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5
25. 요일 던전(4)
현 진도는 5층.
요일 던전은 5층에서 열리지만, 갓 열었을 때 갈 수 있는 던전 종류 는 세 가지밖에 없다. 각각 이스랄 타 광산과 캔더트 숲,싱미렐 고원 이다.
이 세 가지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
스터에게 하급 속성석을 모으면 승 급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광산, 수요일 과 목요일이 숲,금요일과 토요일에 는 고원. 일요일에는 세 가지 요일 던전이 모두 개방된다.
나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닭다리 를 뜯는 중이었다.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일까. 이곳에 넘어온 이후로는 한 번도 입에 못 댔으니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어제 제나의 사냥으로 고기를 얻 은 이후 드디어 식사에 육류가 섞여 나왔다.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 맛
있고 맛없고를 떠나 감자만 먹으면 영양 밸런스가 안 맞는다.
“기다렸죠?”
“어.”
“안 기다렸다고 해주면 덧나나.” 제나가 숙소로부터 걸어 나왔다. 등에는 활과 화살통, 허리춤에는
단검을 차고 있다.
“맛있게 먹디?”
“아주 신났던데요. 벌써 사슴 한 마리가 없어졌어요.”
지금쯤 숙소 안쪽의 식당에서는 파티가 벌어졌을 것이다.
뭐,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나
는 말했다.
“이셀! 요일 던전에 가고 싶은데.”
[지금 문 열어줄게!]끼 이 이.
시공의 틈이 천천히 열렸다. 현재 시각 오전 7시 48분.
“지금 열린 요일 던전은 고원. 맞 지?”
[응.]어제 사이에 지구 날짜로 하루가 지났다. 대기실과 지구 시간을 대조 하여 만든 달력도 점차 완성되고 있 었다. 나는 닭다리의 남은 부분을 마저 뜯고 뼈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
졌다.
제나와 함께 시공의 틈으로 들어 간다.
[탑을 등반,세상을 구원하라!] [메인 던전 : 현 등반 층수 – 5]
[매일 달라지는 던전의 향연!] [요일 던전 : 싱미렐 고원(11시
간)]
[각종 희귀한 재료를 수집하라!]
[탐험 던전]
[접근 불가! 메인 던전 10층을
클리 어하세요.]
메인 던전의 통로인 왼쪽 거울은 새까맣게 흐려져 있다. 아직 영웅의 자율 행동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요 일 던전밖에 없는 만큼 당연한 변화 다.
“그런데 정말 재료를 모으면 강해 질 수 있는 거예요?”
“내 말이 틀린 적 있냐. 잠자코 따 라와.”
나뿐만 아니라 제나도 승급이 가 까워졌다. 제나까지 승급하려면 속 성석을 두 개씩 모아야 한다.
그런 고로 가는 건 단 둘이다. 아 론은 어제 못한 훈련을 만회하려는 듯 새벽부터 문련소에서 창을 휘두 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디카도 섞여 있다.
[통로는 열었어. 거울 안으로 들 어가면 돼!]“좋아.”
나는 위를 보았다.
잿빛 하늘에 어두운 구름이 피어 있다. 암케나는 접속해 있지 않았 다.
가운데의 거울에 손가락을 넣자 쑥 들어갔다. 손과 거울의 접촉면에
서 흐릿한 파동이 퍼져나갔다.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단번에 몸을 밀 어 넣었다.
풍경이 변했다.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들판에 핀 갈대가 몸을 바짝 눕혔다.
[‘임시 파티(한,제나)’가 요일 던 전,싱미렐 고원(최하급)에 입장했 습니다. 이들은 재료를 수집해서 돌 아올 것입니다!]뒤에는 숲에서 봤던 것과 같은 차 원문이 펼쳐져 있다.
차원문으로부터 제나가 모습을 드 러냈다. 제나는 손날을 이마에 대고 주변을 살폈다.
“경치 좋네요! 바람도 시원하고.”
우리가 딛고 선 절벽 아래쪽으로 평원의 경치가 멀리 보였다. 정확한 높이는 몰라도 최소 해발 l,000m는 넘을 듯했다. 절벽 바깥쪽으로 손을 대자 아니나 다를까 투명한 벽이 가 로막았다.
절벽 안쪽으로는 풀밭이 펼쳐져 있다. 문득 바위 틈새에 난 붉은 꽃 이 눈에 띄었다.
‘생명초다.’
여섯 갈래로 갈라진 붉은 꽃잎을 일러스트로 본 적 있다. 회복 포션 을 만드는 핵심 재료인 생명초였다. 볼일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캐도 록 하자.
“따라와.”
”옛 써!,,
풀밭을 헤치고 나아간다.
이곳에서 잡아야 할 몬스터는 고 원 추적자. 탐색 요령도 꿰고 있다. 이곳 역시 따라가다 보면 강이 나오 고,강 주위에는…….
‘운이 좋군.’
바로 발견했다.
[고원 추적자 Lv.10]고원 추적자는 청흑색 갈기털을 가진 거대 늑대였다.
놈은 강물에 발을 담근 채 물을 마 시는 중이었다. 우리는 강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위 아래에 웅크려 있 었다.
