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6
16. 내실 다지기(4)
[지드,한슨, 존, 테디 나왓!] 이름을 불린 사람들이 움찔 떨렸다.
팔자 수염을 기른 사내 한 명이 나 서며 말했다.
“이런 곳에 불러놓고 설명도 없이 이거 하라 저거 하라,도의적으로
너무한 거 아닌가? 최소한의 설명은 해줘야 할 거 아닌가!”
“오,옳소!”
[아,그래?]이셀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들어가면 몬스터가 나올 거
야. 그놈들하고 싸워서 이기면 돼.] “뭐라? 우리가 왜 몬스터하고 싸
워야 하나! 말이 되는 소리를!” [이래서 싫었던 거라구!]
이셀은 사내의 팔목을 잡더니 시
공의 틈 안쪽으로 날려버 렸다. 조그 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 에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너희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 어. 조용히 들어가든가. 아니면 나 한테 날라가든가!]“몬스터하고 싸우라니,아무리 그 래도……
세 명은 머뭇거리면서도 시공의 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힌다.
불합리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문 도 모르고 소환되어 다짜고짜 괴물 과 싸우라니. 나도 이게 얼마나 허 무맹랑하고 억울한 일인지는 알고 있다.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 간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솎아내기’라는 용어가 있다.
픽 미 업의 테크닉 중 하나로서, 쓸 만한 1성을 분류하는 가장 간단 한 방법이다. 방법은 정말 간단했 다.
갓 뽑은 1성들을 저렇게 짝지어 던전에 내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존(★)’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 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이런 식으로 상황에 적응하지 못
한 영웅들이 알아서 걸러진다.
도전 층수는 아마 1층.
1층에서는 낡은 칼로 무장한 어린
고블린 몇 마리가 나온다. 최하위 중의 최하위 몬스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1성의 1레벨이라도 냉정하 게만 대처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테디(★)’가 여신의 품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만약 운이 없다면 처음 10연 뽑기
때처럼 파티 전체가 전멸하기도 하 지만,더 이상 사망을 알리는 메시 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모, 몬스터하고 싸우라니…… “그런 건 못해! 못한다고!”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 한 명이 자
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감시역의 이셀은 시공의 틈에 들
어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 자는 빠른 걸음으로 광장에서 멀어 지기 시작했다.
“가시면 안 돼요.”
제나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저 녀석도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
이었다.
“왜?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아저씨가 여길 나가면 저분들은
어쩌 구요?”
시공의 틈 근처에서 세 명의 남녀 가 한 곳에 모여 떨고 있었다.
“내 알 바 아니지. 싸우다 뒤져버 리라 그래! 난 도망칠 거야.”
“적어도 함께 도망치자고 해요!” “내버려 둬. 어차피 도망 못 쳐.” 남자는 제나를 지나쳐 숙소로 향
하는 문을 열고 잡아당겼다. 열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훈련소의 문을 당 겼다. 잠겨 있다. 이 문도,저 문도,
어느 문도 남자에게는 출입을 허락 하지 않았다.
“제기랄,망할,빌어먹으으으을!”
남자는 벽에 머리를 쾅쾅 찧기 시 작했다.
얼마 뒤,두 명의 생존자가 돌아왔 다. 둘 다 어린 소년이었는데,유령 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셀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다음 파 티의 명단을 옳었다.
[디카,데커드,시글러,클로에!]“히 익!”
이름이 불린 여자가 무릎을 꿇었 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아론이 일
어서더니 그들에게 다가갔다.
[넌 뭐야? 네 차례는 없으니까 빠져.]
“나도 같이 싸우겠다!”
[뭐?]이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와 제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
다.
“저 오빠,원래 저런 성격이었어 요?”
“사람은 두 번 봐야 한다잖아.”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셀, 파티원으로 아론을 추천해
줘. 저 녀석은 실전도 아직 부족하
니,나쁘지 않아.”
