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5
15. 내실 다지기(3)
시공의 틈으로 돌아왔다.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휙 털었다. “어떻게든 끝났군.”
“우욱,커어억……!”
아론은 아예 엎드려 위액을 토해
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 어 있었다. 창을 잡은 손이 거칠게
떨렸다.
“괜찮아요?”
“괘,괜찮소……
제나가 아론의 등을 쓸었다. 아론 이 진정한 다음 우리는 광장으로 나 왔다. 시공의 틈이 닫히자,아론은 떨리는 눈동자로 닫힌 합성소의 문 을 바라보았다.
“저는 어떻게 될까요?”
“나도 몰라.”
사실, 방금의 전투에서 아론은 별 활약을 하지 못했다. 나와 제나 사 이의 연결고리 역할이라고는 하지 만,우리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한
채 때때로 창을 찌르거나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아론(★)’을 즐겨찾기에 등록합 니다.]“살아났네.’’
“저,정말입니까?”
“보면 모르냐? 안 열리잖아.’’ “살았다! 나는, 살아, 남았다아아
아아!”
아론은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번 쩍 들었다.
[‘잘 벼려진 철검(-이을 ‘한(★)’ 의 전용 장비에 등록합니다.] [‘단단한 철 방패(C)’를 ’한(★)의 전용 장비에 등록합니다.] [‘균형잡힌 단궁(이을 ‘제나(★)’ 의 전용 장비에 등록합니다.] [‘날카로운 장창 (C-)’을 I아론 (★)’의 전용 장비에 등록합니다.]“그런데 무기고가 안 열리네요? 무기 반납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나가 말했다.
나는 전용 장비가 등록되었다는
메시지를 살폈다. 전용 장비란 특정 아이템을 해당 영웅에게 귀속시키 는 시스템을 뜻한다. 전용 장비는 지정된 영웅 외에는 남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무기고에 보관할 필요 또한 없었다.
“가지고 있으라는 거 같은데.” “반납 안 해도 돼요? 목궁 말고 이
활로 연습하고 싶었는데!”
제나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고개
를 끄덕이자 제나는 환호를 지르며 활을 품에 안았다.
확실히 훈련소에 비치된 나무 시 리즈는 우리가 쓰는 실제 무기와 무
게도, 사이즈도 다르다. 실전에서 쓸 무기를 손에 익히려면 들고 다니 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럼 돌아가도 되죠? 오늘은 끝 난 거 같은데.”
“아직 기다려봐. 안 끝났어.” 시공의 틈도,합성소도,무기고도
닫혀 있었지만,하늘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나는 광장 구석으로 터벅터 벅 걸어가 주저앉았다.
“니나,오빠가 간다! 기다려라아 아!”
“……재도 좀 데려오고.”
제나는 무릎을 꿇은 채 이상한 세
레머니를 하는 아론을 질질 끌고 오 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팝 업! 65,000원에 뉴 패키지를 구매 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홀로그램 화면에 푸른 보석과 금 화가 든 꾸러미가 나타났다.
[신규 마스터에게 드리는 단 한 번의 대박 결제,뉴 패키지!] [5,000 젬, 30만 골드를 단 65,000원에!] [해당 금액은 익월의 핸드폰 요금 에 합산되어 청구됩니다. 정말 결제 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 ] [Now Loading..]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상품이 우편으로 지급되었습니 다. 확인해주세요!]“마스터는 뭘 하려는 걸까요? 싸 움은 안 시키는 거 같고,아무것도 안 생기는데.”
“그놈도 뭘 하려면 돈이 필요하거
든.”
“돈이요?”
“어제 말하지 않았냐? 구운 감자 그만 먹고 싶다고.”
단정하자면,픽 미 업은 창렬 게임 이다.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미션을 깬 다고 젬을 주는 것도 아니고,젬을 와장창 퍼주는 이벤트도 거의 없다. 신규 마스터를 위한 대흥행 이벤트 니 뭐니 유난을 떨어도 실상은 10일 에 걸쳐 1,000젬을 주는 게 전부다. 1,000젬이라고 해도 유료 뽑기 2번,
기초 시설 건축 2회에 털린다. 픽 미 업에서 무료로 고급 재화인 젬을 수 급할 수 있는 방식은 한정되어 있다 는 뜻이다.
