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43
143. 수신 사냥(3)
보통의 물대포였다면 그저 배를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수룡이 토해낸 것은 화염 이었다. 살짝 표면에 닿는 것만으로 도 위험한.
‘젠장.’
배의 옆면으로부터 불길이 일었
다.
곧 연기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 다.
맹점.
수압포의 발동 방식을 고려하지 못했다.
설마 몸속의 불길을 입으로 뿜어 낼 줄은.
<크,하하하! 쿨릭!〉
수룡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나를
보았다.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다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제나의 시 선이 불타는 배에 향했다.
“어? 배가 갑자기 왜 저래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불이 갑판으로 번져가고 있다. 갑판에서는 영웅과 몬스터가 한
데 뒤섞여 혈투를 벌이는 중.
바다 아래의 머맨들이 배의 옆면
을 타고 갑판에 오르고 있었다. 수룡은 거친 숨을 토해내고는,다
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다른 멤버들도 물 밖
으로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이 변을 눈치챈 벨키스트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어찌된 일이오?”
“놈이 이올카의 불을 입으로 내뱉
었다.”
“뭐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놈의 수압포가 폐 속의 물과 공기
를 발사하는 형식이라면 안 될 것은 없다.
단지,내가 이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 한!〉
귀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린 티가 섞인 목소리. 키샤샤의
것이었다.
<배에 불이 붙는단 얘기는 못 들
었다! 우리는 수영을 못 한단 말이 야! 이를 어떻게 하면…….〉
"기다려."
나는 주위를 살폈다.
놈은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
다.
'상처를 회복하러 갔나.’
원래대로라면 추격해서 끝장을 봐
야겠으나, 당장 그럴 여유가 없었 다.
일단 수습부터 하지 않으면.
"카티오!"
저편에서 출렁거리던 비공정이 다 가왔다.
조종실로부터 카티오가 뛰쳐나왔 다.
"여기 있어!"
"여신상으로 가. 저길 도와줘." "너희는?"
"우리는 남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벨키스트,네리사. 너희도 같이
따라가."
"세 명이서 싸우겠다는 겁니까?"
"……그래."
여신상이 점령당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수중 호흡이 끊기면 공략이 힘들
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에디스에게 수영과 수중 전투를 연습하라고 했지만,보고에 의하면 숙련도는 높지 않다. 배를 잃고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바로 전멸이 었다.
"저,저는……
"조용히 해. 네 잘못 아니니까."
이을카가 고개를 숙였다.
"살짝 꼬였을 뿐이야. 바로잡으면 돼."
부웅.
벨키스트와 네리사를 실은 비공정
이 출발했다.
뒤이어 시야 우측에 영웅의 공포 와 출혈을 알리는 상태이상 메시지 가 떴다.
메시지가 곧 바뀌었다.
['제릴(★★★)’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슈르간(★★★)'이 여신의 품으 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 히 기억될 것입니다.]두 명의 사망.
’더럽게 꼬였군.'
하필이면 불이 붙은 부근에 영웅 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앞의 몬스터와 싸우면서도 뒤의 불에 대비해야 했다. 에디스가 필사적으로 분전하며 대처하고 있 었지만,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하다. 내 착오야.”
< 착오라니?〉
"곧 비공정이 그쪽으로 갈 거야. 배는 버려. 프리아를 데리고 비공정 으로 옮겨타라. 못 버티겠으면 여신 상을 버려도 좋아. 죽지만 마라."
<잠깐, 이해를 못하겠어!〉
픽
나는 통신을 끊었다.
나머지는 카티오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이건…… 그거 맞죠?"
"그게 뭔데."
이올카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 다.
"제 화염 마법을 놈이 내뱉은 거잖 아요."
”그래."
"제 마법으로 배에 불이 붙어 서……
['아릴(★★)'이 여신의 품으로 돌 아갔습니다. 그녀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리리니(★★★)*가 패닉에 빠집 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합니 다.]'약한 애들부터 가는군.’
갓 투입된 신입부터 죽어 나가고 있다.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배 위에 몰 려들며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배 뒤의 여신상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다. 오브젝트 점령보다 영웅들을 먼 저 전멸시킬 생각인 듯했다.
"저 때문에……
"언니."
제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안 그래요,오빠? 이올카 언니는 잘 못 없죠? 최선을 다한 게 잘못은 아 니잖아요.”
"잘못이라면 나한테 있겠지."
"참,그런 대답을 바란 게 아닌데." 제나는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
다.
"이제 어떻게 해요? 괴물은 물속
으로 들어간 거 같은데. 저기도 위 험해 보이구요."
갑판 뒤쪽에 불이 붙으면서 진형 이 망가졌다.
