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보너스
염 부장은 인터넷에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일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KFP의 기사를 클릭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캬, 연속 이틀 인터넷 조회수 봐라. 프리랜서 사진사 한 명 뽑은 것 치고는 너무나 남는 장사 아니냐?”
“그 녀석은 참 운도 좋네요.”
때마침 기사를 확인받으러 온 신 기자는 또다시 부장의 승우 찬사를 들어야만 했다.
“이건 운하고 실력이 겹쳐줘야 이뤄질 수 있는 거야. 내가 인사팀에서 설명 들을 때부터 뭐가 될 것 같았다니까. 내가 좀 한가해지면 우리 승우 고급식당에서 맛있는 것 좀 사줘야지.”
“저도 좀 사주시죠.”
“너도 인터넷 화제 될 만한 기사 쓰면 해줄게.”
“저번에 단독 기사로 방송사 이사가 힘을 이용해서 사학비리로 걸린 인물들 구명운동 한 거를 제가 캐냈죠.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기자의 소명으로 버티면서 해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신 기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사와 좋은 기사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기사였기 때문이다.
“좋은 기사였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가져주지 않았지.”
“돈 되는 기사 쓰라면 쓸게요. 그게 부장이 원하는 거면··.”
“알았다, 알았어. 시발, 밥 살게. 이상한 거 가지고 사람 나쁜 놈 만들지 마.”
염 부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신 기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고기 사주십시오. 많이.”
“알겠다고. 어이고 우리 승우한테 공항 사진 오고 있네. 흐음, 뭐 공항 사진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이게 부장이 이틀 만에 반한 사진기자가 찍은 겁니까. 뭐 별 거 없네요.”
“야, 지금 포털 사이트 1위하고 있는 사진이나 보고 그런 말을 해.”
하지만 신 기자는 툴툴대며 사진을 가리켰다.
“얼마나 대단한 사진기자인가 했더니 모든 사진이 다 특별하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이 정도는 나도 찍습니다. 이것도 평범해요. 이것도 그냥 그렇네요.”
“야, 여객 터미널 공개 개장일 사진 찍어오라고 한 거지, 작품 찍어오라고 한 거 아니야.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공항 상황 잘 찍었구만 뭐 그리··.”
“부장!!! 거기!!”
갑자기 신 기자가 고함을 지르며 염 부장의 손을 잡았다.
“놀라라! 뭐 하는 짓이냐? 돌았어?”
“부장, 여기 이 사람! 태성진 의원 맞죠? 확대 좀 해봐요.”
신 기자의 말에 염 부장은 사진을 크게 확대했다. 태성진 국회의원은 그의 밑에서 일하던 비서관과 주변 사람들의 성 관련 증언으로 인해 가택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진에 그의 얼굴이 분명하게 나와 있었다.
염 부장은 사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어라? 어라!! 이 사람 왜 여기에 있어? 지금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그 사람 집 앞에서 뻗치기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어떻게 나와서 공항으로 간 거야. 와 시발, 그리고 출국 금지령 안 내렸나 보네. 이것들이 정말.”
염 부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돌렸다. 곧 정치부 부장 도희종이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염 부장이 입을 열었다.
“도 부장! 니네 애들 태성진 찍으려고 아직도 집 앞에 있냐?!”
– 왜 그래, 뭐 아는 거 있어?
“지금 그놈, 공항이야.”
– 뭐! 어떻게!
“그건 나도 모르지. 우리 기자 한 명 거기서 사진 찍으라고 보내놨더니 그 사진 중에 태성진이 찍혀 있다. 기다리고 있는 애 부르면 다른 언론사한테 들키니까 공항에서 가까운데 있는 놈 보내. 나도 사진 찍은 녀석한테 한 장이라도 더 건지라고 말을 해볼 테니까.”
– 야, 고맙다. 와 어떻게 거길 빠져 나간 거지? 내가 그놈 잡으면 한턱 쏠게.
“공항으로 간 거 보니까 검찰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거 같다. 위에서 지시 떨어졌나 봐. 지랄 같은 나라다 정말.”
– 이 나라 거지 같은 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빨리 그 기자한테 연락해서 근처에 좀 있으라고 해봐. 그 기자 번호 알려줘. 우리 기자 도착하면 연락하고 하게.
“알겠어, 알겠어. 와 이게 무슨 일이냐.”
***
나는 사진을 다 전송하고 가볍게 요깃거리를 사 먹은 뒤에 집에 가려고 공항을 나가는 중이었다. 그때 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부장. 사진 전송··.”
– 길승우 씨 보낸 사진 중에 다섯 번째 사진. 거기서 선글라스 벗어서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줄 서 있던 사람 보여?
“네? 잠깐만요.”
난 카메라를 돌리며 부장님이 말한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흥분이 섞인 부장님의 말이 이 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찾았어요.”
– 거기 가서 그 사람 좀 찾아봐. 되게 중요한 사람이야. 출국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사람 곧 보낼 테니까 그 사람 찾아서 곁에 붙어있어. 꼭!
“네, 알겠습니다.”
이게 무슨 사태야? 아무리 봐도 누군지 모르겠는데. 범죄자인가? 아니, 그럼 경찰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급하게 사진을 찍은 곳으로 돌아갔다. 다행스럽게도 그 인물은 아직 줄을 서 있었다. 난 혹시 멀리서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내일이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몰려서 시간이 지체되는 모양이다. 아직도 몇십분은 저기에 있을 듯하다. 어서 빨리 온다는 사람들이나 오면 좋겠다.
내 소망이 하늘에 닿았는지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길승우입니다.”
– KFP 기자 맞죠? 사회부?
“네. 맞습니다.”
– 지금 어디예요? 우리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여기 위치가··.”
