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0
20. 임무 유형, 생존(3)
[‘지드(★)’가 출혈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교대!”
“지드, 잠깐만 참아!”
“교대라고 했다! 저놈은 신경 쓰
지 마! 고블린을 막아라!”
“하지만……
내가 맡은 왼쪽의 통로는 막혀 있 다.
고블린의 시체가 벽을 세우고 있 다. 한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제나,지드의 상처를 지혈해.”
“고블린들은 어떡하구요?”
“저놈들은 내가 막는다.”
공터로 달렸다.
옆에서 막 한 놈이 지붕을 뛰어내 리려는 도중이었다. 올려 베자 잘린 목이 떨어졌다.
제나는 옷 소매를 단검으로 찢어 지드의 상처를 둘둘 싸맸다.
손이, 손이!”
[‘지드(★)’가 공포에 빠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감소합니다.]“엄살피우지 마! 돌아가면 나아!” “끅,끄으으윽!”
”버러지가!”
나는 지드를 걷어찼다.
“정신 차려, 새끼야! 우릴 다 뒤지
게 할 셈이냐? 잘린 건 왼손이다. 오 른손으로 검을 휘둘러!”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지혈하고 상태를 정
돈해라. 네가 교대 안 하면 한슨은 죽어.”
“네,네!”
“제나,피가 멎은 걸 확인하면 바 로 복귀해.”
“그럴게요!”
어느새 공터에는 벽을 타고 넘어 온 세 마리의 고블린이 얼쩡대고 있 다.
나는 곧장 달려가 검을 길게 휘둘 렸다. 반경에 휩쓸린 고블린 두 마 리의 상체가 비스듬히 떨어졌다. 다 른 한 마리는 방패 모서리로 머리를 찍었다.
왼쪽,시체로 쌓은 담이 무너지고 있다.
아예 시체를 타고 오르는 놈들도 있었다.
H. U
욕할 여유도 없다. 나는 공터로 뛰 어내리는 고블린의 얼굴에 검을 세 웠다. 고블린은 뛰는 자세 그대로 꼬치구이가 됐다. 그 반대편에서 고 블린 두 마리가 다시 벽을 넘고 있 었다.
검으로는 불리하다. 뛰어야 할 거 리가 너무 멀다. 하지만 멈추지 않 는다. 저놈들이 아론이나 한슨 쪽으
로 가는 날에는 더욱 골치가 아파진 다. 달려가면서 두 놈의 목을 베었 다. 이번에는 세 마리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나타났다.
“아직 안 끝났어?”
“끝났어요!”
“키 아아아아!”
왼쪽 통로의 시체가 후두둑 떨어 지며 고블린이 쏟아져나오기 시작 했다.
“난 복귀한다. 저 녀석들 처리해!”
”네!”
제나는 벌떡 일어나 곧바로 시위 를 당겼다. 번개 같은 삼연사에 고
블린 세 마리가 나란히 고꾸라졌다. 마침 왼쪽에선 바리케이드를 뚫은
고블린들이 밀려 나오고 있었다.
“다시 들어가,새끼들아!”
맨 앞의 고블린을 전력으로 걷어 찼다. 고블린은 나동그라지며 뒤의 놈들과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거침 없이 검을 박았다.
공터를 커버하느라 너무 많은 시 간을 소모했다. 도리어 왼쪽이 가장 위험해졌다. 시체 틈새로 새어 나온 고블린의 단검이 가죽 갑옷의 팔꿈 치 부분을 할퀴었다. 단검이 조금만 날카로웠어도 뼈가 파였을 것이다.
나는 놈의 손목을 잘랐다.
일어서는 녀석이 있다면 걷어찬
다. 전진을 허용하지 않는다. 방패 로 밀치고 검을 찔러넣는다. 나는 한 놈의 가슴을 꿰뚫은 채 그대로 밀었다. 수십 마리로 이루어진 고블 린 대열이 줄줄이 밀려났다.
“검이 안 들어요!”
한슨이 다급한 외침을 질렀다.
“지드,교대할 수 있냐?”
“괘, 괜찮습니다! 싸울 수 있습니
다!”
“교대해라. 한슨,빠져서 검을 살 펴봐!”
[14 : 35]공터로 물러난 한슨이 옷 소매로 피로 찌든 검날을 벅벅 닦았다. 곧 실체가 드러났다. 한슨이 짙은 신음 을 질렀다.
