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본보기
마현수 실장은 촬영장에서 결과물을 보고는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촬영장에 있는 모든 스탭도 마찬가지.
조용한 분위기에 화장품 회사에서 나온 중년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진이 왜 이래?”
그 말에 사진을 찍던 젊은 남자가 그 앞으로 조르르 다가왔다.
“최 부장님, 이게 최선입니다. 뭐 보시면 알겠지만 더 이상 잘 나오게 할 수가 없어요.”
“무슨 소리야? 우리가 저 모델을 왜 선택했는데, 인간 같지 않은 미모로 화제가 돼서 섭외한 거 아니야.”
“아유, 그건 보정이 엄청 들어가서 그렇죠. 제가 찍은 사진도 며칠만 맡겨 주시면 비슷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 그래도 실물보다 못 나온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최 부장은 촬영장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모델을 보고서는 의아해했다. 그가 보고 있는 실물에 비해 사진 속의 모델은 좀 부어 보이고 매력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TV 보시면 보통 사람도 뚱뚱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거하고 비슷한 원리입니다. 어차피 사진은 후보정 들어가니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거참, 아무리 그래도 원본이 이래서야··. 쇼핑몰 사진은 좋더구만.”
“아유, 그거 다 보정한 거라니까요. 눈이며 코며 안 건드린 곳이 없습니다. 요즘 사진 편집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요. 부장님도 거기에 낚이신 거죠. 어서 촬영 마치고 보정 후에 결과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마 실장은 이 사진가의 어리석은 말을 듣고 가만히 있어야 될지 잠깐 고민했다가 대표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지 떠올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건 아니죠.”
마 실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자 둘은 당신은 누구냐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마 실장은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전, 제이 필터 뮤직 소속입니다. 지금은 저 모델분의 임시 매니저로 나와 있고요.”
“어이, 매니저 양반, 지금 낄 곳과 안 낄 곳을 모르는 모양인데··.”
사진가가 비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 말하자 마 실장 역시 웃음을 지었다.
“지금 당신이 우리 회사 소속 두 분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모델과 사진작가를 비난하고 있는데 책임질 수 있습니까?”
“와, 쇼핑몰에서 좀 떴다고 뵈는 게 없나 봐? 지금 저 모델 믿고 이러는 거야? 하핫, 정말 내가 어이가 없네. 지금 내가 한마디만 하면 저것보다 예쁜 애들 수십 명은 데리고 올 수 있어 이거 왜 이래.”
마 실장은 자신의 말에 수준 이하의 반응을 보이는 사진가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해봐야 소용없다고 느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최 부장이라고 불리는 화장품 회사 관계자를 바라봤다.
“최 부장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난 솔직히 광고 사진만 잘 나오면 되지. 회사 마케팅부에서 추천해서 모델을 선택했는데 지금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잖아. 이거 모델 책임도 좀 있지 않나?”
“제 생각에는 가장 큰 문제는 저 사람입니다.”
마 실장이 사진가를 가리키며 말하자 사진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이, 매니저 양반.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모양인데 10년 넘게 이 바닥에서 사진 잘 찍는다는 소리 들으면서 살아온 몸이야. 나보다 잘 찍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제가 사진가 네 분 정도 아는데, 다 당신보다 잘 찍습니다.”
마 실장은 정 스튜디오의 네 분을 생각하며 말을 했다. 그러자 사진가가 최 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부장님.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제가 화장품 런칭하면서부터 쭉 찍어온 거 아시죠. 그 전에 찍은 광고 대표님도 만족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 무명 모델 매니저한테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계속 작업을 해야 합니까?”
“그 전 광고는 제품 사진 위주였죠. 사진보다는 우리 물건이 훌륭해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음·· 사진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거기 매니저 양반. 그 안다는 사진가 중 한 명이라도 불러낼 수 있습니까?”
“아니! 부장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러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솔직히 사진은 별로였잖소. 내가 당신 자존심 챙기느라 회사 광고 망칠 수는 없는 일이고.”
“아이고, 광고를 망치다뇨. 저 사진에 보정만 넣으면··.”
“됐소. 잘은 모르지만,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오게 하는 사진가도 많은 거 정도는 알고 있어. 누굴 바보로 아나. 매니저 양반 한 명이라도 부르면 좋겠는데.”
마 실장은 괜히 끼어들었나 싶었지만 결과물이 빤히 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리고는 오늘 영화 촬영으로 간 길승우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길승우 작가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두 번 정도 연락을 한 후 그는 부장에게 말했다.
“지금, 촬영 중이라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남겨 놓았으니 1시간 이내로 연락이 올 겁니다.”
“뭐 아직 촬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일단 남은 컨셉이나 좀 찍읍시다.”
그 말에 사진가는 황당하단 얼굴로 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다른 사진가를 부를 생각이면서 왜··.”
“돈은 줬잖소. 되돌려 받을 생각 없으니까 일은 계속합시다. 계약대로.”
그 말에 사진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다시 카메라를 들고 촬영 현장으로 향했다. 독이 바싹 오른 얼굴로 그는 스탭에게 소리쳤다.
“뭘 노닥거리고 있어! 어서 준비해.”
최 부장은 마 실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괜한 일을 했나 싶지만, 당신 말이 사실이면 좋겠군. 나도 저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거든.”
마 실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길승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난 에브리아의 첫 단독 광고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급하게 촬영장으로 향했다. 대체 어떤 녀석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거야?
“여기는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난 숨을 헐떡대며 마 실장님께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넘겨줬다. 들어갈 수 있다는 허가가 떨어지고 촬영장의 문을 열었다.
