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작은 조언
[영화 로 돌아올 배우 서채연]– 와 이거 뭐죠? 채연이가 지켜주고 싶은 여자로 다시 태어나서 나타났음
– 채연도 나이를 먹긴 했네요. 근데 더 치명적이다
– 헐 뻔한 사진일 줄 알았는데 묘하다
– 개인적으로 레전드 갱신이라고 생각함
– 뭐야! 이렇게 좋은 걸 지금 보다니
– 옆태도 완벽하다
– 이 누나 좋은 의미로 나이를 잘 드시고 계시다
– 분위기가 ㄷㄷ
영화 홍보팀에서는 서채연에 대한 각종 문의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홍보팀장은 바쁜 와중에도 이번 홍보의 일등 공신인 직원 이다연을 불렀다.
“이번 영화 공개하기 전에 화보 공개한 거 굉장히 성공적이야. 촬영현장 분위기 좋지?”
“네 아주 좋아요. 언론상에서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입지를 얻고 촬영에 들어가고 있으니까, 좋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인터넷상 반응이 생각보다 호의적이라더라고요. 덕분에 영화 홍보할 타이밍을 잡기 편해졌어요.”
“이번 사진에서 채연 씨 이미지가 되게 얌전하더라고.”
“네, 처음 볼 때는 채연 씨가 아닌 줄 알았어요. 이재현 감독님도 사진 보고 크게 웃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이 정도 수준으로 이미지 맞춰놓겠다고 하시던데요.”
“두 사람은 여전하고?”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긴 한데, 두 사람의 공격 레퍼토리가 하나씩 더 늘어났죠.”
“뭔데?”
“감독님은 그 길승우 씨가 잡아낸 이미지의 반이라도 연기해보라고 공격하는 일이 많아졌죠. 그러면 서채연 씨는 그렇게 연기할 수 있게 노력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 사진 찍을 때 길승우 씨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냐고 따지고 있고 말이에요.”
홍보팀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재현 감독님이 지는 게임인데?”
“네, 그래서 그런지 찍는 스타일이 변하고 계세요.”
“어떤 식으로?”
“좀 더 연기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계시죠. 다행스럽게도 서채연 씨도 잘 따라가 주고 있고 말이에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 사진작가에게 일을 맡긴 게 신의 한 수가 됐다는 소리네.”
“그런 의미에서 월급 좀 올려주세요. 매일 같이 야근에 출장에··. 저의 좋은 시절 이 회사에 다 쏟아붓고 있는 거 알고 있죠?”
“야야, 걱정하지 마. 영화만 성공하면 내가 뭐든 못 해주겠니.”
“그놈의 성공 얘기는 계속 듣는 거 같네요. 영화 스타일상 중박 정도일 것 같은데.”
“그냥 놔둬도 중박이면 우리 홍보팀이 힘을 모아 대박을 만들어야지. 자, 어서 일하자고. 그건 그렇고 그 작가님 다시 부를 수 없나? 화보 제의가 좀 들어오고 있는데.”
“ 전속 사진작가예요. 잡지 화보는 거기 아니면 찍어주지 않을 겁니다.”
“그 잡지사는 아주 땡잡았구나, 든든하겠어. 잡지 화보 아니면 다른 쪽은 맡겨도 되는 건가?”
“그건 제가 알아볼게요.”
첫 단추를 잘 끼운 홍보팀 이다연은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했는데, 와줘서 고마워 승우야.”
“아유, 미선 선배 부탁인데 와야지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정신없이 일하고 있지 뭐. 요즘 이쪽에서 가장 핫한 사진작가가 된 기분은 어때?”
미선 선배도 그 사진을 본 모양이었다. 사진 쪽을 좀 아는 사람마다 이 얘기를 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뭐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어요. 반짝인기로 그치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지요. 근데 어떤 사진을 찍는데 제가 필요한 거죠?”
“아, 오늘 백화점 카탈로그 찍기로 했었거든. 근데 영윤 언니가 좀 좋지 않은 일을 당해서 몇 주간 못 나오셔. 그래서 나 혼자 하려고 했는데 까였어.”
“미선 선배가 왜 까여요?”
“아직 이름값이나 실력이 모자라나 보지. 영윤 언니는 아무래도 방송 출연도 하고 해서 인지도 높잖아. 나랑은 인지도가 비교가 안 되지. 그래서 일이 엎어질 뻔 했는데, 네가 우리를 살려줬다.”
영윤 선배는 몇 달 전 라는 방송에서 뵌 적이 있다. 깐깐하고 신경질 잘 내지만 뒤끝은 없고, 책임감이 강한 사진작가다. 미선 선배를 아끼시더니, 독립 소식이 들리자마자 선배를 냉큼 데리고 와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쪽에서 저로 된다고 해요?”
