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15
115. 열사의 사막, 폭풍(1)
이튿날 오후.
3층 숙소의 로비에 다섯 파티의 리더가 모였다.
각각 나와 에디스,키샤샤와 새로 합류한 두 명까지. 떠나기 전 최종 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였 다.
“와줄 줄은 몰랐어.”
에디스가 키샤샤를 보며 말했다. 키샤샤는 히죽 웃었다.
“우리도 사명을 띠고 여기에 왔다.
임무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어.” “고마워.”
에디스는 키샤샤에게 가볍게 고개 를 숙였다.
“너는 단련된 전사는 아니지만, 예 의가 바르구나. 인간답지 않아.”
“칭찬으로 들을게.”
에디스는 시선을 돌린 뒤 심호흡
을 했다.
다섯 명을 끌어모은 장본인은 내
가 아니다. 에디스가 자신이 하겠다 며 스스로 나선 것이었다. 숨을 길 게 내뱉은 에디스는 말을 이었다.
“내가 모두를 부른 이유는,지휘 체계를 정하기 위해서야.”
“지휘 체계? 그것은 무엇이냐?”
“임무 인원이 스물다섯 명이나 되 니, 대장을 정하자는 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잖냐.”
내가 대답했다.
“아하, 전사장을 정한다는 뜻이었 나? 이해하기 편하군! 가장 강한 자 를 뽑으면 되나?”
“강하다고 해서 모두를 잘 이끌 거
라는 보장은 없어.”
에디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
던 나를 보았다.
“나는 한을 추천해. 우리 중 제일 임무 경험이 많고,판단 및 지시가 정확해. 같이 싸워 봤다면 누구나 동 의할 거야.”
에디스는 키샤샤를 돌아보며 가볍 게 웃었다.
“단련된 전사이기도 하고.”
“과연. 용살의 전사라면 불만은 없 어. 단, 우리는 독단적으로 싸운다. 어울려서 싸우는 것은 맞지 않아.”
“그럼 정하는 의미가……
“그렇게 해라.II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수인족은 우리와 싸우는 방식이 달라. 억지로 붙들어 매도 효율이 안 나오거든.”
“잘 아는군,전사여. 물론 우리도 협력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임무 안에서는 네 의견을 존중하 지.”
원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픽 미 업’의 아인종은 대체로 인 간보다 강력한 대신, 협조성이 떨어
지는 경향이 있다. 굳이 끼워 넣어 서 갈등을 자초하는 것보다는 내버 려 두는 편이 낫다. 물론, 임무에 필 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 다.
“당신이 한이오?”
테이블의 구석에 있던 중년인이 말했다.
대검을 둥에 빗겨 메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4파티 소속의 라이만이오. 위명은 많이 들었소. 당신의 지시를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이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지. 다만 나는 기본적인 지침 만 알려줄 뿐. 나머지는 알아서 해 라.”
“아,알았소.”
“말은 이렇게 해도 친절해.”
“덧붙이지 마.”
나는 신입 두 명을 바라보았다.
임무를 비롯한 실전은 많이 겪었 을 것이다. 다만 보스 스테이지는 이번이 최초. 각각의 얼굴에 은근한 긴장이 묻어났다.
“미리 말해둔다만,무슨 일이 벌어 져도 쫄지 마. 그런 놈부터 죽는다. 살길은 분명히 있어. 그것만 알아두
면 돼.”
“봐,다 알려주…… 윽.”
나는 에디스의 발을 지그시 밟았 다.
간단한 인사는 끝났다. 다음으로 는 두 명의 신입 리더에게 기초적인 행동 방침을 알려주었다. 파티원의 누군가 죽어도 절대 당황하지 말 것.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말 것. 팀플레이를 기억할 것.
“마지막으로.”
“무엇이오?”
“어설프게 싸울 거면 빠져.”
“힘들게 올라왔소. 그럴 생각은 없
소.”
‘보면 알겠지._
보스 스테이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만약 여기서 제 몫을 하고 살아남 는다면 어엿한 정식 파티로 인정해 주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었 다.
모임이 해산되었다.
출전 예정일은 바로 오늘. 나는 방 으로 돌아가 거치대 위의 가죽 갑옷 을 걸쳤다. 사막용으로 개조를 거친 물건이었다. 연결 부위에 자외선을 막게끔 하얀 천이 둘러쳐져 있었다.
이어서 약품을 파우치에 넣었다. 보급품은 어제 배분이 끝났다. 하
급 생명력 물약 세 병,더위 방지제 두 병. 덧붙여 물이 가득한 수통이 추가되었다. 수분 보충용이었다.
철컥.
일곱 자루의 투척용 단검이 들어 찬 단검집을 허리에 둘렀다.
그 다음 비프로스트의 칼집을 벨 트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1파티의 네 명이 기다리고 있었
다.
