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49
49. 실패를 알게 해주마(4)
열린 숙소의 문으로부터 빛이 새 어 나왔다.
나는 메시지로 미리 알고 있었지 만 에디스는 아니다.
에디스가 문밖을 보면서 말했다. “신입들이 온 것 같아.”
“그렇군.”
“로데리크 아저씨나 이올카와 같 은 사람들이라면,드래프트를 할 차 례가……
“드래프트는 안 해. 필요도 없고. 우리 파티에 들어오지도 못할 거 다.”
“뭐?”
“두고 보면 알아.”
나는 찻잔을 내려놓은 후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리고 광장으로 나갔 다.
광장의 소환소 입구에는 세 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거,그러니까 얘기 좀……
“싫다구요! 당신 홀아비 냄새나.
알아?”
“뭐라 했냐? 이 년이 좋게 봐주니 까!”
“내가 여자라서 만만하지? 웃기는 새끼.”
옥신각신하던 두 남녀가 무기를 빼들었다.
[■’마젤(★★★)’이 ‘타시르(*★ ★)’에게 적의를 표시합니다!] [‘타시르(★★★)’가 ‘마젤(★★ ★ )’에게 적의를 표시합니다!] [적대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영 웅 사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세요!]오자마자 저 꼴인가.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 웃음이 나
왔다.
“저 혹시, 먼저 온 분입니까?” 멋들어진 갑옷을 입고 검을 찬 금
발의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 청년보 다는 소년에 가까운 인상이다. 이목 구비에 앳된 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답했다.
“그런데.”
“저는 스타인 라스토프. 견습 기사
입니다. 괜찮으시면 저와 같이 두 분을 말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제 말은 통 듣질 않아서……
“들을 리가 없지. 노린내 나는 견 습 나부랭이 따위!”
“뭐라!”
“그건 동감이군요. 부모 잘 만나서 호의호식한 도련님의 말을 누가 들 어?,’
“나를 모욕하는 것은 용서해도 부 모님을 모욕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 겠다!”
[‘스타인 (**★)’이 ‘마젤(★*★ )’과 ‘타시르(★★★세게 적의 를 표합니다!]
차룽!
장검을 빼든 스타인이 두 명에게 달려갔다.
대치 구도는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바뀌었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저래?” 뒤늦게 나온 에디스가 황당한 표
정을 지었다.
*성격이 안 맞는다.’
영웅간에도 궁합이 존재한다. 파티에 같이 끼워 넣으면 보너스
능력치를 얻는 영웅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서로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영웅들도 있다. 그래도 저렇게 소환 즉시 적대 관계가 만들어지고 칼부 림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건방진 애새끼한테 예의를 알려 주마!”
선공을 취한 것은 추레한 인상의 사내,타시르였다.
타시르의 사슬낫이 나선으로 회전 하며 스타인에게 쏘아져 나갔다.
캉!
사슬낫은 투명한 벽에 부딪혀 좌 절됐다.
[이것들이 왜 이래! 미쳤어? 죽고 싶어?]뒤늦게 나타난 이셀이 눈을 부라 렸다.
“넌 뭐냐?”
[나로 말하자면 이셀! 마스터의 대리자다. 까불지 마. 너희보다 한 참 세다구.]“……마스터.”
스타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무언 가 기억에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대기실에서 함부로 싸우 지 마. 두 번은 안 봐줘. 알고 있겠 지?]“그럼 이 도련님이랑 거지새끼하 고는 떨어뜨려 줘. 나하고는 영 안 맞아. 그래,정 파티를 맺는다면… 저 오빠한테.”
마젤이 나를 가리켰다.
화장을 짙게 바른 마젤은 옆이 쭉 째진 의상을 입고 있다. 오른손에는 톱날이 달린 검을 들고 있었다. 어 찌 됐든 나를 오빠라고 부를 만한 나이대는 아닌 것 같다.
[파티는 너희가 정하는 게 아냐. 마스터가 정한다구.]이 셀은 마젤의 요구를 일죽하고는 뿅 사라졌다.
이어서 파티 구성창이 떠올랐다.
[파티를 구성합니다.] [영웅을 드래그 앤 드롭!] [‘스타인(★★★)’이 ‘3파티’에 합류합니다!] [‘마젤(★★★)’이 ‘3파티’에 합류 합니다!] [‘타시르(★★★)’가 ‘3파티’에 합 류합니다!]
‘저 3명으로 가려는 건가.’
적대 관계가 형성된 영웅들을 같
은 파티에 끼워 넣고 있다.