[하지만…….]이셀은 한동안 나와 아론을 번갈 아 바라보며 머뭇거리더니 뿅 사라 졌다.
[‘아론(★)’이 ‘3파티’에 합류를 원 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Tips/종종 영웅이 전투를 원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해당 전투에 서 더욱 높은 전투력을 발휘할 것입 니다.]나나 제나가 신청했다면 거절당했 을 것이다. 레벨이 2밖에 되지 않아 1층에서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아론만이 가능한 방식이었다.
아론은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정신만 차리고, 서로 의지한다면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 쇼.’’
아론은 등 뒤의 창을 한 바퀴 돌렸 다.
나는 너희들을 지킬 수 있다는 무 력시위다. 도중 손목을 잘못 돌려 놓칠 뻔했으나,그들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짙은 안 도감이 어렸다.
“아론.”
“예,형님.”
“도와주는 건 좋아. 하지만 나 같 은 전례를 남기지 마라.”
“알겠습니다.”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것 같았다.
아론은 네 명을 데리고 시공의 틈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남은 건 저놈들인데.’
나는 전직 목수라던 청년의 상태
창을 살폈다.
하급 목공이라는 스킬이 있다. 역 시 목수가 맞았다. 목공소에 배치한 다면 제 몫을 해줄 것이다.
그에 반해,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부지런히 땀을 흘리며 주위의 눈치 를 살피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 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I’아,빨리 돌아가 밥 먹고 싶다 아
의자에 앉은 제나가 양 다리를 파 닥거렸다.
나는 머리를 꽁 때렸다.
“왜 때려요?”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첫 전투의 생존자 두 명은 죽을상 을 짓고 있었다. 제나는 그쪽에 휙 눈길을 던지더니 말했다.
“맛있는 밥 먹고 푹 쉬면 나을 거 라구요. 그렇죠?”
,,우, 웨에엑!”
입을 움켜쥐고 있던 한 명이 구토 를 시작했다.
“음. 많이 먹으려고 속을 비우는 중이군요.”
옆에 서 있던 다른 생존자가 얼굴 을 일그러트렸다.
제나는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 다.
“성공이네요.”
“뭐가?”
“웃었잖아요.”
“……저게?”
“웃었어요,분명.”
제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휘파람을 불렀다.
아론 일행이 복귀했다.
사상자 없음. 5명이 가서 5명 전
부 돌아왔다. 나는 말했다.
“아론,네가 처리한 고블린 수는?” ”1명입니다.”
”좋아.”
의도를 이해했군.
나는 네 명의 상태창을 일일이 살 폈다. 각자 레벨이 한 단계씩 상승 해 있다. 어떻게든 전투에 참여했다 는 뜻이다.
내가 말한 전례란 아론이 왔을 때 의 첫 전투를 의미한다. 그때 전투 는 우리 둘이서 했고 세 명은 뒤에 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두 명은 합성소로 향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었지 만,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고 필요성 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아론은 나와 다른 재 능을 가진 것인지도 몰랐다.
“오늘 일정은 끝났나?”
[잠깐만,끝난 거 같은데…….] 이셀은 말꼬리를 흐렸다.시공의 틈은 닫혔지만,하늘의 빛
은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럼 돌아가자.”
“얏호!”
제일 먼저 박차고 일어난 제나가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아론이 불안한 얼굴로 내게 다가 왔다.
“형님, 아직 하늘이 밝습니다
“지켜보고 있는 거야.”
신이 세상을 지켜보듯이.
영주가 도시를 시찰하듯이.
자신이 만들고 일구어낸 과정과
결과를 관찰하고 있다. 우리의 목소 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화도 전해지 지 않는다. 우리가 있는 이 대기실 은 수십 겹의 필터를 거쳐,대부분 이 생략된 채 극히 일부만 마스터에 게 전해진다. 그렇다곤 해도 이미 그에게 이 게임은 또 다른 하나의 세상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때의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었다.
“하루종일 거기서 죽치고 있을
래?”
