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34
134. 망망대해(3)
마지막으로 내가 갑판에 올라오 자, 프리아시스는 난간에 걸쳐 놓았 던 밧줄을 회수했다.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물고 있다.
놀라움과 당황이 반쯤 섞인 눈빛 이었다.
은발이 조금은 길어졌고,평범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배 위를 둘러보았다. 대형이라 부를 만한 범선이지만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는다.
배의 후미에서 돛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남자가 한 명.
“그대들은 나를 몇 번이나 놀라게
하는구나.”
프리아시스는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안녕하세요?”
“뭐야? 이 여자는 왜 말투가……
읍!”
“저희는 들어가 쉬고 있겠습니 다.”
네리사가 카티오를 선내로 끌고 들어갔다.
“무슨 불청객 같군. 자리를 비울 필요가 있나?”
“한꺼번에 와글거리면 황녀님도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두 명도 선내로 마저 들어갔다. 갑판에는 나와 프리아시스가 남았
다.
침묵이 이어지자 내가 말을 꺼냈 다.
“들어가도 되냐? 자고 싶은데.”
프리아시스가 볼을 부풀렸다.
“되겠나! 물어볼 게 태산이야. 어 찌하여 그런 바다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있었는지,배의 위치는 어떻게 찾은 것인지,이번 목표는 대체 무 엇이길래……!”
“임무야.”
프리아시스는 상세한 설명을 요구 하는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도 모른다.
낸들 알겠나. 임무를 하다 보니 이 렇게 된 것을. 내가 입을 다물자 프 리아시스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이번에는 그대들과 엮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처음 만났을 땐 돈을 주면서 도와 달라더니. 왜 앞과 뒤가 달라?”
“당시는…… 이렇게 험할 줄 몰랐 느니라. 그대의 동료가 몇 명이나 죽었잖은가.”
“내버려 두라고 했을 텐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프리아시스는 고개를 숙였다.
‘과연.’
우리에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너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 신경 끄라고 했지만,이 녀석의 성격으로
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여긴 어디야?”
“그것도 모르고 왔단 말이냐?” 프리아시스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답할 말은 없었다. “이곳은 대륙 남동부의 바다, 무한
해라 불리우는……
“알았어. 무얼 찾으러 왔는지 알려
줘 봐. 이번에도 열쇠냐?”
잠깐 망설이다가 답이 나왔다.
“……그렇다.”
“첫 번째는 사막,두 번째는 바다. 환경 한번 죽여주는군.”
프리아시스는 30층 이후의 일을 설명했다.
석상을 물리치고 난 뒤,열쇠를 가 지고 돌아가 아시니스 가문에게 진 위를 인정받은 것. 덕분에 이후의 수색 활동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 다고 한다.
”이 배는 가문에서 대여해줬다. 선 원도 마찬가지야.”
돛을 매달던 남자가 이쪽을 힐끗 보더니 작업을 이어갔다.
“보조금도 받았다. 가까운 섬에서 용병을 고용할 예정이니라. 이쯤이 면 그대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열
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야.”
“그런 괴물이 다시 나와도?” 프리아시스가 헛기침을 했다.
“어,어쨌든 항구로 배를 돌려
“용병은 됐어. 아무도 부르지 마 라. 시체 늘리고 싶지 않으면.”
“그렇다면……
“안내해주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상황은 30층과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멤버가 바뀌었다
는 것 정도.
“여전히 고집불통인가.”
프리아시스는 쓰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우린 임무를 거부할 수 없어.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나를 죽이라는 임무가 나온다면, 어쩌겠느냐?”
“그것도 해야지. 내가 죽기 싫다 면.”
뒷맛이 쓰기는 하겠으나, 이미 각 오는 끝마쳤다.
임무라고 해서 남을 돕거나 몬스 터를 퇴치하는 내용만 나온다는 보 장은 없었다.
“알았다.”
프리아시스는 품 안을 뒤적이더
니,작은 가죽 주머니를 하나 내려 놓았다.
열린 틈 사이로 금화가 번쩍거렸 다.
“내가 가진 전 재산이야. 그대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겠다. 나도 후안무 치한 여자는 아니니.”
“필요 없는데.”
“나를 부끄럽게 하지 말아다오.”
그럼 거절하지 않는다.
나는 금화를 받아들었다.
[교섭 성공!] [’한(★★★)’이 특수 NPC ‘프리아시스’에게서 10,000골드를 획득 했습니다.]
‘1 만 골드인가.’
픽 미 업에서 그리 큰돈은 아니다. 군마 조각상을 2개밖에 살 수 없
다.
어쨌든 받아두기로 했다.
