어라네.”
“……!!”
순간 석두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처음 국보가 드래곤의 보물과 연관되어 있는 물건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당시, 석두는 어렴풋이 슬레이어라는 조직과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슬레이어와 관계된 일일 줄이야.
“슬레이어는 드래곤의 보물을 노리는 조직 중 하나지. 그리고 그 국보들… 아니, 드래곤의 보물을 찬탈해 오라고 지시를 내린 자가 내부 조직에 있었네.”
“그자가 누구지?”
석두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슬레이어 내부에서 지시를 내린 자.
그자가 바로…….
석두를 범죄자로 몰아세운 장본인일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노 회장의 입에서 그 내부자의 존재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로 나일세.”
노 회장.
그가 바로…….
석두에게 모든 누명을 뒤집어씌운 장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