준비는?”
“끝났어요.”
“할 것도 없더군.”
“유언장은 써놨냐?”
“그래서,선배는 썼소?”
벨키스트가 이죽거렸다.
“당연히 안 썼지.”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잖아요. 안
그래요,다들? 이번에도 오빠가 이 끌어줄 텐데.”
“나한테 너무 의존하는 거 아니 냐?”
“말이 다르네요. 줄 잘 타라고 할 땐 언제고.”
나는 웃고는 말했다.
“가자.”
네 명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긴장한 듯 보이면서 태연하다. 이 미 엿 같은 임무는 겪을 대로 겪었 다. 어떤 사태가 닥치든 제힘을 발 휘해줄 것이다.
1파티의 멤버들과 통로를 걸어가 고 있는 도중에,하늘에 불이 켜졌 다.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Now Loading..]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픽 미 업의 메인 화면이 떠올랐다. 암케나는 접속하자마자 곧장 시공
의 틈을 눌렀다. 탑의 등반 현황과 더불어 파티 선택창이 표시되었다.
‘여기서.’
[1 파티!]대기실 전체에 이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파티,3파티,4파티,5파티까지. 전원 1층으로 집합!]옆을 돌아보자, 2파티의 면면이 반대편 통로에서 나오고 있었다.
에디스를 필두로 로데리크,아난,
베닉,리리니. 에디스는 나를 보며 말했다.
”20층보다는 도움이 될 거야.” “무슨 소리를.”
[‘1 공격대’(소형)를 구성합니다.] [파티 구성 一 ‘1 파티’,’2파티’.’3파티’,’4파티’, ’5파티’] [영웅 총합 – 25] [공격대장 – 없음] [추천 공격대장 一 ‘한(★★★)_ : 공격대원의 대다수가 추천합니다.] [‘한(★★★)’을 공격대장으로 임
명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계단을 내 려 갔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일행이 늘 었다. 10명에서 15명으로. 15명에 서 25명으로. 어느덧 내 뒤에는 행 렬이 생겨났다.
“점점 출전 인원이 많아지네. 이러 다가 나중엔 수백 명씩 나가는 거 아녜요?”
이올카가 질린 듯이 말했다.
대답이 없자 이올카는 눈을 동그
랗게 떴다.
“진짜 그렇게 돼요?”
“때가 되면 알지 않겠냐?”
1층의 광장에 도착했다.
시공의 틈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 옆에서 이셀이 날개를 펄럭거
리며 영웅들을 둘러보았다. [너희들! 딱 보면 알지? 30층이
야. 만만하게 봤다가 뒈지면 책임 안 져. 한에게 방해되지 않게 잘하 라고! 한,화이팅!]
이셀은 내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는 빛으로 사라졌다.
“인기 많구려. 부럽군.”
“신경 꺼.”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각각의 파티가 광장에 모여 마지
막 정비를 하고 있다. 갑옷과 장비 를 점검하고, 컨디션을 체크 한다. 임무 간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다 끝나면 들어와. 이셀이 오래 기다려주진 않을 거야.”
나는 시공의 틈 안으로 걸음을 옮 겼다.
1파티가 따라왔고, 그 뒤를 2파티 가 이었다.
[탑을 등반,세상을 구원하라!] [메인 던전 : 현 등반 층수 – 29]영웅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나는 벽의 한쪽에 기댄 채 칼집을
매만졌다. 사람들의 얼굴에 짙은 긴 장이 배어갔다.
[메인 던전, 현 도전 층수는 30층 입니다.] [10초 뒤,문이 열립니다. 준비하 세요!] [임무 녹화 중입니다. 플레이 기 록이 보존됩니다.]쾅!
문이 거세게 닫혔다.
가운데의 거울에서 빛이 새어 나
오기 시작했다.
“모두들,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 어요.”
제나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지.*
더 이상 얘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빛이 시공의 틈을 가득 메웠다. 몸
이 분해되어 가는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
다시 눈을 떴을 때.
‘필드는 사막.’
예상대로, 21층부터 30층까지.
열 개의 플로어가 하나의 필드에
할당되어 있다.
모래 섞인 바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이곳은……
“도시? 도시 맞나요?”
“글쎄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각의 석조 건물이 바둑판처럼
늘어서 있다. 다만 건물들이 전부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입구부터 창
문까지. 새하얀 모래가 건물의 입구 부터 안까지 가득 채워졌다.
‘꽤 오래된 거 같은데.’
나는 벽을 어루만졌다.
풍화가 심하다. 버려진 지 최소 백
년은 넘었다. 나는 수통의 물을 들 이켜고는 중얼거렸다.
“들리면 대답해라.”
< 한이 야?〉
에디스의 목소리였다.
"그래. 1파티의 한이다. 현 위치
는?"
