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48
48. 실패를 알게 해주마(3)
[뭐라고?!]이셀의 입이 벌어졌다.
양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녀석이 놀라는 모습도 익숙해
지는군.’
나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안 나간다고.”
[진심이야?]“장난으로 보이냐?”
“오빠?”
,,왜,’
“안 나간다뇨. 그럴 수 있나요? 시 키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 요?’’
“내가 말 안 했던가? 거절할 수 있 다고.”
영웅에게는 마스터의 명령을 거부 할 권리가 있다.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본인이지만 말이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요. 그리고
예전에 보면,싸우기 싫다는 사람들 도 억지로 끌려오지 않았어요?”
“그늠들은 방법을 몰라서 그래.”
단순히 싫다고 떼를 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보다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마스 터에게 주장하듯이 생각하는 것. 그 렇게 하면 영웅의 의사가 시스템 메 시지로 마스터에게 떠오르게 된다. 내가 이곳에서 영웅으로 지내면서 얻은 노하우 중 하나였다.
이셀은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말했 다.
[다시 생각해, 위험하다구!]“마구잡이로 던전에 처박는 건 안 위험하고?”
[그렇지만!]이셀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는 안다.
영웅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이 있기는 있다.
그것은 합성 명령이었다.
만약 암케나가 내게 화가 나서 참
을 수 없게 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합성행이다. 대기실의 대리자인 이 셀은 영웅과 달리 마스터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굽힐 생각은 없다.
이미 마음은 굳혔다.
“나는 가지 않겠다.”
“우리들은 어쩌라는 건가요. 당신 없이 싸우라구요?”
이올카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결정은 너희들이 해. 말리지는 않 아.”
시공의 틈에 있는 세 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잠깐의 대치가 이어졌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론은 결심한 듯 눈빛 을 굳히고는 창을 바로잡았다. 그리 고 광장으로 걸어왔다.
“형님이 가지 않으신다면,저도 가
지 않겠습니다.”
[‘아론(★)• 이 출전을 거부했습니 다!]“그런 좋은 게 있다면 빨리 말하지 그러셨어요. 사람 답답하게.”
이어서 제나가 따라왔다.
[‘제나(★)’가 출전을 거부했습니 다!]저,저 혼자 여기서 어떡하라고
요.
마지막으로 이올카가 도망치듯 시 공의 틈에서 빠져나왔다.
[‘이올카(★★★)’가 출전을 거부 했습니다!] [‘1 파티’가 조작 불능 상태가 되었 습니다.] [Tips/영웅들은 때때로 파업을 일 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의 요 구사항을 들어주거나, 또는 주모자 를 처벌하는 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주모자를 처벌?’
이셀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변명했 다.
[이,이건 내가 띄운 팁이 아니라 구!]“알아,임마.”
“그래서 오빠, 어떻게 하실 거예 요?”
“두고 봐야지. 마스터가 어떻게 나 오는지.”
암케나는 꽤나 놀란 듯 조작창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영웅이 파업을 일으키리라고는 상 상조차 못 한 것 같다. 하긴. 다른 모 바일 게임에서는 이런 사태가 벌어
질 리 없으니.
공략을 꾸준히 봤다면 여기에 대 한 것도 알았겠지만, 보다 말았으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하는 방법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나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한동안 고민하던 암케나는 예상대 로의 선택을 했다.
마스터에게 지시받은 이셀이 외쳤 다.
[에디스,로데리크,어셔, 디카!]얼마 뒤 광장에 2파티의 일원이 모였다.
에디스가 의문스런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너희가 가는 거 아니었어? 왜 우 리를 불렀지?”
“우린 안 가기로 했거든.”
“뭐? 어떻게……
나는 에디스에게 의향에 따라 출 전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 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에디스가 중얼거 렸다.
“그건 위험해.”
“나도 알아.”
“마스터에게 가치를 증명하지 못 하면……
“죽겠지.”
“명 령을 안 듣는다면 마스터가 좋 아할까?”
“넌 마스터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냐? 살기 위해 싸우는 거 아니었 어?”
