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31
232. 엔딩 이후의⑶
나는 유르넷에게서 전해 받은 보고를 정리해보았다.
4서버,유럽의 최상위 랭커인 엘 시 드는 픽 미 업의 스테이지를 전부 클 리어했으며,놈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다만,녀 석은 클리어 과정에서 상당한 불만을
느꼈고,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뫼비 우스 본사로 쳐들어가는 방법밖에 없 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게 첫 번째 원인이군.’
엘 시드는 제대로 화가 난 것 같았다. PVP에는 눈길 한번 안 주던 그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동료들은 물론, 아무 연관 없는 다른 영웅들까지 먹 어치울 정도로.
‘뭔가 있는데.’
유르넷과 위령이 떠나간 뒤의 빈 응 접실.
나는 소파에 등을 깊숙이 맡긴 채 고민을 이어갔다.
현 도라도의 유일한 영웅이자 서브 마스터인 라스칸다는,엘 시드와 동일 인물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처럼 게임 속으로 떨어져 영웅이 된 케이스.
나와 차이점이 있다면,놈은 나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게임 속으로 떨 어졌고,결국 도라도의 시나리오를 클 리어했다는 것.
‘화가 난 이유는 뭘까?
게임을 깼지만,지구로 돌아갈 수 없어서?
나는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존재를 걸고 하는
약속은 여신이라도 어길 수 없다고 한다. 2성 승급식 당시 텔이 나에게 약속했던 클리어 시 지구로의 복귀와 뫼비우스의 지분 양도는 진심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엘 시드는 탑을 끝까지 올랐음에도 여전히 뫼비우스에 남아 있었다.
정보가 부족하다.
그가 1서버에 가려 한다는 것은 알 아냈지만,무엇 때문에 그곳에 가려고 마음먹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 었다.
놈의 목적을 알게 된 이상,이젠 니 플헤임과 상관없다고 넘기지도 못한다.
‘그는 2서버로 넘어오면서 간섭력을 막대하게 소모했습니다. 다시 이를 보 충할 수단이 필요하겠죠.’
나는 유르넷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하위 영웅들을 잡아 먹어봤자 간섭 력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는 랭 커의 영웅들을 잡아먹고 싶어 할 겁 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니플헤임 은…… 최고의 사냥감일 겁니다.’
최고의 사냥감.
유르넷은 우리가 처한 처지를 그렇게 일컫고 있었다.
‘충돌은 피할 수 없나.’
일단 놈에게는 본사의 수배령이 내
려진 상태였다.
영웅을 레이드 보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금쯤 2서버의 마스터란 마 스터들이 모조리 모여 토벌대를 짜고 있겠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번 토벌전에는 나도 타오니어 소 속으로 참가하게 된다.
물론,전력으로 참가하지는 않을 것 이다.
참가 보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니, 암케나도 최소한의 인원만을 출전시 키겠지.
숟가락은 얹는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고난도 임무를 공략한 뒤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당장 운용 가 능한 비공정이 루세트 호 한 대밖에 없는데 뭐.
’둘이면 될까.’
나와 위령.
멀리서 놈의 최후를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겠지.
그게 되지 않는다면…….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천장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며칠 뒤.
레이드 이벤트가 펼쳐지는 당일이 되었다.
[픽 미 업!] [차원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른 아침부터 게임에 들어온 암케나는 픽 미 업의 내부 커뮤니티인 차원 카 페를 살펴보고 있었다.
□모집 게시판
〈※주의!〉
〈이곳은 인원 모집에 관련된 글 을…….〉
모집 게시판.
흔히들 파티 권장 이벤트를 수행할 때 마스터들이 동료를 찾는 곳이었다.
레이드 개최 일 아니랄까 봐 수천 개의 글이 올라와 있고,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매번 정해진 일정만을 소화하던 본 사에서 최초로 깜짝 이벤트를 걸었다.
수많은 BJ들도 이를 중계하기 위해 방송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그자가 어떻게 죽는지…… 이 눈으로 똑똑히 보겠다.”
차원의 틈 격납고.
위령은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출항 준비를 하는 루세트 호를 올려보았다.
이해는 간다.
무련과 그곳의 련주는 엘 시드에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녀의 고향이었던 무련은 어처구 니없는 이유로 멸망한 것이다.
“다시 말하는데,놈이 앞에 있다고 나대지 마. 그럴 생각이면 지금 말해. 나 혼자서 갈 테니까.”
“공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무 련에서의 나였다면 모를까. 나도 지금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다. 단지…… 그
무도한 자의 최후를 보고 싶은 것이야.” 기릭. 철컥철컥.
