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1
# 1
1화 수상한 사진기
아티팩트라는 단어가 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받아들여지는 의미는 ‘어떠한 문명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유물’이다. 이런 것은 보통 강력한 능력을 가진 물건일 경우가 많다.
이런 물건 하나가 어느 날 내게 주어졌다.
1.
“야, 그러니까. 알지? 내 말?”
“그럼, 네 잘못이 아니지. 그 년이 나쁜 년이네. 어떻게 삼 년 동안 뒷바라지 한 너를 내치고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있냐?”
“넌 어떻게 내 맘을 그렇게 잘 아냐!!”
그거야 네가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 중이니까. 난 한숨을 쉬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있었다. 20대 실업률이 10.6%를 기록한 요즘. 이 녀석과 나는 당당히 그 10.6%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 진짜! 대학을 나오면 뭐하냐고! 써 주는 곳이 없는데! 써 주는 곳이 없으니까 돈이 없어! 돈이 없으니까 여자 친구가 떠나! 이게 뭐냐! 내 인생은 글렀어!”
말을 마친 윤호가 다시 한 번 폭탄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저 녀석 혼자서 집에는 갈 수 있겠지. 이쯤에서 슬슬 말려야 하나? 위로라도 해줘야겠지.
“뭐 너만 그런 게 아니잖나.”
그렇게 말하자 윤호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날 쳐다보더니 나를 덥석 안았다.
“내가 그래서 널 부른 거야. 다른 애들은 다 어떻게든 일을 하고 있더라고. 나보다 잘난 녀석에게 말해서 뭐하냐? 그지?”
이 죽일 놈의 자식. 그럴 줄 알았다. 난 치미는 화를 삭이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도 계속 놀지는 않겠지.”
그래, 우리도 계속 놀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을 안고 열심히 취업문을 두드려야 한다.
“아 맞다! 나 너한테 줄 거 있어!”
윤호는 옆에 놓인 카메라 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이거 웬 거냐?”
“내가 요즘 폐기물 업체에서 일을 하거든. 사무실 하나가 폐업해서 거기에 있는 책상이랑 의자랑 컴퓨터랑 이것저것 치우는데 사무실에 이게 떡 하니 놓여 있더라고. 이거 딱 보니까 네 생각이 났지. 너 사진학과 나왔잖아. 어떠냐! 나 밖에 없지!”
난 그 녀석이 들고 온 사진기를 살펴봤다. 일단 상표가 아는 상표다. 나중에 중고로라도 팔아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밤새 그 녀석의 실연 얘기를 들은 후 난 집으로 돌아와 쓰러졌다.
*********
“야! 야! 임마!”
누가 날 툭툭 건드린다. 난 비몽사몽간에 눈을 뜨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난 건드린 인물을 쳐다봤다. 형이었다. 우리 형, 우리 집안의 자랑인 우리 형, 나와는 모든 면에서 대비가 되는 우리 형.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쳐 자고 있어. 너 오늘 내 경기 온다며.”
“아?”
“술을 몇 시까지 처먹었기에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려. 일어나 임마. 늦겠어.”
“뭐 그렇게 늦은 건 아닌데.”
“내가 늦어. 드래곤스 주전 유격수인 내가 늦는다고. 에휴 한심한 새끼 대학까지 보내놨더니 제 앞가림 하나 못하고 이렇게 놀고 자빠졌냐.”
“엄마는?”
“동창 모임 갔어. 나가면서 너보고 한숨 짓더라. 야, 너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어? 취직할 때까지.”
“술 처먹고 누워있는 게으른 새끼를 어느 천사 같은 사장이 써준다고 하든. 그러기에 내가 사진 말고 다른 기술을 배우라고 했잖아.”
할 말도 없고 대꾸도 하지 못하겠다.
솔직히 사진학과를 지원한 건 성적이 어중간했기 때문이었다. 내 성적으로는 서울로 학교를 가는 건 어림도 없었고 이럴 바에는 기술을 익히자는 생각에 사진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 학창 시절 사진학원을 다녔고 고3말 쯤 난 사진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이 아까워 중간에 그만두지는 못했다. 다행이 천운이 따랐다. 새롭게 지방 학교에 사진학과가 신설됐고 그 학교의 사진학과의 경쟁률은 0.91. 즉 미달이었다. 난 그렇게 재능 없는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난 결코 사진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문제는 사진작가로 살기 위해서는 재능이 최우선인데 그 재능이 형편없다는 것이 내가 이렇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이유가 되겠다.
“뭘 또 기 죽어 있어. 어서 짐 챙기고 나와.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거 정도니까. 이거 네가 부탁한 프레스증이다.”
