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63
164. 모자이크 워(3)
그날 밤,
나는 내 방의 의자에 앉아 고민하 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36층 자체는 한 번의 시시한 전투
로 끝을 맺었으나,두고 볼 수 없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깊은 피로감 속에서 하나씩 정보
를 취합하기로 했다.
‘ 먼저.’
전장의 상황.
교단군과 다른 쪽의 병력이 싸우 고 있다.
나는 다른 쪽의 병력을 ‘사자군’이 라 명명하기로 했다. 그들의 군기에 검을 입에 문 사자가 그려져 있었으 니까. 어쨌든.
‘말도 안 되게 불리하다.’
병력의 숫자와 훈련도.
진형의 효율성, 지휘관의 실력, 마
법사와 기병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의 질과 양. 군단 전체의 사기,차려 입은 장비. 우세한 부분이 단 하나 도 없었다.
모든 게 적신호였다.
기회가 4번이라 함은,비슷한 상
황이 4번 반복될 것이고,그 안에 목 적을 이루지 못하면 임무 실패라는 뜻이겠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며 그 속에 서 목표를 달성하는 임무.
이를 루프(Loop)라 부른다. 고난 이도로 악명이 자자한 유형이었다.
다른 임무와 달리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지만,달성 난이도가 무지막 지하기 때문.
‘확실하진 않은데.’
루프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봤던 것은 필드의 아주 일부
분에 불과했으니.
아마 내일,37층의 공략이 개시될
것이다.
거기서 확실한 답안을 얻어야 했 다.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원활한 공 락을 위한 준비물이 필요했다.
오늘 밤은 잘 수 없겠지. 나는 쓰 디쓴 웃음을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
났다.
이튿날 저녁,
[1 파티 집하아아압!]이셀의 목청 돋운 음성이 홀 전체 를 뒤흔들었다.
저 목소리를 언제까지 들을 수 있 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전투의 채비 를 갖춘 뒤 1층의 광장으로 내려갔 다.
“그 계집이 죽은 게 아닐 수도 있 다는 말이냐?”
광장의 벤치에서는,1파티의 멤버 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벨키스트의 물음에 제나가 답했
다.
“네,제 생각은 그래요. 이상하잖 아요. 황녀님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여기서 끝나면 허무하지 않아요? 게다가 임무에서 시간과 공 간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단 말이 죠
“그렇다면……
“살아있던 때로 돌아가 다시 시 작! ……이 아닐까요?”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그렇게 쉽 게 죽을 리 없어.”
멤버 간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 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걸어갔다. 토론 에서 소외된 채 쭈그려 앉아 있던 키샤샤가 내게 다가왔다.
“한!’,
“왜 혼자 있어?”
“저들끼리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잖 느냐.”
“배려심도 없네.”
나는 키샤샤의 머리를 가볍게 쓰 다듬고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다시 시작이라.”
“오빠! 왔어요? 흠흠,제가 기막힌 생각을 하나 했는데……!”
휙.
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집어 던졌다.
얼떨결에 물건을 받은 제나가 눈 을 깜빡거렸다.
“이건 뭐예요?”
“회중시계야. 비싼 물건이니까 잃 어버리지 마.”
“시 계?”
선물 상점에서 내가 암케나에게 요청한 것이다.
구입 비용은 10만 골드에 하급 마 도 부품. 비싼 물건인 만큼 암케나 도 망설였지만, 못내 나의 부탁을 거부하진 못했다.
“휴대용이란 거지. 임무에서 쓸 거 니 소중히 간수 해라.”
나는 중얼거리며 광장 정면의 문 을 보았다.
시공의 틈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입장까지 몇 분은 여유가 있다. “살아있던 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
잘 표현했네.”
“니플헤임에서 배운 덕이죠,뭐.” 제나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나는
말을 이었다.
”네 말이 정답일 확률이 높아.”
“그럼 오빠, 우리는 뭘 해야 될까 요?”
“다시 한번 봐야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시계를 준비했 잖냐. 다들 모여봐. 짧게 설명하마.”