에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이 대기실의 영웅에게
충성심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죽기 싫어서 반 억지로 싸우는 것에 불과 했다.
에디스는 파티원이 모여 있는 곳 으로 돌아갔다.
이 사안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 같 았다. 약 1분 뒤.
“우린 나가겠어. 성장이 필요하니 까. 합성 당하고 싶지도 않고.”
에디스는 말하면서 뒤의 디카를 바라보았다.
아직 안색이 좋지는 않다. 10층의 충격에서 덜 회복된 것이다. 제 컨 디션을 되찾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 이 필요했다.
2파티 가 시 공의 틈 안쪽으로 들어 갔다.
나는 그 옆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성장이라.’
암케나의 목적이 파티를 성장시키 는 거라면 나도 나가지 않을 필요가 없다.
제 레벨에 다다르지 못한 멤버가 꽤 있으니까. 저층 순회는 환영이었 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서 문제다.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죠?”
옆으로 바짝 다가붙은 제나가 말 했다.
“글쎄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이라니. 오빠답지 않네 요.”
“하나는 말해줄 수 있어. 만약 내
가 합성으로 죽으면,이런 짓거리는 당장 그만두고 마스터의 명령을 따 라라. 안 그러면 너희도 죽을 테니 까.”
제나가 손사래를 쳤다.
“에이. 오빠가 죽을 리 없는데.” “동감입니다.”
“끈질긴 거 하나는 저도 인정해드 리죠.”
‘이 자식들. 많이 컸구나.’
그때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디카(★)’가 출혈에 걸렸습니다.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이것도 예상대로다.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에디스의 2 파티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중이 었다.
그 무대는 12층일 것이다. 11층과 달리 꽤 난이도가 있는 듯했다.
[‘어셔(★★)’가 출혈에 걸렸습니 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니 다.] [‘디카(★)’가 공포에…….]파티의 상태 악화를 알리는 메시 지가 연이어서 떠올랐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사망 메시지 만큼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셔와 디카는 반쯤 전투 불능 상 태가 됐지만 3성 두 명이서 분전하 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뒤.
스테이지 클리어 메시지와 함께 2 파티가 복귀했다.
에디스의 얼굴이 격렬하게 일그러 져 있었다.
“성장은 잘하고 오셨나?”
어셔와 디카는 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로데리크가 두 명을 부축하고 있 었다.
“한.”
“뭐냐.”
“명령을 거부하는 방법을 알려 줘.”
“그 정도야 쉽지.”
나는 피식 웃고는 노하우를 설명
했다.
에디스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 리고 하늘을 올려보더니 말했다.
“2파티도 출전하지 않겠어.”
[‘에디스(★★★)’가 출전을 거부 했습니다!]단합이 잘 된 파티일 경우,리더의 의사가 파티 전체의 의사가 되기도 한다.
이어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2파티’가 조작 불능 상태가 되었 습니다.]서브 파티의 리더로 에디스를 선 택한 건 정답이었던 것 같다.
줄전 불가에 동참한 것은 에디스 가 일시적인 모면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에디스는 양손의 단검을 칼집에 넣고는 다른 동료와 함께 숙소로 돌 아갔다.
떠나는 발걸음에는 불쾌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어라,이거 일이 생각보다 커지 는데……!]이셀이 어쩔 줄 몰라 했다.
큰일인 건 맞긴 하다.
주력 공략조인 두 파티가 동시에 조작 불능이 되어버렸다.
암케나가 파티원에게 할 수 있었 던 기능의 대부분이 막혔다. 메인 던전은 물론 요일 던전도 탐험 던전 도 함부로 못 내보낸다. 대기실의 운영이 반쯤 멈춘 거라 봐도 무방했 다.
암케나는 접속한 채로 조작을 정 지하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숙소로 걸 어갔다.
세 명 이 쪼르르 따라왔다. 나는 말 했다.
“마스터의 지시는 따르지 않겠지 만,하던 대로 할 뿐이야. 훈련은 멈
추지 않는다.”
”기왕 안 할 거면……
“오히려 강화하는 게 좋겠군. 시간
이 남을 테니까.”
“윽!”
이올카가 이마를 찡그렸다.