난 얌전히 형에게 프레스증을 받았다. 형은 재능 덩어리다. 저 괴물은 초등학교 때부터 재능이 넘쳐났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한국에 있는 모든 야구하는 학교들이 형을 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는 저 인간이 받은 상이 넘치다 못해 창고에 뒹굴고 있다
“뭐해! 어서 준비해. 너 때문에 늦으면 죽여버린다!”
난 얼른 옷을 입고 형을 따라 집을 나섰다. 난 형을 옆에 태운 뒤 재빨리 야구장으로 향했다. 다행이 교통 상황은 수월해서 형의 심기가 더 이상 뒤틀리지는 않았다. 야구장에 도착한 형은 경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란 말을 한 뒤 장비를 챙겨 나갔다. 나 역시 짐을 챙기고 경기장의 프레스석을 향해 걸어갔다.
프레스석에 자리를 잡은 난 카메라를 꺼냈다. 장비를 세팅하고 카메라를 켜봤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 큰일이다, 이러려고 온 것이 아닌데·· 그 순간 윤호가 줬던 카메라가 생각이 났다. 난 차에 던져놓은 그 물건을 찾으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카메라는 있었다. 근데 카메라가 좀 수상하다. 그래 이름이 이상하네. RANNON이 아니라 RANNAN. 씨바 미치겠네. 이거 렌즈는 제대로 달려있나? 몇 화소야? 아 뭐 포트폴리오 채우려고 온 거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오늘 공치면 내일 하면 되지. 작동은 하는 거지?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득안고 카메라의 전원을 켜자 내 눈 앞에 문구가 띄워졌다.
[기기에 접속되었습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 100장을 찍어주십시오.]대체 이 카메라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요즘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 개발이 한창이라더니 인공 지능 카메라인가? 난 카메라의 외형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특별난 것은 없었다. 어딘가에 COOGLE이나 NASA마크가 박혀 있어야할 물건 같은데 외형은 그냥 짝퉁 카메라다. 이 카메라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일단, 100장을 찍어보자. 그러면 뭔가 다른 기능이 나오겠지.”
난 프레스석으로 돌아가 경기 전 연습을 하는 선수들을 찍기 시작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 공을 던지는 선수, 수비 연습을 하는 선수를 골고루 찍자 얼마 뒤 눈앞에 다시 문구가 나타났다.
[100장 완료, 분석 시작] [사용자의 사진은 보도 분야, 스포츠 사진 카테고리로 설정,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하려면 소정의 목적을 이뤄야 가능합니다] [망원렌즈 부착 완료, 조리개 자동 설정 완료]와 이거 뭐야? 자동으로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AI카메라다, 그것도 엄청난 성능을 가진 AI카메라가 틀림없다. 이런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못들어봤는데 이거 뭐지? 연구 중인 제품이 빠져나왔나?
[보도 분야, 스포츠 사진 능력치 오픈] [스포츠 사진 9등급]※각 능력치의 최대치는 100이며 경험과 아이템으로 능력치 상승이 가능합니다.
이건 너무한데. 100점 만점에 평균 20.6점이면 낙제 아니야? 그래도 몇 년 동안 열심히 배웠는데 내 능력치가 겨우 이 정도라니. 나 자신에 대해 실망이다. 이거 정확히 측정한 거 맞아?
[튜토리얼을 완료한 보상으로 1개의 특성이 ‘무료’로 주어집니다] [1단계 특성 오픈] [사용자의 등급으로 인해 감춰진 특성이 다수 존재합니다.]이쯤 되자 이 카메라는 외계인이라도 납치해서 만들었던 지, 사용자를 놀리려고 만들었던 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생각해보자 스포츠 기자라면 당연히 첫 번째 특성을 골라야겠지만 앞으로의 길을 생각하면 두 번째 특성도 나쁘지 않다. 피사체의 다른 면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특성은 뭐냐, 내가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쓸모가 없을 거 같아. 둘 중에 뭘 고르지?
[선택 시간이 지나 임의로 특성을 선택합니다. 남심올킬 특성이 주어졌습니다.]“야! 잠깐만! 선택 시간이 왜 이렇게 짧아!”
내 비명에 주위 기자들이 날 쳐다봤다. 난 얼른 고개를 숙이며 카메라를 붙잡았다. 아니 애초에 몇 초안에 선택하라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야구장에서 이딴 특성은 하나도 쓸 곳이 없는데.