스물다섯 명이 소환됐지만, 이곳 에 있는 파티는 1파티 밖에 없다.
<이상한 도시 같은 곳에 왔어. 모 래가 엄청 많고,날씨도 뜨거워. 넌 어때?〉
"나도 똑같아. 일단 모이자. 도시 중앙으로 와라. 위치는 설명 안 해 도 알겠지."
<곧 갈게.〉
치직.
거슬리는 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통신이 끝날 때 나는 특유의 소음 이었다.
"다른 파티는 없나?"
<있소. 4파티의 라이만이오.〉
"4파티도 와라. 다른 곳과도 연락
을 해봐. 여기는 거리 때문에 안 닿 는 것 같군."
< 알았소.〉
나는 귀를 매만졌다.
라이만의 목소리가 끊겼다.
'모든 파티가 따로 떨어졌네.' 전력을 모으는 게 급선무였다. "콜록. 모래가 뭐 이리 많아?" 이올카가 손사래를 치며 기침했
다.
도시에는 모래바람이 끊임없이 불 고 있었다.
"날씨가 최악이군요?’
네리사가 헝겊을 입에 두르더니
말했다.
멤버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각각 후 드를 눌러쓰고 입을 가렸다. 동시에 더위 방지제를 복용했다.
"도시 중앙으로 가 다른 파티와 합 류한다. 네리사, 선행을 부탁하지."
"예.”
"아, 그리고. 프리아시스를 찾아 봐. 있을지도 모르니."
고개를 끄덕인 네리사가 모래폭풍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도 이동하자. 위치로."
이동 진형이 갖추어진다.
내가 선두,제나와 이올카가 중앙,
벨키스트가 후위였다.
"시야가 별로 좋지 않소만." "웬만한 건 네리사가 보고하겠지
만,기습을 조심해라."
"알고 있소."
길을 따라 걸어갔다.
임무의 목표창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적이 나타날 듯한 기색도 없었다. 문득 제나가 말했다.
"불안하네요. 이렇게 초반에 아무 일도 없으면……
"재수없는 소리 마요."
이을카가 질색했다.
나는 걸음을 이어갔다. 황색의 모 래가 시야를 거뭇하게 가렸다.
"2파티, 4파티."
<있어.〉
<듣고 있소.〉
"도시 중앙의 둥그스름한 건물이 보이나? 거기로 모인다."
짙은 모래폭풍 너머, 거대한 신전 의 윤곽이 보였다.
지붕 꼭대기의 여신상으로 보아 명확했다.
< 찾았어.〉
<이쪽도. 그리고, 다른 파티와도 연락을 마쳤소. 전달하겠소.〉
"알았다."
치직.
나는 통신을 끊었다. 그와 동시에 칼집에 손을 가져갔다.
옆의 건물에서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지붕 아래로 날 렵하게 뛰어내렸다. 어깨에는 누군 가를 얹고 있었다.
"황녀님을 찾았습니다. 길 복판에 쓰러져 계시더군요."
네리사는 프리아시스를 바닥에 얌 전히 내려놓았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제나와 벨 키스트가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함정일 가능성은.’
나는 이올카에게 턱짓을 했다.
이올카의 마력 파장이 프리아시스 를 훑고 지나갔다.
"진짜예요.”
"얘는 여기서 뭐 하는 건지.”
"혼자 무리하다가 쓰러지신 거 같 습니다만……
나는 수통을 꺼내 프리아시스의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꿀꺽. 작은 입술이 움직여 물 을 들이켰다. 눈꺼풀이 부르르 떨다 가 올라갔다.
"•…"한."
"자살 지원이라도 나왔냐?"
"단지……,열쇠를 찾기 위해서 왔
을 뿐이다."
"이곳이 맞나?"
"확실하다. 꿈에서 본 광경과 일치 한다. 이곳에…… 있어."
나는 생명력 물약을 꺼냈다. 프리아시스는 그것도 꼴딱꼴딱 집
어삼켰다. 더위 방지제까지 추가했 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프리아 시스가 몸을 일으켰다.
"고맙다."
"고마울 짓은 안 했으면 좋겠군." 이곳은 사막 가운데서도 특히 환
경이 나쁘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금세 불귀의 객이 될 것이 다. 프리아시스는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구나."
"제나 옆에 붙어라. 뭔 일이 생기
면 바로 숨고."
고개를 끄덕인 프리아시스가 일행 의 가운데에 섰다.
중앙의 프리아시스를 보호하는 형 태로 진형이 바뀌었다.
그와 함께 임무창이 떠올랐다.
[플로어30
[임무 유형 – 탐색]
[목표 – ???]
[특수 목표 – NPC '프리아시스 알 라그나'의 생존]
이거 원.
나는 혀를 차고는 걸어갔다. 모래바람이 계속 몰아치고 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