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9
9화 자이언트 건틀릿(Giant Gauntlet) (3)
자이언트 건틀릿을 주머니 안에 넣은 민우는 슬슬 활동할 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문 바깥으로 나온 민우는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는 말을 하고서 집 바깥을 향해 천천히 나서기 시작한다.
골목길에서 민우의 행동을 목격하고 있던 망치가 서둘러 석두에게 연락을 보내기 시작한다.
“형님! 녀석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알았다. 다른 녀석들과 함께 몰래 미행하도록. 뭔가 틈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망치가 모자를 눌러쓴 채 민우의 뒤를 쫓는다.
거리를 두고 같이 걷는 척하며 따라붙은 조직원 한 명.
블록 단위로도 조직원들이 몰래 배치되어 있다.
완벽한 포위망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진영.
소매치기 같은 사람의 눈을 속이는 다양한 스킬들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민우의 행적을 쫓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으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이야기일 뿐이지, 석두와 같은 이능력을 지니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골목길로 들어간 민우가 주변을 둘러본다.
“이쯤이면 되겠지.”
주머니 속에서 꺼낸 자이언트 건틀릿을 착용한다.
그와 동시에 민우가 담벼락 윗부분을 손으로 집는다.
이윽고…….
퍼엉!!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공중 위로 튀어나가는 민우.
순간 민우를 관찰하던 조직원 중 한 명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탄성을 자아낸다.
“미, 미친……!”
“뭐야, 무슨 일이야!”
뒤늦게 골목길로 쫓아온 망치가 민우를 목격한 조직원에게 소리친다.
타깃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직원만 남아 있다.
“그, 그게 말입니다…….”
조직원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위, 위로 사라졌지 말입니다…….”
자이언트 건틀릿을 받은 민우는 그동안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장갑은 탈인간적인 어마어마한 근력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물론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양손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며, 발이라든지 다른 부위는 평범한 인간과 똑같다.
하지만 그 이상의 능력을 알아내진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게 어디인가.
“복수할 힘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공중으로 날아오른 민우가 높은 빌딩 옥상에 착지한다.
석두가 이동했던 방법과 거의 흡사한 식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중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게다가 지금은 해가 저물어가고 어둠이 몰려오는 시기.
공중에서 건물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민우를 목격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바박!
바닥을 손으로 짚은 채 그대로 퉁겨내는 모션을 취하자 다시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민우.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민우는 자신에게 추적자가 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건틀릿은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한 그에게 엄청난 근력의 상승을 선사한 것이지 눈치까지 상승시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민우는 우연치 않게 자신을 감시하던 포위망을 뚫어버린 것이다.
“오태근, 그 개새끼를 어떻게 요리해줄까.”
민우는 자이언트 건틀릿을 얻게 된 순간.
더 이상 약자가 아니었다.
강자를 잡아먹는 괴물!
민우의 눈빛은 점점 광기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의 부주의로…….
망치로부터 민우를 놓쳤다는 소식을 접한 석두가 괜찮다는 듯이 말해준다.
“아니다. 일단 애들 데리고 들어가 있어라.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마.”
-예, 알겠습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형님. 그 녀석, 뭔가 이상한 힘을 지니고 있는 거 같습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쾌남이랑 같이 저번에 의뢰했던 물건 찾기에 신경을 쓰도록.”
-예!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석두가 혀를 찬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망치를 비롯한 조직원들의 포위망은 민우를 쫓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이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을 일반인들이 뒤쫓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비록 전에는 평범한 왕따에 불과했던 민우였을지 모르지만, 자이언트 건틀릿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손에 넣은 이상 그는 더 이상 평범한 왕따 소년이 아니다.
광기에 물든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 미치광이 도검 수집가 때와 비슷하군.”
사람은 비범한 능력을 손에 쥐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레이나에게서 드래곤의 심장을 받았던 인간들은 죄다 레이나를 배신하고 그 힘을 악용해 왔다.
그 결과는 죽음이었다.
예외 없이.
“오늘만큼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저주스럽군.”
석두는 다시 한 번 발에 마나를 집중시킨다.
이윽고 지면을 박차듯 올라가 순식간에 옥상에 착지한다.
만약 석두의 예상이 맞다면.
“…늦었군, 괴물 소년.”
맞은편에 분명 타깃이 있을 터이다.
석두의 예상에 딱 들어맞듯이, 4층 빌라로 침투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민우가 자신을 알아보는 석두를 보자마자 눈을 치켜뜬다.
“아저씨는 뭐야?”
“괴도.”
“…괴도?”
“네가 지니고 있는 물건을 훔치러 왔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석두는 시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민우의 손에 착용되어 있는 물건을 살펴본다.
레이나가 준 의뢰서에는 의뢰 품목의 외형도 포함되어 있다.
‘저거로군.’
정확히 딱 들어맞는 검은 장갑을 보자마자 석두는 속으로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명칭은 건틀릿이지만 전혀 건틀릿처럼 생기지 않은 독특한 아이템, 자이언트 건틀릿.
“얌전히 그 물건을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이 이상 해를 가하진 않으마.”
“아저씨가 무슨 권리로 이래라 저래라야. 난 이제야 힘을 지니게 되었다고! 내가 미쳤다고 이걸 고스란히 넘겨줄 거 같아?! 아직 ‘계약’은 끝나지 않았어!”
“계약?”
아이템과 민우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걸까?