[현재 스포츠 사진 등급은 9등급입니다. 200시간 내에 8등급으로 올리지 않으면 카메라는 자동 파괴됩니다. 8등급의 조건은 하위 능력치 평균 30점 이상, 단일 사진의 인터넷 조회수의 1만 이상. 이 두 가지의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자, 이제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 스파이물에서 보는 자동으로 폭파되는 기기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새롭게 주어진 카메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 2
2. 시구의 전설
200시간 내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사진을 찍지 않으면 카메라가 자동 파괴된다는 문구를 읽은 나는 당황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사진을 내가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유명한 여자 배우가 옷이라도 벗은 사진을 혼자 찍지 않는 이상 내 실력으로는 절대 무리다.
[원하는 능력치를 선택하시오]갑자기 이건 또 뭐야. 난 조금 당황하다 방금 전 일어났던 불행한 사태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고르지 않아 ‘남심 올킬’이란 특성을 가지게 된 사태를 말이다. 난 급하게 입을 열었다.
“순간 포착! 순간 포착!”
그래, 내가 생각하기에 스포츠 사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 결정적인 장면을 찍는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스포츠 기자 분들이 그 순간을 담기 위해 1/1000초 싸움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어디서 그 장면을 찍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진기에 그 장면을 담느냐가 가장 기본일 것이다.
[순간 포착 능력치 증가율이 100% 상승합니다.] [등급 상승 전까지 임의로 순간 포착 능력치에 +30이 주어집니다.] [첫 선택의 보상으로 순간 포착의 능력치가 3 증가합니다.]선택을 하자 뭔가 기분 좋은 문구들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이래서 사람은 빨리빨리 선택을 해야 해. 선택 장애자일수록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잖아.
[200시간 내에 9등급 이상의 사진 100장을 찍어야 합니다.] [8등급 1단계 조건 카운트 : 0/100] [200시간 내에 인터넷 조회수 10000을 달성해야 합니다.] [8등급 2단계 조건 카운트 : 0/10000]이제 뭔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임무가 주어지니 뭔가 일을 시작할 기분이 든다.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프레스석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장비 중이었다.
“어디 소속이세요?”
30대 정도로 보이는 안경 쓴 기자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아, 프리랜서입니다.”
“그래요? 오늘 처음이죠?”
“네.”
“아, 역시. 다름이 아니라 그 자리 서일일보 전용석이라서요. 다른 곳으로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아? 프레스석은 선착순 아니었나요?”
“뭐 말은 그렇지만 짬되는 기자 분들은 전용석이 있어요. 보아하니 경력도 짧으신 거 같은데 옛날 같으면 프레스석에는 얼씬도 못했을 거 에요. 기자회 소속이나 유명 언론사 소속 아니면 프레스석은 출입금지였거든요. 뭐 요즘에는 아무나 들어오곤 하지만··.”
‘아무나’로 명칭을 받은 날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내쫓고 싶은 모양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올텐데 기자 분들과 척질 필요는 없지. 난 한숨을 쉬고 주섬주섬 설치해놓은 장비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어? 형님. 안 오신다고요? 왜요? 네? 시구자가 바뀌었다고요? 아니 오늘 이성우 아니면 찍을 거리가 뭐가 있다고 안와요? 가족 중 누가 사망한 것 같다고요? 그래도 대체자는 있을 거 아니에요. 네? 석진아? 그건 누구에요? 아이씨, 나도 경기 스케치만 좀 하고 가야겠네요.”
안경 쓴 기자는 짜증 섞인 얼굴로 전화를 끊더니 나를 바라봤다.
“저기, 오늘 그 자리 쓰셔도 될 것 같아요.”
나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난 다시 주어 담던 장비를 내려놓았다. 사실 나도 오늘 시구자가 탑배우 이성우라 자리를 구해달라고 한 거였다. 사실 오늘 경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시즌 막바지에 와일드카드 탈락 확정 두 팀의 경기인데다가 두 팀의 순위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대로 확정이었다. 한마디로 기사거리가 없는 경기였다. 게다가 시구자 마저 무명 배우로 바뀐다고 하니 저 기자의 짜증도 이해는 간다.
선수 소개와 애국가가 끝나고 시구자가 나올 시간이 됐다.
“오늘의 시구는 떠오르는 유망주인 배우 석진아 씨가 시구해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짧은 핫팬츠를 입고 위에 홈팀 유니폼을 입은 여성 한 분이 홈팀 마스코트 인형의 호위를 받고, 손을 흔들며 마운드로 올라가고 있었다. 팬들은 서로 누구냐고 물어보기 바쁜지 함성 소리도 작았다. 난 카메라의 렌즈에 비친 그녀를 바라봤다. 키는 170cm는 넘어 보이고 배우치고는 하체도 튼실하다. 건강한 미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여자였다. 얼굴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무명인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난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그녀에게 맞추고 시구 전부터 연속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렌즈로 보는 그녀의 폼은 초보자가 아니었다.