‘과금할 줄 알았지.’
슬슬 재미가 붙을 때였다. 영웅들의 다양한 반응과 실감 나
는 전투. 분명 암케나는 0과 1로 이 루어진 데이터가 아닌 실제 인간을 대기실에 데려다 놓은 것 같은 느낌 을 받을 것이다. 진짜 인간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암케나의 얼굴이 점차 보이기 시 작했다.
먼저 접속 시간이 고정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업일 확률이 높았다. 처음,아무것도 모 르고 1성들을 꼬라박은 때와 달리 그는 한동안 시설들을 꾸준히 증축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인게임 팁으로 는 알 수 없는 전용 장비 기능까지 사용했다. 픽 미 업 관련 사이트에 서 공략을 봤을 확률이 높았다.
‘공략을 보는 유저라면, 5,000젬 을 어디에 쓸 건지는 예상할 수 있 다.’
[시설을 구죽합니다. 원하시는 시
설 종류를 터치해주세요.] [’숙소 Lv.1’를 선택하셨습니다.
해당 건물을 증축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숙소가 2레벨이 되었습니다. 영
웅 보유 제한이 늘어납니다.] [‘숙소’의 부속 건물 ‘식당’을 선택
하셨습니 다. 건축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광장이 덜컹덜컹 떨렸다. 난데없는 진동에 아론과 제나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나는 속속들이 떠오르는 건축 완료창을 주시했다.
[’무기고’의 부속 건물 ‘목공소’를 선택 하셨습니 다. 건축하시 겠습니 까?] [‘무기고’의 부속 건물 ‘가공소’ 를…] [‘훈련소 Lv.1’를……] [식당이 완공되었습니다! 영웅에 게 질 좋은 식사가 제공될 것입니 다.] [목공소가 완공되었습니다! 장비 제작에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가공소가 완공되었습니다! 장비 제작에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무기고의 3종 부속 건물인 대장 간,목공소,가공소가 합쳐져 신규 시설,’장비 제작소’가 들어섭니다!] [훈련소가 2레벨이 되었습니다! 영웅의 훈련 효율이 높아집니다.] [Great! ] [시설의 난립에 따라 광장이 Lv.2 로 진화합니다!]그저 휑하니 뚫려 있었을 뿐인 광 장에 각종 물건이 나타났다.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와 꽃이 피 어 있는 소형 화단. 그리고 분수. 기 존의 삭막했던 분위기에 약간의 생
기가 생겼다.
물론,제나와 아론에게는 아무런 낌새가 없었던 만큼 그들은 눈이 빠 질 정도로 경악했다. 허공에서 다짜 고짜 물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일 터였다.
나는 지금의 현상을 간단히 요약 해서 설명했다.
이 장소를 마스터라는 존재가 지 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 명도 알고 있다.
”층을 올라갈수록 대기실이 점점 좋아진다는 얘기죠?”
“마스터라는 분은 대마법사입니
까? 세상에,이런 일이 가능하다
대마법사.
어느 의미로 따지면 정답이다. “드디어 구운 감자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식당이 생겼다면,조금은 나아지 겠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지금 보다는 나을 것이다.
“아싸!”
제나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아론 도 기분 나쁘지는 않은 눈치였다.
방금의 일은 저 둘에게는 승리의
보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팁 그대로 사기가 잔뜩 오를 것이다.
“더 열심히 싸우면 비싼 요리도 먹 을 수 있다는 거죠?”
“마스터에게 쓸모없다고 여겨지지 만 않는다면.”
“최고급 양고기 스테이크는 따놓 은 당상이네요!”
“형님,저는 칠면조로 만족합니 다!”
두 명의 얼굴에는 화색이 만면했 다.
반면 나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 다. 두 명은 내가 무표정하게 있자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론이 말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 까?”
“쓸모없다면 버려진다는 말,기억 하냐?”
둘은 머리를 끄덕였다.
“잊지 마라. 그거면 돼.” “명심하겠습니다,형님!”
“저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슬슬 3성들이 오겠네.’
어쩌면 4성,혹은 더 어쩌면 5성
까지도.
