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07
107. 25층,기록(1)
전투가 끝난 후.
“와하하핫! 이렇게 재밌게 싸운 적이 있었던가. 이곳에 온 보람도 없지만은 않구나!”
키샤샤는 웃음을 터뜨렸다.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나 는 칼집에 검을 집어넣고는 전신을
살폈다.
어깨. 허벅지. 가슴. 배. 종아리. 다섯 군데의 부위가 욱신거렸다.
막는다고는 했지만,공격 하나하나 의 위력이 허용량을 넘은 탓에 상처 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은 괜찮으냐?”
“상관없어. 이 런 적이 처음도 아니
고.”
“과연. 단련된 전사라 이거군!” 나는 나뭇등걸에 주저앉았다. 찢어진 갑옷과 그 안의 피가 말라
붙은 상처가 점차 아물고 있었다. 풀숲 너머에서 이쪽을 보는 여러 쌍
의 시선이 느껴졌다. 3파티의 다른 멤버였다. 그들은 나를 두려움과 놀 라음이 섞인 눈으로 본 채 수군거리 고 있었다.
‘승패는……;
싸움은 결판 직전에서 멈췄다. 어느 한 명의 목숨이 끊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큰 휘두르기 위주의 참격을 쓰고,키샤샤도 커다란 앞발 을 이용한 공격을 하기 때문에. 10 초만 더 진행됐다면 내 상반신이 피 떡이 되어 날아가거나,키샤샤의 머 리통이 썰리거나,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래도 내 승산은 높지 않았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스킬의 효용과 경험으로 어떻게든 맞부딪쳤기는 했지만,끝까지 갔다 면 높은 확률로 쓰러진 쪽은 나였 다. 그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각인이 없군.’
키샤샤에게 있고 내게는 없던 특 별한 것.
원래 각인은 지금 레벨에서는 획 득할 수 없다. 다만 4성 영웅인 키샤 샤는 태생부터 이를 들고 나왔다. 그 격차를 메꾸기 위해서는 나도 각 인을 얻어야만 했다.
‘나중에.’
일단 30층부터 뚫어야 한다.
어느 정도 전투의 뒷정리가 끝난 다음,나는 수인족의 거처로 초대받 았다.
그 와중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첫째는 키샤샤가 재생석으 로 내 전투 장면을 본 뒤,나를 주시 하고 있었다는 것. 둘째는 내가 왔 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나를 데려 오기 위해 라카리를 보냈다는 것이 다.
“그게 초대였어?”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은 수상하게 숨어 있다가 앙탈을 부리기만 했는데.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라카리는 인간을 싫어했지. 내가 생각이 짧았 어,암. 그 아이는 인간한테 부모를 잃었거든.”
“벨키스트한테도 시비를 건 모양 이던데.”
“전사의 가능성이 보이는 인간이 야. 흥미로웠을 뿐이지. 인간이란 종족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죄 없는 생명마저 미워하진 않아. 기분 나쁘다면 사과한다. 그 인간한 테도 전해다오. 물론,재도전은 언
제든 환영이지.”
나는 옆을 보았다.
울창한 풀숲,검은 머리의 꼬마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라카리 였다.
‘피곤해지진 않겠군.’
완전한 협력까지는 바랄 수 없겠
지만,반목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적어도 임무에서만큼은 도움이 될
것이다. 25층을 깬 점만 되짚어봐도 그 사실은 확실했다.
“언니,인간을 집에 끌어들이다니. 배신자!”
라카리는 혀를 배 내밀고는 달려
가 버렸다.
옆에 있던 다른 수인족이 그 아이 를 뒤따라갔다.
“고기는 좋아하나? 이 곳에서는 사 냥감이 많더군. 덕분에 신선한 고깃 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어.”
키샤샤가 보따리를 풀었다.
피냄새가 확 풍기더니,생고기가 튀어나왔다. 키샤샤는 뼈에 붙은 살 점을 망설임 없이 입가에 집어넣고 물었다. 우물우물.
“안 먹어?”
“배가 안 고파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외견으로는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역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식사가 끝난 다음, 나는 만족한 듯 이 누워서 배를 두드리고 있는 키샤 샤에게 말했다.
주제는 정해져 있었다. 탑의 원활 한 공략과 임무를 위해 협조해달라 는 것. 키샤샤는 고민하지 않고 수 긍했다.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애초 에 우리 일족은 계약을 맺고 이곳으 로 왔어. 내 쪽에서 부탁할 생각이 었는데.”
“계약이 라고.”
“맞아. 세상의 끝. 우리의 고향이 어둠으로 뒤덮여 사라질 때…… 목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구해준다고 했어.”
