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26
27화 다시, 가을빛
시작은 단출했다. 이미 러버걸스는 9월 초 신곡 이란 곡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라 잔잔한 발라드 곡인 은 홍보 없이 음원출시와 유투브에 올린 스틸컷으로 연결되는 뮤직비디오가 존재의 전부였다. 10월 초 음원 발매된 은 러버걸스의 팬들로부터 시작됐다.
아니 팬들에게 소식도 없이 갑작스럽게 곡이 출시됐어요. 몇 분 전에 올라온 것 같은데 상당히 괜찮음! 이번 타이틀곡보다 이곡이 우리 러버걸스에게 천 배는 더 어울리는 거 같네요. 아 이곡은 꼭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들으세요. 제가 신곡 봤냐고 제목을 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힐링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이거 뮤직비디오가 내 가슴을 울린다.
–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게 첫사랑의 여행을 몰래 지켜본 느낌이야.
– 왜 이런 노래가 빛을 못보고 있는 거지?
– 가슴빔보다 천 배가 아니라 만 배는 더 좋은 듯. 아니 이걸로 가야지.
– 와 소속사 일 좀 해라. 레드 오션만 노리지 말고 이렇게 훌륭한 제작물을 떡 하니 던져놓고 뭐하는 거야.
– 걸그룹이 발라드 곡을 타이틀을로 가져가기는 힘들지. 그래도 이거 너무 아깝다.
***
“이대로 소속사가 손 놓고 있는 꼴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습니다.”
10월 말 강남역의 한 카페의 밀실에서 길승우의 후임인, 닉네임 샤이보이 신상우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밀실에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샤이보이님의 말이 맞아요, 이제 컴백 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데 활동은 힘들다는 소속사의 무성의한 답변만이 있었죠. 사진 한 방으로 우리 러버걸스가 인지도를 얻은 건 기쁘지만 정작 노래 자체는 크게 히트치지 못했잖아요.”
러버걸스 멤버 다정을 좋아하는 닉네임 ‘다가졍’도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머리에 빵모자를 쓰고 은테 안경을 쓴 그녀는 성난 마음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다스렸다.
“그래도 첫 주에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 곡이 19위까지 올랐고 행사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소속사는 이대로 행사 돌리면서 활동을 마무리 할 예정인 것 같은데·· 이거 참 큰일입니다.”
삭발을 하고 회색 코트를 입은 남자, 닉네임 슈가효미가 차분한 목소리로 차를 마시며 말했다.
“이대로 이 묻힐 수는 없어요. 우리 러버걸스 팬부터 힘을 모아서 이 노래를 대중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 점엔 다들 동의하십니까?”
두 남녀를 신상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카페 공지사항에 숨겨진 명곡 을 알리기 위한 지침서를 공지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결정이 러버걸스의 미래에 커다란 성공으로 다가오길.”
***
11월 초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사이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의 뮤직비디오를 링크한 글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시물에 오른 동영상 링크를 재생하는데 많은 네티즌들이 부담을 느껴 의 홍보는 여기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샤이보이 신상우는 선임인 길승우에게 부탁하여 뮤직비디오에 쓰인 사진을 얻는데 성공, 사진과 함께 노래의 가사를 올리게 되고 이 게시물은 드디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 와 이거 뭐지? 처음엔 정신없이 사진 보다가 영상보고 쓰러졌다.
– 얘네 누구임?
– 왜 있잖아. 미친 외모의 소유자들. 노래 좋다. 잔잔하고 밝은 느낌의 곡인데 슬프기도 해. 이 기분은 뭐냐?
– 입덕했네. 입덕 축하한다. 나도 이거 보고 그런 기분 들었어.
– 무대 영상은 없음?
– 찾아봤는데 댄스곡으로만 활동하는 거 같더라. 아아 이거 좋은데, 너무 좋은데.
– 얘네는 소속사가 안티인 듯. 이런 명곡을 놔두고 흔한 댄스곡으로만 활동하냐.
***
11월 중순.
인터넷 상에서 각종 사이트와 SNS을 중심으로 의 게시물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 노래는 50위 안에 갑작스럽게 진입했다. 소속사의 홍보 없이 오로지 팬들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덕분에 러버걸스의 소속사 제이필터 뮤직은 난리가 났다.
