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75
277. 임무 유형,정복 (3)
휘이이익!
휘파람과도 같은 청량한 고음이 울려 퍼졌다.
네 마리의 고대룡 중 하나이자,마(激 를 다루는 슈텐베르크 가문의 시조인 엘슈타트.
놈은 거대한 푸른 새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펼쳐지는 날개. 황궁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의 크기였다. 깃털 하나하나에 보랏빛 마력이 감돌고 있다.
「버러지 같은 것들. 내 손수 찢어 죽여주마!」
슈텐베르크가 날개를 펄럭였다.
단 두어 번의 날갯짓만으로 30m 가
까이 상승한 슈텐베르크는 내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
저놈은 단순한 몬스터나 보스로는 분류할 수 없는 초월종.
저 녀석은 할기온이나 아시니스와 같이 규격 외의 존재였다.
이젠 대놓고 밸런스를 박살 내겠다 이건가.
“한! 저건……
프리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딱히 설명 안 해도 알겠지.
“꽉 잡아라!”
나는 프리아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더 빨리. 매서운 바람이 전신을 때
렸다.
「한낱 인간 따위가 나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우우웅.
놈이 날개를 크게 펼쳤다.
날개 표면에 수백 개의 마법진이 떠
올랐다.
‘젠장.’
투쾅!
보랏빛 광선의 다발이 일제히 폭사 됐다.
나는 몸을 옆으로 급히 꺾었다.
“으읍!”
프리아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나는 연속해서 몸을 회전시키며 사
선을 벗어났다.
치이익.
살이 타는 듯한 내음.
광선 한 줄기가 날개를 스치고 지나
갔다.
흑룡린의 방벽을 일순간에 뚫어버린 것이다.
펑! 퍼퍼퍼퍼펑!
놈은 마치 기관포처럼 마력탄을 쏘 아냈다.
그와 동시에,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나를 추격해왔다.
‘시간이 없는데.’
연습을 한다고는 했지만,아직 비행에 익숙하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결정체에 닿기 전 놈 에게 따라잡힐 것이다.
‘상대해야 하나?’
안 된다.
지상에서 각을 잡고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 녀석이었다.
불리한 공중에서, 그것도 프리아를 곁에 둔 채 놈과 싸운다?
자살행위였다.
정면 승부는 힘들고,따돌리기도 어 렵 다.
그럼 어떤 방법이…….
〈뭔 고민을 그렇게 하지?〉
나는 옆을 보았다.
어깨 위,뚱뚱한 비둘기가 날개를
매만지고 있었다.
“……할기온.”
〈이 몸이 나설 때가 된 것 같군.〉
비둘기가 부리를 위아래로 벌렸다. 〈단 한 번이라면,본체를 끌어을 수
있다.〉
〈넘겨줄 것은 모두 넘겨줬다. 멈추지 말거라,한!〉
비둘기는 부리를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는 몸을 아래로 내던졌다. “구우우우우!”
우득.
우드드득.
[Danger!] [고대종 – 용패왕(龍顯王)] [할기온 시라오스 Lv.???]강철의 용체(龍體)가 공중에 현신 했다.
쾅!
수십 줄기의 보랏빛 광선이 흑룡의 손짓 한 번에 소멸했다.
할기온은 붉은 눈으로 아래의 슈텐 베르크를 내려보았다.
「잘 있었나,새대가리?」
「이놈…」
쿠오오오!
우렁찬 포효가 대기를 뒤흔들었다. 흑룡은 날개를 접더니,한 줄기 송
곳이 되어 수직으로 낙하했다.
수십,수백 발의 마탄이 신체에 적
중했지만,할기온은 미동조차 하지 않 았다. 100m 거리를 단숨에 좁힌 흑룡이 발톱을 휘둘렀다.
쾅!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
슈텐베르크의 목이 반대쪽으로 돌
아갔다.
육중한 거체가 쓴살같이 튕겨 나갔 다.
「쿠하악!」
「크하하핫! 손맛 죽이는구나! 넌 항상 패는 맛이 끝내줬지!」
「죽여버리겠다,할기온!」
‘할 테면 해봐라.」
공중에서 자세를 정비한 슈텐베르
크가 마법을 준비했다.
나에게 향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와 숫자의 마법진들이 하늘을 빽 빽하게 메웠다.
이 마법을 황도에 쏟아붓는다면,진 지고 뭐고 단숨에 초박살 나겠지.
〈나한테 맡겨라.〉
“……그래.”
나는 시선을 위로 돌렸다.
