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82
183. 단 한 번을 위한(7)
익숙한 부유감과 함께,임무를 알리는 홀로그램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로어 ?.] [이벤트용 특수 필드입니다.] [목표 – 한 명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라!]
매트릭스가 찢어진 침대와 쓰러진 책장. 어질러진 현대식 실내의 풍경이 보였다.
이번에도 외딴 건물에 소환된 것 같 았다.
[Danger!] [5분 후 필드가 좁아집니다!] [지도에 표시된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세요!]
시작하자마자 경고 메시지가 떴다. 빨리 끝내겠다는 말이군.
참가 인원도 줄어들었고.
나야 환영이지.
나는 건물 내부를 살피면서 쓸 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창문 밖의 삼거리에서 본선 참가자 들이 뛰어가고 있었다.
합쳐서 세 명. 뛰는 방향이 같다. 지 도의 가운데 구역에서 모이는 듯했다. 이미 참가자끼리 담합이 끝난 것이다. 아홉 명이서 파티를 맺은 뒤,나를 먼저 처리하기로 했겠지.
이렇게 된 이상 시간이 별로 없다.
나는 집 안에서 찾은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IKill!]깡!
맑고 고운 소리가 나며 남자가 뛰어 가던 자세로 엎어졌다.
뒤통수가 움푹 파여 있었다.
옆에 있던 사내의 손에서 단검이 날 아들었다.
깡! 나는 오른손의 후라이팬으로 단 검을 쳐낸 뒤,즉시 놈의 품에 들어가 턱을 올려쳤다. 퍽! 뒤이어 쓰러진 놈의 뒤통수에 발꿈치를 꽂아 넣었다.
,’억!”
[2Kill!]나머지 한 놈.
이미 저 멀리 도망치고 있다.
나는 그대로 후라이팬을 집어던졌다. 퍽!
모서리 부분에 머리를 맞은 남자가 모로 쓰러졌다.
날듯이 달려가 놈의 멱살을 잡았다. 아직 안 죽었으니까.
“모이기로 한 곳이 어디냐.”
놈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다만 한순간 시선이 힐끗,사거리 너머의 폐빌딩으로 향했다.
‘저기라 이거군.’
예측하기 쉽기는 했다.
곳곳으로 흩어진 멤버가 빠르게 모일
수 있으면서,눈에 띄는 곳이라면 저기 밖에 없으니.
“미,미친개… 네가 아무리… 깡! 깡! 깡! 깡! 깡!
나는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후라이
팬으로 내리쳤다.
[3Kill!]도합 다섯 번을 후려쳐서야 사망 판 정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간을 끌면 귀찮아진다.’
바리케이드를 쌓은 뒤, 기지를 구축 하면서 각종 마법 아이템들을 모아놓을 것이 분명했다.
정상이라면 여유롭게 아이템 파밍을 하며 캠핑을 하고 있을 타이밍이었지 만….
‘하아.,
나는 찌그러진 후라이팬을 든 채 대 로를 달려갔다.
[http7/go.onewinch.tv/ – 원인치 TV] [Pick Me Up! – 엥? 통제 불능의또라이가 배틀 로얄에 나타났다고?] [BJ – 앗쌀라히쿰] [시청자 1,053명]
‘이런 X발.’
미친개에 이어서 통제 불능의 또라이? 아쉽게도,관전자 화면에 가려져 있
어 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청자들의 채팅은 볼 수 있었다.
[로드워리어 (HMDM11) : 쟤가 그 또라이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DietDouble : 시작한 지 5분 만에 3킬 중이네. 미쳤…….]방해된다.
나는 방송 화면을 구석에 치워두고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가는 도중,쓰레기가 널린 골목길에서 못 달린 쇠파이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1분 뒤.
집합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폐빌딩 앞의 광장.
남자 셋. 여자 둘. 도합 다섯 명이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들은 검과 창, 방패와 활로 무장
하고 있었다. 기척을 숨기지 않았으니, 내가 온다는 사실을 눈치했을 것이다.
“너.”
맨 앞,심각한 s정을 짓고 있던 사 내가 말했다.
“왜.”
“태생 4성…… 이냐?”
“그럴 리가.”
나는 왼손에 후라이팬을,오른손에 쇠파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10분 뒤.
나는 광장의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퉤. 입가에 고인 피를 뱉었다. 설마 마법사가 섞여 있을 줄은.