“아,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표정이 굳었잖아요. 이러니까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지. 좀 웃어 봐요. 나 참, 그게 웃는 겁니까. 좀 진심으로 웃어요. 저것 봐, 웃을 때 얼굴이 일그러지니까 내가 잘 찍을 수가 있나.”
지금 저 자식이 우리 에브리아에게 뭐라고 하고 있는 거야? 난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올라 사진가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길승우 작가님. 여기로.”
익숙한 말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마 실장님이 날 부르고 계신다. 난 그리고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뭡니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 안 나와서 뭐라고 했더니 저러고 있습니다. 결과물이 신통치 않아서 저 사람으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승우 작가님께 연락했습니다.”
“사진이요.”
“네?”
“저 사람이 찍은 사진 좀 봐요.”
“이번 컨셉 끝나면 컴퓨터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사진가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에브리아에게 온갖 잔소리를 하면서 되도 않은 표정을 요구하고, 그 표정에 대해서 비난하고 있다.
“와·· 안 되겠다. 저기 실장님 죄송합니다.”
“네?”
난 마 실장님이 막기 전에 촬영장으로 뛰어가며 입을 열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내 외침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난 날 바라보고 있는 사진가에게 다가갔다.
“지금 뭐 하는 건지 묻고 있지 않습니까.”
“그··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요?”
“사진을 찍죠.”
그 말에 사진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매니저가 말한 네 명 중 한 명인 모앙이구만. 하! 몇 살이요? 아직 20대지? 보아하니 막 대학 나와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시기구만.”
“그래도 기본은 지키죠. 이런 식으로 모델한테 분풀이하듯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아니 모델이 거지 같으니까 사진이 안 나오잖아. 저기 아무것도 모르는 양반은 그게 내 탓이라고 하고 있고. 그러니 모델을 닦달해야지. 내가 틀렸어?”
“사진이 안 나오는 걸 모델 탓으로 하는 것부터가 틀렸습니다. 어디 그렇게 요란스럽게 행동해서 건진 사진 좀 봅시다.”
난 사진가 옆에 있는 모니터로 다가가 사진을 넘겼다.
와·· 이건 너무하다. 이 사람 정말 제대로 된 사진가가 맞는지 모르겠다. 막말로 일반인이 찍어도 이거랑 비슷하게는 나올 것 같았다.
“젠장, 그 잔뜩 보정한 쇼핑몰 사진하고 비교를 해대니까 이상하게 보이는 거지. 내 사진은 문제가 없다고.”
“죄송한데, 인물사진 쪽 아니시죠. 제품사진 전문이신가?”
그때, 우리 둘 사이로 한 명의 남자가 쑥하고 들어왔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보이거든요. 인물사진이 이렇게 형편없는데 이 자리에서 찍고 있다는 건 둘 중에 하나니까요. 제품사진을 찍던 분이시던가, 뒷배경이 엄청나게 좋으시던가.”
“자네가 찍으면 이것보다 더 나아질 수 있나?”
난 사진을 다시 보며 웃음을 지었다.
“당연하죠. 이것보다 못 찍기도 힘들 겁니다.”
“이 건방진 놈이!”
사진가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마 실장님이 내게 다가와 입을 여셨다.
“이분은 화장품 회사 관계자이십니다. 최 부장님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최 부장님. 모델을 고를 때 쇼핑몰 사진을 보고 고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었지.”
“그 쇼핑몰 사진을 찍은 게 접니다.”
“자네가 찍었다고?”
“그리고 그·· 사진 찍었던 아저씨. 그 쇼핑몰 사진에 보정 들어간 건 색감밖에 없었어요.”
그 말에 사진가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얼굴 전체랑 이것저것 다 건드리는 게 보이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아, 사진 분석도 잘 못 하시는구나. 뭐 조금 있다가 제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난 말을 마치고 재빨리 에브리아에게 다가갔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꿋꿋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나는 봤다.
“승우··.”
“걱정하지 마. 지금부터 내가 찍어 줄 테니까.”
“내가 뭐 잘못한 거 같아.”
“아이고, 우리 아가씨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나 믿지?”
에브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머리카락이 망가질 것 같아 어깨를 두드렸다.
“주위 사람 아무도 보지 말고, 말하는 거 듣지도 말고 내 눈만 봐.”
“알겠어.”
난 촬영장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거기 좀 비켜주세요. 몇 장 찍겠습니다.”
“아직 내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 작가!”
겨우 촬영장 주위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에브리아는 연분홍빛 원피스를 입고 장미꽃을 든 채 나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인물 자체를 찍을 줄 모른다. 에브리아는 외국인 모델이다. 똑같은 것을 생각해도 저 얼굴로 표현을 하면 갑절이 되어 나올 수 있지.
“에브리아, 지금까지 작업했던 거 잊고, 표정을 부드럽게, 사람을 껴안는 것 같은 느낌으로. 표정 좋다.”
예전에는 좋은 장면이 나오면 한순간이라도 놓칠까 봐 정신없이 찍어댔지만 최근 들어서는 셔터를 누르는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
그럴 때가 있다, 세게 불던 바람이 멎는 것 같다던가.
“이번에 포즈를 좀 바꿔서 장미꽃을 내려다 놓고 한 손을 턱에다가 가져다 대. 거울을 보니까 오늘따라 좀 자기가 예뻐 보인다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훅 가는 것 같은 한순간이라던가.
“자, 눈을 감고 고개는 살짝 왼쪽으로. 사소한 고민이 생겼어. 오, 지금 표정 좋아.”
서로 간에 숨이 멈춘 순간 같을 때 말이다.
“같은 모델에·· 같은 장소에·· 같은 날에 찍은 사진이잖아. 근데 이건 뭐지?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돼?”
등 뒤에서 화장품 관계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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