키샤샤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갈기머리를 긁었다.
“나는 알았다고 했지. 그 다음부터 는 잘 떠오르지 않아. 내 가족은 그 것도 모른다고 하고. 참 이상해.”
세상의 끝과 목소리인가.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아직은 정 체를 가늠할 수 없다.
“어쨌든 임무는 할 거야. 처음엔 별 시답잖은 인간만 잔뜩 있길래 실
망했더니,이제 보니 훌륭한 전사가 남아 있더구나. 안심이야.”
키샤샤는 피가 흐르는 입가를 닦 으며 웃었다.
그러더니 별안간,눈을 차갑게 가 라앉혔다.
“전사, 인간들에게 전해. 초대를 받지 않는다면 우리 영역을 침범하 지 말라고. 합성이든 마스터든 신경 안 써. 우리는 침입자를 절대 용서 하지 않아.”
“이곳이 너희 영역인가?”
“맞아. 마스터가 만들어줬어. 고향 에 비하면 부족하지만,쇠 냄새가
나는 곳보단 낫지.”
키샤샤는 표정을 부드럽게 되돌렸
다.
“너는 언제든 와도 좋다. 용살의 전사.”
“운이 좋았어. 우려먹지 마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볼 셈이냐?”
“얘기는 다 했으니.”
소득은 얻을 만큼 얻었다.
지금쯤 훈련소에서는 1파티의 멤
버가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 랫동안 같이 하지 못했다. 돌아가서 봐줄 필요가 있었다. 파티의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이 녀석들은 나올 필요가 없겠 네.’
모든 생활 시설이 소형으로 집약 되어 있다.
숙소. 훈련소. 식당. 광장. 식성도 생활 방식도 다르다. 임무를 할 때 를 제외한다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영역 침범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이 장소를 두고 한 말이겠지.
“다음 전투의 때에 보자,전사.”
“그럼 곧 보겠군.”
나는 등을 돌렸다.
곧장 3파티의 숙소를 나왔다.
‘질풍 부족이라.’
지금껏 소환된 영웅들과는 다른 유형의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다만 쓸모는 넘칠 만큼 있었다. 리 더인 키샤샤가 4성 중에서도 상급 포텐을 자랑하는 우수한 인재였고, 그 밖의 멤버도 기본적으로 3성 값 은 충분히 해줄 것이다. 임무에 대 한 공략 의지도 충분하다.
이쪽에서만 건들지 않는다면 무난 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듯했다.
훈련소로 들아가자 1파티 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격소에서 활을 매만지던 제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됐긴. 잘 해결됐지. 거기 는 거기대로 잘할 거야. 우리는 여 기만 신경쓰면 돼.”
나는 답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훈련소 Lv.4]훈련소도 레벨이 올라가면서 구조 가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파티마다 전용 훈 련장이 할당된다는 점이었다. 이 넓 은 훈련장에 있는 것은 나까지 합쳐
서 불과 다섯. 옆의 문으로 빠지면 2 파티를 위한 훈련장이 개설되어 있 다고 했다.
‘그러고보니,2파티의 현황을 듣 지 못했군.’
에디스와 잠깐 만난 게 전부였다, 일단 다섯 명을 채웠다는 것은 확
인했지만,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정 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고급 영 웅은 없을 것이다. 로그를 보면 키 샤샤를 뽑은 5연 소환 이후 뽑기는 없었다.
‘원래는 5명을 뽑아서 2파티와 3 파티에 넣으려고 했겠지만.’
행운인지 불운인지,인연이 떠버 리는 바람에 2파티에는 고급 영웅 을 넣을 수 없었다.
따라서 에디스는 거의 방치된 채 하급 영웅들로 인원을 충원해야 했 을 것이다. 나는 혀를 찼다.
‘괜찮으려나.’
아침에 봤을 때, 안색은 좋지 않았 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한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남 신경 쓸 겨를이 없지.’
나는 픽 웃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아침은 먹었겠지? 곧장 시작한 다. 한 달은 쉬었으니,빡세게 단계 를 올릴 거야. 잘 따라와라.”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트랙을 따라 뛰면서 나는 한 명씩 멤버의 상태를 살폈다.
‘레벨은 전부 똑같군.’
스킬에서는 변화가 꽤 있지만,레 벨은 물론 뒷자리의 경험치도 변화 가 없다.
나와 제나가 떠난 뒤,단 한 번의 던전 공략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뜻 이었다. 아마 암케나의 의도일 것이 다. 두 명을 다른 영웅으로 채워봤
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 다.
‘3파티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소환된 그들
의 레벨은 20대 초중반에서 머물고 있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페이스를 올려 야 했다.