한 방 먹었잖아. 처리하는 데 꽤 시 간이 걸렸다.
“억…… 꺼헉…… 헉……”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보자 블록처럼 쌓여 있는 다섯
명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맨 위의 녀석이 살아있는 것 같다.
상처를 보면 얼마 안 지나서 죽겠지만. “괴,괴물……
“괴물이 아니지.”
일단 훈련량부터 맞추고 와라.
검과 창으로 후라이팬한테 지는 게 말이나 되냐.
나는 혀를 차고는 몸을 일으켰다.
[Taiwan (Nol) : 뭐임? 후라이팬 하나로 다 때려잡은 거?] [Psyco53 :ㄹㅇ 싸이코네 ㅋㅋㅋ] [샌즈 (Papyrus) : 와! 후라이팬! 쇠 파이프! PPAK!] [Niceguy33 : 재 어디서 본 거 같은 데요. 예전에 화제였던 영상 있잖아요. 겜알못 마스터 강제 캐리하던 그 영웅.] [ToMuch7 : 아! 그 영상,기억나는 군요. 제가 LA에 있을 때…….] [라스트라이브 (Nevenl3) : 암케나 아님? 찾아봐요. 40층 영상도 업넷된 걸로 아는데.] [너무아팡 (SeeyouAgainl) : 그게 쟤였어요? 완전 쎄던데! 왜 개인전에 안 나왔지? 니플헤임하고 비벼볼 만 하지 않나?]한 명 남았다.
일단 이곳에 있는 건 분명하다.
도적 클래스인 것 같은데,몸을 숨 기고 있는 듯했다.
나는 피로 범벅이 된 후라이팬을 돌 리며 말했다.
“10초 안에 나와. 나한테 걸리면 뒤 진다.”
“아,안 걸리면?”
“그래도 죽긴 하겠네.”
“이런 미친!”
기척이 사라졌다.
짜증 나는군.
도적이 대놓고 숨어버리면 나도 찾기 귀찮아진다.
[Danger!] [1 분 후 필드가 좁아집니다!] [지도에 표시된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세요!]
메시지가 뜨자마자,앞에 있던 3층 건물의 커튼이 펄럭거렸다.
거기 있네.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피 묻은 후라이팬을 든 채로.
[9Kill!] [#1/10]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본선에서 우승하셨습니다!] [내일 치러지는 결승을 기대해주세요!]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결승 진출,축하드립니다!”
차원문 옆의 여사원이 내게 통과증을 건넸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가자들이 내는 소음으로 경기장 전체가 시끌벅 적했다.
탈락자 외에도 나보다 빨리 통과한 녀석들도 몇몇 있는 것 같다.
무리도 아니 었다. 원체 필드가 좁은 데다가 참가자가 적다 보니,상황에 따라 초고속으로 끝난 곳도 있을 것 이다.
[오홍홍! 빠르군요, 빨라! 역시 인원을 줄이는 게 정답이었어용. 다음 8차 페 스타 예선전도 이렇게 진행해야겠어용!]“저기,8차에서는 이번 안이 기각되 었다는……
[뭐라고용!]운동장 중앙의 대형 모니터에서는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에는 오늘 내가 활약한 모습도 있었다. 저것도 내 소문에 일조했겠지. 어제는 예선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 가버렸기에,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 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모니터 근처의 대기석에 앉았다. 오늘은 쭈욱 경기 영상을 보면서,
결승에서 귀찮을 만한 녀석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훑 어보고 있으려니.
“인상 깊었어요.”
옆에서 불쑥,음료 캔이 내밀어졌다. 나는 얼떨떨하게 캔을 받았다. “잡동사니 하나로 아홉 명을 전부
이기다니. 어제도 그렇구요. 대단하긴 하네요.”
II II
“저는 사디느 니벨. 당신은요?” 금발을 묶어 내린 여자가 옆에 다소
곳이 앉았다.
익숙한 인상.
“한.”
“좋아요,한 씨. 제가 당신에게 말을 건 이유는……
“내일 결승전에서,네 파티에 들어 와달라는 거겠지.”
“……눈치가 빠르군요.”
사디느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어서 그녀는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에 두 명은 저와 내일 함께할 파
티원이에요. 결승전의 참가 인원은 100명. 혼자서 활동하기엔 생존률이 낮지 않나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기습을 당하거나 많은 인원과 마주치면 혼자는 힘들 텐데요. 특히…… 당신 같은 요주의 인물은.”
