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40
140. 바다 위에서(4)
거점 순회가 끝났다.
공략을 위한 모든 아이템을 모았
고,임무의 스타트를 끊을 선발대도 정했다.
나와 제나,벨키스트,카티오와 이 올카까지.
이제 사냥의 시기가 을 때까지,칼
을 갈고 닦을 뿐.
이튿날,나는 카티오를 제외한 모
든 멤버를 훈련소로 모았다.
“……후후.”
이올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벙싯 벙싯 웃고 있다.
나는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임무가 시작되면 우리는 비공정
을 끌고,최대한 빨리 여신상을 찾 는다.”
“그리고 여신의 가호를 발동시킨 다. 맞죠?”
“그래. 지금 인원으로는 얼마 못 버티겠지.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불
리할 거야.”
암케나의 로그를 훑어보자,보스 전에 출전 가능한 영웅이 25명이라 는 점을 알 수 있었다.
30층과 같은 구성이었다.
“우리가 가진 인어의 눈물은 다섯 병. 멸치와 직접적으로 싸울 인원 또한 다섯 명이란 뜻이다. 나머진 여신상 근처에서 수비를 하게 되겠 지.”
나는 좌중을 훑어보며 말했다.
“공격조는 나와 제나,벨키스트, 네리사, 이올카. 이렇게 짤 거야.”
“물속에서 싸움이 가능하겠소? 쉽
지 않겠소만.”
나는 이올카를 보았다.
“이올카,화염 마법 4단계를 수중
에서 쓸 수 있나?”
“일단 지상에서는 익숙해졌어요.
30초까진 아슬아슬하게 끊을 수 있 어요. 물속은…… 그러니까……
“확실하게 말해.”
“하,할 수 있어요!”
“좋아.”
대답을 보면 불완전한 것 같지만, 쓸 수만 있다면 된다.
나는 1파티의 포지션을 설명했다. 나와 벨키스트,네리사가 전방에
서 멸치의 직접적인 어그로를 담당 한다.
제나가 보스 근처에 있을 법한 쫄 을 처리하고,간단한 견제를 맡는 다.
마지막으로…….
“네가 공격이다.”
“……제가요?”
“물속에선 우리 공격이 약하잖 냐.”
아무리 장비 개조 및 훈련을 거쳤 다고 해도,지상보다 전투력이 떨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법은 사용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어디든 제 위력을 낼 수 있다. “우리가 틈을 만들면 마법을 꽂아
넣어. 할 수 있겠지?”
이올카는 잠깐 망설이다, 굳은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없진 않아. 그 안에 스펙
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돼.” “알았어요.”
나는 훈련을 지시했다.
수중 훈련 외의 다른 모든 훈련을
생략하고,최소한의 휴식시간만을 갖기로 했다.
훈련 시간은 하루에 대략 20시간. 대기실이라면 시간 조절을 했겠지
만, 지금은 임무 수행 중이었다. 쉬 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바로 시작한다.”
나는 칼집을 쥐고 일어섰다. 어느새 수영장의 물 교체가 끝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카티오를 뺀 이상,이번 전투의 핵
심은 이올카였다.
그녀는 1파티의 실질적인 공격을
담당할 것이다.
훈련이 시작됐다.
이올카는 기본적인 수영을 대기실
에서 배운 것 같다.
곧잘 물장구를 치며 레일을 오갔 다. 그러나.
“마법은 쉽지 않다 이거군.”
“일단 물속에서는 영창이 안 되니 까요.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잖아 요. 그리고 원소 마법은 전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난이도가 몇 배는 올라가요.”
내가 가만히 있자 이올카는 급하 게 말을 이었다.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 요하다는 말이죠. 무언 영창을 배울 때까지 요.”
나는 이올카의 스랫창을 띄웠다.
다중 영창과 고속 영창은 익힌 상 태.
지상에서의 마법 시전은 눈에 띄 게 빨라졌다.
”이론은 전부 익혔거든요. 연습만 하면 돼요.”
“알았어.”
“할 수 있다구요.”
이올카는 자신 있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고는 물로 들어갔다.
수중의 목각인형에 마법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형 주위로 물거품이 부글거릴 뿐이었 다.
’아직은 지켜보는 수밖에.’
나부터 제 역할이 가능해야 할 것 이다.
나는 잡념을 지운 뒤 풀 안으로 잠 수했다.
해역의 붉은 원은 점차 전 필드를 덮어가고 있었다.
비공정은 천천히 외곽으로 빠졌 고,우리는 나날이 훈련에 매진했 다.
