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50
50. 실패를 알게 해주마(5)
15층 공략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 행되 었다.
3파티 인원에게 보조 무기가 지급 되었고, 기존에 입던 장비가 한층 보강되었다. 겉보기로는 3파티 멤버 도 우리와 같이 훈련소에서 오랜 시 간을 보내며 전력을 다지는 중이었
다.
“무슨 수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에 요?”
곁에서 트랙을 달리던 이올카가 말했다.
달리면서 말을 걸어올 정도로 체 력이 괜찮아진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따라잡히겠는데. 전 몰라요. 알아서 해요.”
“알아서 하는 중이지. 파티를 바꾸 고 싶다면 안 말려.”
“저런 사람들한테 가긴 싫어요. 기 분 나쁘다구요.”
“그럼 기다려. 기회가 올 때까지.
염동력은 쓸 만큼 익혔냐?” “당연하죠. 절 뭘로 보고.”
이올카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훈련장 구석에 놓인 모래주머니가
허공에 떠올랐다.
무영창에 이동 캐스팅. 스탯창에
도 하급 염동력이란 스킬이 붙어 있 다.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여전히 화염 마법에 대 해서는 그 꼴이지만.
나는 훈련장을 둘러봤다.
1파티의 멤버들은 나를 따라 달리
는 중. 2파티는 훈련장 왼편에서 진 형 훈련을 하고 있다. 3파티는 오른
편에서 대련을 빙자한 학대를 하고 있었다. 구석에는 어디에도 끼지 못 한 1성 몇 명이 어설프게 검을 휘둘 러 댔다.
활동 인원만 스무 명 이상. 넓게만 느껴지던 훈련장이 이제는
좁게 보인다. 무료 뽑기도 틈틈이 이루어져 대기실의 인원은 현재 포 화 상태다. 슬슬 3단계 시설을 만들 시기였다.
‘그럴 생각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 데.’
10층을 클리어하면서 건설 불가 였던 몇몇 시설이 개방되었다.
그러나 그중 만들어진 것은 한 개 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마저 뜀박질을 이어서 했다.
노킨을 필두로 한 3파티 인원들은 마스터가 자신을 총애한다는 것을 알아했는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아직은 클로에를 윽박질러 자 기 몫의 고기반찬을 더 받아내거나 로비의 소파 자리를 빼앗는 정도의 사소한 행패였지만,15층 공략에 성 공한다면 본격적으로 심해질 것이 다.
며칠 뒤.
[3파티,광장으로 모엿!]이셀의 목소리가 대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흐흐,드디어인가.”
훈련장에서 목각인형을 후려치던
노킨이 중얼거렸다.
얼굴에는 감추지 못할 희열이 떠
올라 있었다.
“가자고. 별거 있겠냐.”
위나드가 주먹의 관절을 뚜둑 꺾
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아래층이 할 만했나 보군.’
임무 선정이 무작위인 만큼,유난
히 낮은 난이도가 걸릴 수도 있다. 5층마다 보스 스테이지가 나온다
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알려준 적 없으니 당연했다.
핑!
어디선가 바람 찢는 소리가 들렸 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왼쪽 어깨 부근으로 화살이 날아
오고 있었다.
때마침 훈련하는 중이었다. 방패 와 검은 늘어뜨린 채였다.
“오빠,위험……
나는 검을 놓은 후 맨손으로 화살
을 잡아챘다.
살갗이 쓸리며 피가 살짝 흘렀다. 그와 동시에 상쾌한 감각이 머릿속 에 퍼져나갔다. 스킬이 올라갈 때 얻을 수 있는 익숙한 느낌.
[띠링!] [‘한(★★)’의 ‘투척 방어’가 Lv.2 로 상승합니다.]“뭐가 위험하다고?”
“…아무것도요.”
나는 오른손의 화살을 내팽개친 다음 검을 칼집에 되돌려 넣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이다. 좋은 구경거리가 있는데 놓칠 수야 없 지.”
“그러고 보니 3파티가 나가는 것 같더군요.”
