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31
31. 스트라이커(1)
이튿날.
암케나는 요일 던전을 한 바퀴씩 돌린 후, 에디스를 주축으로 한 2파 티를 4층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세 명이 된 우리 1파티를 6층으로 보내려 했으나 던전은 열리지 않았 다.
[경고! 해당 던전은 재입장이 불 가능합니다.]‘그러게 한 눈 팔지 말랬잖아.’ 스트림이 발동되면 거기에 속한
던전은 다시 입장할 수 없다. 특수 스킬이 있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이 시점에서는 불가능했다.
제나가 뒷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 다.
“왜 아무것도 안 시키는 거죠?”
”기다려 봐.”
잠시 고민하던 암케나는 결정을
내렸다.
[메인 던전,현 도전 층수는 7층입 니다.] [10초 뒤 문이 열립니다. 준비하 세요!]“7층이다. 준비해라.”
“형님,어제보다 인원이 줄었습니
다만……
“충분해.”
4층을 가기에는 레벨이 높아져서 경험치가 적다.
5층은 갈 수 없다. 보스 스테이지
또한 재입장이 불가능했다.
6층은 보다시피 막혀 있고, 마스 터에게 남은 선택지는 우리를 되돌 려 보내거나 7층을 도전하는 것뿐.
저번에 사용했던 광폭화를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적당한 무대가 왔다. 빛이 시공의 틈을 감쌌고 우 리는 낯선 장소로 소환되었다.
‘필드는 평원. 하지만 좀 다른데.’
쏴아아아.
우리가 서 있는 평원에서는 굵은 장대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비는 사 정없이 쏟아지며 전신을 적셨다.
제나가 호들갑을 떨며 머리를 털
었다.
“이게 뭐래요!”
“시원해서 좋지?”
나는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빗방울 이 흩어졌다.
적은 앞에 있었다.
[플로어7
[임무 타입 – 토벌]
[목표 – 적을 전멸시켜라!] [고블린 Lv.8 X 13]
거센 빗줄기 속에서 붉은 눈이 빛
났다.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덩치 큰 고 블린들이 괴성을 질렀다. 아론이 자 신감에 찬 표정으로 창을 내밀었다.
“다행입니다, 형님! 이 정도면 해 볼 만하겠군요!”
우리는 재빠르게 진형을 잡았다. 1파티는 세 명. 각각 검사,창사, 궁 사. 근중원을 위한 인원 구성은 완 벽하다. 진형 연습도 질릴 대로 했 다.
내가 선두에,아론이 중위 에,화살 을 먹인 제나가 후위에 섰다.
“키 아아아!”
고블린들도 위치대로 섰다. 각자 든 무기에 따라 후방,또는 전방으 로 빠진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우리와 적은 두 패로 갈라졌다.
말은 필요 없었다. 양측 궁수의 사 격을 신호탄으로 전투가 시작되었 다. 제나에게 향하는 볼트를 나는 방패로 두드려 꺾었다. 제나는 바닥 에 닿을 정도로 자세를 바짝 낮추더 니 화살을 쏘았다.
방패를 들고 있는 적에게 정면 사 격은 막힐 위험이 높다. 따라서 하 단을 노린다. 화살은 선두에 있던
고블린의 다리를 꿰뚫었다.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나의 검과 아
론의 창이 목숨을 거두었다.
‘발동해라.’
이빨을 드러내는 고블린의 얼굴을 방패로 쳐 날리면서 나는 그때의 감 각을 떠올렸다.
[‘한(★)’이 광폭 상태에 돌입했습 니다!]검이 고블린의 방패를 부수고 들 어가 놈을 머리부터 반절로 쪼겠다. 빗방울 섞인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도륙하고, 학살한다.
고양감이 끓어올랐다. 검이 휘둘 러질 때마다 고블린들이 토막 났다. 입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갑옷 틈 새로 스며드는 빗줄기는 내 몸을 식 혀주지 못했다.
어느덧 나는 고블린들의 시체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남은 적은 한 마리. 놈은 부러진 검을 들고 있다. 제나가 고블린에게 활을 겨누었다.
나는 손을 들어 제나를 제지했다.
“잠깐, 쏘지 마!”
“왜요? 축축해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전투는 거의 끝났다.
그렇다면 이 스테이지를 살펴볼 때였다. 저번 임무가 탐색이었던 이 상 이번 임무도 연계 퀘스트에 속할 확률이 높다. 인근을 둘러봤다.
특이사항 첫 번째.
비가 내리고 있다.
두 번째.
강이 흐르고 있다.
“키 아악!”
