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53
53. 다시 전진(2)
나는 이올카를 데리고 전당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침침한 등불이 마법 전당의 내부를 밝혔고, 정체 모를 향초와 고서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안으로 들어온 이올카는 의외였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이곳은 마법 전당이군요. 왜 절 여기로 데려왔죠?”
“말했잖냐. 몸 쓰는 거 안 시킨다고.”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닫았다. 안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네가 해야 할 건 연구다.” “연구?”
“기다리고 있어 봐.”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연구의 테크트리를 알리는 정보창이
표시됐다.
[연구!] [현재 개발도는 위와 같습니다.] [1. 영웅 반응성 연구(Lv.O)] [2. 시설 확장성 연구(Lv.O)] [3. 던전 심화성 연구(Lv.O)] [Tips/인원을 연구소에 배치하면연구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 포인트로 입맛에 맞게 대기실 을 업그레이드시켜보세요!] [연구원 추천 리스트!] [‘이올카 (★★★)’] [‘이올카 (★★★)’를 연구원으로
임 명 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나는 책장에 있는 고서를 뒤적거 렸다.
대기실에서 지내며 내가 타오니어 의 언어도 해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했지만,이 책들의 내용은 여전히 의미불명이었다. 단지 마법진 같은 도형이나 수식은 알게 모르게 익숙 했다. 아이템을 만드는 미니 게임에서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멍하니 있던 이올카 옆에서 이셀이 나타났다.
이올카가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갑자기 나타나지 마요!
깜짝 놀랐네.”
[시끄러. 이런 거에는 익숙해지라구. 나도 좋아서 이렇게 나타나는 거 아냐. 어쨌든 너. 저기 책상 보이지? 펜과 잉크가 있을 거야. 그 펜으로 문제를 풀어서 조오기 보이는 통에 집어넣 으면 돼.]나는 책을 덮고는 다시 책장에 꽂 았다.
그리고는 이올카 쪽을 바라보았다. 이올카는 전당 한쪽에 있는 책상에 엉거주춤 다가가고 있었다. 책상 위 에는 파랗게 빛나는 잉크와 검은 깃털 펜, 이상한 기호가 잔뜩 그려진 서류
가 놓여 있었다. 이올카는 서류를 훑 어보더니 말했다.
“마법 학교에서 배우던 수식인데…… [문제를 풀어서 통에 집어넣으라구.] 이셀은 책상 옆에 놓인 새까만 원형
통을 가리켰다.
이올카는 어이없는 얼굴로 반문했다. “제가 그래야 하는 이유는요.” [그건 연구를 위해서인데…….
아무튼 하라면 해! 혼나기 싫으면. 마스터가 명령한 거야.]
“당신들은 또 그런 방식으로…… 이올카는 투덜거리고는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펜에 잉크를 적셔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3분 뒤 종이에 풀이를 기입한 이올카가 책상 옆의 통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통에 들어간 종이는 파랗게 불타더니 사라졌다.
[연구 포인트 1 획득!] [현 연구 속도는 10/h입니다.1시간당 10젬이 소모됩니다.]
‘연구 효율이 좋지는 않군.’
픽 미 업에서는 연구에도 유료
재화인 젬을 사용한다.
1시간에 10포인트면 최하급이었다.
시설 레벨도 낮고,이을카에 게 연구
스킬이 없는 만큼 어쩔 수 없기는 했다.
[연구 시간을 설정합니다.] [하루에 3시간!] [Tips/연구 시간을 과하게 설정하면 연구원이 불만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일상이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이것만 플면 되는군요.”
이올카가 마지막 문제를 통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올카의 표정은 다음 순간
굳어졌다. 책상에 문제가 기입된 서류 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번 보다 두꺼웠다. 이셀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들었다.
[매일 3시간!]“3시간? 싫어요! 3시간이나 하라니. 이거 생각보다 머리 아파요. 쉬운 수식이 아니라구요! 안 그래도 힘들 어 죽겠는데!”
[‘이올카(★★★)’가 불만을 표시 합니다!]역시 이렇게 됐나.
예상했던 일이었다. 현재 이올카 의 스케줄은 하드한 편이었다. 오전 에는 체력 단련,오후에는 염동력 위주의 마법 단련을 실시하고,저녁 에는 다시 진형 훈련이다. 휴식 시간을 군데군데 배치하기는 했지만,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었다.