앞의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불을 끌 수 있을 리 만무하고,전투의 양 상은 앞뒤를 알 수 없는 난전이 되 고 말았다. 난전이라면 희생자가 다 수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뼈아픈 계산 미스.
나는 이를 세게 악물었다. 쌈싸름
한 피맛이 느껴졌다.
피를 목으로 삼켰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 정도로 무너지면 비웃음 거리가 될 뿐이었다.
'놈도 타격을 입었다.'
물 위의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넘 어간 이유는 그럴 만한 상태가 아니 었기 때문.
목구멍으로 불을 토하고도 무사할 리 없다. 내장이 몽땅 불탔을 것이 다. 나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시뮬 레이선을 돌렸다. 적과 우리의 상황 을 계산하여 대처법을 구상했다.
마지막으로 배 위의 상황을 살폈 다.
갑판의 대부분을 몬스터가 점령했 고,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쉰 뒤 귀에 손을 가 져갔다.
"에디 스."
<…….〉
"여신상을 버려. 비공정으로 옮겨 타."
<그러면 너희가…".〉
"우리가 끝낼게. 고집부리다가 전
멸할 수는 없잖냐."
에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네 멤버들,안 죽이 겠다고 나한테
말하지 않았냐? 개죽음당하게 할 래?"
마지못해 에디스가 대답했다. 나는 통신을 끊었다.
“저기요.”
“되도 않는 신세 한탄이나 할 거면 집어치워.”
“하지만……!”
나는 이을카의 뒷목을 끌어당겼 다.
얼굴이 가까워졌다.
“너를 임무에 넣겠다고 결정한 건
나야. 책임은 내가 진다.”
“저는 억지로 들어왔잖아요!” “나는 아무도 억지로 넣지 않아.” 이올카의 눈망울이 흔들렸다. 나는 씨익 웃고는 이올카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이올카가 힘이 빠진 것처럼 물 위
에서 늘어졌다.
“……분위기 좋네요.”
제나가 중얼거렸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올카가 발끈하며 물러났다. 나는 웃고는 말했다.
“기력은 충분한 거 같은데.” “시끄러워요.”
좋아. 우리 셋이서 임무를 끝낸
다.”
“어떻게요?”
“임무창을 봐.”
나는 시야 우측을 보았다.
임무의 목표창이 표시되어 있었
다.
[플로어35
[임무 유형 – 탈취]
[목표 一 ???]
[특수 목표 – NPC ‘프리아시스 알 라그나’의 생존]
탈취.
토벌이 아니다.
무조건 수룡을 때려잡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
아마 수룡은 중간보스.
열쇠가 있는 곳의 수호자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시하고 열쇠를 뺏은 다음,프리 아에게 건네주면 된다.’
정석이라면 수룡을 사냥한 뒤 열 쇠 보관소에 진입하는 식이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제단 점령이 풀렸습니다!]
[여신의 가호가 해제됩니다!]
생존자를 실은 비공정이 해역을 빠져나갔다.
여신상 주위로는 몬스터가 득실거 리고 있었다. 재점령은 어렵다. 한 번 뺏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몇 배의 전력이 필요했 다. 더군다나 비공정으로도 몬스터 가 몰려들고 있었다.
[인어의 눈물]
[산소 농도 – 100%]
‘시간 제한이 생겼군.’
정해진 시간 안에 물속으로 침투,
열쇠를 탈취해서 복귀해야 한다. 나는 나의 계획을 둘에게 설명했
다. 열쇠의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었다. 몇 번이고 프리아에게 이야 기를 들었으니까.
“할 수 있겠지?”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긴 해.”
“그럼 해야죠!”
제나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올카도 표정을 굳혔다.
둘 다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진 모 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숨을 가 득 들이마셨다.
그리고 물속 깊이 잠수했다.
‘놈은 타격을 입었다.’ 비록 여신상을 잃었지만,승산은
남아 있었다.
나는 팔과 다리를 움직여 푸른 물 결 사이를 스치듯 지나갔다.
뒤로 제나와 이올카가 따라왔다. ‘바다의 밑바닥. 푸른 빛이 반짝이
는 신전.’
프리아의 발언을 떠올렸다.
[산소 농도 – 93%]‘산소 소모가 빠른데.’
물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 다.
수룡. 역시나 등장했다. 너덜거리 던 가슴의 상처가 반쯤 아물어 있었 다.
쐐액!
곧바로 제나가 시위를 당겼다.
유선형의 화살촉이 비늘에 틀어박 혔다.
쿠오오오오오!
수룡은 포효를 지르면서 다가왔 다.
나는 두 명에게 눈짓했다. 무시하라는 뜻이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지런히
발을 저었다.
‘따돌릴 수 있어.’