난 위치를 설명하고는 초조하게 기자들을 기다렸다. 멀리서 뛰어오는 두 사람이 보인다. 누가 봐도 저 사람들이겠지. 난 손을 들어 그들을 맞이했다.
“하아, 하아. 담배 끊어야지 정말. 어디에 있어요?”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나를 향해 다짜고짜 물었다. 한시가 급할 테니 이해는 간다.
“저기 남색 양복 입고 선글라스 낀 분이에요. 지금은 모자도 썼네요.”
“야, 맞아? 태성진 의원 맞아?”
내가 그의 질문에 대답하자, 그는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안경 쓴 남자에게 물었다, 안경 쓴 남자는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맞는 거 같은데, 일단 가 보자. 도망칠 수 있으니까 준비 단단히 하고. 길승우 씨라고 했죠? 만약에 도망치면 좀 길 좀 막아주세요.”
아니 초면부터 그렇게 힘든 일을 제게 시키면 어떻게 하십니까.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둘은 그 사람에게 달려가 이렇게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태성진 의원님! 지금 직원에게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한 마디 해주시죠.”
저런 질문이면 나라도 안 할 것 같다.
“당신 누구야! 내가 누군지 알아!”
“무슨 일로 출국하시는 건지 묻겠습니다. 도피성 출국이신건가요?”
범죄자로 추측되는 사람은 뭐라고 소리를 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공항 경찰이 와봐야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허허, 지금 뭔가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 전 의회 일로 출국하는 겁니다.”
“지금 의원님이 속하신 당에서도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는데 이상하군요.”
“카메라 좀 치우고··.”
바로 그때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공항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왔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선글라스는 벗었다. 이제 한국을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같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절망에 빠진 그의 모습을 말이다.
곧 경찰은 그를 잡아갔고,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얘기를 나누며 기사와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서다. 한 명이 빠르게 뭔가를 치더니, 전송했다. 그리고 윗사람과 통화를 하고는 이내 인터넷에 접속하여 하나의 기사를 내게 보여줬다.
“길승우 씨! 덕분에 특종 건졌어요. 지금 다른 언론사들 난리 났겠네, 하하.”
수염 난 남자의 이름은 고명석. 정치부 기자시라고 했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은 전창수라고 고 기자의 후배라고 한다.
“당연하죠. 전부 집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공항에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고 기자의 말에 후배 전 창수가 맞장구를 쳤다.
“오늘은 빨리 회사에 들어가고 싶네. 보람찬 하루야.”
“아, 정말 그렇지 말입니다. 단독 영상에 단독 기사까지 찍었으니까 정말 기쁘네요. 다만, 뻗치기 들어갔던 다른 선배 보기 좀 무섭긴 합니다.”
“야, 부장 명령이라고 해. 갑작스러워서 숨겨야 했다고.”
뭘 뻗친다는 건지 궁금해서 난 입을 열었다.
“뻗치기가 뭡니까?”
“응? 이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그냥 우리가 쓰는 용어야. 한없이 기다리는 걸 말해. 근데 길승우 씨는 그럼 프리랜서 사진기자야? 전 기자, 우리 회사에 프리랜서 사진기자도 있어?”
“급할 때 몇 명 뽑는 거로 알고 있어요.”
난 그들의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얘기를 듣자니 사회부에서 사진기자가 모자라서 이번에 뽑힌 거로 알고 있습니다. 들어온 지 이틀 됐습니다.”
그 말에 고 기자가 감탄을 하며 입을 열었다.
“카, 승우 씨는 이번 일로 원하기만 하면 정직원 될지도 모르겠네. 그만큼 큰 사안이니까 말이야. 스펙은 좀 되나?”
“사진 경력은 꽤 있습니다.”
저분이 말하는 스펙은 한참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고 기자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기사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정치부하고 사회부는 언론사가 다 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부서니까 꼭 붙어 있으라고.
정치·경제·사회부는 기자가 아니고선 전문가가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거든.”
그럴 것 같긴 하다. 보통 사람이나 전문가가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판사, 검사, 경찰, 공무원을 만나기도 어려운 데다, 만난다 해도 관심만으로 정보를 듣고 기사를 쓰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우리, 오랜만에 우리 부장 웃는 얼굴 좀 보겠어.”
그나저나 난 이 사진 찍고 퇴근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꼬여버리네.
***
KFP의 염 부장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단독이라고 쓰인 기사들을 읽고는 그의 얼굴은 점점 밝아졌다.
“이게 무슨 복이야. 진짜 이렇게 되면 매일매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지잖아.”
“단독 잡아낸 게 그렇게 좋으십니까.”
신 기자는 그의 곁에 앉아 길승우가 보낸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타 언론사 물 먹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우리 승우는 출근 이틀 만에 해버리네.”
“제 공이 컸다는 거 인정해주셔야지요. 저 아니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크·· 네 말이 맞다. 일 마무리 되면 승우랑 너랑 나랑 정치부 사람들하고 맛있는 고기나 먹으러 가자.”
“누가 돈을 낼지는 뻔하네요. 기사 보니까 정치부 이름으로 나왔던데··, 고작 회식 한 번으로 퉁 치신 겁니까?”
“내 교섭 능력을 그렇게 낮게 보면 섭섭하지. 뭐 기자들은 모르는 부장들만의 세계에서 이뤄진 합의가 있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지고 간다고 하더니··.”
“아, 시끄러. 승우 사진 정리했어? 정치부 애들 카메라 들고 들이댈 때 찍은 건 가봐. 이 중에 제일 멋진 한 놈은 정치부 부장이 가지고 갔다. 남은 사진 베이스로 해서 퇴근할 때까지 기사 하나 멋지게 뽑아봐.”
“네, 알겠습니다.”
급박했던 사회부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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