날이 다 빠져 있었다. 예상한 결과 였다. F등급의 낡은 철검보다는 낫 다. 하지만 그래 봤자 평범한 철검 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성능 차이로 아 직까지는 무사했지만,검날이 뻑뻑 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검날 같은 거 없어도 고블린은 때 려잡을 수 있어!”
나는 방패로 고블린을 후려쳤다. 목이 꺾인 고블린이 축 늘어졌다.
잠깐 여유가 생긴 나는 공터를 살 폈다. 공터에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 이 쓰러져 있다. 당분간 침입하는 놈들은 없어 보였다.
아론도 상태가 좋지 않다. 바리케 이드는 진작에 무너졌다. 차츰 대열 이 밀렸다. 처음보다 창을 찌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움직임 에서 피로의 기색이 완연히 느껴졌 다.
“제나,아론과 교대해.”
“네!”
“나는 아직……
“빠져요!”
날렵한 몸놀림으로 뛰어든 제나가 고블린의 목을 그었다.
피분수가 솟구쳤다. 제나는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단검을 휘두 르기 시작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 괜한 고집 부 리지 말고.”
“아,알겠습니다……
아론은 공터의 벽에 털썩 주저앉 아 숨을 골랐다. 장창은 손잡이 부
근까지 피로 얼룩져 있었다.
[12 : 35]“3분 남았다,3분만 버텨라!”
30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이제는 점차 나도 피로가 느껴졌
다. 하지만 나까지 교대를 받을 여 력은 없다. 밀려 나오는 고블린들을 다시 찌르고 찔렀다.
“아론,제나와 교대!”
아론은 벌떡 일어나 창을 쥐고 오
른쪽으로 달려갔다.
아론은 1분도 쉬지 못했다. 다시
고블린들이 담벼락을 오르기 시작 했기 때문이다. 제나는 공터의 고블 린을 처리하기 위해 빠져야 했다.
“그만 좀 올라와! 짜증 나게!” 제나가 악다구니를 쓰며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통의 화살은 절반 이상 이 빠져 있다. 회수한다고는 했지만 박히는 과정에서 부러지거나 망가 진 화살들이 많았다.
[11 : 22]“헉,허억,허억,허어억!”
지드가 숨을 몰아쉬었다. 눈이 퀭
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슨,교대!”
“네,네!”
검과 방패를 쥐고 달리는 한슨의 안색도 좋지 않다.
“제나, 한슨 쪽에 화살을 쏴.” “네? 하지만……
제나는 등의 화살통에 시선을 던 졌다.
나도 알아. 얼마 없다는 거. “어차피 저기가 뚫리면 다 뒤져.
고블린들한테는 돌이라도 던져!” “알았어요!”
핑!
화살이 고블린의 인중을 꿰뚫었 다. 인중이 뚫린 고블린은 앞으로 허우적거렸다. 허우적거리는 손에 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 칼은 막 한슨과 교대해 빠져나 가려던 지드의 아랫배에 박혔다.
지드의 동공이 확대된다.
벌려진 입에선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털썩.
지드가 모로 엎어졌다.
복부에서 검붉은 피가 번져 나왔
다.
[’지드(★)’가 빈사 상태에 빠졌습 니다. 목숨이 위험합니다!]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응급처치를 할 상황이 아
니다. 우리 셋 중 어느 한쪽이라도 빠지면 그 즉시 통로가 뚫린다.
한슨은 뒤의 지드가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검을 휘둘렀다.
지드가 입을 뻐끔거렸다.
피 섞인 거품이 흘러나왔다. “기다려!”
제나는 몸을 회전시키며 4연속으
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각기 다 른 방향에서 담을 넘던 고블린에게 명중했다.
이걸로 화살통의 화살은 바닥났 다.
[08 : 05]제나가 지드에게 달려갔다.
지드의 눈은 탁해져 있다. 이미 눈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젠장!”
검을 내려찍자 고블린의 두개골이 세로로 쪼개졌다.
,,아,우,으,아……
응급처치할 시간이 있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저 배에 박힌 칼을 뽑아? 그 즉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사실을 제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제나는 천천히 고개를 떨군 다음 다시 일어 나 활을 잡았다.
[’지드(★)’가 여신의 품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지, 지드,잠깐만 교대해줘. 30초 면 되니까…… 자, 잠깐만.”