“저 아이가 사냥감인가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집에서 검을 빼고 방패를 들었 다. 제나가 활에 화살을 메겼다.
이렇듯 각 요일 던전에는 수문장
이라 할 만한 몬스터가 존재한다. 하급인 경우 숲은 사슴,고원은 늑 대,동굴은 뱀이다.
“다리를 노려.”
“머리를 쏴서 한 방에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퍽이나 맞아주겠다.”
제나는 활대를 늑대에게 겨누었
다.
화살이 쏘아졌다.
핑!
“크릉!”
늑대는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뛰 며 화살을 피했다.
“뒤에서 쐈는데!”
“말했잖아.”
저놈은 기습 방지라는 특수한 스 킬을 갖고 있다.
선제공격을 높은 확률로 차단하는 상급 스킬이다. 급소가 아닌 부위에 는 방어 확률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 고 있지만, 결국 그것도 실패한 듯 했다.
‘,크르르.
늑대는 이쪽에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몸을 숨길 필요는 없다. 나는 천천 히 바위 밖으로 나섰다.
”컹컹!
늑대가 짖을 때마다 노란 침이 튀 겼다.
이 녀석도 숲의 여왕과 같은 규격 외의 동물이었다. 사지에 울퉁불퉁 한 근육이 꽉 들어차 있었다. 짖을 때마다 날이 선 어금니가 엿보였다.
“나 맞추면 가만 안 둬.”
“걱정 마세요.”
“간다!”
나는 방패를 앞세운 채 달려나갔 다. 늑대도 마주 달려 나왔다.
‘광폭 상태를 발동시킨다.’
어차피 이번 전투는 전략이 필요
없는 순수 개싸움이다. 저번 임무에 서 얻은 광폭성을 활용해보기로 했 다. 이성을 상실하는 상태로 모든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스킬.
어떻게 해야 발동시킬 수 있을까.
화를 내면 되나.
나는 생각을 멈추고 방패를 올렸 다.
강렬한 충격이 왼손을 뒤흔들었 다.
놈이 성인 남자의 허리통만 한 앞 발로 방패를 후려친 것이다. 숲의 여왕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괴력이었다.
자세를 정돈한 나는 굴렀다. 발톱 이 땅을 헤집었다.
늑대는 바로 옆으로 발톱을 휘둘 러 왔다.
코끝에 발톱이 스쳤다.
바람 소리와 함께 콧등에서 피가 한 방울 흘렀다.
빠르다.
공격과 공격 사이에 틈이 별로 없 다. 검으로 대처하기도 까다로웠다. 잘못 막았다간 오른팔이 그대로 토 막 난다. 방패가 아니었다면 상대하 기 꽤 곤란했을 듯했다.
나는 뒤로 차츰차츰 물러나며 모 든 공격을 방패로 물리쳤다.
퍽!
시기적절하게 날아온 화살이 늑대 의 옆구리에 박혔다.
“크르!”
늑대는 뒤를 돌아보더니 제나에게 이를 드러냈다.
나는 등을 보인 늑대에게 검을 내 찔렀다. 늑대는 빠르게 몸을 한 바 퀴 뒤집으며 발톱을 휘둘렀다.
발톱의 궤적 안쪽으로 파고들었 다. 오른팔의 가죽 보호대가 너덜너 덜해졌지만 검을 녀석의 옆구리에
박아넣을 수 있었다. 화살이 꽂힌 곳 바로 옆이다.
핑!
화살 한 발이 날아와 늑대의 엉덩 이를 꿰뚫었다.
나는 제나에게 달려가려는 늑대의 옆머리를 방패로 후려쳤다.
“컹!”
화살 한 발이 더 꽂혔다.
뒤에는 제나가,앞에는 내가 있다. 고원 추적자는 오도 가도 못한 채
중간에서 칼과 화살을 맞으며 죽어 갔다.
얼마 뒤.
늑대는 혀를 빼물고 늘어졌다.
입 사이로 작은 구슬이 흘러나왔 다.
[하급 물의 속성석]
[등급 – D-]
[고원의 기운이 담겨 있는 속성석 이다. 각종 아이템 제작 및 몇몇 영 웅의 승급에 사용된다.]
운이 좋다.
이번에도 한 번에 속성석을 얻었 다.
한 마리만 나타난 것도 행운이었
다. 원래 고원 추적자는 최소 두 마 리 이상 무리 지어 행동하는 습성 이 있다. 물을 마시러 무리에서 혼자 빠져나온 듯했다.
광폭성을 써보지 못한 게 아쉬웠 지만,앞으로도 기회는 있을 것이 다.
“제나, 이 녀석의 가죽을 벗겨.”
“어디다 쓰시게요?’’
“나중에 쓰일 데가 다 있어.”
“나중이 언제길래.”
제나는 구시렁대면서 단검으로 늑 대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강가 옆에 피어 있는 붉은 꽃
을 꺾었다.
‘어디 보자, 포션 재료가……;
생명초와 고원수,까끌버섯,그리 고 사금석.
