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27
127. 안 놓치지(1)
기이잉.
비공정은 기묘한 소음을 내며 차 원의 틈을 미끄러져 들어갔다.
구석진 곳에서 자동으로 멈췄다. 도착이 었다.
“흐아암. 지금 몇 시야,
갑판으로 나온 이올카가 하품을
하더니,하늘을 보았다.
변함없이 거뭇거뭇하지만 밝은
회색이 섞여 있다.
“거의 아침인 거 같은데요.” “오늘은 수고했다.”
“설마 이래놓고 낮에 나오란 건
아니죠?”
“한두 번 속냐. 오늘은 휴무야.” “후후. 저 먼저 갈게요.”
철컥. 기리릭.
이올카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제나와 네리사가 뒤를 이었다. 나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물심 양면으로 피곤했을 것이다. 거의 약
탈에 가까운 짓을 했으니.
“애송이는 어떻게 할 거요?”
“그 녀석은 당분간 내가 관리할게. 신경 쓰지 마.”
마지막으로 벨키스트가 비공정을 나갔다.
나는 선내의 창고로 들어갔다. 밧 줄로 몸이 묶인 소년이 모로 잠들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다니. 좋은 깡이다. 이쪽이 편하지만. 나는 소년을 둘러업고는 갑판으로 나왔다.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군.’
암케나가 접속하기까지는 여유가 남아 있다.
어떤 태도로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비공정과 마학자, 그리고 각종 아이템들. 약탈 한 번의 수확 이라기에는 너무 크다. 지시받은 적도 없었고.
‘두고 보면 알겠지.’
나와 시느느의 채팅 내용은 삭제 했지만,그 밖의 침입 및 역습, 약탈에 관한 로그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적이 대기실에 침입했고,우리가 이를 격퇴한 뒤 역으로 털어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을 업은 채 차원의 틈을 빠져 나왔다.
아래층으로 각종 연장을 든 채집 직이 출근하고 있었다. 요일 던전에 나가는 것이다. 시선을 돌리고 숙소로 들어간다. 방문을 열고 녀석을 침대에 던져넣었다. 쿵.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느긋하게 잘 수는 없다. 비록 꽁꽁 묶어놨지만, 마법사란 직업은 종종 내 예상을 초월하는 기행을 벌이고는 했다. 길어야 세 시간. 나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수마가 찾아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눈 감았다 뜨니 낮이군.I
눈꺼풀이 무겁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5분쯤 잠든 것 같은데,벌써 낮이
되었다.
“으으읍!”
나는 시선을 돌렸다.
소년이 나를 적의 어린 눈으로 보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일어나 있었던 건가. 다가가서 입의
밧줄을 풀었다.
“여,여긴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내 방이지.”
“왜 이런 곳에 나를 끌고 왔어?
돌려보내 줘!”
“안 된다니까.”
나는 의자를 회전시키고는 발을 꼬았다.
“이제부터 너는 비공정 담당이다?’ “뭐? 무슨 억지를……
“억지고 뭐고,마학자가 없으면 비
공정을 어떻게 굴려? 그 밖에 연구도 좀 해주고. 인첸트나 시약 제조도 부탁한다. 보조 마법도 가능하지? 임무에도 참가해라. 마법사가 두 명 있으면 편하지.”
소년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다시금 녀석을 살폈다.
품이 넓은 로브를 입었다. 로브 에는 푸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단발에 머리빛은 진청색. 얼핏 보면 소녀로 착각할 만한 중성적인 외모 였다.
“야,이! 이 뻔뻔한……!”
[‘카티오(★★★★)’가 분개합니다!]카티오라는 이름인가.
얼굴이 붉어진 소년은 묶인 채,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다짜고짜 사람을 납치 한 다음 일을 하라고? 할 것 같아! 이 자식아!
지옥에나 떨어져!”
나는 뺨을 긁었다.
순순히는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예상대로였지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빠, 저예요. 식사를 안 하신 거
같길래.”
“들어와.”
제나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빵과 우유가 올라가
있다. 책상에 쟁반을 올려놓은 제나의 시선이 카티오에게 향했다.
“이 아이는…… 어제 그 마법사네요.”
“앞으로 우리와 같이 싸우게 될 거야. 친하게 지내.”
나는 쟁반을 침대맡에 놓았다. “배고프겠군. 먹어라.”
찌릿.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먹지 않으면 탈출도 불가능할 텐데.” “파,팔을 풀어줘야 할 거 아냐.” 나는 카티오의 팔에 묶인 밧줄을
플어주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혼자서는 별로 할 게 없을 테니까.”