거인이 구멍에서 허리를 뽑아내려 하고 있었다.
“프리아,준비는?”
“언제든 할 수 있다!”
“좋아.”
나는 다시 날갯짓을 이어갔다.
바로 아래에서 굉음을 동반한 충격
파가 퍼져나갔다.
두 마리의 초월종이 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염된 고블린 Lv.53] X 5769필드에 착륙한 고블린들의 숫자는 5천을 넘어섰다.
그들은 도시 곳곳을 점거한 채 황성
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속도를 한층 더 을렸다. ‘사상자는?’
시야 옆을 보았다.
암케나의 조작창에 부상자를 포함한
전투 불능 영웅의 숫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총합 103명. 전체 인원 중에서 벌써
10분의 1이 아웃당한 것이다.
구멍이 가까워졌다.
프리아는 심호흡을 하더니,오른손을
굳게 쥐었다.
빛의 검이 수 미터 길이로 뻗어 나 갔다.
“한 번에 끝내려면,놈의 몸이 전부 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노려야 돼.”
프리아가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구멍에서 완전히 몸을 끄집어
냈을 때.
“끼이이익!”
나는 몸을 뒤로 물렸다.
날카로운 깃털 다발이 내가 있던 곳을
스쳐 갔다.
[오염된 하피 Lv.65] X 13 [오염된 와이번 Lv.73] X 3공중형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
나는 프리아를 날개로 감싸 안았다. 온몸에 강철의 비늘이 돋아났다.
[해당 영응은 물리 면역입니다!] [해당 영웅은 마법 면역입니다!] [해당 영웅은 물리 면역…….]브레스와 깃털이 전신을 휩쓸었다. 거인이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나는 흑룡린을 유지시킨 채 아래를 보았다.
푸른 새와 검은 용이 번개와 화염을 흩뿌리며 격돌하고 있었고,
불타는 도시에서는 영웅들이 몬스 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파편이 낙하하며 도시 곳곳에서 몬스터가 생겨났다.
그야말로,지옥과 같은 풍경이었다. ‘이런 일이……;
17번 넘게 계속됐다는 건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황자는 권좌에 몸을 맡긴 채 턱을
괴고 있었다.
놈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우습지 않은가?〉
황자가 입을 열었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놈의 목
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고작 수십 년을 더 살겠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어차피 이번 멸망을 막아냈다고 해도,너희가 무덤에 들어 가는 건 똑같다. 인간이라는 종이 언 젠가 사라지는 것도 똑같지.〉
〈나는 그걸 몰랐어. 무의미한 짓에 시간을 허비했다. 눈물을 뿌리며 좌절 하고,피를 쏟으며 일어섰지.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도 모르겠군.〉
황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나의 여동생,프리아.〉
“……오라버니.”
〈편안한 여생을 네게 주겠다.〉 황자가 말을 이었다.
〈더 이상 싸울 필요 없어. 너는 내게
어리광 피우던,귀여운 꼬마가 아니었 더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아가 손을 떨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제국과 백성을 위해
싸웠던 게 아니었습니까?”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무슨 뜻입니까.”
〈나는 내가 대의를 위해서 싸우는 줄 알았다. 타오니어를 위해. 황제 폐하를 위해. 가련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줄로만 알고 있었느니라. 하지만,그건 착각이었다. 인간이란 종족은 그렇게 고결하지 않더구나. 나는 스스로를 세 뇌했던 거야.〉
〈사실,제국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야. 수천 만의 백성이 있다고 한들,내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어찌 사랑할 수 있겠느냐?〉
프리아는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성녀와 수왕,사대 가문의 가주까지. 우리는 서로를 이용해왔다. 그들은 자 신의 부귀와 권력을 위해.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그것은 제물로 다시 태 어나도 마찬가지였어. 아마 내게 특별한 힘이 없었다면,그들은 나를 섬기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황자는 미소지은 채 눈을 감았다.
“프리아.”
거인의 몸이 대부분 빠져나왔다.
“……알았다.”
나는 날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왼손을 뻗었다.
검붉은 번개가 뻗어 나가 공중의 몬 스터들을 옭아댔다.
손을 움켜쥐자 놈들은 뼈와 고기의 덩어리로 압축되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침내 거인의 발이 구멍에서 빠져 나왔다.
크기만 약 50m. 대형 빌딩을 연상케 하는 칠흑의 거인이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프로스트를 굳게 쥔 채 위로 쏘아져 나갔다.
좌르르륵.
거인의 피부에서 수십 가닥의 촉수가
튀어나왔다.