이 녀석은 마법에 관련된 것은 열
심히 해도,체력 훈련에는 노이로제 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요일 던전도 간다. 마침 다 열렸 네.”
요일 던전은 자율 행동으로도 갈 수 있다.
오류 보상으로 3일간 모든 던전이 열린 만큼 재료 수집을 할 필요가 있었다. 10층에서 소모한 물약의 보 충과 제나와 아론의 2성 승급을 위 해서 도.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출전을 거절한다고 해서 퍼져서 놀 생각은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마스터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뿐.
언제든 싸울 수 있게끔 상태를 가 다듬는다.
한동안 조작을 멈췄던 암케나는 이내 접속을 종료했다.
해산 이후.
방에서 공략표를 살펴보고 있는데, 이셀이 다급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마스터가 접으면 어떡하려구 그 래!]“접을 거면 접으라고 해.”
그 정도 깜냥밖에 안 되면 어차피
탑은 못 오른다.
[로키를 합성시키면 어떡하려구!] “뒤지게 고생하다가 죽는 것보단고통 없이 가는 게 낫겠지.”
이런 대규모 파업 사태를 해결하
는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팁에도 나왔듯 이를 주도한 영웅
이 있다. 합성시켜버리면 된다. 스트레스 수치가 그래프를 뚫고,
사기가 바닥을 치겠지만, 명령을 거 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합성 이후에 선물이나 휴게 시설 등으로 살살 달래면 사기를 복구시 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암 케나에게 그럴 센스가 있어 보이지 는 않지만.
다른 방법도 존재한다.
가장 온건한 방식은 영웅의 불만 사항을 찾아내 이를 잠재우는 것이 다.
다만 이것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정도의 생각이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암케나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다.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파티원을 불러모 은 다음 요일 던전에 나갔다.
승급 재료인 속성석을 모으기 위 해서였다. 나와 이올카,제나와 아 론. 이렇게 두 명씩 짝을 지어 각기 다른 던전으로 보냈다. 하급 불의 속성석을 얻을 수 있었다.
순회를 마친 이후에는 훈련을 계 속했다.
하급 검방술 레벨은 어느덧6단
순한 훈련으로는 레벨이 거의 오르 지 않는 경지까지 다다랐다. 비슷한 실력자를 찾아 싸우거나 패널티를 부여하면서 훈련해야 했다.
능력이 치우쳐진 이올카에게는 특 수한 주문을 했다. 염동력 마법을 단련하라는 것. 그 기한은 염동력 스킬을 얻을 때까지다. 이올카는 화 염 마법밖에 못 쓴다고 앙탈을 부렸 지만,감자만 먹인다고 윽박지르니 조용해졌다. 염동력 마법을 자유자 재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없 어도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암케나는 접속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진짜 접은 거 아니냐
고 이셀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붙잡아 올 때쯤.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암케나가 접속했다.
훈련도 끝난 늦은 시간이라 나는
로비에서 에디스와 차를 마시고 있 었다.
하늘을 올려보더니 에디스가 말했다.
“마음을 바꾼 걸까.”
“그럴 리가.,,
이 정도로 나잘해 병이 치료됐다 면 공략 사이트에서 그렇게 악명을 떨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1파티와 2파티가 출전 불 가 상태인 이상 마스터가 할 수 있 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다만 무언 가 결심했는지 암케나의 조작창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스터,고급 소환을 시작합니 다! 3연속 고급 소환을 선택하셨습
니다. 총 1,500젬이 소모됩니다. 소 환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왔군.’
파업의 세 번째 해결 방법이다. 공략 파티를 바꿔버리는 것. 암케
나에게는 저번의 과금으로 얻은 젬 이 조금 남아 있다. 거기에 오류 보 상으로 받은 500젬까지 더해졌다.
[마스터,고급 소환을 시작합니다. 어떤 영웅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탈칵, 두루루루.] [투광!]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스타 인(★★★)’을 습득하셨습니다!]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마젤 (★★★)’을 습득하셨습니다!]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타시 르(★★★)’를 습득하셨습니다!]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뜻 인가.
나는 차를 마저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