멤버들이 내 근처로 옹기종기 모 였다.
나는 바닥에 lm 넓이의 하얀 종이 를 펼쳤다. 종이엔 어제 우리가 거 쳤던 필드의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중앙의 전장. 그리고 이를 둘러싸듯 이 넓게 펼쳐진 언덕과 고지대들.
“우리가 소환됐던 곳은 여기다.”
나는 필드의 남쪽을 가리켰다.
언덕과 평원을 등고선으로 표현했 고,전장을 가로지르는 길도 그려 넣었다.
남쪽 길의 중간에는 빨간 펜으로 A라는 알파벳을 써넣었다. 교단군 의 보급 부대와 전투가 벌어진 장소 였다.
“가운데와 아래 외에는 다 까맣군. 무슨 의미요.”
“딱 보면 모르냐. 우리가 안 가본 곳이잖아. 이번에도 같은 필드가 나 오면 지도를 채워야지. 완벽하게.
제나, 네 말이 맞다면, 가장 중요 한 건 역시 정보야.”
36층의 평원 필드는 넓기 그지없 었다.
우리가 파악한 곳은 중앙을 제외 하면 기껏해야 4분의1.
소환 위치인 남쪽을 빼면 모든 구 역이 미지투성이였다. 아니, 남쪽조 차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보급 부대를 처리한 뒤로는 전장에만 시 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장엔 들어갈 수 없다.’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으니까.
만약 40층 구간의 임무 유형이 반 복이고,프리아의 생존과 임무 목적 이 연결되어 있다면, 어디엔가 전장
에 진입하는 방법이 숨겨져 있을 것 이다.
[저기…….]시공의 틈 입구에서 이셀이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
꽤 지체되고 있는 모양. 내가 눈짓 을 하자 이셀은 어쩌지도 못한 채 울상을 지었다.
[명령을 전달하는 중입니다.] [Now Loading..]미안하지만 참아라.
한정된 기회. 설명을 하지 않고 넘
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파티원에게 십 분에 걸쳐 계
획을 알려줬다. 우리는 이셀이 눈물 을 짜낼 때쯤이 되어서야 시공의 틈 에 입장할 수 있었다.
[메인 던전, 현 도전 층수는 37층 입니다.] [10초 뒤 문이 열립니다. 준비하 세요!]’37 층.’
내 예상대로 암케나는 37층 등반 을 선택했다.
뭐,애먼 곳에 보냈다면 올라가자 고 보했을 것이다.
소환의 신호가 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멤버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팟!
두둥실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전 신을 휘감았다.
목덜미에 스며드는 바람 한 가닥. 익숙한 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플로어37
[임무 유형 – 불명]
[목표 – 알 수 없음.]
임무 목표창은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시야 가 넓어졌다. 풀과 바위와 언덕들.
36층과 동일한 필드였다. 그리고. “피와 철 냄새가 난다.”
키샤샤가 코를 킁킁거렸다. “여기는……
“그래.”
나는 흥 웃었다.
“처음으로 돌아왔군.”
북쪽 언덕으로 을라가면,전장의
광경이 눈에 비칠 것이다.
똑같이 진행되고 있겠지. 교단군
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 채 사자군 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면,프리아는 똑같은 상황에서 사 망. 그리고 임무는 클리어된다.
_기회를 모두 잃으면.’
층이 도로 떨어지거나,혹은 정체
되거나.
일단 확실한 것은,
‘우리도 무사할 리 없다.’ “시작해.”
“옛 써! 먼저 가겠슴다!”
제나가 내게 경례하더니 북쪽 언
덕으로 달려갔다.
저 녀석의 역할은 간단하다. 임무
의 한계 시간을 파악하는 것. 즉 시 작부터 끝까지,얼마나 버틸 수 있 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 회중시계를 준 것이고.
‘정확하게.’
한계 시간은 초 단위까지 측정한 다.
또한, 관측 도중에 벌어지는 전장 의 사건들을 남김없이 기록한다.
분기점을 측정하는 이정표로 활용 할 수 있도록. 적어도 제나는 이번 회차에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것 이다.