다시 이틀이 지나자,나와 제나는 수중 전투 4레벨에 접어들 수 있었 다.
스킬 레벨이 오른 뒤,바로 100m 기록을 재 보았더니 아슬아슬하게 40초대를 뚫었다.
세계 신기록 수준. 어떻게 보면 당 연했다. 30레벨에 접어들면서 인간 의 신체 한계를 가볍게 웃돌았으니 까. 잠수는 한 줌의 호흡으로 10분 까지 가능해졌다.
늦은 저녁까지 수중 연습을 하고 나면,새벽부터는 물 밖에서 무기술 에 매진했다.
“……후.”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폐에 공기를 반쯤 채웠다. 검자루
를 굳게 움켜쥐고 발끝에 힘을 주었 다. 가로로 검을 휘둘렀다.
투광!
폭발음이 나며 V자 물기둥이 거세 게 솟구쳤다.
검을 휘둘러서 폭풍과 같은 풍압 을 낸 것이다.
레벨이 올라가면서,신체 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고,계속해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스킬도 마찬가지. 검술을 포함한 각종 패시브 스킬들이 니플헤임에 다녀왔을 때보다 눈에 띄게 향상되 었다.
하지만.
’난감하군.’
나는 스탯창을 띄웠다.
[한 이스라트(★★★) Lv. 33 (Exp 134/330)]
[클래스 : 전사(Warrior)]
[힘 : 73/73]
[지능 : 10/1이
[체력 : 66/66]
[민첩 : 64/64]
[보유 스킬 : 중급 검술(Lv.4), 신 검합일(Lv.2), 강격(Lv.3), 심안 (Lv.6), 화염 저항(Lv.3) 고통 내성
(Lv.6), 침착성(Lv.7), 광폭성 (Lv.8), 불굴(Lv.3), 용살(Lv.l), 기마술(Lv.l), 수중 전투(Lv.4)]
보유 스킬은 총 열두 가지. 무기술 관련이 셋. 정신 관련이
셋. 내성 종류가 둘. 보조 스킬이 셋. 기타가 하나.
‘깔끔하지 않아.’
시너지 스킬들이 따로 놀고 있다. 폼으로 방패를 버리고 대검을 고
른 게 아니다.
파괴력 위주의 일격 검술. 나는 일 찌감치 컨셉을 잡고서 나 자신을 육
성 해 왔다.
‘신검합일과 강격.’
둘 다 검격에 파괴력을 싣는 스킬
이었다.
그러나 합쳐지지 않는다. ‘침착성과 광폭성.*
5층 이후, 그대로였다.
강력한 효능을 갖고 있지만, 무기
술이 약해진다는 단점은 여전했다. ’심안과 불굴은 말할 것도 없군.’ 두 개의 스킬이 완벽하게 맞물려
합쳐질 때, 성능 향상은 두 배로 끝 나지 않는다.
최소 세 배. 더한 시너지를 일으킨
다면 열 배 이상까지도.
이를 한계 돌파라고 부른다.
한계 돌파는 기본 성장력이 부족
한 하급 영웅이 고급 영웅의 영역을 넘보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영웅 육성을 할 때 내 가 제일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했 다. 잘만 된다면 스탯 차이를 압도 할 수 있으니까.
‘계산에 문제는 없는데……;
옛날 옛적에 ‘한 이스라트’의 설계
도는 완성했다.
몇 가지 골치 아팠던 문제도 니플 헤임의 도움을 통해 극복했으나, 가
장 중요한 각성이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펑!
나는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물결이 좌우로 격하게 갈라졌다,
갈라진 틈새를 따라 수영장 전체에 파도가 일었다.
‘역시, 이렇게는 안 되나.| 이대로는 약간 재능이 뛰어난 태
생 1성 A가 될 뿐이다.
니플헤임의 5명에게 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수많은 실전과 훈련을 거치고서 도,부족한 게 있다면…….
나는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어라,오빠? 으앗!”
제나가 주춤거렸다.
훈련소 입구로 들어오다가 물벼락
을 맞은 것이다.
“왜 검으로 수영장 물을 퍼내고 계 세요?”
“시간 늦었어. 안 자냐?”
나는 피식 웃고는 옆의 수건을 던
졌다.
수건을 받아 든 제나가 젖은 머리 를 닦기 시작했다.
“저야 잠이 안 와서,조금 더 연습 하려고 왔죠. 오빠는요?”
“보다시피. 훈련하는 중이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미
인간 병기 수준이신데.”