루세트 호의 난간에서 계단이 내려 오기 시작했다.
위령은 계단을 거침없이 올라 갑판 으로 향했다.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은 나와 위령,단둘뿐.
암케나는 나의 파티 구성 제안을 망 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엘 시드.’
아니,지금은 라스칸다인가.
유르넷이 지구에서의 신상정보를
마저 조사하는 중이라고 했으니,
이것까지 확실히 알게 된다면 놈이 지구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도, 1서버에 가는 목적도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 겠지. 나는 비프로스트의 칼집을 벨트에 단단히 고정시킨 뒤, 이벤트 지점으로 향하는 비공정에 올랐다.
〈차원 도약! 실시합니다!〉
몇 분 뒤.
타오니어 구역의 경계선에 다다른 루세트 호가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번쩍,눈부신 섬광과 함께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얼마 후,눈앞의 빛이 걷혔다.
〈알려드리겠습니다! 도달 층수 70 이하의 영웅분들은 저희 연합의 별도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비공정과 함께 후방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합니다. 도달 층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붉게 덧칠해진 하늘. 그리고 위아래로 끝도 없이 펼쳐진 공간이 눈앞에 펼 쳐졌다.
깜짝 레이드의 홍보 영상에서 나왔던 바로 그 장소였다.
〈Event Area!〉
[1297차원 – 니산드]드넓은 하늘은 수많은 비공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눈대중으로 가늠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어림잡아 수천 대.
내 시야 밖의 것까지 포함한다면 만 대가 넘을지도 모른다.
〈뒤에 가서 대기하고 계셔도 참가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희의 별도 지시가 있기 전까진 앞으로 나
오지 마세요 안전을 보장해드릴 수….〉
아까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저기로군.’
나는 저 멀리, 앞을 보았다.
평범한 마스터의 비공정과는 비교가
안 되는,한눈에 봐도 랭커의 것으로 보이는 함대들이 정렬한 채 서 있었다. 목소리는 저쪽의 기함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오라 가라야. 짜증 나게,
내 바로 옆,비공정의 갑판에 서 있던
사내가 투덜거렸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사내의 비공정은
뒤로 후진하고 있었다.
[차원 채널 – 참가자 13,639명]
이클리오스〉쪼렙 분들은 보고만 있으셔도 돼요! 저희들이 알아서 처 리 합니다!
멜트〉사람 더럽게 많네. 다 버스 타러 온 놈들인가?
난앓아요〉양심들 보소 ㅋㅋㅋ. 반 절 이상이 다 비공정에 몸만 갖고 왔 네. 숟가락 얹을 생각 만만이죠? 여기 로키 있었으면 님들 다 뒤졌는데.
CoinWorld> 그나저나 니플헤임은 어디 갔어요? 이런 이벤트에 서버 대 표가…….
초 단위로 채팅이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나는 길드 채팅란에서 시선을 텐 채 근처를 다시 살폈다.
이번 깜짝 이벤트에 참가한 마스터의 수는 약 1만 4천여 명.
동원된 비공정을 합하면 2만 5천 대가 넘는다.
뫼비우스는 저 레벨 마스터를 위한 컨텐츠인 차원도시도 개방하지 않았다.
순전히 레이드만 열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비공정을 운영할 수 있는 40 레벨 이상의 마스터들은 거의 다 이 곳에 몰리고 있었다. 지금도 참가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었다.
물론,참가 보상이 아무리 좋아도, 기여도 보상은 따라갈 수 없다.
이를 얻기 위해 랭커들은 따로 무리 지은 채 선두에 서고 있었다.
눈치 없는 놈들이 기회를 엿보다가 막타를 치면 안 되니까.
“사람이…… 많구나. 무련에 있었을 때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야.”
위령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갑판 위에서 손가락을 돌렸다. 후진하라는 신호. 루세트 호가 토벌
단의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마스터,참가하지 않으셔도 괜찮
겠습니까? 2서버 소속의 우호 마스터 들에게 연락이 들어왔습니다만.〉
“바쁜 일이 있다고 해. 굳이 나설 필 요는 없어.”
정예 함대 쪽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필드에 울려 퍼졌다.
70레벨 이하의 마스터들은 뒤로 빠져 있으라던 녀석이었다.
동시에 포문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 했다. 포격을 위해 점화되고 있는 것 이다.
“……혼자라니.”
라스칸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안티깝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놈의 말이 끝난 순간,
퍼퍼퍼퍼퍼펑!
선두에 있던 함대가 1차 사격을 퍼 부었다.
수백 발의 포탄이 라스칸다의 비공 정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