여기에 3시간을 더 투자하라고 하면 반발하기 쉽다. 야근을 좋아하는 사 람은 없으니.
하지만 훈련 시간을 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연구 시간을 빼는 것도 그 렇다. 연구는 등반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이올카가 입을 삐죽거렸다. “당신도 말 좀 해봐요. 이렇게 되면
아침부터 밤까지 완전 노예인데.”
나는 잠깐 고민했다.
시간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올카의
의욕을 유지하는 방법.
’그게 있었군.’
속으로 작게 읊조렸다.
‘모피 코트.’
[‘한(★★”■! ‘모피 코트’를 원합 니다. 선물하시겠습니까?] [3,000골드가 소모됩니다.] [Yes(선택) / No]하얀 밍크털로 뒤덮인 코트가 생겨났다.
선물 상점에서 제공하는 의류 중 하나였다.
이올카가 코트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건……!”
“갖고 싶다고 했었지?”
나는 피식 웃었다.
제나에게서 이올카가 따뜻한 옷을
갖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대기실이 춥다나 뭐라나.
나는 코트를 휙 던졌다. 이올카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허겁지겁 코트를 받아들었다.
“선불이다. 일을 제대로 마치면 더 주지.”
이올카는 모피 코트에 뺨을 정신 없이 비볐다.
그러더니 별안간 날이 선 목소리 로 말했다.
“이걸로 제 마음을 돌리려 하다니. 이 무슨 파렴치한!”
“싫으면 내놔.”
나는 코트를 붙잡고, 당겼다.
이올카는 꾹 잡은 채 놓지 않았다.
“누가 싫대요! 하면 되잖아요,하면.”
이올카는 의자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 나갔다.
암케나는 연구를 지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조작을 이어가고 있었다.
2파티가 복귀한 다음 3파티를 새로 만들었다.
소환한 지 얼마 안 된 유망주들로 구성한 신규 파티였다. 얼마 뒤,이셀이 3파티의 구성원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들 중에서 두각 을 보이는 인원은 1파티나 2파티에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어서 채집 멤버들을 요일 던전에
보냈고,장비 제작소의 일원들에게 무기 제작을 명령했다. 나름대로 활 발한 움직임이었다.
’나쁘지 않네.’
마스터는 분명 달라졌다.
지금 하는 일들은 기초에 불과했
지만,그렇기에 중요했다. 그 전의 암케나는 이런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암케나의 조작을 감상하는데,이 올카가 툭 말을 걸어왔다.
“마법 배울 생각 없어요?” 뜬금없는 말이어서 나는 조금
놀랐다.
이올카는 내게 등을 돌린 채 문제 를 풀어나가는 중이었다.
“제가 화염 마법밖에 못 써도 이론 은 빠삭하거든요. 제가 보기엔 당신은 꽤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 어때요?”
“마법을 배우라고?”
“저 혼자면 힘들겠지만,여기 도서 관엔 가치 있는 책이 엄청 많더군요. 기초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거예요.”
나는 이미 무기술을 6단계까지 올린 상태다.
’마검사가 되라는 건가.’
2성인 내 직업은 현재 초보자.
3성부터 직업을 결정할 수 있다.
검과 방패 위주인 나는 이대로 가면 전사가 되겠지만,몇몇 조건을 충족 하면 히든 클래스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중 하나가 마검사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양이 다.”
“왜요? 배우면 좋은데.”
“성장이 꼬이거든.”
숨겨진 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한 게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정석 직업보다 강하지만 약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마검사의 경우에는 힘과 체력 위주 로 배분된 전사형 스랫에 지능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스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도 저도 아니 게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맘 바뀌면 언제든 말해요.”
“혼자 문제 풀기 싫어서 그렇지?”
“무,무슨 망발을!”
정답인가.
나는 픽 웃었다.
‘연구원 육성.’
15층을 클리어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이올카에게 맡겨볼 생각이 었다.
연구원은 마법사 계통이지만 전투 가 아닌 연구만을 담당하는 보조직
이었다. 일반 보조직보다 익히는 난 이도가 훨씬 높지만,수십 명 중 한 명은 걸릴 것이다. 언제까지 이올카 를 이곳에 붙잡아둘 수도 없으니 말 이다.
나는 이올카가 문제를 푸는 것을 지켜봤다.
이올카는 문제를 푸는 도중 자신 의 신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신 의 가문은 원래 제국에 이름을 떨치 던 명가였는데, 정쟁에 밀려 몰락 귀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는 그 가문을 부흥시킬 의무가 있다 고 한다.