마학자의 단독 전투력은 높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그게 아니라요. 오빠 먹으라고 만든 건데.”
우물.
카티오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으면서 빵을 씹었다.
,,켁!”
먹다 사례가 들렀는지, 기침을 하며 우유를 마셨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빵과 우유를 빠르게 해치운 카티오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회유해도,나는 안 넘어가. 남의 집을 불태우고 멋대로 살인하고 약탈하는 악당한테 협력 하진 않을 거라고.”
“악당이라니. 네 마스터가 어떤 짓 거리를 하고 다니는진 알아?”
,,그,그건……
모를 리 없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가하지 않더 라도, 어떻게든 흔적은 남는다.
처음에는 간단한 약탈.
그 요정의 말대로 인사 수준의 도 둑질일 뿐이다. 하지만 녀석이 만만 하다고 생각되면 점점 강도를 높일
것이다. 아이 템 약탈에서 영웅 납치 및 살인에 이르기까지.
보통 30층대의 마스터들은 침입 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방어 인력 및 시설도 부족할뿐더 러,30층대에서는 비공정을 소유한 마스터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대비를 못했던 것이다.
무너뜨리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했던 것처럼,방비가 소홀한 새벽 시간에 기습한다. 혹은 임무를 나가 인원이 대거 비었을 때 뒤통수를 친다.
이렇게 야금야금 갉아먹은 뒤,충
분히 약해졌을 때 한꺼번에 침입해서 무너뜨린다.
그리고 대량의 영웅을 포로로 잡 아온 뒤 자신의 영웅에게 합성시킨다.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다. 이 섹터의 마스터들이 접은 원인은 대강 이러 했을 것이다.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양심이 있다면.”
“나는……
카티오는 고개를 숙였다.
“너는 그 협력자였고.”
“명령을 받았을 뿐이야!”
“돌아가면 똑같은 지시를 받을 텐데.”
놈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는 유 달리 넋이 빠져 있던 몇몇 영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대기실 소속의 포로일 것이다. 노예로 굴리다 쓸모없어지면 합성 행이겠지. 사냥꾼의 대기실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마스터는…… 나의 마스터는 그렇지 않아.”
카티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래는 안 그랬어. 지금은 단지…… 헤매고 있을 뿐이야.”
“흐음, 그래?”
“나는, 나는 마스터를 믿는……
카티오는 말을 흐렸다.
‘마스터를 믿어?’
유저는 보유한 영웅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일절의 관심도 없다.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할 뿐이다. 그저 게임이니까.
나 역시 그랬다.
그 시느느라는 마스터는 처음에는 공략파였을지 몰라도, 약탈에 맛을 들였고,그게 더 재밌어졌다. 단지 그렇게 됐을 뿐이다.
’허황된 꿈을 꾸고 있군.’
나는 말했다.
“그놈이 변할 거 같냐?”
“잘 생각해. 여기서 네 능력을 펼칠 건지,거기서 혹사만 당하다가 뒈질 건지.”
“건의할 예정이었다고!”
“뭘 건의해? 약탈은 그만하라?”
영웅이 그딴 의견을 펼치면 바로 합성 당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지. 이 녀석은 마학자라서 바로 죽이지는 않겠지만.
“……불쌍하네요.”
제나가 중얼거렸다.
“적어도 저희 마스터는 그러진 않
는데. 우리 의견은 잘 들어줬잖아요. 여러 가지 신경도 써주고요.”
“거긴 아니겠지. 100%야.”
얼마나 통조림을 시켰는지, 비상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 녀석이 제 컨디션이었다면 우
리가 거기서 뼈를 묻었을 수도 있었다. ‘슬슬 넘어오고 있군.’
카티오는 축 늘어져 있었다.
눈에 띄게 풀이 죽었다. 조금만 더
구슬리면 넘어올 것도 같았다.
“우리 아래로 들어온다면, 몇 가지는
확실하게 보장해주마.”
듣지 않는 척하지만 카티오의 귀가
쫑긋거렸다.
“첫째,야근 없는 생활.”
“..?!”
“그거 거짓말…
“끌고 나가.”
“읍!”
제나가 이올카의 입을 막은 채 끌고 나갔다.
언제 들어왔냐.
“우리는 일과 외의 휴식을 보장해 준다. 남는 시간에는 뭘 해도 돼. 휴 게실도 있고 목욕탕도 있다. 먹을 것도 많아.”
“그렇지만……
“그놈이 너희 복지에 대해 신경이나 써주디?”
술은 주는 거 같지만,그 정도는 이 녀 석 에 게 아무 메 리 트도 되 지 못 할 것이다.