사디느는 ‘요주의 인물_이란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렇겠지. 세간에 퍼진 소문만 봐도, 나 같은 미친개는 최우선 처리 대상이 되어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다. 즉,우 승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받아줄게요. 다른 파티는 절대 안 끼워줄걸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여자가 나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것이 분명하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 목적도 명확해 졌다.
‘들어오든가,아니면 혼자 죽든가?’
깜찍한 수였다.
이 여자는 손해 볼 게 없다.
내가 파티에 들어오지 않아도, 혼자 움직이기 때문에 합공으로 상대할 수 있다.
파티에 들어온다면 괜찮은 전력이 생기는 셈이고.
“잘 생각해요. 내일 당신의 경쟁자는 99명이에요. 당신 혼자 그 많은 사람 들을 이길 수 있겠어요? 나중에 싸우게
된다고 해도,협력원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냉정하게 생각하면요.”
“조사를 해보니,뒷배경이 만만치 않더군요 니플헤임의 외부 교육생 수석. 그 정도면 대우해줄 만해요. 어때요? 이번 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낸다면, 제가 마스터한테 요청해서 그 구닥다리 대기실에서 꺼내줄 수도 있어요. 저희 대기실로 올 수도 있다 이거죠.”
내가 가만히 듣고만 있자,사디느는 헛기침을 했다.
“저기,왜 아무 말이 없죠?”
“생각하는 중이야.”
나는 저 파티의 구성을 살폈다.
사디느는 기사. 나머지 두 명은 도적. 다른 파티원 둘은 예선전에서 탈락한 것 같다.
이번 배틀 로얄은 태생 4성도 까딱 하면 탈락할 만큼의 변수를 갖고 있 으니.
‘혼자 다니면 귀찮긴 하지.’
이번 게임에서는 솔로보다 파티가 생존률이 높은 건 명확한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탐색이나 추적 등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한 도적들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 의도가 뻔히 짐작 되지만 말이다.
저 세 명이 같은 대기실 출신이고, 우승 경품을 노리고 있다면,마지막 4명이 남았을 때 나는 3 대 1로 싸우게 될 것이다.
소속이 같다면 어차피 누가 우승해도 상관없으니까.
“우습게 보지 말아요. 이래 봬도 저는
각인을 갖고 있고,뒤에 두 명도 마찬
가지예요. 태생 4성부터 시작했구요.
우리 셋으로 시작해도 자신이 있지만,
혹시 모를 일을 배제하기 위해서 11
“알았어.”
“……알았다구요?”
“낄게.”
사디느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이걸로 계약 성립이군요. 오늘
저녁,호텔 2101호실로 와요. 간단한 전략 회의를 할 거니까.”
“아,참고로,배신하면 알죠? 이벤트의 문제가 아니에요. 마스터간의 신용이 걸려 있으니까. 당신네 마스터는 별거 없던데. 40레벨 맞죠? 쓴맛을 보기 싫 으면,계약을 지키는 게 좋을걸요.”
‘말 겁나 많네.’
시다느는 내가 만약 파티를 배신한 다면,자신의 마스터가 응징을 가할
거라면서 몇 번이나 압박을 준 뒤 자 리를 떠났다.
파티가 해산되는 조건은 단 하나. 4명이 남았을 때.
파티가 해산되자마자 나는 3명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겠지.
참 속 보이는 시나리오였다.
나는 다리를 꼬았다.
모니터에서는 여전히 경기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내일은 이번 레이드 페스타의 최종 본선과 결승이 열린다.
3대 이벤트의 우승자 및 5성 소환 권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다. 제나와
벨키스트에게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딱히 진출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배틀 로얄의 결승은 이른 아침에 시 작된다.
최대한 빨리 끝낸다면 다른 이벤트를 관람하러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혼자 해도 충분했지만, 적당한 이용 거리를 찾은 셈이다.
‘배신하지 말라고?’
물론 배신 같은 건 안 한다.
귀찮은 분쟁 거리를 만들기는 싫으
니까.
약간 돌아갈 뿐이다.
나는 식어버린 음료수 캔을 들이켰다. ’이 새끼…….,
민트초코 맛이었다.
캔을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