부러진 검을 위아래로 흔들던 고 블린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놈의 옆얼굴을 방패로 후려쳤다.
“캭 !”
흉하게 엎어진 놈을 지나쳐 강가 로 다가갔다.
과르르르르.
평원을 가로지르는 강은 빗물에 의해 격류를 이루며 범람하고 있었 다. 도저히 건널 만한 상황이 아니 다.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순식간에 휩쓸려 익사할 것이 다.
나는 강가에 좀 더 다가갔다.
‘댐이라도 무너졌나?’
강가 근처에서 무너진 돌과 흙의 잔해가 보였다. 그 밖에 주위를 둘
러봤으나 딱히 눈에 띌 만한 것은 없다. 나는 쓰러진 고블린의 등에 검을 박았다.
놈을 마무리할 때,지축이 흔들리 는 듯한 소리가 땅을 살짝 흔들었 다.
[스테이지 클리어!] [‘아론(★)’, 레벨업!] [보상 -1000G, 철광석 (C) X 2, 가죽(C) X 1] [MVP – ‘한(★)’]시공의 틈으로 돌아왔다.
훔뻑 젖은 몸도 복구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모양인지 비는 바짝 말라 있다. 제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붉 은 머리를 털었다.
층 상승을 알리는 흔들림이 끝난 다음,우리는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서는 에디스가 파티원과 분 수에 모여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지난 전투의 피드백을 하는 모양이 다. 제나가 손을 흔들었다.
“언니!”
”아,너희들도 왔네.”
“오빠,오늘 일정은 끝난 거 맞죠? 저 가봐도 되나요?”
“맘대로 해.”
“예이!”
나는 아론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어떡할 거냐? 시간도 늦었
는데.”
“전 훈련소에 갈 생각입니다.” “적당히 해. 몸 망쳐.”
나는 숙소로 걸어갔다. 돌아간다
고 퍼질러 잘 생각은 없다. 6충에서 도 그랬듯 이번에 얻은 정보를 기록 해둬야 한다. 전투를 대비한다고 무 조건 훈련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 었다.
광장의 문을 통해 숙소로 들어간
다.
언뜻 뒤를 돌아보자 소환소의 문 이 열려 있었다.
다시 나왔다. 아론이 막 창을 챙기 고 훈련소로 들어가려는 도중이었 다.
“아론, 가지 말아봐.”
“예?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위를 올려보았다. 하늘이 무 지갯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작창이 떠올 랐다.
[지금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당장 결제하세요!] [뫼비우스가 마스터의 선택을 응 원합니다!] [‘뉴비 포텐 더블 패키지!’를 선택 하셨습니다.] [패키지 구성품 – 5,000젬, 10만 골드] [이 모든 것을 단 90,000원에!] [해당 금액은 익월의 핸드폰 요금에 합산되어 청구됩니다. 정말 결제 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암케나의 세 번째 과금이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상품이 우편으로 지급되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제나는 에디스와 무언가 쑥덕거리 고 있다.
“그러니까 있죠. 오빠가 잘 때 어 떤 잠꼬대를 하냐면……
“제나!”
“어? 아직 안 갔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 방에서
제비 가져와. 내 방 탁자에 있을 거 야. 저번에 뽑았던 그거.”
“귀찮은데…-
제나는 구시렁대며 숙소를 향해 들어갔다.
에디스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신입이 올 거 같아. 너처럼 알고 있는 놈들.”
’뽑을 거라 생각했지.’
파티가 3명씩 나뉜 이상,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건 당연.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마땅히 파
티에 끼워 넣을 만한 인재가 없다.
훈련소에서 몇몇 놈들이 구르고 있 다고는 하지만 성장할 시간이 필요 하다.
그렇다면 뽑는 수밖에 없다.
‘한 번도 과금을 안 한 놈은 있어
도,한 번만 과금한 놈은 없다.’ 나는 공식 카페에 널리 내려오는
속담을 떠올리며 웃었다. 거기에 저 번 사건에서 암케나도 깨달음을 얻 었을 것이다.
함부로 유료 뽑기를 남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원인은 나긴 하지만.
어쨌든 유료 뽑기에도 원칙과 방
법이 있다. 젬이 많다고 다른 게임 처럼 줄창 뽑아대기만 한다면 100% 손해를 본다.
픽 미 업에선 영웅마다 특징이 있 고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스터, 고급 소환을 시작합니 다! 2연속 고급 소환을 선택하셨습 니다. 총 1,000젬이 소모됩니다. 소 환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2명이면 나와 에디스가 한 명씩 나눠 가질 수 있다.
드디어 효율적인 소환의 방식을 이해한 듯했다.