“인간 병기라니.”
제나는 말을 이었다.
“검으로 발리스타를 쳐내고,두꺼
운 철덩어리를 썰고,휘둘러서 수영 장 물을 퍼내는데, 이게 병기가 아 니면 뭔가요.”
“이걸로는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설
정한 목표보다 한참 부족하다. “얼마나 더 강해지시려구요. 따라
가는 저희 마음도 생각해줘요.’’ “임마,그건 너희가 할 일이지.” 나는 검을 바로잡았다.
아직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라
도,밤새도록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 다.
“으음.”
제나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날렵하 게 옆으로 뛰어왔다.
“고민이 있는 거 같은데. 말해봐
요.
“약해서 고민이다. 됐냐?”
“우와, 기만이 아주…… 아론 오빠 의 심정을 알겠는데요.”
제나는 내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았다.
그러고서 빙긋 웃으며 나를 올려 다봤다. 아예 자리를 잡을 작정인 듯했다.
자세를 잡다가 손을 멈추었다. 혹시 제나라면,벽을 뚫을 수 있는
단서를 알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제나는 통찰력과 이해력이 뛰어나
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녀석은 스킬 합체를 이미 했으 니까.
제나는 약점 포착과 속사가 합쳐 진 특수 스킬인 사이드 와인더를 얻 었다.
그리고 나의 스킬 현황도 알고 있 었다.
“아하,조건이 맞는 거 같은데,스 킬이 안 합쳐진다 이거죠.”
제나는 설명을 듣더니 손뻑을 쳤다.
“생각보다 시너지가 안 나거든.”
“스킬을 얻을 때의 상황을 이용하 면 되지 않을까요?”
“얻을 때의 상황?”
,,어,그러니까,5층이었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광폭성을 얻었을 때의 상황.
5층.
수천 마리의 고블린을 상대로 생 존하는 임무였다.
나는 죽기 직전까지 가면서 아득 바득 살아남았다.
“그때 오빠는 뭐랄까,엄청…” “엄청,뭐?”
“광기에 찬? 네가 죽나 내가 죽나, 이런 식으루.”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은 별로 그런 느낌이 안 들어요. 안정감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야 경험이 쌓이고, 기술도 익혔 으니까.”
5층 이후.
정확히 말하면 15층 이후,결정적 인 위기는 없었다.
20층과 25층 그리고 30층까지. 모두 나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클리 어할 수 있었던 임무들이었다.
“예전의 오빠는 좀 더 치열하게 싸 웠지만,이제는 공략 기계 같은 느 낌인걸요.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냉
정하게 척척! 정신계 스킬이니까, 그런 점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어려운 주문인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나의 충고는 내 분석과 크게 다 르지 않았다.
니플헤임에서 있었던 317건의 한 계 돌파 사례를 떠올려보면,전투 중이 245건으로 가장 많았고 훈련 중이 55건,기타가 17건이었다.
’위기 상황을 강제로 만들라는 뜻 인가.’
택도 없다.
내가 마스터였던 시절에도 고려하
지 않았던 선택이었다.
영웅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나던,
파티를 전멸 위기로 몰고 가면서까 지 한 명에게 몰빵하고 싶지는 않 다. 영웅이 된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고.
제나의 조언은 마스터의 입장으로 만 육성을 생각하던 내게 색다르게 다가왔으나, 그뿐이었다.
영웅의 재능과 특성을 분석한 뒤, 알맞은 종류의 스킬을 훈련시킨다.
내가 마스터로서 육성에 관여했던 것은 여기까지.
꽃이 필지,아니면 덧없이 질지는
스스로의 몫이었다.
다른 방법도 있겠지.
차차 생각해보기로 했다.
‘스킬을 처음 얻을 때의 환경이 이
후 각성에 영향을 주는가.’
제나의 말이 들어맞는지부터 검증
할 차례였다.
꽤나 신선한 이론. 내가 마스터였 다면 바로 실험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도움이 됐나요?’
제나가 머리를 기울였다.
“안 된 건 아냐. 됐다고 하기도 그
렇네.”
“에이,그게 뭐예요. 애매하게.” “이미 치열하게 싸우고 있잖아.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냉정하다는 것은 효율적이라는 의
미였다.
상황을 넓게 본다는 뜻이었으니까. 이쪽이 내가 임무를 거치면서 갖
춘 최적의 생존법이다.
이제 와서 전투 스타일을 바꿀 생
각은 없었다.
쾅!
세 번째 검격.
물기둥이 높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