’다음.’
“부탁할게.”
“나만 믿어라. 우리가 괜히 질풍이 아냐.”
키샤샤가 명긋 웃고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키샤샤는 그대로 엎드리더니,짐 승이 질주하듯 평원을 뛰어나갔다.
필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 서 정찰을 수행할 것이다. 이번 회 차에서는 키샤샤도 아웃이었다.
r…….J
카티오는 눈을 감고 있다.
손에 무지갯빛의 돌을 쥐고 있었 고,푸른빛의 마력 파동이 전신으로
부터 퍼져나갔다.
‘이 녀석도……;
못 쓴다.
제나와 키샤샤의 시야를 동기화하 는 중이었으니까.
두 명이 봤던 광경은 영상 데이터 로서 마력석에 보존될 것이다.
“둘만 남았군.”
“충분해.”
“당연하오.”
벨키스트가 소리없이 웃더니 검을 뽑았다.
나도 마주 웃고는 칼집의 끈을 풀 었다. 전방에는 보급품을 실은 마차
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야, 방금 이상한 소리 못 들었 냐?”
“소리라굽쇼? 무슨 말씀인지 모르 겠는디요.”
“글쎄, 있잖아. 쥐새끼가 부스럭거 리는……
스각!
두런거리던 병사 두 명의 목이 동 시에 날아갔다.
목에서 뿜어진 피가 바닥으로 떨 어지기도 전,나는 검을 빙글 돌리 고는 마차의 선두에 뛰어들었다.
“너희는 뭐냐!”
벨키스트가 날듯이 뛰더니,맨 앞 에 있는 병사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 다.
치솟는 피. 이놈들과 어울려줄 시 간은 없다.
나는 검을 뽑은 채 달렸다.
“으아악!”
“사,살려…… 괴물이다아!”
“이놈드을! 나,여신의 분노를 대 행하는 은빛 성기사! 카일 폰 스트 라우스……!”
약 십여 분 뒤,
바닥에 무수한 시체가 널려 있었 다.
나는 검붉은 피로 끈적해진 대검 을 한번 털어낸 뒤 등을 돌렸다.
박살 난 마차의 아래에서 푸른 물 약이 새어 나왔다.
‘이 보급로를 처리하면……; 교단군의 마법 포격이 끊긴다.
즉, 여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서둘러라.”
“알고 있소.”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우리는 뜀 걸음을 이어갔다.
다음 구역으로. 언덕을 넘어 서쪽 으로 갔다.
‘암케나가 준비한 게 있지.1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주세요!] [띠링!] [‘간달프(★)’를 전장에 소환합니
다!] [‘사루만(★)’을 전장에 소환합니 다!]
번쩍.
옆에서 소환문이 열리더니, 두 마 리의 건장한 말이 평원에 나타났다.
각각 회색과 백색 말. 내가 단결회 와 맞붙고 있을 때 암케나가 미리 준비해놓은 것으로,요일 던전에서 포획한 말을 마구간에서 훈련시킨 것이었다.
“히 히 힝!”
나는 간달프에 올라탔다.
즉각 박차를 가하자,말이 울부짖 더니 평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벨키스트가 사루만에 탄 채 따라오고 있었다.
”벨키스트!”
“뭐요?”
“너는 왼쪽으로 빠져라. 필드의 경 계선을 알아봐!”
“알았소. 조심하시오!”
벨키스트가 말머리를 돌렸다. 얼마 뒤, 말과 함께 벨키스트의 모
습이 멀어져갔다.
‘생각 이상으로 필드가 넓어._
혹시 몰라서 말을 소환했지만, 정
답인 것 같다.
나는 고삐를 쥐고는 간달프의 옆 구리를 걷어찼다.
“히 히이 잉!”
말과 함께 평원을 달려나가며 귀 에 손을 올렸다.
“카티오, 통신 라인은?”
<완성됐어. 이제 중계할게!〉
“키샤샤를 연결해라.”
시야 왼쪽이 흐릿해지더니,영상 이 떠올랐다.
