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88
189. 강림 던전(1)
이벤트 장소에서 돌아온 뒤,우리에 게는 며칠 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이벤트에서 핵심 재료들을 얻었기에, 암케나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암케나는 대기실 확장과 새 비공정을 건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원의 틈 옆에 격납고 시설이 만들
어졌고,거기서 정비사를 필두로 한 생산직들이 비공정의 골격을 만드는 중이었다.
내게는 다른 할 일이 있었다.
휴식이라고는 하지만,더 이상 미뤄 둘 수 없는 일이 있었으니까.
각인.
4성부터 각성 가능한 영웅의 세 번째 능력으로,강림 던전에서 얻을 수 있 었다.
마법 전당의 아이템 합성소.
카티오가 눈을 감은 채 주문을 읊고
있었다.
카티오의 몸에서 마력이 피어오를 때마다,호응하듯 마법진이 눈부시게 빛났다.
[우! 유! 빛! 깔! 하! 아! 안!]
이셀이 치어리더 복장으로 옆에서 탭 댄스를 추고 있다.
‘……시끄러워 죽겠네.’
나는 혀를 차면서 손을 움직였다.
[아이템 합성을 시작합니다!]
[선택 재료 – 중급 강림석,용의 피, 날카로운 흑룡 비늘, 천도수,숲의 여왕 의 피,망자의 흔적,까끌 버섯,용안]
[완성 아이템 – 알 수 없음]
[성공 확률 – 알 수 없음]
[합성 방식 – 수동]
마법 항아리에 준비해둔 재료를 집 어 넣었다.
카티오가 손을 내젓자 항아리에서 보라색 섬광이 피어올랐다.
이것도 마학자가 우대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마학자들은 대개 우수한 인 첸터이기도 하니까. 합성소에 배치하면 속성 부여 및 조합에 상당한 보너스를 받는다.
[퍼즐 난이도를 선택하세요. 높을수록 보상이 증가합니다!]합성 시작을 누르자,난이도 선택창이 떠올랐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는 가장 아 래쪽의 초지옥 난이도를 골랐다.
[끼아아! 역시!]“조용히 해. 집중해야 하니까.”
[아,알았어.]대충 해도 큰 차이는 없겠지만,만에 하나란 게 있으니.
나는 화면에 떠오르는 퍼즐을 풀기 시작했다.
[★!초 대 성 공!★] [‘한(★★★★)’이 ‘중급 강림석(흑룡 혼)_을 제작했습니다!]항아리에서 완성 아이템이 튀어나 왔다.
나는 검게 빛나고 있는 돌을 주워들 었다. 강림석 표면에는 용의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보기 썩 좋은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뭐 성공이란 뜻이다.
‘제대로 나왔군.’
조합 난이도가 높아서,카티오가 없
었다면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역시 억지로 끌고 오길 잘했지. 나는
강림석을 품에 넣은 뒤,땀을 뻘뻘 흘 리고 있는 카티오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도움이 됐어.”
“휴우……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너 정체가 뭐야? 방금 만든 건……
“나중에 다 알게 돼.”
나는 카티오의 어깨를 짚은 다음 마법 전당을 나왔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45분. 암케나는 접속을 끊은 상태였고,몇몇 영웅들을 빼고는 모두가 잠들어 있을 무렵이었다.
일부러 이런 시간을 골랐다.
보여주기 꽤 곤란한 장면일 테니. 나는 어두워진 광장을 지나쳐 대기실
2층으로 향했다.
시공의 틈이 위치한 그곳으로. “뒷일은 걱정 없겠지?”
[그러엄. 로그 조작은 확실히 했어.절대 의심 안 할걸!]
이셀이 나를 쪼르르 따라왔다.
나는 품 안의 강림석을 매만지며 계
단을 내려갔다.
‘마스터가 알면 좀 곤란해.’
지금의 일은 그간 내가 벌인 짓 중
에서 가장 수상한 사건이 될 것이다. 미리 몇 가지 안전장치는 해놓았지만,
의심은 피하기 힘들겠지. 암케나가 두 루뭉술 넘어가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로키가 서브 마스터라서 권한 넘기 기가 더 쉬워졌어. 좀만 더 지나면 나 없이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그럼 좋겠네.”
일일이 이셀에게 부탁하기도 귀찮아 죽겠으니.
2층 광장에 도착했다. 시공의 틈의 문이 이미 활짝 열려 있었다.
나는 품속에서 강림석을 꺼냈다.
각인을 얻으려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얻기 쉽지 않은 강
림석이 있어야 하고,그 강림석을 통 해서 개방되는 강림 던전을 클리어해야 했다. 물론, 공략 과정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끝이었다.