“너도 따라올 거냐?”
“형님이 가신다면요.”
“저두요,저두.”
제나와 아론이 무기를 접었다.
이을카는 마법 전당에서 한창 염 동력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 해하지 않기로 했다.
광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 여 있었다.
클로에나 에녹 같은 보조직 종사 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광경을 예전에 본 적 있다. 갈기늑 대가 출전할 때였다.
미리 와 있던 에디스가 중얼거렸 다.
“우리가 10층에 갈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게 좋은 거야,
나는 적당한 벤치에 앉았다.
그 옆으로 제나와 아론이 자리 잡 았다.
[받아!]창고에서 수레를 끌고 나온 이셀
이 3파티 멤버에게 물약을 던졌다. 노킨이 붉은 액체가 출렁이는 유
리병을 받아들었다. 뒤이어서 물약 이 공중을 오갔다. 도합 3개의 물약.
[‘노킨(★★★)’에게 ‘하급 생명력 물약’을 휴대시킴니다!] [,위나드(★★★)’에게 ‘하급 생명 력 물약’을…….]“힘들게 캔 건데.”
제나가 입을 삐죽거렸다.
저 물약의 원재료는 우리가 요일
던전에서 수집했다. 물약 제작 과정
에는 내가 끼어들지도 않았다. 암케 나는 총 10번 이상을 터뜨려가면서 겨우 3개를 만들어냈다. 전문 연금 술사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저희가 쓰려고 구한 걸 남 주다 니. 마스터도 너무하네요.”
“재료야 또 캐면 되지.”
“그래요.”
[열려라,시공의 틈!]덜컹.
광장 정면의 문이 열렸다.
잔뜩 주눅 들어 있던 1성 두 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3성 의 입장이 시작됐다. 두 명이 들어
가고, 리더인 노킨이 마지막이다. 들어가기 전 노킨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너, 이 새끼,건방진 새끼! 돌아오 면 보자. 마스터한테 말해서 혼쭐을 내주지. 두고 봐라,으하하하!n
말을 마친 노킨이 도망치듯 들어 갔다.
문이 닫혔다.
“인기 많은데?”
에디스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르며 웃었다.
‘돌아을 수 있으면 말이지.’
나도 웃었다.
일이 어떻게 될지는 노킨 말대로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저 사람들이 성공하면 어떻게 됩 니까?”
가만히 앉아 있던 아론이 말했다. 외관으로는 침착했지만,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15층을 깨면 말이냐?”
“예.”
“출전 정지를 풀어야지. 골로 갈 수 있으니까.”
3파티가 15층을 깰 가능성은 0% 가 아니다.
픽 미 업의 난이도는 대체적으로 어렵지만 아주 낮은 확률로 쉬운 임 무가 나올 수도 있다. 죽으라고 보 낸 파티가 임무를 클리어하는 경우 도 종종 있었다.
1% 미만의 확률로 그렇게 된다 면,우리가 했던 파업은 아무 쓸모 가 없던 게 된다. 암케나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것이고, 우리를 내버려 둘 필요 또한 사라진다.
“만약 쟤네들이 돌아오면,마스터 말 잘 들어. 반항하지 말고.”
물론 그때쯤이면 나는 합성되어 있겠지.
각오는 끝났다.
나는 벤치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 다.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원래 있 던 곳으로 돌아갔다. 얼굴에는 불안 의 기색이 떠올라 있다. 놈들이 돌 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3파티가 15층에 진입한 지 약 5 분.
광장의 인원은 거의 빠져나갔다. 임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아직 위기가 찾아오 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상 태이상을 알리는 메시지는…….
“음?”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임무 실패!] [대상 一 전멸] [‘노킨(★★★)’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위나드(★★★)’가 여신의 품으 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 히 기억될 것입니다.] [‘젤란(★★★)’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기억될 것입니다.] [‘로버일(★)’이 여신의 품으로 돌 아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 억될 것입니다.] [‘지안(★)’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의 투지는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 [‘3파티’가 전멸했습니다.] [You Lose!]