볼 것도 없이 효율은 최악이다. 시간을 두고 어울리게 하면서 관
계를 해소시킬 수도 있지만,암케나 에게 그런 생각이 있지는 않을 것이 다.
[열려라,시공의 트으음!] 그렇다면 일촉즉발인 이 상황에서세 명을 출진시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숙소로 돌아 갔다.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었다. 에디스 가 따라와 물었다.
“한,어디 가?”
”잠이나 자야겠다.”
“저 사람들은.”
“못 돌아와.”
나는 숙소의 내 방으로 들어가 침 대 위에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예상하던 대로의 시스템 메시지가 상단에 떠올랐다.
[‘타시르(★★★)’가 광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아군 공격!] [‘스타인(★★★)’이 출혈에 걸렸 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 합니다.] [I스타인(★★★)’이 광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아군 공격!]광란 상태이상.
아군을 적으로 인식하는 상태다. 스테이지에서는 이셀이 막아줄 수
도 없었다.
[‘마젤(★★★)’이 광란 상태에 빠 졌습니다.] [아군 공격!]정확히 몇 층을 갔는지는 알 수 없
지만,낮은 층이 아니란 것쯤은 짐 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갓 들어온 이올카에게 고층 등반을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 다.
[‘스타인(★★★)’,아군 사살!] [‘타시르(★★★)’가 여신의 품으 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 히 기억될 것입니다.]첫 번째로 죽은 것은 타시르였다.
뒤이어 두 번째 사망 메시지가 갱 신됐다.
[‘마젤(★★★)’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의 투지는 영원 히 기억될 것입니다.] [‘스타인(★★★)’이 절망에 빠집 니다. 모든 능력치가 80% 감소합니 다.]잠시 후.
[‘스타인(★★★)’이 여신의 품으 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 히 기억될 것입니다.] [‘3파티’가 전멸했습니다.] [You Lose!]단 한 번의 전투도 끝맺지 못한 채,3파티는 전멸했다.
저번 무료 10연 뽑기 이후 최초의 전멸이었다.
대가는 3성 3명의 죽음.
[마스터, 접속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그럼 안녕히!]전멸 메시지가 뜨자마자 암케나는 접속을 끊었다.
양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이 셀이 나타났다.
[로키이!]“왜?”
[어떡해, 어떡해! 진짜 접는 거 아 냐?]“접을 수도 있겠지.”
[그럼 나는, 우리는!]”어떻게 되는데.”
[마스터가 일정 기간 동안 접속하지 않으면 계정 삭제가 돼 버려. 로 키도 알잖아! 아예 접으면 안 돼!]
그런가.
알고는 있다. 현실 시간으로 여섯
달간 접속하지 않으면 그 계정은 사 라져버린다. 복구도 할 수 없었다. 이를 대기실의 시간으로 바꾸면 1 년 6개월이 된다.
[마스터가 없으면 대기실을 유지 할 수 없어. 간섭력을 받을 수 없다 구! 난 사라져버릴 거야.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호들갑 떨지 마. 확정난 건 아니 니까.”
[그렇지만…….]지금 바로 암케나가 없어져도, 내 가 가진 마스터의 힘을 이용하면 조 금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완전하지는 않다. 아직은 암케나 가 필요하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픽 웃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 정도로 접었을 거면 4성 갈았을 때 접었겠지.”
[정말이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그럼 믿을게.] “그런데,넌 왜 그리 절박해? 탑안 오르면 죽기라도 하냐?”
[응.]“죽는다고?”
[사라져버려.]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 같다.
이셀이 돌아간 뒤 나는 고민에 빠 졌다.
암케나가 다음에 돌아오면 파업을 풀 것인지, 아니면 계속 유지할 것 인지. 자신 있는 듯 말했지만 암케 나가 접어버릴 가능성은 제로가 아 니다. 그렇다면 곤란해지는 건 나였 다.
’잠깐.’
여섯 달이라면.
니플헤임은…….
’시간이 없나.’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론은 나왔다.
‘파업은 풀지 않아.’
고속 등반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기반이 필수불가결이다.
암케나가 완전히 마음을 돌려먹었
다는 게 확인되지 않는 이상은 유지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보다 확실한 실패가 필요했다. 접거나 그에 준할 만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가
올 기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다음 날 저녁.
평소보다 일찍 접속한 암케나는
곧바로 조작창을 띄워 젬을 충전했 다.
결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금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당장 결제하세요!]
[뫼비우스가 마스터의 선택을 응 원합니다!]
[’골드 트리를 패키지!’를 선택하 셨습니다.]
