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14
114. 전야(2)
< 농담입니다.〉
"심장에 나쁜 농담이야."
나는 픽 웃었다.
유르넷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스터가 이렇게 연락을 주셨다는
것은…….〉
"그래,곧 보스 스테이지에 간다.
혹시 몰라,미리 말해두는 거야."
<혹여나 사고를 당하실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 타오니어의 임무와 난이도에 대해
서는 이미 유르넷에게 설명했다. 유르넷은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내가 돌아가는 것을 더욱 반대했지만, 어찌어찌 설득은 끝낸 상태였다.
<마스터,위험해지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반지를 쓰십시오.〉
"알았어."
’별로 쓸 생각은 없지만.' 임무에서의 사용은 패널티가 크다.
3회를 한꺼번에 소모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유르넷의 말에 의하면 무기 소환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무 엇보다 암케나와 영웅들에게 정체가 노출된다. 함부로 쓸 수 없는 능력 이었다.
'임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죽기 직전의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다시금 결정을 내린 뒤 말을 이어갔다.
주제는 별거 없었다. 니플헤임의 근황과 내가 돌아간 뒤의 일. 소식 을 듣고 헐레벌떡 복귀한 니하쿠가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나는 웃고
넘겼다.
<마스터가 허락하신다면,타오니 어에 니하쿠를…….〉
,,안 돼 ”
<역시군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쨌든 마스터. 옥체보존하시길.
마스터의 목숨은 이미 마스터의 것 만이 아닙니다.〉
"걱정 마라. 죽을 생각은 눈꼽 만치 도 없으니까. 나중에 다시 연락하지."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알아. 돌아와서 바로 알려줄게.
이번에는 안 서운하게."
< 명답입니다.〉
"그럼."
나는 반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몸을 감싸고 있던 마력의 흐름이 흩어졌다.
책상 위에는 몇 장의 종이가 펄럭 이고 있다.
내가 30층을 예측해서 작성한 예 비 공략이었다. 맨 왼쪽의 종이에는 세 개의 임무 유형이 구분되어 있다. 각각 탐험,토벌, 탈출이었다.
이 예측은 평범한 계정이라면 상 당한 확률로 적중한다.
실제로 시험을 거친 일이었고. 하
지만 타오니어의 임무는 나의 예상 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왼쪽의 공략은 어디까지나 겉절이였다. 반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 진다. 내가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겪 었던 미궁의 구조가 기록되어 있다.
'이 맵은 어떻게든 등장한다.'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
겠지만,
무조건 외워둬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1파티의 종합적인 스펙
과 다른 파티의 현황,대기실의 상 태가 꼼꼼하게 쓰여 있었다. 전부 공략에 참고할 사항이었다.
이튿날 저녁.
암케나는 물자를 빼돌린 1층의 영 웅들을 30층에 출전시켰다.
목적은 바로 알았다.
30층의 정보를 얻기 위한 선발대 였다.
이셀에 의해 끌려간 그들은 채 5 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다. 임무 의 극초반부에서 몰살당했지만,30 층에 대한 한 가지 확실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주의!] [이번 임무는 다섯 개의 파티가요구되는 대형 임무입니다. 만약 파티 인원이 모자란다면 유료 소환이나 무료 소환을 이용해 영웅을 충원하 세요!]
출전 당시의 로그가 떠올랐다. 딱히 내부 상황을 살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30층은 타오니어 최초의 대형 임무였다. 요구 파티는 다섯. 암케나는 선발대로 1인 파티 다섯을 출전시켰고,그들은 깨끗이 산화했다.
'정식 공략에서는 스물다섯 명이 필요하다.'
암케나는 빠르게 진행을 이어갔다.
3파티까지의 육성은 거의 끝났다. 나머지 파티를 육성할 차례였다.
4파티와 5파티가 불려 나가는 빈 도가 급격히 늘었다. 그들은 사막 필드를 전전하며 전투의 숙련도를 높여갔다.
전투 밖의 사항도 착착 준비되었다.