‘물어보지는 않았다만.’
“당신은 여기에 오기 전 어떻게 지냈죠?”
“나? 농부였지.”
“거짓말. 그걸 누가 믿어요.”
“……문제나 풀어.”
나는 책장의 고서를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3시간이 지나자 이올카는 지친 얼 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전당의 시계 는 어느새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터는 아직 접속을 종 료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연구 포인트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3시간의 연구로 얻어진 연구 포인 트는 총 30이다. 30포인트면 첫 번째 연구를 완료할 수 있었다.
*때가 왔군.’
연구의 테크트리는 세 가지로 나뉜다.
임무와 명령에 대한 영웅의 반응도 를 향상시키는 ‘영웅 반응성 연구’.
시설의 세부 탭을 개방하고,좀 더 직접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시설 확장성 연구’.
특수 목적 던전의 종류를 늘려주고, 원활한 재료 수급을 도와주는
‘던전 심화성 연구I.
각각 영웅(人),시설(內),던전
(外)을 담당한다.
이 중에서 암케나가 개방한 첫 번째
연구는,
[띠링!] [연구,’영웅 반응성*이 Lv.l이 되었습니다.]영웅 반응성 연구였다.
나는 이 연구의 효과에 대해 예상
한 점이 있었다.
[대기실에 여신의 축복이 내립니다!]파지지 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무리가 하늘 위에서 번쩍였다.
빛무리는 수십 줄기의 광선이 되어 대기실 아래로 쏘아져 내려왔다.
그중 한 줄기 광선이 전당에 있던 이올카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어?”
의자에서 일어나던 이올카가 휘청 거렸다.
이올카는 의자의 바닥을 짚고는 고개를 숙였다.
,,뭔가 이상한……
마법 전당의 문을 열었다.
훈련소에 있던 제나와 아론도 사 정은 비슷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반쯤 쓰러져 있었다.
안색을 살펴봤지만,고통을 느끼고 있는 거 같지는 않다.
일시적인 어지러움증 비슷한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올카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얼굴이 하 얗게 질려 있었다.
“뭔가요,이건? 기분 무지 나쁜데.”
“말했잖아. 연구한다고.”
“연구요? 대체 월 연구한다는 거죠?”
나는 곰곰이 생각하고는 말했다.
“스탯창이라고 말해봐라.”
“스탯창? 으갹!”
이올카가 뒤로 자빠졌다.
눈에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보이나 보군.’
나는 웃었다.
“스탯창이지. 네 능력치를 수치로 보여주는 거야.”
여태껏 스탯창이나 임무 내용 같은 시스템 메시지는 나만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조금 달라지게 될 것이다. 3파티가 아무것도 못하고 죽은 이유 중 하나는 정확한 임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 스템을 볼 수 없었다. 임무의 성공과 실패 조건을 몰랐던 것이다. 영웅 반응성 연구는 이를 가능케 하는 방 법이었다.
“힘, 지능,체력,민첩. 그리고 스킬. 보이나?”
“중급 화염 마법…… 염동력……?” “그게 스킬이다.”
이올카의 가슴에 스며든 빛은
한 줄기가 아니었다.
대기실에 있는 모든 영웅이 비슷
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따라와. 다른 애들한테도 말해줘
야 할 거 같으니까.”
나는 이올카를 데리고 훈련소로
나갔다.
아론이 훈련소를 방방 뛰고 있었다. “귀신이다아아!”
”……뭐하냐?”
“혀, 형님. 이상한 글자 귀신이 절 계속 쫓아옵니다!’I
나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아론을 붙잡았다.
“허둥대지 마. 귀신이고 뭐고 아니 니까. 설명해주마.”
“이,이건 대체 뭡니까?”
반면 제나는 멀쩡한 얼굴이었다.
도리어 즐기는 기색이었다.
“아하,이게 이렇게 된 거였군요.
오빠는 이런 걸 보고 있었군요. 이압!” 제나는 나를 가리키더니 외쳤다. “떠올라라,스탯창!”
“어라? 왜 안 나타나지. 내 건 잘 보였는데.”
“어디서 배웠어?”
“오빠가 가끔 중얼거리는 걸 들었
거든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길래 따라 했더니,재밌는 게 떠오르지 뭐예요? 이 글자들,오빠가 보고 있던 거 맞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알려줄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