예전처럼 빠르지 않다.
꼬리와 지느러미가 찢어졌으니까. 나는 팔과 다리에 힘을 주며 안으
로 나아갔다.
[산소 농도 – 73%]바다의 밑바닥.
푸른 빛이 반짝거렸다.
멀리서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부글부글.
제나가 내 옷깃을 잡더니, 뒤를 가 리켰다.
시선을 돌렸다.
[머맨 Lv.38] X 32한 무리의 머맨들이 다가오고 있 었다.
나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 작살이
스쳐 지나갔다.
‘무시해.’
두 명이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는 작살을 요리조리 피하며
바다 밑바닥으로 나아갔다.
물에 잠긴 거대한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필 이런 곳에 있나.’
이미 수심은 오백 미터에 가깝다. 함부로 잠수할 만한 위치가 아니
었다.
나는 신전의 지붕에 착지했다. ‘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술 뿐.
나는 이올카에게 눈짓을 했다. 이올카가 바로 캐스팅을 시작했
다.
’끝날 때까지 지켜.’
제나의 사격에 머맨들이 우수수
나자빠졌다.
나는 제나 앞에서 날아오는 작살 을 튕겨냈다.
[산소 농도 – 35%]격하게 움직일수록 산소가 빨리 닳는다.
나는 몸에서 힘을 뻤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처리한다.
[…….!]쿠우웅!
신전의 지붕 한쪽이 박살 났다. 내가 신호하자 이올카부터 차례대
로 신전 지붕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 기 시작했다.
이올카 다음으로는 나,마지막이
제나.
[‘제나(★★★)’가 출혈 상태에 걸 렸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 소합니다.]물길과 함께 우리는 신전 안에 착 지 했다.
【움직여라!】
발을 딛자마자 이올카가 즉각 손 을 내저었다.
바닥의 돌이 떠오르더니 물이 쏟
아지던 구멍을 틀어막았다.
이올카가 숨을 골랐다.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예요. 오래
는 못 가겠지만.”
나는 주위를 살폈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운동장 넓이
의 커다란 공동이었는데,신전 안쪽 은 물에 잠기지 않은 듯했다.
[산소 농도 – 28%]’돌아갈 수 있나, 이거?’
예상보다 산소를 많이 소모했다. 어쨌든 그때 일은 나중에 생각하
고.
“야.”
“네?”
나는 뒤쪽을 보았다.
제나가 다리를 쭈뻣거리고 있었
다.
“얼마나 다쳤냐.”
“별로 안 다쳤어요.”
“솔직히 불어. 혼나기 전에.”
“쬐금……?”
제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한두 번 보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 녀석은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을 때,이런 얼굴을 하니까.
나는 성큼성큼 제나의 뒤로 걸어 들어 갔다.
왼쪽 종아리가 깊게 파여 있었다. ,……하아.’
작살을 맞았나.
박히지는 않았지만, 스쳐 가면서 살을 한 움큼 훔쳐간 것 같다.
“물약을 쓰면 금방 나아요.”
“낫기야 낫겠지. 안 움직이고 가만
히 있으면.”
“싸워도 괜찮은데요,뭘.”
쿵!
공동이 크게 흔들렸다.
<어딜 함부로 들어가느냐!〉
수룡의 목소리였다.
“아야!”
나는 제나를 앉힌 뒤, 물약과 붕대 를 꺼냈다.
물약 뚜껑을 따서 환부에 뿌린 뒤 붕대로 동여맸다.
“기다리고 있어.”
“저도 싸울 수 있는데.”
“개소리 말고.”
“오빠가 이렇게 친절한 건 처음 봐 요.”
나는 붕대를 끝까지 감은 후 백색 물약을 꺼냈다.
인어의 눈물. 제나의 옆에 놓았다.
“이건 왜 줘요?”
“비상용으로 쓰라고.”
나는 말을 이었다.
“이올카,너도……
“안 가요! 여기에 남으라구요? 그
럴 거면 오지도 않았죠!” “그렇겠지.”
“그렇다구요.”
이올카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제가 한 일이라면,제가 책임지겠
어요. 그게 귀족의 의무예요. 당신 도! 이런 당신이 절 불렀으니까! 신 사답게 에스코트하라구요!”
이올카는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흥
웃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이거 참.’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가자.”
“저는요!”
“곧 데리러 온다. 얌전히 기다려.”
[주의!] [위 던전은 5인 공략용입니다.]나는 시야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한쪽으로 치우며 걸음을 옮겼다.
[전투 상점을 개방합니다.] [응원용 고급 형광봉(1회용,100젬)을 선택하셨습니다. 구매하시겠 습니까?] [Yes(선택) / No]
이 자식은 분위기 파악도 못 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