약간 귀에 거슬리는 듯한 단어가 석두의 귓가를 자극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지금은 우선 민우가 지니고 있는 자이언트 건틀릿을 빼앗으면 그만이다.
“헤이스트(Haste)!”
시동어를 외친 석두가 빠르게 민우가 있는 옥상 건물로 몸을 날린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석두의 움직임에 순간 당황한 민우가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두른다!
부우웅!!
“……!”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민우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석두.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민우의 주먹이 스치자, 마치 무거운 물체가 휘둘러진 듯한 잔상이 남는다.
‘말 그대로 핵주먹이군.’
아이템의 명칭에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자이언트 건틀릿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근력 그 이상의 힘을 발동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리라 석두는 짐작했다.
물론 얼마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직접 맞아보면 알겠지만, 맞는 순간 내장이 파열되는 것만으로 끝날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스트렝스(Strength)!”
오른 주먹에 있는 힘껏 마나의 기운을 불어넣은 석두가 기회를 노린다.
민우의 주먹이 재차 휘둘러질 때를 노린 뒤!
빠가가가각!!
주먹과 주먹의 정면충돌!
5클래스 버프를 받은 주먹과 자이언트 건틀릿의 충돌은 말 그대로 치열함 그 자체였다.
“크윽!”
짧은 비명과 동시에 먼저 주먹을 거둔 쪽은 다름이 아닌 석두였다.
‘역시 아직 5클래스만으로는 부족한가!’
뼈가 바스러지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저 자이언트 건틀릿은 최소 5클래스 이상의 완력 버프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난감해지는 쪽은 석두였다.
‘내 클래스로는 순수하게 힘으로 압도할 수 없다는 의미로구만…….’
혀를 차면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한편, 석두와의 충돌로 기고만장해진 민우가 씨익 웃는다.
“아저씨도 뭔가 이상한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한가본데, 나한테는 상대가 안 돼.”
“애송이가 그렇게 입이 가벼워서 쓰나.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낭패 볼라.”
쓴 웃음을 내짓던 석두가 방법을 바꾼다.
‘기습적으로 노리는 수밖에 없어.’
침을 꿀꺽 삼킨다.
사실 드래곤의 심장을 얻은 이후로 이능력을 지닌 상대와 이렇게 치고 박고 싸울 만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진수의 경우에는 이능력이라기보다는 그저 검에게 지배당한 인간을 때려눕히는 일이었기에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엉성한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주먹 한 방 한 방에 어마어마한 파워가 실려 있다.
어차피 힘으로 맞설 수 없다면!
‘기교로 상대해주마!’
다시 한 번 헤이스트를 이용해 빠르게 달려드는 석두.
그 모습을 보던 민우가 이번에도 주먹을 휘두른다.
가볍게 첫 타를 피한 석두가 옆구리를 노려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자, 민우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뺀다.
바로 그때!
“윈드 스톰(Wind storm)!”
갑자기 석두의 주먹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풍압(風壓)이 민우를 향해 뻗어간다!
“이, 이건 도대체……!”
제아무리 민우라 해도 ‘마법’의 존재는 몰랐을 터.
더욱이 석두가 마법사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바로 그 빈틈을 노려 재빠르게 마법을 시전한 석두가 풍압으로 인해 무게중심을 잃은 민우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뻗는다.
“아이스 스피어(Ice spear)!”
콰지지지직!
석두의 손에서 순식간에 2개의 얼음 창이 생성된다.
“흐읍!”
단발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석두는 있는 힘껏 두 개의 얼음 창을 던진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얼음 창이 마치 민우를 꿰뚫으려는 듯이 날아든다.
그러나 날카로운 송곳 같았던 얼음 창이 갑자기 물의 형태로 바뀌면서 민우를 그대로 덮친다.
석두는 바닥에 엎어진 민우의 몸에 젖은 물을 그대로 얼려버리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녀석의 몸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석두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는다.
만약 민우가 마법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리고 석두가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 싸움은 장기전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이다.
터벅터벅.
구두 굽 소리를 내며 민우를 향해 걸어온 석두가 그를 내려다본다.
“힘이라는 건 그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크윽……!”
“어디서 이런 능력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건 보면 알겠지.”
우선 자이언트 건틀릿을 벗겨낸 석두는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 속에 접어 넣는다.
이윽고 손을 뻗어 민우의 머리를 매만진다.
“위로해 줄 생각이야, 아저씨?”
“천만에.”
오른손에 마나를 집중시킨다.
모처럼 캐스팅해둔 마법은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메모리 스캔(Memory scan).”
시동어와 동시에 민우가 그대로 의식을 잃는다.
털썩.
힘없이 고개를 떨군 민우에게서 손을 뗀 석두는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역시 클래스가 낮다 보니 엿볼 수 있는 기억은 얼마 안 되는 건가.”
계약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석두는 민우의 기억을 회상시켜보려 했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자이언트 건틀릿을 얻게 되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 아이템을 그저 어부지리로 얻었을 리는 없다.
드래곤의 보물을 소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일부러 실험 형태로 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메모리 스캔을 통해서 흑막을 밝혀내려 했지만 역시 소득은 없다.
클래스가 낮은 탓에 엿볼 수 있는 기억 범위는 고작해야 하루 전까지밖에 없었다.
민우가 일으킨 괴한 습격 사건은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최소 1주일 전에 자이언트 건틀릿을 얻었다는 말이 된다.
“아직 내 단계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군.”
입맛을 다신 석두가 자이언트 건틀릿을 회수하고 빠르게 자리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