[패키지 구성품 – 5,000젬,선물 권 3장]
[이 모든 것을 단 90,000원에!] [해당 금액은 익월의 핸드폰 요금
에 합산되어 청구됩니다. 정말 결제 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우편함에서 보상을 수령한 암케나 는 즉시 유료 뽑기를 개시했다.
[마스터,고급 소환을 시작합니다. 어떤 영웅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탈칵,두루루루.] [투쾅!]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노킨 (★★★)’을 습득하셨습니다!] [Rare! ] [마스터 ‘암케나’님이 영웅 ‘위나 드(★★★)’를 습득하셨습니다!] [Rare!] [마스터 ‘암케나’님이…….]역시나 3연 소환이다.
왜 3명인지는 이해가 갔다. 훈련 장에는 어느 파티에도 끼지 못한 1 성 몇 명이 있었다.
하위 영웅과 고위 영웅을 적절히 조합해서 파티를 꾸린다. 이 공략을 어디선가 주워듣고 따라 하려는 것 이다. 거기에 필요한 원칙과 방법은
알지 못한 채.
나는 웃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다.
무작정 그럴 생각이라면 차라리 5 연 소환이 낫다.
이번 3명은 최악의 궁합이 아니었 다.
한 명이 빈사 상태에 빠지기는 했 지만,무사히 테스트를 마쳤다. 자 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암케나는 세 명에게 골 드 패키지로 얻은 선물권을 증정했 다. 놀고 있던 1성 2명까지 합류해
서 5명 파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3파티’는 즉각 저
층에서 구르며 레벨업을 시작했다. 며칠 뒤.
훈련소에서 나를 따라 달리던 제 나가 말했다.
“위험하지 않아요?”
“뭐가?”
“저 사람들이요. 저희 자리, 뺏길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나는 훈련소 구석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3파티의 멤버가 모여
대련을 하고 있었다.
주축인 3성 3명과 그에 비해 떨어
지는 1성 2명들.
목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1성들의 몸 곳곳에 피멍이 새겨진다.
대련보다는 학대와 비슷한 광경이 었다.
“내버려 둬.”
3파티의 3성 중 한 명이 나와 눈 을 마주쳤다.
녀석은 허둥지둥 시선을 돌렸다. 저 세 명의 성향은 대놓고 날뛰는
갈기늑대 급은 아니지만 착한 편도 아니다.
이곳에 온 첫날부터 시비를 걸어 대길래 에디스와 함께 교육을 해주
었다. 물론 교육의 내용은 죽지 않 을 정도로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
시간이 더 흘렀다.
3파티는 탈락 인원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검사가 두 명에 창수가 한 명. 궁사 두 명. 마법사는 없지만, 직업 밸런스는 나쁘지 않다. 암케나 의 계획은 잘 되어가는 것 같았다.
“놈들이 왜 안 나가는 줄 알아? 마 스터한테 버림받은 거라고, 으흐흐. 우리가 좀만 더 성장하면 그놈들을 먹을 수 있을 거다. 아,마법사 여자 는 빼고 말이야. 우리 파티에 넣어 야지.”
“이미 파티 인원이 차지 않았나?” “쓸모없는 새끼 두 마리 있잖아.
한 마리를 쳐내면 돼.”
“오호. 재밌는 의견인데.”
“그렇지. 이게 바로…… 으억!” 식당에 모여 뒷담하던 노킨이 뒤
를 돌아봤다.
3성이자 3파티의 리더. 그리고 레 벨 8.
노킨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여,여기엔 무슨 일로 왔소?”
“물 좀 마시려고. 하던 얘기들 해.” “아무것도 아니오. 하하. 그만 자
러 갈까.”
3파티의 세 명이 파리 떼처럼 흩 어졌다.
‘팀워크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 도 없군.’
같은 파티의 1성은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있다.
그래도 암케나는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삐걱대긴 했지만, 3파티 는 14층을 돌파했다.
13층과 14층이 쉬웠던 모양이다. 12층이 어려운 반동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혹시 몰라 찾아봤지만,연계 퀘스
트의 증표인 스트림은 발동되지 않 았다.
15층은 1개 파티,5명만으로 해결 하는 소형 임무일 가능성 이 높았다.
3파티 중에서 레벨 10을 넘긴 멤 버는 없다.
하지만 암케나는 도전할 것이다. 여태껏 그렇게 했었고 한 번도 실
패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3파티가 15층을 뚫는 순간, 노킨의 장담대로 우리는 합성되겠지. 대채제가 있다 면 굳이 말 안 듣는 영웅들을 굴릴 필요가 없다.
나는 물을 들이켠 다음 방으로 돌
아갔다.
머지않은 때,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가 분기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