한슨이 헉헉대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이미 없다. 고블린이 창을 찔렀다. 나는 옆구
리로 창대를 잡아서 뺐다. 긴 창이 쭈욱 딸려 나왔다. 간만에 쓸 만한 무기를 들고 있구나. 나는 양손으로 창을 움켜쥔 다음 찔러서 밀었다.
첫 놈을 관통,두 번째 놈도 관통, 세 번째,네 번째,여섯 번째까지.
전신에 힘을 꽉 주었다. 발목과 종 아리의 근육이 약동했다.
그대로 밀었다. 강한 반발력이 돌
아왔다. 이를 악물었다. 피맛이 느 껴졌다. 통로의 고블린이 점차 밀리 기 시작했다.
나는 한계까지 힘을 짜내어 장창 손잡이까지 고블린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쿠에에에 엑!”
못해도 열 마리는 관통했을 것이 다.
고블린의 전진에 잠시 지체가 생 겼다.
곧장 공터로 달렸다.
“한슨, 왼쪽 통로로 가! 여기는 내 가 맡는다!”
“형님? 지드는…”
“그놈은 지쳐서 쉬는 중이야. 잔말 말고 가라.”
“아,알겠습니다!”
한슨은 헐레벌떡 왼쪽으로 달려갔 다.
발밑에 있던 지드의 시체는 발견 못 한 모양이다. 고블린 꼬챙이로 길목을 막았으니,30초에서 1분은 쉴 수 있다.
나는 철검을 휘릭 돌렸다. 끈적한 피와 지방이 늘어졌다.
[한계 상황에서 영웅들의 혼이
각성 합니다!] [따라란!] [스킬 각성!] [‘한(★)’의 ‘하급 검방술’이 Lv.5 로 상승했습니다!] [‘한(★)’의 ‘고통 내성’이 Lv.2로 상승했습니다!] [’한(★)’의 ‘침착성’이 두 단계 업! Lv.3으로 상승했습니다.] [따라란!] [스킬 각성!] [‘제나 (★)’의 ‘하급 단검술’이
Lv.3으로 상승했습니다!] [‘제나(★)’가 ‘재빠른 몸놀림’ 스
킬을 습득했습니다!]
각성이고 자시고 죽으면 아무짝에 도 쓸모없다.
나는 바로 뛰어들었다.
이쪽 통로의 상황은 일촉즉발이 다. 좁은 골목에 끼어 있는 탓에 나 오지 못하고 있을 뿐,균형이 깨진 즉시 수십, 수백 마리의 고블린이 공터를 채울 것이다.
선두에 있는 고블린의 머리를 후 려친다. 발로 가슴을 힘껏 찼지만 밀리지 않는다. 뒤의 고블린들이 쿠 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럼 거기서 죽어라. 몇 번이고 걷어 차자 피를 토하며 선 채로 죽었다.
[05 : 21]제나는 단검을 들고 공터를 종횡 무진 누볐다.
화살은 진작에 떨어졌다. 사람 키 를 훌쩍 넘는 담벼락을 고블린들은 지치지도 않고 넘어왔다.
‘,아아악!,’
[‘한슨(★)’이 출혈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왼쪽 통로에서 비명이 들렸다. 한슨의 오른팔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 칼로 난도질당한 것 같았다. 출혈이 심하다. 깔끔하게 베이지
도 못했다.
’……전투 불능.’
“공터로 모여! 통로는 버린다! 벽 을 등져!”
현 고블린의 침입로는 네 방향. 각각 왼쪽,오른쪽, 아래쪽의 골
목. 마지막으로 공터의 돌담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최소 네 명이 필
요하다.
남은 전투 가능 인원은 나와 제나, 그리고 아론.
“형님,살려줘요! 살려주세요!” 구하러 가면 나도 위험해진다. 나는 공터로 향했다.
곧바로 아래쪽의 통로에서 고블린
이 물밀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디로,어디로 모여야 됩니까?” 아론의 행색은 엉망이었다.
가죽 갑옷은 원래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고 전신이 피로 떡칠이 되어 있다. 내 모습도 별다르지 않겠지.
“제나,아론,나한테 붙어.”
[‘한슨(★)’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지드와 한슨은…”
“애도할 거면 살아남은 다음에나 해!”
길은 뚫렸다. 공터에 고블린들이 개미떼처럼 쏟아져나왔다.
나와 제나,아론은 북쪽의 벽을 등 진 채로 방진을 펼쳤다. 내가 중앙, 아론이 오른쪽,제나가 왼쪽이다.
“저희,여기서 죽는 건가요?”
“개소리 집어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