“둘째,우리는 시답잖은 약탈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늘 했잖아!”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말이야. 너도 알잖냐. 그놈이 먼저 털으려고 왔거든. 비공정 기록 조사하면 알 거야. 내기라도 할까?”
카티오는 다시 머리를 숙였다.
“우리는 명실상부 공략파거든. 임
무에 집중하지. 쓸데없는 곳엔 눈 안 돌려. 특별한 필요가 없다면.”
“여기 임무를 해도 의미가 없어. 이곳은 내 고향이 아니잖아.”
“특별한 애착이라도 있나? 남겨둔 가족이라도.”
“그런 건 없지만…… 아무튼!”
‘없으면 잘됐네.’
가장 귀찮은 조건이 해결됐다. 나는 말을 이었다.
“셋째 조건,네가 다른 지역 출신
이라고 차별하는 일은 절대 없어.” “흥, 네가 뭐 대장이라도 돼?” “대장은 아니지만,최소한의 위상은
가지고 있지.”
차별에 대한 것은 다른 마스터의 영웅을 영입할 때 생각 외로 심각한 문제 다.
니플헤임에서도 출신과 종족이 다 르다며 갈등하는 놈들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휴식 보장,임무 중시, 차별 없음. 내가 보장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세 가지다.”
“야근이 없다는 거,정말이야?”
”그거……
“조용히 시켜.”
문밖에서 이을카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싱긋 웃고는 말했다. “정말이야.”
“……수상해.”
나는 카티오에게 다가가 밧줄을 풀어주었다.
팔뿐만이 아니라 몸통과 다리에 묶은 것도.
“지금까지의 무례는 사과하지.” “이렇게 대한다고……
“바로 결정하라고 하진 않아. 여길
둘러보면서 천천히 생각해봐.”
카티오는 나를 찌릿 노려보더니,
로프 자국이 남은 팔을 매만졌다. 그러고는 흥, 고개를 돌리더니 밖
으로 척척 걸어나갔다. 문이 다시 열리고 제나가 들어왔다.
“내버려 둬도 돼요?”
“이 셀.”
[귀염둥이 요정,이셀 등장!] “차원의 틈은 잠가놔. 혹여 수상한낌새라도 있으면 바로 알려주고.” [오케이!]
뾰로롱.
곧장 사라졌다.
“……재는 참.”
“이러면 괜찮아.”
이번에는 이올카가 방에 들어왔다. “완전 굽신굽신이군요. 나도 재처럼
대해주면 좀 좋아. 같은 마법사인데 대우가 왜 달라요?”
“안 낚인 고기잖아.”
“저는 낚인 고기라서 잘 대해줄 필
요 없다는 거예요?”
“이상하게 안절부절하네.” “안절부절은 무슨. 정상이라고요.” 나는 말없이 웃었다.
이해는 한다. 고고한 귀족 취급을
받다가 경쟁자가 등장했다. 자기보다 등급이 높은 4성. 실질적으로도…….
“어쨌든,절대 안 놓는다.” “싫다고 해도요?”
“당연하지. 억지든 뭐든.”
마학자의 가치는 남다르다.
비공정 운용을 빼고도 그렇다. 전투에서는 고효율의 보조 마법으로
파티를 지원하고,비전투 상태에서는 각종 인첸트를 넣어주는 부여사를 겸한다. 그 외에도 상급 물약 제조나 뛰어난 연구력 등,마학자는 준 5성 취급을 받는 최고급 인재였다.
“그,저는…… 재가 싫다고 하면…… “돌려보내자고? 그놈한테?”
“그건 아니지만요! 시간을 두고
보자는 거죠.”
‘혼자 일하기 싫다며 투덜거릴 땐 언제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에 쓰 러지듯 누웠다.
“잘 거야. 무슨 일 있으면 깨워라. 아,그리고 그 녀석은 네가 안내해줘. 대기실 여기저기.”
“제가요?”
“그럼 제나한테 시킬까?”
“아, 알았어요.”
이올카는 복잡한 표정으로 방을 나갔다.
제나도 잘 자라며 말하고는 이올 카를 따라갔다.
‘졸리군.’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생각했다.
아직 할 일은 많다. 그놈의 대기실 에 한 번 더 들러야 했다.
비공정이 있다면 정비사도 분명 있을 터. 녀석들도 데려와야지. 한 번 빨대를 꼽았으면 골수까지 뽑아 먹어야 한다. 그 밖에도 파티의 컨 디션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후의 상황을…….
‘이거 완전.*
일 중독인가.
지구에 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