나는 이셀에게 인계받은 마스터의 조작창을 움직였다.
[마스터,강림 던전을 개방합니다!] [Tips/ 강림 던전은 특수한 이벤트나강림석으로 개방할 수 있는 특수한 스테이지입니다. 영웅에게 각인을 새 길 수 있습니다.]
됐다.
나는 시공의 틈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이셀이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로키,죽으면 안 돼! 무조건 돌아와 야 돼!]“당연하지.”
덜컹.
원형의 방에 들어서자 문이 닫혔다. 세 개의 대형 거울이 비석처럼 우뚝
서 있었다.
각각 메인 던전,요일 던전,탐험 던 전을 상징한다.
그러나,이젠 여기서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그대의 힘을 증명하라!] [강림 던전 : 난이도 – ???]강림 던전.
메인 던전은 아니지만,오히려 난이 도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각인을 얻으려다 죽은 영웅들도 수 두룩하니까.
“유르넷,준비는?”
나는 귀에 손을 가져간 뒤 말했다. 〈끝났습니다. 언제든 소환 가능합
니다.〉
“실수하면 안 돼. 까딱하면 골로 간다.”
〈물론이지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중급 강림석을 들고 강림 던전 이라 쓰여진 거울에 다가갔다.
[※주의!] [강림 던전에서 사망할 시,부활할 수 없습니다.] [각인은 실패 확률이 존재합니다. 각인에 실패한 영웅은 ‘오염’ 상태에 빠집니다.]시야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지워 없앴다.
어차피 알고 있으니.
[※주의!] [등급이 높은 각인일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쉬운 난이도를 선택하세요!]나는 중급 강림석을 거울 속에 집어 넣었다.
강림석을 집어삼킨 거울의 표면이 검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강림 던전의 개방 조건이 충족되었 습니다] [중급 강림 던전(흑룡의 전당 – 파티 권장)이 개방됩니다.] [입장까지 10초 남았습니다.]나는 숨을 내쉬었다.
흑룡의 전당. 제대로 먹혀든 것 같다.
무속성 강림석을 바쳤다면 스테이지가 랜덤으로 열리지만,이렇게 조합을 거친 강림석을 넣으면 원하는 곳에 입장할 수 있다.
이제는…….
이기기만 하면 되는군.
[두루둥!][강림 던전이 열립니다!]
번쩍.
거울로부터 뿜어져 나온 검은 섬광이 나를 휘감았다.
빛이 걷힌 후,나는 눈을 떴다. 모래로 덮인 원형의 경기장.
검은 외투를 걸친 한 사내가 서 있
었다.
[할기온의 가주]
[리카르도 폰 할기라프 Lv.???]
남자의 눈이 내게 향했다.
이 녀석은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이 장소도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불과 얼마 전,격전을 치른 곳이었 으니.
이곳은 20층 스테이지의 필드였다. “..흐흐흐.”
사내가 얼굴을 감싼 채 웃었다. “내가 소환됐다는 것은…… 나를
잡아먹고 싶다는 뜻이로구나.”
“잘 아네.”
나는 검을 뽑았다.
강림 던전.
여기서 영웅은 몬스터를 잡아먹어, 그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것이 각인이었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군.”
“피차일반이야.”
“그런가.”
남자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와는 다를 거다.”
남자의 살갗에서 검은 비늘이 돋아 나기 시작했다.
콰직. 거대한 팔과 다리가 놈의 피 부를 뚫고 튀어나왔다. 놈의 사지가 제멋대로 꺾이고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윽고 피안개가 흩어지더니,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Danger!] [흑룡 할기라프 Lv.64]강철 같은 손톱과 거대한 날개. 광택 있는 비늘이 몸을 빽빽이 뒤덮고 있다.
휘어진 동공이 나를 향했다.
놈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크아아아아아!__
공기가 떨릴 정도의 포효.
순간 흑룡의 몸체가 사라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든 뒤 휘
둘렀다.
캉!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다!]비늘에 부딪힌 검이 맥없이 미끄러 졌다.
역시 특성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뒤로 크게 뛰면서 검을 움직였다. 카가가가강! 놈이 투척한 까만 비늘이
검과 마찰하여 불꽃을 튀겼다.
[타락한 그림자 Lv. 31] X 15모래에 파묻힌 비늘에서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물리, 마법 면역과 비늘 투척,쫄 소환. 이제는 익숙해진 이놈의 세 가지 패
턴이 었다.
“크아아앙!”
놈의 손톱이 바닥에 박히자 모래벽이 치솟았다.