“너한테 허락받고, 길승우 씨랑 같이하면 되겠냐고 물었지. 다행히 며칠 후에 그럼 그렇게 하자고 연락이 오는 거야. 알고 보니까 거기 에디터가 네 사진에 꽤 흥미가 있던 모양이야. 너도 유력한 후보군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제가요?”
“뭘 놀라는 표정하고 있어. 너, 이 세계에서 요즘 굉장한 평판을 듣고 있는 거 몰랐어? 신민석 씨 화보도 멋지게 나왔잖아. 게다가 슈크르가 보통 잡지야? 20대 트렌드를 보려면 꼭 구독해야 하는 잡지인데, 거기서 선언해버렸잖아. ‘길승우 씨는 우리 겁니다’라고 말이야. 말하다 보니 계속 네 칭찬만 하고 있네. 일단 내가 보낸 자료는 다 봤어?”
“네, 다 봤습니다.”
“일단 나는 옷이나 패션 소품만 찍을 거야. 그나마 내가 그건 잘하잖니. 인물 화보는 너한테 맡길게.”
미선 누님은 소품 촬영을 정말 잘 찍는다. 인물이 빠진 소품만의 촬영이라면 난 선배의 반도 못 찍을지도 모른다.
··너무 비하하지 말자. 그래도 요즘 실력이 늘었으니 한 80%쯤은 쫓아갈 수도 있겠지.
그때 멀리서 한 여성이 조명 기기를 들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아, 여기는 우리 어시. 너랑 동갑이야. 이름은 한시현이야. 시현아 이분이 네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길승우 씨.”
“정말요?! 반갑습니다! 꼭 뵙고 싶었어요!”
“알겠어? 요즘 네 인기가 이 정도인 거야. 다른 스튜디오 어시가 가장 보고 싶은 사진가로 뽑힌 거라고. 자 팬에게 한마디 해봐.”
미선 누나의 짓궂은 말에 난 당황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당연하죠, 최대한 도움이 되게 할게요. 미선 실장님, 오늘 촬영 끝나고 술자리 있나요?”
“응? 술은 모르겠고, 저녁은 같이 먹기로 했어.”
“저도 꼭 따라가겠습니다.”
곧 촬영이 시작됐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델 한 분이 나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촬영은 정말 순조롭게 진행됐다. 모델도 경력이 많은 모델이라 크게 지적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에디터가 원하는 사진도 세밀하게 정해져 있어서 쉽게 찍을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자세한 지시 사항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진작가가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상대로 에디터 분은 결과물에 만족하며 다시 연락 드리겠다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나와 미선 선배, 시현 씨는 근처의 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후배가 왔으니 맛있는 것 좀 먹여서 보내겠다는 미선 선배의 의지 덕분이었다.
“대체 이름있는 사진작가가 뭐가 특별한 거예요?”
“얘 좀 취했나 봐.”
“미선 언니! 나 안 취했어요! 그냥 여기 계신 작가님께 좀 여쭤보고 싶은 거예요. 대체 뭐가 그렇게 특별한 거죠? 전 말이죠, 사진학과도 나오지 않고, 관심도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하하하!”
“미쳤나 봐, 야!”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시현 씨가 눈이 조금 풀린 채 내게 뭔가 말하려고 했다.
“그냥 들어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어시스턴트 생활은 어렵다.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내는 많은 어시스턴트들이 그 시간을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나 같은 경우가 좀 특별했던 거지.
“솔~직히 말해서 저 사진 되게 잘 찍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쓸데없는 사진 찍고도 인맥 빨, 금수저 빨로 잘나가는 사람들 보면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흙수저는 이렇게 몇 년씩 고생해야 겨우 기회를 얻을랑 말랑하고! 저번에 방송 나온 사진작가는 내가 폰카로 찍어도 그것보다 잘 찍겠더라고요!”
“저기 이름이 뭐지? 시현 씨라고 했나요?”
“네! 그렇습니다!”
“사진 잘 찍으신다고 했죠.”
“저 정말 최고로 잘 찍어요오!
난 미선 누나를 쳐다봤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서다. 미선 선배는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잘 찍기는 해. 그래서 영윤 선배가 어시로 데리고 있는 거고. 언니가 타고 났다고 하더라고. 실력은 있는 편이야.“
”맞아요! 솔직히 요즘 카메라가 얼마나 친절해요. 수십 년 공부한 사람이나 저나 수준을 비슷하게 만들어준단 말이죠. 저도 기회만 있으면 정말로 잘할 자신이 있는데··“
그 말에 난 시현 씨를 향해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요즘은 더는 기술적으로 잘 찍는 것을 뽐내기 힘든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네? 길승우 작가님 잘 찍잖아요.“
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만종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말이 있는데··.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더 신경 쓰라고 하셨어요. 제가 기회를 잘 잡아서 성공했다는 말씀을 하셨죠? 그것도 있지만, 사진이 특별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셨어요.“
”아아! 또 그 말이네. 대체 사진이 특별하다는 게 뭐죠? 그냥 눈에 보이는 장면을 잘 찍으면 된다는 소리 아닌가?“
”아니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면 이거 관두는 게 나아 보여요. 그런 말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거 왜 찍었냐는 말.“
”맞아요! 영윤 선생님이 매일 그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제가 좀 답답해요. 왜 찍었냐는 물음은 좀 이상하지 않아요? 피사체가 좋아서 찍은 건데 말이에요.“
미선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열변을 토하는 그녀를 주저앉힌 뒤에 내게 면목이 없다는 듯 말했다.