훈련소에서 진형 연습을 하던 이 올카가 갑작스레 마법 전당으로 끌 려갔다. 목적은 고속 연구. 이올카 는 하루에 열여덟 시간을 박혀 문제 를 풀어나갔다.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어. 필요하니까."
아직 타오니어의 연구 가능 인원 은 이올카밖에 없다.
대기실의 영웅 반응성 레벨은3다섯 개의 파티, 통칭 공격대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는 최소 5까지는 연구 레벨을 올려둬야 한다. 그렇게 사흘 밤낮을 고생해서야 이올카는 해방 될 수 있었다.
[띠링!] [연구,'영웅 반응성’이 Lv.5가 되었습니다.] [대기실에 여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새로운 기능이 해금됩니다!] [’통신(Lv.l)_ 습득!] [Tips/통신에 대하예 [원활한 의사 전달은 파티의 기본! 해당 기능을 습득한 영웅들은 효과 적인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연계 플레이의 효율을 높일 것입니다.]반응성 연구 레벨이 5가 되면서 통신이 개방되었다.
기능의 효과는 단순하다. 원거리 대화. 이로써 파티 간 거리가 멀어도 의사 전달이 가능해진다. 넓은 필드를 사용하는 임무에서는 필수적이었다.
낮은 레벨로 효과는 높지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아득하게 좋다. 나는 즉각 에디스를 불러 기능을 설명했다.
"거리가 멀어도 얘기할 수 있다고?"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돼. 방법 으 ,,
마스터한테 제안을 할 때의 노하우 와 비슷했다.
< 이렇게.〉
에디스가 반쯤 물러났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신기
하네."
"너도 해봐. 30층에서 필요할 거 같으니까."
"알았어."
에디스는 눈을 감았다.
<들려?〉
"잘 들린다. 사용법을 기억해둬. 다른 파티한테도 전달해주고."
제한이 없지는 않다.
첫 번째는 파티의 리더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두 번째는 같은 파 티간 통신은 안 된다는 것이다. 거 리도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lkm 정도. 통신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차츰 개선될 것이다.
'아이템을 만들면 더욱 보완되겠지만.' 지금은 대기실 내에 인첸터가 없다.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했다.
통신 기능을 해금한 암케나는 4파티
와 5파티에게 재생석을 들려주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두 파티의 단점
을 메워주려 하고 있다. 장비 제작 소는 사막 필드의 특성에 맞춰 방열 및 통풍 기능을 구비한 장비를 끊임 없이 생산했다. 각종 방지제 및 물 약도 마찬가지. 암케나는 꽤나 착실 하게 준비하는 중이었다.
'더 이상은 겜알못이라고 부를 순 없겠는데.'
나는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면서 훈련소로 들어갔다.
먼저 대련장에서 검격을 주고 받는 벨키스트와 네리사가 보였다. 대련장 옆의 벤치에는 제나가 앉아 다리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오빠,요즘 따라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꽤 바쁜가봐요."
"들를 곳이 많거든."
나는 제나 옆에 앉았다.
기본적으로는 타 파티에 간섭하지 않지만,아예 남처럼 산다면 협력의 효율이 떨어진다. 대형 임무의 공략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교류는 필요했다.
'계속 픽픽 죽어 나가서는 곤란하고 말이지.’
나는 벨키스트를 보며 말했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냐?"
"음,오늘 아침부터요. 쉬지도 않 던데요. 조금만 하면 무언가 될 것 같다면서."
캉!
세검을 놓친 네리사가 세 발자국 물러났다.
대련의 결판이 난 것 같았다. 벨키 스트는 굳건히 검을 바로잡고는 말 했다.
"검을 잡아라. 다음으로 가지."
네리사는 질린 기색으로 철책에
박힌 세검을 뽑아 들었다.
다시 대련이 시작되었다. 벨키스
트는 전신에서 열기를 뿜으며 네리 사를 마구 몰아쳤다.
'얼마 안 남았군.’
검의 궤적이 달라지고 있다.
리디기온이 말했었던 중급 무기술의 조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미묘하게 느껴졌다. 약간의 계기 만 얻는다면 즉각 벽을 돌파할 것이다.