나는 놈의 손톱을 흘려내며 필드 바 깥까지 물러났다.
그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다.
나는 검을 내버렸다.
어차피 물리 면역이라,이 검은 쓸모가 없었다.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보내.”
〈사출합니다.〉
손을 끌어을리자 반투명한 검이 나 타났다.
바리사다. 니플헤임 콜렉션 중 하나인, 물리 관통 속성을 지닌 무기였다.
층수가 올라갈수록 무기 소환은 점 차 효율이 낮아진다.
비프로스트가 없긴 하지만,무기 소 환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럼 써 버려야지. 이때를 위해 아 껴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
흑룡이 울부짖더니 수 미터 높이로
도약했다.
지상에서는 놈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파고들었다. 나는 바리사다를 느슨하게 잡은 뒤, 반원으로 베어 올렸다.
[물리 관통!]뎅겅.
“키아아아악!”
“까고 있네.”
과직.
나는 검은 피를 쁨어내며 펄떡거리는 놈의 앞발을 짓밟았다.
패턴 파악은 옛날에 끝났는데,혼자 라고 못 잡을 거 같았냐.
물리 면역 문제만 해결하면 별거 없는 놈이다.
나는 히죽 웃은 뒤 놈의 품으로 파 고들 었다.
서걱.
약 15분 뒤.
모래 위에 흑룡이 엎어져 있었다. 놈의 몸으로부터 나온 걸쭉한 피가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나는 검에 흠뻑 묻은 피를 모랫바닥에
털어냈다.
딱히 어렵진 않았다.
이미 한 번 싸워본 녀석이기도 했
고,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이 강해졌으니까.
익시드를 쓸 가치도 없었다.
[스테이지 클리어!] [중급 강림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특수 각인 ‘흑룡혈(C+)’을 획득하셨습니다. 해당 각인을 던전에 도전한 영웅에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여 가능 영웅 – ‘한(★★★★)’]
우우우우웅.
흑룡의 시체 위에서 검은빛이 떠다 니고 있었다.
나는 조작창을 움직여 각인을 살폈다.
[흑룡혈 (c+ Lv.l)]
[태초부터 내 려온 용의 혈통을 증명
하는 순수한 피. 수많은 대를 거치면서 거의 희석되었다.]
[효과 : 물리 방어력 + 10%, 마법 방어력 + 10%]
[고유 스킬: 용린(龍亂 지속 시간 1초)]부과 효과에 특별한 건 없다. 주목할 게 있다면 특수 스킬인 용린.
스킬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어떤 효 과가 있는지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1초간 모든 물리,마법 데미지에 면역.
각인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성능과 지속 시간이 오를 것이다.
단독으로만 보면 평범한 스킬이지만, 다른 스킬과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이 야기가 다르다.
나는 스킬 사용 시 데미지를 되돌려 받는 특수 스킬들을 갖고 있으니까.
‘용린 상태에서 패검혼을 사용한다 면……:
부담없이 스킬을 쓸 수 있다.
이제 자폭기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 겠지.
새까만 구슬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손을 뻗으면 각인 의식이 시작될 것
이다.
내 첫 번째 각인은 흑룡혈로 결정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건 안 되지.
나는 웃으며 흑룡의 시체를 지나쳤다. 고작 C급 각인으로 만족한다고? 그럼 차원도시에 생고생을 한 의미가
없다.
성장을 통해 각인을 진화시킬 수 있 다지만,이 정도로는 안 된다.
〈마스터.〉
“…….”
〈그 이상은 만용입니다.〉
유르넷도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챈
것 같다.
강림 던전에 도전한다고는 말했지만, 이건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무기 소환을 준비해줘.” 〈마스터! 2차 강림은 아직 때가…….〉 “부탁한다.”
나는 눈을 감았다.
35 층.
그때의 광경이 선명히 떠올랐다. 다시 겪는 건 죽어도 사양이었다. 그렇다면,이 정도 리스크는 감당해
야만 했다.
<……진심이십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침묵하고 있던 유르넷이 답을 보냈다. 좋아.
나는 품에서 최상급 강림석을 꺼냈다. 어떻게 하는지는 이셀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가져와.
더 강한 각인을.
이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
[알림!] [강림 던전이 끝났습니다. '퇴장_ 버 튼을 눌러주세요.]"X 까."
나는 무지개빛 돌을 흑룡의 시체에 던졌다.
시체 옆의 피웅덩이에서 까만 손이 솟아나더니 돌을 집어삼켰다.
[Warning!] [강림 던전의 난이도가 '최상급’으로 바뀌었습니다!]쩌적.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