‘바로 오늘. 아니,내일부터.’ 임무를 재개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일정표를 짜면서
뜀걸음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녁.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Now Loading..]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암케나가 접속했다.
하늘에 불이 켜지며 메시지가 이
어 졌다.
[띠링!] [마스터, 미확인 우편이 1건 있습 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제목 – 교육 결과 안내]
[보낸이 一 로키(니플헤임)]
[교육 참가를 희망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귀하의 영웅은 무사히 교육 을 수료했으며,이백 명의 모집생 중 눈에 띄는 성적을 내었기에 축하 의 의미로 우편을 보냅니다. 성적 우수자 영웅에게는 소정의 포상을 지급하였고,마스터에게도 보답을 드립니다.]
[영웅 ‘한(★★*) 一 전체 1위I,’ 제나(★★★) 一 전체 2위’]
[첨부 아이템이 있습니다. 받으시 겠습니까?]
[Yes(선택) / No] [띠링!] [‘상급 영혼석’을 획득하셨습니 다!] [‘상급 승급석 X 2’을 획득하셨습 니다!] [‘300,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 다!] [전리품 안내] [한 (★★★) 一 칠흑의 반지 (C-), 마력이 깃든 강철검(A)] [제나(★★★) – 마도 확장 화살통 (B)]
_확장 화살통?’
저건 또 언제 넣었어.
확실히,오면서 봤을 때 이상한 흑
색 화살통을 허리에 차고 있긴 했 다. 확장 화살통은 화살의 소지 한 도를 대폭으로 늘려주는 궁사 전용 아이템이었다.
‘뭘 하는지 볼까.’
나는 3층 광장의 벤치에 앉아 조
작창을 응시했다.
[선물 상점!] [5,000골드로 ‘군마 조각상’을 구 매합니다.] [‘군마 조각상’을 ‘한(★★★)’에 게 선물합니다!]나는 창고를 바라봤다.
문이 열리더니 이셀이 날아오고
있었다.
품에는 낯익은 석상을 품에 든 채. [로키,마스터가 또 선물을 줬어.]
“…….”
이셀은 방싯방싯 웃고 있다.
나는 갈색의 조각상을 받아들었
다.
[‘한(★★★)’이 ‘군마 조각상’을 받고 실망합니다.] [호감도 하락!]나는 조각상을 분수대 안으로 내 던졌다.
이셀이 뛰어들며 받더니 분수대 옆의 거치대에 군마 조각상을 올려 놓았다. 그 옆에는 똑같은 물건 두 개가 놓여 있다. 네가 놓은 거였냐.
“이런 것좀 그만 보내라 그래. 뭐 트로피라도 모아 두려는 거냐?”
[마음에 드는 줄 알았는데.]“차라리 먹을 거나 주라고 해라. 쓸 데도 없는데.”
[알았어. 기다려봐.]이셀이 뾰통 사라졌다.
[Tips/호감도에 관하여.] [마스터,선물이 영웅의 호감도를떨어뜨린다면 종류를 바꿔보세요. 호감도는 영웅의 반응성을 높이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메시지를 읽어본 뒤.
암케나는 재차 선물 상점으로 들
어갔다.
[선물 상점!] [8,000골드로 ‘백마 조각상’을 구 매합니다.] [|백마 조각상’을 ‘한(★★★)’에 게 선물…….] [당신이 선물한 ‘백마 조각상’은 박살이 났다!] [‘한(★★★)’이 ‘백마 조각상’을 받고 크게 실망합니다.] [호감도 대폭 하락!]이후 암케나는 선물 상점을 열지 않았다.
약 5분간 반응이 없다가,예비 전 투직들을 묵묵히 던전으로 보낼 뿐 이었다.
‘삐 졌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거 달라고. 쓸만하 면 받을 의향은 있다.
용건은 이게 아니지.
나는 벤치에 앉아 암케나의 조작 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암케나는 전 투직을 하층 임무로 보내고, 보조직 을 요일 던전으로 출전시켰다. 이어
아이템 제작을 돌리고 영웅늘을 승 급시 켰다. 꽤나 바빠 보이는 모습이 다.
‘규모가 꽤 늘어났으니까.’
이 대기실에 있는 영웅은 약 100
명에 가까워졌다.
기껏해야 10명,20명 다루던 때에
비하면 손이 많이 갈 것이다.
그런 암케나를 내가 기다리는 이
유는 하나였다.
’25층.’
3파티가 클리어한 층이었다. 임무를 깨버린 이상 나와 큰 관계
는 없어졌지만,아무렇지 않게 넘길
생각은 없다.
분명히 뭔가 있을 것이다. 임무의 영상을 살펴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