[마스터,고급 소환을 시작합니다. 어떤 영웅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탈칵,두루루루] [투쾅!]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로데 리크(★★★)’를 습득하셨습니다!]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이올카(★★★)’를 습득하셨습니다!]
소환소에서 강한 빛이 뿜어진다.
나를 비롯한 일행의 시선이 입구 에 집중되었다.
얼마 뒤, 소환소로부터 남자와 여 자가 한 명씩 걸어 나왔다.
사슬 갑옷을 걸친 채 등 뒤에 창을 매고 있는 남자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다.
‘재는 복장이 왜 저래?’
“당신들은 누구요.”
갑옷을 입은 남자가 우리를 돌아 보며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중년이었지만,갑 옷 아래로 드러난 몸의 윤곽은 건장 했다.
“그건 나중에. 이곳에 온 이유는
기억납니까?”
“음…..”
남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곰곰이 되짚었다. 여자는 소환소 문턱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 리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소환소 문이 쾅 닫히며 여자를 밀 었다
“어맛!”
풀썩.
여자는 새된 소리를 지르며 광장 에 엎어졌다.
“오빠,제비 가져왔… 어? 새로 운 분들이 왔군요. 두 분은 이름이 뭐예요?”
“로데리크 사잔.”
“저 언니는 누워서 뭐하는 거죠?’’
“신경 꺼. 알아서 일어나겠지.”
“당신들은 누구요. 두 번째 묻는 데.”
“나는 한. 이쪽은 에디스입니다.”
나는 로데리크에게 이곳에 온 경 위를 물었다.
예상대로 그는 어떻게 왔는지 기
억하지 못했다. 자신은 한 대도시의 경비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정신 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한 의무감 같은 것이 계 속 떠오른다고 했다.
“뭔가를 해야 할 듯한. 마치 최면 같아.”
나는 이어서 대기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물었다.
로데리크는 마스터나 소환,합성 을 비롯한 핵심 개념은 인지하고 있 었다. 다만 레벨이나 스킬 같은 개 념은 몰랐다. 이것도 에디스와 마찬 가지였다.
이쯤에서 3성 영웅들의 특징이 확 립되었다. 저 여자에게는 물어볼 필 요도 없을 듯했다.
나는 에디스에게 했던 대로 대기 실과 이곳의 룰에 대해 간단히 설명 했다.
“난 이곳에서,알 수 없는 적들과 싸워야 하는 것인가?”
로데리크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남은 한 명의 여자는 바닥에 쓰러 져서 일어날 줄 몰랐다.
꽝인가.
아주 낮은 확률로 등급이 높은데
도 값어치를 못하는 영웅이 소환될 때가 있다. 속된 말로 재수에 옴 붙 은 것이다.
보다 못한 아론이 다가가 여자를 일으켰다.
여자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고마워요. 머리가 좀 어지러워
서.”
“별것 아닙니다.”
에디스가 나에게만 들리게끔 중얼
거렸다.
“귀족이 야.”
“귀족?”
“용병 생활을 오래 하면 알 수 있
어. 철모르는 아가씨 같은데,어떻 게 이곳에 왔을까.”
‘그러고 보니 나 빼고는 전부 타오 니어 출신이군.’
하여간 드래프트를 할 차례다, 마 스터도 알고 있는지 두 명을 파티에 분배하지 않고 있었다.
“제비는 두 개. 빨간색을 뽑으면 저 아저씨를. 파란색을 뽑으면 여자 를. 이의는?”
“없어.”
“제나. 이쪽으로 제비를 가져와.”
“네,갑니다. 어랏.”
광장의 튀어나온 부분에 발이 걸
린 제나가 휘청거렸다. 제나는 잽싸 게 발을 굴려 다시 균형을 잡았다. 그 바람에 제나가 가진 제비통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오른쪽이 빨간색. 왼쪽이 파란색.’
상태창을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곳 에서까지 반칙을 쓰고 싶지는 않다. 본다고 해도 누굴 뽑아야 할지는 분 명했다. 오랜 경력을 가진 노련한 경비대원과 철모르는 귀족 아가씨.
에디스도 오른쪽 제비에 시선이 향해 있다. 나처럼 제비 순서를 알 아챈 것이다.
“그럼 갑니다!”
제나가 나와 에디스 사이에 통을 내려놓았다.
현 서브의 전력이 우리에게 뒤처 진다고 해도,봐줄 생각은 없다.
오른쪽을 뽑는다. 창을 쓰는 로데 리크를 더하면 중간 라인을 튼튼하 게 보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륵.
여자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 다.
나와 에디스의 손이 번개처럼 왼 쪽의 제비로 향하더니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