평원을 질주하는 키샤샤의 모습. 그러나 그 뒤에,검은 말을 탄 이상 한 형체들이 따라붙고 있다.
[검은 기사 Lv.41] X 13나는 미간을 구겼다.
흑기사. 부대의 후방에 난입해서
진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놈들 이다.
그 녀석들이 키샤샤 못지 않은 속 도로 그녀를 추격하고 있었다.
“키 샤샤
<한이군. 이놈들한테선 불쾌한 냄새가 난다.〉
”어디서 나타났지?”
키샤샤가 고갯짓으로 우측을 가리 켰다.
붉은 바위 언덕 위,검은 성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저건.’
성채 전체에서 수상한 기운이 풍 겨 나왔다.
살짝 열린 문 너머로는 복숭아빛 석상이 엿보였다.
바로 알 수 있다. 임무의 최중요 오브젝트,여신상이었다.
<저 요상한 게 하나가 아냐. 처음 에 또 하날 지나쳤거든.〉
“최소 둘이란 얘기군. 따돌릴 수
있겠냐?”
<당연하지!〉
귀에서 손을 놓자 영상이 사라졌 다.
필드의 우측은 키샤샤에게 맡긴 다. 나는 좌측을 살펴봐야 했다.
나를 실은 간달프는 평원의 서쪽 을 횡단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두 번째 지점을 발견했다.
저 멀리 수백 명의 인파가 무리 지 어 걷고 있었다. 전장의 방향으로.
심안을 발동시키자 그들의 복장을 살필 수 있었다. 강철 갑옷을 입었
으며 장궁 화살통을 매고 있다.
‘궁병대 인가.’
정예 궁병대.
저놈들을 쓸어버리면 사자군의 전 멸을 한층 늦출 수 있겠지.
슬슬 임무의 견적이 잡히기 시작 했다.
‘좌측에는 지연 포인트가,우측에 는 오브젝트를 포함한 요새가 배치 되어 있군.’
그렇다면.
‘쌍방 동시 공략.’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했을 때.
’……최악이다.’
나는 입술을 물었다.
루프 중에서도 절정을 자랑하는 난이도였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며, 무조건 병력을 쪼개야 하고,점령해야 할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면서,우리를 추격하는 적들이 존재한다.
‘이것도 네 속셈인가.’
나를 엿먹이고 싶어서,게임 난이 도를 이따위로 만들어놨나?
상관없어. 나는 머리를 털었다.
어떤 임무가 나와도 뚫어서 박살 내줄 뿐.
‘사람 잘못 건드렸다고 했지
나는 고삐를 굳게 쥐었다.
간달프가 갈기를 휘날리며 궁병대
로 접근하고 있었다.
다만, 궁병대와 나 사이에는 끝 모
를 절벽이 자리 잡고 있다. 절벽에는 이를 가로지르는 조악한
바위 다리.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지 형이었다.
멈추지 마라.
나는 다시 한번 말에 박차를 가했 다.
놀아줄 시간이 없다. 다리를 단숨 에 돌파해서 궁병대 쪽으로 간다.
서쪽에서 북쪽으로 달려나가 키샤
샤와 합류한다. 이번 2회차의 최종 목표였다.
팍!
“히히히히힝!”
간달프가 구슬픈 비명을 내지르더 니 모로 쓰러졌다.
시속 수십 킬로로 달리고 있던 와 중이었다. 나는 안장에서 날아가듯 이 추락했다. 공중에서 재빨리 균형 을 잡은 뒤 흙바닥을 긁어가며 착지 한다.
[‘간달프(★)’가 역소환되었습니 다!]‘뭐지?’
얼마 뒤,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갑옷에 묻은 흙을 털어 낸 다
음 돌다리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절벽의 반대쪽. 돌다리 옆에 누군
가 서 있었다.
어두운 색으로 장식된 깃털 모자, 소매가 넓은 까만색 천옷을 입었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남자가 장 궁을 들어 올렸다.
[Danger!] [마탄의 사수 L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