들어간 지 10분도 안 지났다. ‘특수 임무였나.’
5명이 동시 사망.
죽기 전 나을 법한 상태이상인 출
혈이나 빈사도 없었다.
쿠궁!
대기실 전체에 일시적인 진동이 일었다.
제나가 앉은 자리에서 휘청거렸 다.
“뭐,뭐예요? 왜 갑자기……
파지직!
무언가 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새 파란 전류가 광장의 벽면을 타고 흘 렸다.
이셀이 창백해진 얼굴로 나와 말 했다.
[마스터가 핸드폰을 집어 던졌
어.]
“그러냐.”
[마스터, 접속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그럼 안녕히!]암케나가 접속을 종료했다.
이 셀이 내 옷을 붙잡고 늘어졌다. [진짜 큰일 난 거 같은데 어떡해!] “보는 사람들 많으니까,일단 놔.” 나는 바짓가랑이에 붙은 이셀을
떼어낸 뒤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말 했다.
“구경거리는 끝났어. 돌아가자.” “3 파티는요?”
“전멸이다.”
클리어는커녕 시작하자마자 쓸려 나갔다.
15층 공략에 대한 아무 힌트도 얻 지 못했을 것이다.
개죽음이었다.
에디스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그놈들 능력이 그거밖에 안 된단 거겠지.”
어쨌든 볼일은 끝났다.
광장에 남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이후 암케나는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았다.
이셀은 매일 저녁마다 내 방으로 와 어떻게 하면 좋냐고 훌쩍거렸다.
울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 떤 상황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내가 세운 첫 번째 원칙이었다.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 뒤 훈련. 점심 뒤 훈련. 다시 저녁까지 훈련이다.
실전에 나가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대 련은 실제 무기로 실시했다.
일주일째가 넘어갔다.
주력 멤버를 제외한 1성들이 풀어
지기 시작했다. 합성의 공포가 사라 진 탓이다. 훈련장에서 활동하던 인 원이 대폭 줄었다. 자발적으로 가던 요일 던전도 몇몇 사람 외에는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대기실 날짜로 10일. 현실으로는
3일 이상 미접속이 이어지던 어느 날
난데없이 하늘에 불이 켜졌다.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익숙한 접속 메시지가 떠올랐다.
‘……왔군.’
기다리고 있었다.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때는 깊은 새벽이었다.
훈련소에 남은 사람은 나 하나. 펑! 퍼병!
밝게 빛나던 하늘에서 연속적으로 섬광이 터졌다.
[찰칵!] [스크린샷을 찍었습니다. 해당 이 미지는 갤러리에 저장됩니다.] [마스터, 접속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그럼 안녕히!]오랜만에 접속한 암케나는 스샷만 찍고 나가버렸다.
로그인에서 로그아웃까지 채 1분 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너덜너덜해진 목각인형을 뒤로하 고 훈련소를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말했다.
“이셀!”
[음냐.]이셀이 눈을 부비며 나타났다. 평 소의 검정 원피스 대신 하얀 고양이 가 그려진 잠옷을 입고 머리에 털모 자를 쓰고 있었다.
[왜 불러? 자고 있었는데…….]얼씨구.
“마스터가 접속했다.”
[그래,마스터가…… 뭐라구?!]눈을 번쩍 뜬 이셀이 주변을 둘러 봤다.
[어디,어디야? 어디에 있어!]“방금 나갔어.”
[오랜만에 들어왔는데,왜 아무것 도 안 했지? 설마 진짜 접으려고 …….]“아무것도 안한 거 아냐. 스크린샷 을 찍었다.”
[스샷은 왜?]“왜 찍었겠냐?”
기념사진이라고 남기려고?
그럴 리 없지. 나는 방문을 닫았 다.
이셀이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나 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취미가 뭐냐,이셀.”
[웹서핑이라고 저번에 대답했잖아. 왜 그런 걸 물어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거로
군.”
[그거야 당연하지. 어라?]이셀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나는 말했다.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이 시점에서 스샷을 찍는 이유는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공략 카페에 물어보러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