“우와!!!”
갑자기 구장에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렸다. 폼부터 심상치 않다했더니 포수 한가운데로 공이 생각보다 빠르게 안착했다. 전광판에는 107km/h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와, 이건 내가 알기에 여성 최고 시속인 거 같은데.
그렇게 함성 소리가 들리고 내 렌즈에 비친 무명 배우는 선발 투수가 내어준 공을 받고 주저앉아 마운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난 그녀가 경기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찍었다. 그리고 카메라에서 눈을 떼자 눈앞에 문구가 떠올랐다.
[등급을 초과한 사진이 찍혀 카운트가 초과 집계됩니다.]뭔가 잘 찍힌 모양이다. 난 얼른 노트북을 키고 사진을 옮기려고·· 했는데 이거 이상한 카메라잖아. 컴퓨터로 옮겨지기는 하는 거야? 일단 연결선을 꼽는 구멍은 존재하네. 일단 빨리 사진을 확인하고 싶었다. 창피한 말이지만 난 사진을 찍으면서 내 사진에 대해 좋다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용자 특전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사진만 컴퓨터로 빠르게 옮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숫자를 말해주시면 높은 등급 순으로 옮겨집니다.]“10장!”
오, 이건 뭐야? 순식간에 사진이 컴퓨터로 전송됐다. 대체 이 카메라의 시스템은 뭘까.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난 사진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뭐랄까 내가 찍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진들이 내 눈앞에 보여지고 있었다. 특히 와인드 업할 때의 사진과 시구가 끝나고 활짝 웃는 사진,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정리할 때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와, 이건 빨리 올려야지. 대박이다.”
난 가장 사용자가 많은 야구 사이트에 들어가 제목을 쓰고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올리자마자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제목 : 오늘의 시구 대타로 나온 배우 석진아씨의 시구
– 헐, 107km/h 이거 실화임?
– 진짜 폼이 멋지다. 스타등용을 위한 시구녀들 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 윤성진보다 공이 빠른 듯
– 제구보소 ㄷㄷㄷㄷ
– 이 애 뭐야? 직장인 야구인이야?
– 던지고 나서 손으로 마운드를 정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 그래, 자기가 섯던 자리 흙을 펴고 가는 모습. 지금까지 절대로 본적이 없다.
– 정말 대박이다…. 선수급이네
– 동영상은 어디에 있냐?
– 저 피지컬이면 웬만한 남자들보다 힘 세겠네요
– 100km가 저 튼튼한 허벅지에서부터 폭발하는 듯
– 와인드업 하는 모습 너무 예뻐! 날 가져요!
– 우와 난 아무리 세게 던져도 76이상 안나오던데 여자가..
– 사진 묘하게 매력 있네.
– 응 되게 섹시하다 >_<
– 앞으로 시구자들 야구시구하러갔으면 기본은 연습하고 나갔으면 한다. 저런거 얼마나 보기 좋아. 공 대충 던지고 엉덩이살 덜렁이면서 손 흔드는게 다냐.
– 던지고 손으로 바닥 다듬어주고… 예의바르네
– 허벅지에 감겨서 죽고 싶다
– 누구냐? 시구 전문 연예인이야?
내 생전 이런 관심은 처음이다. 난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기분을 꾹 참으며 계속 달리는 댓글을 읽어보았다. 이거, 인터넷 조회수 1만은 가볍게 넘을 것 같다. 난 만면에 웃음을 띄며 경기장을 향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1회 말이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눈앞에 문구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8등급 2단계 조건이 완료되었습니다.] [200시간 내에 9등급 이상의 사진 100장을 찍어야 합니다.] [8등급 1단계 조건 카운트 : 32/100] [200시간 내에 인터넷 조회수 10000을 달성해야 합니다.] [8등급 2단계 조건 카운트 : 10092/10000] [2단계 완료 보상으로 특별한 아이템이 지급됩니다.]와, 이건 또 뭐야? 1회성 아이템 같은 건가 보다. 고민하지 말자. 고민하는 순간 이상한 것이 선택될 수 있어.
“황금 왕좌!”
[황금 왕좌 1개가 지급됩니다. 사용하시려면 다시 한 번 이름을 외치면 됩니다.]그래, 오늘은 되는 날이다. 되는 날 모든 걸 다해봐야지.
“황금 왕좌!!”
[아이템 효과가 즉시 발동 됩니다. 지속 시간은 1시간 이며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좋은 위치를 알려줍니다.]문구가 사라지고 난 주위를 둘러봤다. 대체 뭐가 어떻게 변한다는 소리인지··. 아! 난 홈팀 응원석 밑 부근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