“지금 실시간 차트가 차트가가 무려 17위입니다. 가슴에 Beam 넘어섰어요!”
“팀장님 이대로 놔두기에는 기세가 너무 무섭습니다. 지금이라도 대표님 설득하셔서 이 곡으로 활동해야 될 것 같아요.”
“팀장님! 잡지사에서 연락 왔습니다. 에 관해서 묻고 싶다는데요.”
“지금 잡지사 3곳, 신문사 2곳에서 연락 왔어요. 전부 관련 문의입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이 안 먹혀요.”
“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이대로 놔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세에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에 제이필터 뮤직, 김훈철 홍보팀장은 입을 열었다.
“지금 대표님 설득하는 중이니까 기다려 봐.”
“왜 대표님은 이 곡으로 활동하는 걸 반대하시는 겁니까?”
부하직원의 물음에 김훈철 홍보팀장은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우리 회사 자금이 아슬아슬 하잖아. 이 곡으로 활동하려면 다음에 활동할 우리 보이그룹 언루트 활동비를 빼서 써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으신가봐. 이번에는 인지도를 얻었으니 다음에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시다.”
“하지만 이번 곡 충분히 승산 있습니다.”
“나도 알아! 아니까 매일 이렇게 대표님한테 가는 거 아니야.”
김훈철 팀장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표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힘없는 목소리가 대표실에서 들려왔다. 김훈철은 손에 자료를 들고 유수민 대표가 앉아있는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오늘 순위가 더 올랐습니다. 러브빔 넘어섰어요.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회사 이미지 문제에요.”
“아아, 미치겠네. 며칠 전에 얘기 끝났잖아. 회사 자금이 아슬아슬 하니까 다음 정규 앨범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잖아. 어제부터 왜 이래. 우리 회사 돈 없어. 그럼 어떻게 할까 언루트 컴백 일자 늦추고 남은 돈 올인해? 만약 안 되면 우리 회사는 끝장이야!”
“그 때하고 상황이 또 달라졌어요.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에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바닥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가 어디에 있어. 성공할 것 같으면서도 실패한 프로젝트가 하늘의 별처럼 많아. 나도 알아. 지금 인기가 오르고 있는 건 안다고. 근데 발라드 곡, 그것도 가을 다 지나가고 겨울 오는데 이 노래가 과연 생각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거둘 수 있어요. 홍보팀의 모든 사람들이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 성공하면 지금 쏟아 붓는 돈의 몇 배는 더 거두어들일 거라는 분석 자료도 있어요. 남은 건 대표님의 결단뿐입니다.”
“하아, 이제 모르겠다. 해! 프로젝트 진행해! 애들 다음 주 방송에 나가서 라이브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노래 연습 시키고 잡지사건 신문사건 인터뷰 다 받아주고 해보자고.”
그렇게 휴식기에 들어서려던 러버걸스의 재활동이 대표에게서 승인이 났다.
***
12월 초순. 여의도. 인기차트 무대 뒤편.
“준비 됐어요?!”
“네! 준비됐어요.”
마현수 실장은 인기차트 FD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며 그의 뒤에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8명의 소녀들을 향해 손짓했다. 마현수 실장의 손짓에 8명의 소녀들은 무대를 향해 나아갔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러버걸스 입니다!”
수많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그녀들의 귓가에 들렸다. 이윽고 무대가 시작됐다. 며칠 만에 급조된 안무였지만 발라드 곡인만큼 느리고 동작도 간단해서 한 명의 실수도 없이 라이브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의 공연이 끝나고 러버걸스 멤버들과 실장은 대기실에서 떨리는 심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인기차트는 다른 방송국의 음악프로와는 다르게 음반 점수 대신에 SNS점수가 들어가 러버걸스가 1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현재 음원 성적은 1위,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엄청나게 높은 편이었다.
[1위는 러버걸스! 축하합니다!]마현수 실장은 만세를 외쳤고 러버걸스 멤버들는 서로 부둥켜안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상황이 진정되어 러버걸스의 리더 효미가 마이크를 들었다.
“대표님, 부족한 저희를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길승우 사진작가님! 작가님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나머지 멤버들도 각자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승우 오빠, 오빠 덕분에 빵 뜨고 1위까지 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승우 오빠, 우리 사진 잘 찍어주셔서 고맙고 이렇게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방송이 끝난 후 기자들은 한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대상은 길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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