“……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프리아시스가 약간은 어색한 동작
으로 손을 내밀었다.
내가 붙잡자 손이 위아래로 흔들
렸다.
“나를 부를 땐……
“꼬맹이?”
“프리아라고 하거라. 나도 그대를 이름으로 부르마.”
“프리아.”
“애칭이야. 나는 이쪽 이름이 더 마음에 드는구나, 한.”
프리아는 얕게 웃었다.
‘흐음.’
뭐,상관은 없다.
이후,프리아는 바다에서의 일을 조금 더 깊게 들려주었다.
원래는 용병이 득실거린다는 해적 섬에 들러 선원을 보충하려고 했지 만,우리가 합류한 이상 그럴 필요
가 없다. 즉각 열쇠가 있는 장소로 줄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열쇠에 대해 알려줄 게 있다.”
“말해.”
“열쇠를 전부 모으면…… 상위 차 원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하는구나.”
뜬금없는 말에 굳어버렸다.
내 반응이 예상외였는지 프리아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그런 짓거리를 해서 무얼 하려
고?”
“뻔하지 않나. 대륙을……
“상위 차원이랑 대륙이 뭔 상관이
야?”
“……그건.”
프리아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답답하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싫어도 해야 한다면 별생각을 안 하 려 했지만,임무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지나치게 많다.
“꿈이……
“뭐든지 꿈이라니. 너무 만능요소 아니냐?”
꿈에서 프리아는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멸망의 미래를 보았으며, 대륙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이 열쇠. 열쇠는 상위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한 도구라 고 한다.
따지고 보면,거의 모든 임무가 이 녀석과 연결되어 있다.
15층,25층,30층에서는 직접적으 로 마주쳤으며,20층은 프리아의 추 격에 깊이 관여하던 세력의 우두머 리를 토벌하라는 임무다.
‘대체 어디에,대륙을 구한다는 내 용이 있지.’
고블린의 습격을 막는 5층과 10층 이 그나마 비슷하기는 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갑판 위에는 나
와 프리아, 단둘뿐.
돛을 매달던 남자는 사라졌다. “혹시…… 화가 났느냐?”
“아니,생각을 조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정보가 더 필요한데.’
나는 멀뚱히 서 있는 프리아를 보
며 말했다.
“그 꿈,더 자세히……
[스테이지 클리어!] [‘벨키스트(★★★)’,’카티오 (★★ ★★)’,레벨업!] [보상 -17000G, 상어 아가미
(하급) X 3] [MVP – ‘카티오(★★★★)’]
빛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타이밍 참.’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를 보던 프리아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그 빛은……
“원래 장소로 돌아가는 거야. 계약 은 안 끝나니까 걱정 말고.”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
나?”
“됐다. 마음이 바뀌었어.”
어차피 내가 이곳을 구할 동기는
없다.
별다른 일만 없다면 그대로 진행 해도 괜찮을 것이다.
“다음에 보자.”
“아,알았다.”
프리아의 얼떨떨한 대답을 끝으 로,나는 원형의 방에 돌아왔다.
먼저 위를 올려보았다.
마스터는 접속을 끊은 상태.
꽤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임무였
기에,계속 볼 수는 없었겠지.
대기실의 현재 시각은 늦은 밤이 었다.
‘그래도.’
카티오의 행동에 대한 로그는 남 을 것이다.
임무 영상을 되감을 수도 있고. “마음에 들어.”
벨키스트가 입가를 비틀어 올린 채,카티오를 보고 있었다.
“뭐,뭐야? 소름 끼치게.” “내일부터 이 꼬마도 훈련에 합류
하는 것이오? 다른 진형도 필요하다 고 생각되오만.”
벨키스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일 아침 7시까지 응접실로
와라.”
“아침에는 비공정 정비를 해야 되 는데……
“밤에 하면 되잖나.”
벨키스트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
했다.
“그럼 야근이라고! 계약이랑 다르 잖아!”
“원래 계약은 맺기 전과 후가 다른 거다.”
“사람 쓰레기 만들지 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정이 꼬이기는 하네.”
암케나의 조작창에는 미확인 메시 지가 떠올라 있었다.
[마스터, 33층부터는 비공정을 사 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학자’ 클래스의 영웅을 데려간 후,소환 탭을 선택,비공정을 터치 하세요!] [단,비공정은 소환 가능 상태가 되어야만 합니다.]‘비 공정이라.’
임무의 후반부에서 배가 등장했
다.
이는 곧 배를 비공정으로 대체 가 능하다는 의미였다.
필드 특성상 비행은 불가능하겠지 만.
비공정의 정비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1파티에 합류한 이상,진
형 연습은 필수적인 것.
둘 다 제외할 수 없다면.
