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48
250. 성도 공략전 (1)
55층을 클리어한 이후로도 암케나 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바로 이튿날부터 56층 공략이 이어 졌다. 이번 구간의 주역은 우리 1파 티. 나는 토벌과 탐험으로 구성된 손 쉬운 서브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면 서 60층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60층은 성도 공략전이 되겠지.’
성도(聖都) 델하이브.
타오니어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한 대도시로서,제국 전체에 영향력을 발 휘하는 최대 종교 단체,’텔 이카르 교 _의 성지이기도 했다. 이곳만 점령한 다면 오랫동안 영웅들을 괴롭혀왔던 교단의 명맥도 끊기게 되는 셈이었다.
59층.
나는 요슈와 접촉하여 기본적인 성 도 공략전에 관한 개요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정보는 세 가지였다.
첫째,델하이브는 그 자체가 성의 역할이 가능한 요새 도시였고,제국 수도에 못지않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 다.
둘째,델하이브에는 성녀와 성기사 단을 비롯한 교단의 모든 세력이 총 집결해 있다.
또한,몬스터들이 교단군에 가담해 있으며,추정 병력은 일만을 훌쩍 넘 는다.
튼튼한 요새와 수많은 병력들.
지금까지 수세를 통해 교단군을 어 렵지 않게 격파해온 황녀군으로서도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마지막,텔 이카르 교의 리더인 맹 목의 성녀,이리느는 정체불명의 힘을 쓴다.
이건 모를 수가 없었다. 50층에서 직접적으로 당했잖아. 천상을 유린하 는 왼눈과 지상을 탐식하는 오른눈이 었나. 각각 스킬과 각인,오감을 봉인 하는 능력이었지. 성가시기 짝이 없었 다.
‘두 번은 안 통하겠지만.’
마룡혼을 터득하면서 나의 능력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높아졌다.
게다가,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대처 법도 마련한 상태였고.
만약 성녀가 똑같은 수를 쓴다면 죽 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황녀군과의 합동 작전이라 이거 군,”
대기실 4층의 전략 회의실.
로데리크가 테이블 위의 지도를 내
려보면서 중얼거렸다.
훈련소의 소장이 되어 은퇴했었던
그는,에디스가 죽은 뒤 새로운 공대 장을 맡기 위해 복귀했다.
“우리가 맡을 역할은……
“비공정을 이용한 주요 지점 강습입
니다.”
나는 지도의 가운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두꺼운 다섯 장의 성벽으 로 감싸인 원형의 도시가 그려져 있 었다.
도시 중앙에는 고층 빌딩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신전이 세워져 있다.
요새 도시,엘하이브의 조감도였다.
“지상은 황녀군이 맡는다더군요. 타 오니어 공격대는 임무가 시작되면 방 공망을 뚫고 성벽 내부로 침투합니다. 그리고 안쪽에서 놈들을 싹쓸이하면 서 혼란을 유도하는 거죠.”
나는 성벽 외곽을 손가락으로 가리 켰다.
지도를 살피던 로데리크가 굳은 얼
굴로 나를 올려보았다.
“자네들은 어떻게 할 건가?” “저희는 따로 움직여야죠. 더 깊은
곳으로 갈 겁니다.”
나는 손으로 도시 가운데의 신전을
짚었다.
“이곳에 교단군의 핵심 인사가 있겠 죠. 쓸어버릴 생각입니다.”
“……알았네.”
로데리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전장에 서게 될 줄은 몰랐지.
내가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 만.”
냉정하게 평하면 이 사내는 에디스
의 자리를 온전히 채우지는 못한다.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 뿐. 그녀
의 공백은 마스터가 담당해야 할 것 이다.
뒤에서 응원봉이나 혼들던 때는 지 났으니까,어느 정도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다.
“그럼 다른 파티장들에게 작전을 전 달하도록 하지. 수고 많았네.”
“별말씀을.”
로데리크가 회의실을 터벅터벅 걸 어 나갔다.
나는 회전용 의자에 앉은 채 지도를 내려다봤다.
‘임무 개시일은 내일.’
현재 시각은 늦은 밤.
암케나는 최종 정비를 마무리한 뒤, 접속을 종료한 상태였다.
그리고 방금,나도 할 일을 끝마쳤 다.
파지직.
오른손에서 검붉은 번개가 튀었다.
주먹을 움켜쥐자 번개는 바스러지 듯 사라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정신 세계에 서 할기온과 수련했다. 체감 시간은 1 년 이상.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이 힘을 이
제는 내 것처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유르넷.”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사람의
형상을 본딴 안개가 흐물거렸다.
〈예,마스터.〉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지?”
〈마무리 단계입니다. 마스터가 60
층에서 돌아오신다면 끝날 것 같습니 다.〉
“그거 다행이네. 몇 년은 걸릴 줄 알 았는데.”
〈다름 아닌 마스터의 명령입니다. 소홀히 할 수 없죠.〉
유르넷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 녀석은 지금도 엘 시드 건을 조
사하고 있었다.