나는 뒤에서 어물쩍거리는 신입들 에게 말했다.
그들은 주춤거리면서도 따라왔다.
제나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숙소 에 들어왔다.
제나는 가죽 소파에 몸을 비비적 거리고 있었다. 주먹으로 콩콩 두드 리기도 했고 쿠션의 냄새를 들이마 시기도 했다.
일단 재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숙소는 한결 넓어져 있었다.
문을 열면 처음으로 나오는 장소 인 거실은 로비라고 불러도 좋을 정
도로 확장되어 있다. 11명이 있어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바닥에 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렸으며 벽난 로에서 따스한 빛이 흘렀다.
‘확실히 시설이 좋아졌네.’
나는 로비 안쪽의 식당으로 향했
다. 정갈한 내부 장색 사이로 대형 식탁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더 안쪽으로는 조리실이 있었다. 진열 장에는 식칼이나 국자 등 각종 요리 도구가 보였다.
나는 아래의 찬장을 열었다.
감자 외에도 소금과 설탕, 버터 등
조미료가 든 병이 들어있다.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도 몇 종류 있었다.
’여전히 주식은 감자인가.’
뭐,구운 감자 일찬(一蔡)보다는 낫다.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질 것이 다. 요일 던전이 열리면 직접 요리 재료도 구할 수 있다.
로비로 돌아왔다.
나는 유난히 땀을 흘리는 남자에 게 말했다.
“너,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소만……
[요리사 추천 리스트!] [’돌프(★)’] [‘돌프(★)’를 식당의 요리사로 임 명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때마침 암케나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시설의 관리인을 임명하는 메시지 가 떠올랐다.
“이제부터 네가 우리의 식사를 책 임진다.”
“채,책임?”
“왜, 싫어? 싫으면 다른 애들처럼 나가서 싸우든가.”
돌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돌
프도 두 명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광장에서 같이 보았다.
“11 인분 저녁 식사다. 가능하겠 지?”
“해, 해보겠소.”
돌프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주 방에 들어갔다.
“드디어 구운 감자에서 벗어나는 구나!”
소파에서 비비적거리던 제나가 환 성을 질렀다.
나는 하늘을 다시 보았다. 여전히
접속을 종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래서는 내 방으로 돌아가지 못한 다. 내가 숙소의 문을 열면 명백히 다른 장소가 나온다. 암케나에게 귀 찮은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형님,슬슬 얘기해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러려고 했어. 때마침 저녁 도 차린다니까,먹으면서 하면 되겠 네.”
사람이 많아지면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이 생긴다.
‘시계 내놔.’
[‘한(★)’이 숙소에 ‘시계’를 원합 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 [3,000골드가 소모됩니다.] [Yes(선택) / No]로비 한켠에 쾌종시계가 나타났 다.
“힉 I”
그 장면을 본 여자가 헛숨을 들이 켰다.
현재 시간을 살폈다. 저녁 6시 45 분. 딱 알맞은 시간대다.
나는 말했다.
“식당으로 모여. 이 세계의 룰에
대해 설명해주겠다.”
저들에게도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
하다.
대기실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만 돌아가는 장소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식당의 식탁에 각자 자 리를 잡았고,얼마 뒤 돌프가 먹거 리를 들고 나왔다.
구운 감자였다.
제나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제나(★)’가 요리에 불만을 표시 합니다.]”재, 재료가 이거밖에 없었소.”
나는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한입 물었다.
익숙한 그 맛이었다.
[‘한’이 요리에 불만을 표시합 니다.] [Tips/요리에 불만을 표시하는 영 웅이 많은 경우,요리 재료를 구하 거나 요리사를 교체하세요.]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돌프 의 상태창에는 요리 스킬이 없었다.
관련 스킬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묵묵히 감자의 껍질을 벗기 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잘 쳐줘도 20대 초반. 검은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있다. 상태창이 알려주는 이 름은 클로에. 아래 칸에 떡 하니 요 리 스킬이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