“흠흠.”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 다.
“네가 좀 수고해줘야겠다.’i “마,망할.”
“가능하면 네 편의를 봐주고 싶지 만,일정상 어쩔 수가 없어.”
“이럴 줄 알았어.”
카티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일정이 끝나면 휴가를 두 배로 주 마. 약속할게.”
“알았어, 알았다고. 내일 아침 7 시. 나오면 되잖아.”
카티오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시 공의 틈을 걸어나갔다.
다른 멤버도 속속들이 방을 나왔 다. 나는 ‘세상을 구원하라!’고 쓰여 진 거울 위의 메시지를 한참이나 본 뒤 광장으로 빠졌다.
그리고 예상외의 인물과 마주했 다.
“그 마법사,어땠어요?”
이올카는 평소의 드레스 대신,마
스터에게 선물 받은 목도리와 외투 를 두른 채 서 있었다.
“벨 씨한테 듣기론 엄청 활약했다 던데.”
“네가 왜 여깄냐? 3층에 안 있고.” “산책하다가 생각이 나서 들렀어
요.”
“1 층으로 산책을 와?”
“제, 제 맘이죠! 어쨌든 어떠냐구
요. 저도 당신이 임무에 나갈 동
이올카가 손바닥을 펼쳤다. 산들바람이 그 위에서 움직였다. “어떻게든 됐어요. 이대로 한 달만
지나면……
“이 셀.”
[등장!]옆에서 별가루가 반짝거리더니 이 셀이 튀어나왔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셀에 게 말했다.
“재생석 재고는 몇 개 남았냐?” [음,이제 한 7개 정도 될 거야.] “이 녀석에게 하나 줘. 로그에는
내가 뺐다고 하고.”
얼마 뒤 이셀이 창고에서 검은빛
이 맴도는 돌을 가져왔다.
“이건 뭐예요?”
“재생석. 임무의 영상을 볼 수 있 게 해주는 돌이야.”
나는 이올카의 손에 돌을 쥐여주 었다.
이셀에게 눈치를 주자,시공의 틈 이 열렸다.
“그 녀석에 대해선,보면 알 거다.” “제가 없었을 때의 영상을 보여준
다는 거죠.”
“그래.”
“좋아요. 어디 한번 가보죠.”
이을카는 심호흡을 하더니 시공의
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이올카(★★★)’가 열람을 시작 합니다!]32층은 길지만, 관람자가 원하면 고속 재생도 가능하다.
몇 시간이면 견적을 잡을 수 있겠 지. 나는 근처의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날개를 펄럭이던 이셀이 말했다.
[안 자러 가? 시간도 늦었는데.]“잠깐 쉴란다.”
[화염 마법사 걱정을 하는 거야? 별로인데! 위력만 댑따 쎄지,그 외 에는 쓸 구석이 없잖아. 나는 마학 자 꼬마가 훨씬 괜찮은 거 같은데?]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 평소에 잘난 체나 해대 고 말야. 꼴 좋다,행!]이셀은 음흉한 표정으로 웃더니, 빛과 함께 사라졌다.
벤치에 앉아 팔짱을 꼈다.
가끔 1층 소속의 영웅들이 나타나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며 지나쳤
다.
그리고 새벽이 깊어졌을 때.
덜컹. 광장 정면의 문이 열렸다.
“잘 보고 왔냐?”
“안 갔어요?”
“잠이 안 와서.”
“왜 기다렸어요?”
눈에 띄게 초췌해진 이올카가 내 옆에 앉았다.
“대단하긴 하더라구요.”
“마학자니까.”
“세상은 불공평하네요. 어린 나이 에. 저는 그때 입문도 안 돼서 쩔쩔 매고 있었는데.”
“마법사들은 외견으로 판단하기 그렇지 않냐?”
“딱 봐도 어린걸요 뭐.”
이올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더 열심히 공
부하는 건데.”
“원하면 다른 파티를……
“여기가 아니면 싫어요.”
이올카가 입을 열었다.
“포기한 게 아니라구요.”
“내일 아침,7시까지 오면 되죠? 저도 예비 1파티 동료니까,기회는 있을 거예요. 이따 봐요.”
멋대로 말을 끝낸 이올카가 흥,웃 더니 일어났다.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가 사라졌다. ‘이거 참.’
아론도 그랬다. 왜 그리 얽매이는지. 차라리 이 기회에 연구원으로 빠
지기라도 한다면 편하게 지낼 수 있 을 것이다. 마스터가 싫어하겠지만, 그쯤은 내가 도와줄 용의가 있었다. 몇 가지 이유도 준비해놓았고.
알 것 같기도,모를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계단으로 향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