엘 시드 사건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끝난 일이라고 내버려 두기에는 의 심 가는 점이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마스터. 각인을 진화시 키셨더군요.〉
“그랬지.”
유르넷의 그림자가 내게 다가왔다. 〈저는 마스터의 성장을 언제나 환
영합니다. 하오나 이번 각인은 만족스 러운 조건이 아닌 듯합니다. 재고하심
이 어떨런지요.〉
“재고? 무슨 재고를 하라고?”
〈다른 각인을 찾아보시는 게 어떻
습니까. 마스터의 마룡혼은 예상 밖의 사고로 타오니어가 무너질 경우,감당 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대 기실의 마스터가 접거나 하는 일 말 이죠.〉
“이미 계약했는데 어떻게 바꿔. 말 이 되냐,그게.”
〈마스터가 명하신다면….〉
“된다고 해도 안 해. 나는 타오니어
에서 끝까지 할 거야. 이제 와서 내빼 기도 그렇잖아.”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이번 일은 더 이 상 얘기하지 마. 내 의지로 결정한 거 다.”
유르넷은 침묵했다.
나는 할기온에게 힘을 받는 대가로 타오니어의 임무를 클리어해주기로 했다.
설사 계약에 대한 강제력이 사라진 다고 해도 지킬 생각이었다.
“걱정하진 마라. 나도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어. 언제까지 너희들한테 어 리광부릴 수도 없잖냐.”
<……마스터.〉
"돌아와서 연락할게."
눈앞의 안개가 흩어졌다.
'난…… 그 녀석과 달라?
한번 맺은 약속은 어기지 않는다. 어떤 결말이 나오든, 갈 수 있는 데
까지 간다.
나는 칼집을 부여잡았다.
철컥. 비프로스트의 검날이 칼집과
마찰하며 쇳소리를 냈다.
이튿날 저녁.
암케나의 지시에 따라 60층 공략을 위한 파티가 만들어졌다.
60층에 동원되는 비공정의 수는 네
대. 세 대는 2파티를 필두로 삼은 1공 격대에 주어졌고,나머지 한 대가 1파 티의 몫이었다.
[※주의!] [이번 임무는 열 개의 파티가 요구 되는 중형 임무입니다! 만약 파티 인 원이 모자란다면 유료 소환이나 무료 소환을 이용해 영웅을 충원하세요!] [이번 임무는 비공정이 요구되는 특 수 임무입니다! 자원과 설계도를 모 아 비공정을 제작하세요!] [Tips/ 파티를 묶어 공격대를 구성 할 수 있습니다.] [Tips/ 비공정을 묶어 함대를 구성 할 수 있습니다.]경고 메시지가 떠오른 뒤,
〈열려라,시공의 트으음!〉
이셀의 손을 내밀자 차원의 틈에 거
대한 거울이 떠올랐다.
[탑을 등반,세상을 구원하라!] [메인 던전 : 현 등반 층수 – 59]출격 명령은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거대한 거울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
다.
선두의 비공정부터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메인 던전,현 도전 층수는 60층입 니다.] [10초 뒤,문이 열립니다. 준비하세 요!] [임무 녹화중입니다. 플레이 기록이 보존됩니다.]1파티를 담당하는 루세트 호가 거 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셀."
〈옛 써!〉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이셀 이 나타났다.
이셀은 까만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밀어 올리고는 내게 다가왔다.
〈뭘로 드릴깝셔, 손님?〉
"깔끔하고 묵직한 걸로."
〈그리합죠!〉
이셀이 오른손을 빙글 돌렸다.
별가루가 튀어 오르더니,하얀 천으
로 뒤덮인 물체가 생겨났다.
나는 물체를 매만졌다.
’이 촉감은……,’
"137 번?"
〈응! 흑단목 재질에 안쪽에는 통짜 강철을 넣었어. 깔끔하고 묵직하지!〉
"좋은 선택이네."
나는 피식 웃고는 이셀에게 물건을 되돌려주었다.
이셀이 내게 꾸벅 인사한 뒤 사라졌 다.
"뭐하는 거야?"
키샤샤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뭐,이걸로 60층을 깰 때까지 금단
증상은 없을 것이다.
"내버려 둬요. 군마 에너지 충전이
라나 뭐라나."
"군마 에너지?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데.
임무 전의 기분전환일뿐이야.
나는 팔짱을 낀 채 앞을 보았다. 거울의 빛이 루세트 호를 집어삼키
고 있었다.
[Warning!] [Warning!] [Warning!]빛이 걷히기도 전,고난이도를 알리 는 경고가 떠올랐다.
3중 경고 메시지. 55층처럼 쉽게 통
과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뒤이어 목표창이 떠올랐다.
[플로어60
[임무 유형 – 공성]
[임무 목표 – 성도 '엘하이브’를 공
략하라!]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루세트 호
는 상공 수백 미터 위에서 멈춰서 있 었다.