”원래 좀 꼴통이야. 재능도 있고, 열정도 있는데 꼴통이야. 영윤 언니가 인성부터 키우는 중이야.“
미선 누나의 말과는 상관없이 시현 씨는 나를 흐리멍덩한 눈으로 바라보며 답변을 요구하고 있었다. 난 조금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왜 찍었냐는 물음이 나오지 않을 사진을 찍으면 될 거에요. 그게 뭐냐면 촬영 의도가 담겨 있는 사진을 찍는 겁니다.“
”또! 또 뜬구름 잡는 소리다. 난 저런 거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촬영 의도가 뭘 말하는 거죠?“
”자기의 생각이 사진에 스며든 걸 말하는 거죠. 그러면 그 사진은 특별해 보입니다. 동일 소재라고 해도 자기만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는 거죠. 시현 씨는 미선 누나하고 같은 소재로 사진을 찍을 때 똑같아 보이던가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잖아요.“
”그 차이가 좋은 사진으로 가는 단서라고 생각해요. 그 차이를 돋보이게 해서, 대중들의 코드를 맞추면 인정받는 사진가가 되는 거죠.“
”어려워요. 그 차이는 알겠는데, 그걸 의도적으로 모든 사진에 나타나게 한다는 거 말이에요. 그냥 몇백 장 찍다가 한 장 걸리면 되는 건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자기 생각을 셔터로 찍어내는 거 아닐까요? 물론 저도 한 피사체에 셔터를 많이 누를 때도 있어요. 근데 그건 많은 사진 중에 하나만 걸려달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거예요.“
시현 씨는 싱긋 웃더니 입을 열었다.
”나중에요! 정말 나중에 같이 사진 한번 찍고 싶어요! 말씀 되게 잘하신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지세요!“
그렇게 쉼 없이 떠들던 시현 씨는 곧 눈을 감고 잠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난 미선 선배를 보고 말했다.
”술버릇 고약한 직원을 두셨네요.“
”뭐, 예전의 나 같아서 보기 안쓰럽네. 술 깨면 엄청 후회할 거다. 그런데 몇 달 못 봤다고 되게 어른이 된 것처럼 보인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맞나 봐. 오늘 촬영현장에서도 익숙하다 못해 노련미가 물씬 풍기던걸.“
”미선 누나도 사진 더 세련돼 보이던데요. 뭐.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미선 선배는 나의 말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보였어?“
”그럼 보이죠, 옛날하고 차이가 크게 나던데.“
”세상에 승우 같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그렇고 영윤 언니도 그렇고 사진이 크게 좋아졌다고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통 모르더라고. 아무래도 인물이 안 들어가서 그런가 봐. 근데 난 인물 사진이 부족한 편이잖니. 하아, 나도 어서 자리를 잡아야지. 너처럼 말이야.“
”전 아직 멀었어요.“
”어머, 상업 사진계에서 너처럼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잘나가는 잡지 전속작가에, 대기업 사진광고에·· 그리고 아직도 그 회사 소속이야?“
”네.“
”거기 대표가 너 그렇게도 아끼잖아. 한국에서 잘나가는 음악 기획사 전속작가에. 너 반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
”아, 다음 주에 우리 회사 소속 언루트 애들 앨범 재킷 화보 촬영 있는데 도와주시겠어요?“
”내가 뭘 도와주니. 됐다, 얘. 괜히 일거리 던져주려고 노력하는 거 다 보여.“
”아니에요. 이번에 무슨 아트디렉터의 기획 때문에 좀 일이 복잡해졌어요. 어제 회의를 했는데··“
난 어제의 회의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난 지금 아트디렉터가 원하는 컨셉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난 미선 선배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인물뿐만 아니라, 예술작품같이 앨범을 상징하는 소품들을 찍는 작업이 있는데 좀 걱정됐거든요. 근데 오늘 미선 선배 사진이 딱 맞네요.“
”그래? 음, 나도 언루트 좋아하니까, 스케줄 알려주면 최대한 조정할게.“
성격이 특이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아트디렉터와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동료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난 든든한 아군을 한 명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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