나는 오른손을 움직였다. 비프로스 트의 검날이 무수한 촉수를 자르고 끊으며 길을 뚫었다.
“간다!”
프리아가 빛의 검을 을려 그었다.
길게 뻗어 나간 황금의 검신이 거인의 미간에 적중했다.
차원검은 아무 저항도 없이,마치 두부처럼 놈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팡!
나는 발을 놀렸다.
순간적인 급가속.
소리는 없었다.
한 줄기 섬광이 된 나는 거인의 머 리부터 발끝까지 치고 을라갔다.
[띠 링!] [‘혼돈의 결정’이 경계로 되돌아갔습 니다!]단 한 방.
300레벨에 달하는 보스 몬스터가 일격에 사라졌다.
곧이어 무수한 빛의 입자가 퍼져나 갔다.
사기는 사기군.
니플헤임에서는 갖은 고생을 다 해서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는데.
나는 프리아를 안은 채 하강했다.
‘어떻게든 됐네.’
나는 옆을 보았다.
떨어져 내라던 파편들이 가루가 되어 소멸하고 있었다.
지상에서 영웅과 싸우던 몬스터들도 멈추었다. 놈들은 일제히 걸쭉한 액체가 되어 거리의 배수로를 통해 떠내려갔다.
“끝난…… 것이냐?”
“첫 번째 침입은 막았지.”
구멍은 닫히지 않았지만,당분간 여 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나는 날개를 펄럭이며 아래로 내려 갔다.
툭.
화단의 흙에 발을 디뎠다.
프리아가 비틀거리며 땅에 내려섰다. “오빠!”
제나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격렬한 전투를 겪은 것 같다. 가죽
갑옷이 피와 먼지로 젖어 있었다.
그 뒤에서 벨키스트가 뚜벅뚜벅 걸
어오고 있었다.
나는 회복 물약을 꺼내 들이켰다. 꿀꺽꿀꺽.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 불이 붙었는지,황성 바깥의 거리는 화염지옥이 되어 있다.
영웅들이 부상자를 부축한 채 황성 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흥,변함없이 약해빠졌군. 검은 갑옷을 걸친 청년이 걸어 나왔다. 할기온 시라오스.
「이 건방진 새끼가…….」
붉은 머리의 소녀가 으르렁거렸다. 슈텐베르크였다. 두 명의 싸움도 한
차례의 소강상태를 맞이한 것 같았다. 할기온은 황자에게 창을 겨누었다. 「다음 강림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다.
충분히 널 죽일 수 있겠지.」
황자는 여전히 턱을 괴고 있었다. 〈한,나는 제약으로 인해 더 이상의
간섭은 힘들다. 두 마리의 고대종이 끼어드는 건 막아줄 수 있겠지만,저 놈은 네가 직접 처리해야 하느니라.〉
“그건 알아.”
80층은,
저 남자가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비프로스트를 늘어뜨렸다. 〈공격 준비.〉
철컥.
황성에 모여 있던 영웅들이 일제히 황자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황자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과연. 막아냈구나.”
「막아냈구나? 하!」
슈텐베르크가 혀를 찼다.
뒤이어 굳은 표정으로 황자에게 다
가갔다.
「왜 안 움직였지? 네가 나섰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다! 폼 한번 잡아 보고 싶었냐,앙?」
「실망스럽군.」
붉은 머리의 소년이 입을 열었다.
란티아였다.
「우리와의 약속을 어길 셈인가,프 라이오스. 우리는 순환을 끊기 위해
네게 힘을 빌려주었다. 이런 식으로 첫 번째 기회를 날리는 건 계약과 어 긋나는 일이다.」
“계약이라.”
「해방을 우리에게 맹세하지 않았나. 그러나,방금 네가 보여준 행동은 우 리의 목표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아직 기회가 남았다고! 죽기 싫으면 똑바로 해! 우리가 한 번 더 힘을 쓸 테니,이번에야말로 끝을…… !」
푹
「응?」
슈텐베르크가 눈을 깜빡였다.
붕대가 감긴 오른손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푸확!
황자가 손을 뽑아내자 팔딱거리는 심장이 딸려 나왔다.
「무엇…」
과직.
황자가 그녀의 심장을 잡아 터뜨렸다. 슈텐베르크가 옆으로 쓰러졌다.
「무슨…… 짓을……!」
란티아가 황급히 물러났다.
황자의 손이 움직였다.
펑!
폭죽 터지는 소리.
머리를 잃은 소년이 털썩 쓰러졌다.
황자가 피에 젖은 손을 털었다.
“이것이 해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