쨍쨍한 하늘 너머,거대한 도시의 전경이 비쳤다.
'저게 엘하이브.’
도시 가운데의 거대한 신전을 기점 으로 높고 두꺼운 성벽이 겹겹이 처 져있다.
그 위에서 무수한 병사들이 바글거 렸다.
[교단군 병사 Lv.???] X 7615 [교단군 기사 Lv.???] X 2174 [오염된 몬스터 군단 Lv.???] X 3739 [교단군…….]교단군의 병력이 총집결했다는 요
슈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많군.〉
로데리크의 탄식이 들려왔다.
"많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통신에 답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인간 용병 Lv.???] X 21548드넓은 평원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 랄 정도의 대군이었다.
그들은 각자 용병단의 깃발을 든 채 로 함성을 내지르며 요새를 향해 돌 격하고 있었다.
그 뒤로 사다리차와 투석기,충차를 비롯한 각종 공성 병기들이 움직이는 증이 었다.
[마스터,두 세력 간 전투가 벌어지 고 있습니다.] ['황녀군'을 도와 '교단군'을 섬멸하 세요. 타오니어에 평화를 되찾아주세 요!]하늘에 붉은 화살표가 그려졌다.
암케나가 전술 대형을 짜고 있었다. <……한.〉
귓가에서 낯익은 목소리.
프리아였다. 우리를 발견한 뒤,마 법 통신을 날린 것 같다.
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공과 사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 〈그렇구나. 전투가 끝난 뒤야.〉 나는 통신을 끊고 나서 앞을 보았
다.
루세트 호를 제외한 비공정들이 요 새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암케나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도 갈까요?"
제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 먼저 가라."
"네? 또 왜요?"
"이쪽도 인원이 필요한 것 같거든."
나는 성문 근처로 시선을 옮겼다.
[오염된 흑기사 Lv.71] X 13까만 판금 갑옷을 입고 대검을 든 흑기사들이 용병들을 무차별적으로 도륙하고 있었다.
십 수명에 불과했지만,저놈들 때문 에 진격 속도가 배 이상 느려졌다.
"무시해도 되지 않겠소? 어차피 뚫 릴 터인데."
"나중에 또 써먹으려면 희생자는 최 대한 줄여야지. 신전 앞에서 만나자."
나는 난간 위로 발을 올렸다. "잠깐만,여긴 하늘 위인……
나는 비공정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그 즉시 매서운 바람이 전신을 때려
댔다.
'지상까지 거리는…… 200m 정도인 가.,
평원의 풍경이 점차 확대되기 시작 했다.
"할기온."
〈일찍도 부르는구나!〉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파지직! 검붉은 번개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착지는 소리 없이.
200m 상공,나는 조금의 충격도 받
지 않은 채 지상에 발을 디뎠다.
"저,저 괴물은 뭐냐!"
"끄아악!"
툭.
인간의 잘린 다리가 내 앞에 떨어졌 다.
푸슈숙.
다리 단면에서 분수처럼 솟구친 피 가 근처의 땅을 붉게 물들였다.
'상대가 안 되는 것 같네.’
놈들은 평원 한복판에서 괴성을 지 르며 대검을 휘둘러댔다.
이미 흑기사들의 주변에는 백여 구 에 가까운 시체가 널려 있었다.
"너,넌 뭐야?! 어떻게 하늘에
"비켜."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남자를 밀치 고 지나갔다.
〈형님.〉
요슈냐?"
〈예. 역시 와주셨군요. 마법 통신으 로 연락하는 중입니다.〉
"저놈들은……?"
〈제가 말했던 교단군의 정예병들입 니다. 덕분에 진군 속도가 많이 느려 졌죠.〉
과연.
100kg가 훌쩍 넘을 만한 대검을 나 뭇가지처럼 휘두르고 있다.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막는 건 불가 능.
박살 난 갑옷과 무기,조각 난 인간 의 살점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우오오오…….〉
나와 눈이 마주친 흑기사가 이쪽으 로 다가왔다.
〈너는…… 여신의 개…….〉
"여신의 개?"
〈배신자…… 배신자아아아아! 크아 아아!〉
후우우웅!
놈이 대검을 내리찍었다.
〈흥,버러지 같은 것이.〉
할기온이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파지직!
검붉은 번개가 흑기사의 전신을 휘 감았다.
그 순간,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압축.’
콰직!
피와 살점이 튀었다.
주먹을 완전히 쥐자, 찌그러진 공처
럼 된 흑기사가 바닥에 떨어졌다. "배신자라니,말이 심하잖아."
검을 뽑을 필요도 없다.
나는 순간적으로 발을 박찬 뒤,나
를 향해 달려오던 흑기사들을 가볍게 터치했다.
〈배신…….〉
콰직!
대형 프레스기에 짓눌린 것처럼,열
두 명의 흑기사들이 일제히 압착되어 땅바닥에 달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