앞의 두 가지는 이곳에서 얻을 수 있다. 까끌버섯은 숲에서,사금석은 광산에서 캘 수 있었다. 돌덩이가 왜 필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따지고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제나가 가죽을 벗길 동안 부 지런히 생명초를 꺾었다.
원래는 약초꾼 스킬이 없으면 채 집하기 힘들지만,눈에 보이는 대로 아이템 이름이 떠오르니 채취하기
는 어렵지 않았다.
고원수는 말 그대로 고원에 있는
강물이 다.
나는 미리 준비한 물통을 꺼내 강 물을 담았다.
“발톱하고 이빨은 어떻게 해요?” “다 뜯어서 분류해놔.”
“예이.”
서걱서걱.
제나가 뒤에서 칼질을 하며 말했 다.
“평화롭네요.”
“손에 묻은 피나 닦고서 그런 말을 해.”
“왜요. 일 열심히 했다는 증거인 데.”
늑대의 검푸른 털가죽이 벗겨져 나왔다.
제나는 발톱을 도려내기 시작했 다.
“이렇게 계속 평화로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사냥하고 풀 캐면서. 마 스터가 영영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먹을 것 있고. 잠잘 곳 있 고. 그러네. 마스터만 없으면 지상 낙원이네요!”
‘내가 전직 마스터다,임마/
나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마스터
가 없으면 낙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울려 다닐 사람도 생겼고 요일 던전이 열리면서 각종 식재료 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작은 마을 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니플헤임 애들도 그런 생각을 했 으려나.’
마스터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도 지금의 마스터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대신하고 싶다.
마스터 자리만 넘겨받으면 지금보 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대기실을 운 영할 자신이 있다.
“싸우기 싫냐?”
제나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꼭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만이 다 가 아냐. 너라면 사냥도 할 수 있고 기술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니 합성 당할 걱정은 없을 거 같은데.”
“한 자리 꽂아주시려구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면 안 될 것도 없어.”
사실 생존률으로 따지면 메인 파 티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비전투직 으로 빠지는 편이 낫다. 내가 만약 생존을 중시했다면 어떻게든 그쪽
으로 빠졌을 것이다.
지금쯤 한창 목공소에서 나뭇가지
를 갈고 있을 그 목수처럼.
“오빠는 왜 그쪽으로 안 빠지나
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서 웃었다. 어느덧 망태기에는 붉은 풀이 한
가득 담겼다.
“그만 가자. 시간도 얼마 안 남았 고.”
제나는 피범벅이 된 손을 휙 털더 니 일어섰다.
우리는 각종 전리품을 들고 차원 문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도중, 제나에게 소리쳤 다.
“튀어.”
“크르르,컹컹!”
다섯 마리의 고원 추적자가 이를 드러내고 있다.
죽은 녀석의 동료인 것 같다. 차원 문까지는 멀지 않다. 우리는 곧바로 달려나갔다.
“에잇!”
제나는 두꺼운 늑대 가죽을 차원 문에 던졌다.
[‘제나(★)’가 ‘고원 추적자 가죽’을 채집했습니다.] [‘제나(★)’가 ‘날카로운 송곳니’ 를 채집했습니다.] [‘한(★)’이 ‘생명초’를…….]
재료를 한꺼번에 털어넣은 다음 우리는 차원문 안쪽으로 몸을 던졌 다.
[임무 종료!] [영웅이 대기실로 복귀합니다.] [얻은 아이템 목록] [생명초…….]광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차림을 가볍게 정돈했다.
방금 차원문으로 들어간 재료는 자동으로 포장되어 창고의 진열대 에 쌓이게 된다.
“죽는 줄 알았네! 저런 게 떼거리 로 몰려 있으면 어떻게 채집을 해 요?”
“원래 차원문 근처에는 잘 없어.”
혹여 마주친다고 해도 차원문 안 으로 도망치면 된다. 입장권은 잃게 되겠지만,처음이 아니면 도망치지 도 못하는 메인 던전보다는 낫다.
나중에는 요일 던전행 파티에 전
투 요원을 한 명씩 섞어 호위로 세 운다. 채집자 4명에 호위자 1명. 정 석적인 요일 파티 구성이다.
나는 제나에게 요일 던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내가 일일이 뒤치다꺼리를 해줄 수도 없다. 2성에 오르기 위해선 무 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제나도 레벨이나 등급 같은 개념 에 대해서는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신체 능력이 껑충 뛰니 느낄 수밖에 없 다.
“엄청 이상하네요. 매일 장소가 바 뀌는 데다가 한 번밖에 갈 수 없다 니.”
“마스터에게나 매일이지, 우리한 테는 매일이 아냐. 그 장소에 들어 가면 무조건 그런 놈들부터 찾아서 잡아. 사소한 재료는 다른 놈들한테 맡기고.”
“네이.”
속성석이나 희귀 재료는 많을수록 좋다.
승급 이후에는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거나 장비에 특별한 힘을 부여 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여기까지인가.’
승급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지만,당장 급하게 목멜 필요는 없 다. 레벨 제한이 풀리는 것 외에는 별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레벨업 을 못한다고 해도 경험치는 쌓을 수 있고. 요일 던전을 다니다 보면 재 료는 자연히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