현재 이 대기실의 메인 공략 파티
는 우리가 맡고 있지만,그것은 인 원이 없어 채워져 있는 것일 뿐,사 정에 따라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나는 소환소의 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은 언제든 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스터,10연 소환을 시작합니 다. 어떤 영웅이 나올지 기대되네 요!]열린 소환소의 문을 발견한 제나
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빠,소환소가 열렸는데요?”
“집단장도 끝냈는데, 손님 맞아야
지.”
아직 유료 소환은 아니다.
골드로 뽑는 일반 소환이었다.
[탈칵, 두루루루.] [따라란!] [Common!] [마스터 ‘암케나’님이…….] [Common!] [마스터 ‘암케나’님이…….]얼마 뒤, 광장으로 열 명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
이젠 두 번이나 봐서 낯설지도 않 다.
광장 구석에서 한참을 쑥덕이며 두리번거리던 그들이 우리를 발견 했다.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우리에 게 다가왔다.
“다,당신들은 누구요? 당신들이 우리를 이곳에 불러온 거요?”
불안한 듯한 표정. 목소리가 떨리 고 있다.
반응도 뭐 이리 똑같냐.
제나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아녜요. 마스터라는 사람 이 당신들을 부른 거예요.”
“마스터? 그 사람은 누구요? 마법 사요?”
“비슷해요.”
“당신들은 또 누구요! 우린 왜 이 곳에 왔소? 당장 돌려보내……
“좀 조용히 해.”
나는 머리를 짚었다.
같은 소리를 하도 들었더니 두통 이 올 지경이다.
“당장 너희한테 설명할 생각은 없 어.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테니까. 알 아서 살아남은 다음,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있다면 그때 말해주지.”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당신 은..
“시끄럽다고 했다.”
나는 칼집의 날을 살짝 빼들었다. 그걸 본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저들은 맨손이었고 우리는 각각 검과 방패, 활,그리고 창으로 무장 하고 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내가 예수나 부처 같은 박애주의 자도 아니고,일일이 기력 써가면서 설명할 생각은 없다.
“형님……
“왜, 네가 가서 설득해보게? 앞으 로 몬스터와 싸워서 살아남아야 한 다고? 믿을 거라고 생각하냐?”
직접 겪는 수밖에 없다.
몸으로 구르다 보면 싫어도 깨닫 게 될 것이다.
[탑에 온 것을 환영한다,치킨들 아!]
이셀이 나타나 가슴을 쭉 뻗었다. 위압감을 연출하려고 한 모양이다.
내게는 우스웠지만,저들에게는 아니었다.
“너,넌 누구냐?”
[시끄럽고,말 잘 들어. 자꾸 딴 데
로 새고,쫑알거리면 혼날 줄 알아.] 좌중이 조용해졌다.
이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인 다음 말을 이었다.
[너희 중에서 목수였던 애들 있어?]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 손을 들었 다.
[넌 저쪽으로 빠져.]청년은 말없이 왼쪽으로 빠졌다. [다음,대장장이나 무두장이였던
사람은?]
이번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 다.
이셀은 가볍게 혀를 찬 다음 마지 막으로 말했다.
[요리사였던 사람은 있어?]“내,내가 요리를 할 줄 아오!”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중년 남자
가 손을 들었다.
[그럼 너도 빠져.]남자는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더 니
목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뭘 하려는 거죠?”
“역할을 나누는 거지. 식당이 생겼
다면 요리사가 필요하고,대장간이 생겼다면 대장장이가 필요한 것처 럼.”
나는 최초 10연 뽑기에서 소환된 중년 남자, 라일을 떠올렸다. 목공 소장이라 했었지. 그 사람은 운이 없었다. 이번에 소환됐다면 목공소 담당으로 빠질 수 있었을 거였다.
지금의 상황을 비유하자면,입대 전 보직을 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요리에 재능이 있다면 취사병이 되고 운전에 재능이 있다면 운전병 이 되듯이, 운영할 시설이 생긴 만 큼 마스터의 명을 받은 이셀이 직업 분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 꿀 빨겠네.”
나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
는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수와 요리사가 빠져 남은 인원
은 총 여덟.
[파티를 구성합니다.] [영웅을 드래그 앤 드롭!] [’지드(★)’가 ’2파티’에 합류합니다!] [‘한슨(★)’이 ‘2파티’에…….] [‘존(★)’이 ‘2파티’에…….] [열려라,시공의 트으음!]
별 재주가 없다면,
몸으로 구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