"저 오빠도 대단해요. 어떻게 보면 아론 오빠보다 한술 더 뜨는 거 같 은데. 연습이 아니라 진짜 목숨을 걸고 한다는 느낌. 대련할 때도 그
렇구요."
제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목숨 안 걸고 하냐? 누가 들으면 설렁설렁하는 줄 알겠네."
나는 제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일어섰다.
네리사가 진땀을 흘리며 후퇴하고 있다. 네리사도 많은 훈련을 거쳤지만, 무기술 일변도보다는 정보 탐색이나 함정과 연관된 보조적인 기술에 집 중한 바가 많았다. 이제는 순수 전 투원인 벨키스트와 확실한 격차가 벌어져 버렸다.
깡!
네리사의 세검을 회피한 벨키스트가 자세를 잡았다.
초고속의 강력한 찌르기가 네리사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즉각 뛰 쳐나가 대련장의 문을 열어젖힌 뒤 오른손을 움직였다. 빛살처럼 뽑힌 검이 벨키스트의 찌르기를 튕겨냈다.
"네리사,물러나. 이 녀석의 상대는 내가 맡지."
"……죄송합니다."
네리사는 내게 묵례하고는 대련장을 빠져나갔다.
"아침부터 어딜 가셨길래 늦었소. 하루종일 기다렸소만."
"늦어서 미안하군."
나는 검날을 세웠다.
"역시 1파티에 온 보람이 있었소.
2파티에 있었다면 이런 경험은 못 했겠지."
"언제부터 그리 말이 많아졌나?" 벨키스트가 씨익 웃었다.
그와 동시에 폭발적인 속도로 검을
휘둘러왔다.
'이 녀석은……;
순수한 재능은 제나보다는 뒤떨어 진다.
다만 투쟁심이 어마어마하다. 몇 번을 쓰러뜨려도 일어나서 다시 부딪쳐
온다. 아무리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도 꺾이는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가 아니었다면,
’무리해서라도 아론을 남겨뒀겠지.’ 나는 웃고는 뛰쳐나갔다.
그날 밤,벨키스트는 중급 무기술을
터득했다.
도중의 과정에서 나도 무기술을 3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시간이 더욱 흘렀다.
'상태창.'
이미 스펙은 올릴 수 있는 한계까지 올라갔다.
중급 검술이 3, 강격도 1레벨이
더 올랐고,침착성과 광폭성,더불 어서 불굴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 합쳐지는군.'
침착성과 광폭성이 시너지를 일으 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경험과 훈련이 쌓이다 보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기에.
다른 멤버의 상태도 다르지 않다.
레벨은 20대 후반이었고,스킬 레 벨도 되는 만큼 끌어올렸다. 몇 가 지 사소한 일만 처리하면 내일 즉각 출전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는 왼손의 반지를 매만졌다. 서늘한 감촉이 손가락을 타고 올
라왔다. 오른손으로는 종이에 내가 마스터로서 지켜봐 온 임무의 패턴 과 공략법을 적어갔다. 어떤 임무가 나올지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한 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아둘 생 각은 없었다.
30층은 20층보다 어려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점은 확실하다.
픽 미 업은 얼핏 보기에는 운빨 게임인 듯하면서도 정해진 법칙이 있다. 쉬운 임무가 나온다는 것은,나중에 훨씬 버
거운 임무가 나온다는 의미였다.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결코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어려워질 뿐. 그러나
그 안에서 상대성을 가질 수는 있다. 더 강해지고 더 철저히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돌아가진 않는다.’
나는 니플헤임에 남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 해서.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이 세계에서 내가 나만의 힘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처음 살아남기
로 결심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책상 옆을 보았다.
하얀 접시 위에 뭉개진 케이크가
놓여져 있다.
제나가 항상 수고한다며 만들어주 었다. 포크로 집어 한 조각 먹었다.
'……맛은 별로인데.’
너무 달잖아.
나는 케이크를 우물우물 먹었다. '가능하다면.’
씁쓸한 기분을 맛보고 싶지 않다. 5층의 그때처럼.
그렇게 또 하나의 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