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58
58. 임무 유형,호위(2)
단순한 이치다.
10층의 수비 임무에서,아군 측이 었던 병사와 기병대 NPC들은 우리 를 관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놈들은 우리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내가 다가가자 적의 어린 시선을 보냈었다. 평범한 NPC
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올카가 당황한 듯이 말했다. “저,적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럴 확률도 없진 않지. 걱정 마
라.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반은 죽은 거 같은데…… 웅성웅성.
난데없이 일어난 촌극에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목격자 한 명이 손짓 발짓을 섞으 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 글쎄. 병사가 갑자기 코피를 뿜으며 쓰러졌지 뭐요? 옆에 놈은 또 어떻고! 지가 알아서 벽에 머리
를 처박았소. 요렇게,요렇게!” 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벽에 머리
를 박는 시늉을 했다.
구경꾼이 모인 덕분에 광장으로
가는 길이 약간 한산해졌다. 나는 병사의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낚아 첸 뒤 하수구에 던졌다.
“가자. 시간이 없다.”
관문을 넘어 광장에 진입한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 있다. 수백의 인파가 발 하는 소란에 주변이 시끄러웠다. 나 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손 한번 만져봤으면 소원이 없겠
구먼.”
“난 안 믿는다고. 보나 마나 헛소 리나 지껄이겠지.”
“너 같은 게 누굴 의심해? 하루종 일 술이나 처먹고 다니는 새끼가.”
“뭐,이 자식아? 뒈지고 싶냐!”
“꼬우면 덤벼,꼰대. 예전부터 마 음에……
말소리의 대부분은 쓸모없었지만, 그중에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가 있 었다.
‘그분.’
이름이 아닌 대명사로 지칭하고 있다.
‘그’가 이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 원인인 것 같았다.
’그 녀석일 확률이 높군.’
광장 가운데에는 성과 같은 거대 하고 화려한 건물이 위치하고 있었 다.
“저게 백은의 전당이냐?”
“예.”
높이만 해도 약 20m. 건물의 재질 은 하얀 대리석이며 유리창은 오색 의 스테인드글라스였다. 돔 형태의 지붕 위에는 쌍둥이 여신을 형상화 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벽면에는 의미불명의 풍경과 문양이 정교하
게 조각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백은의 전당, 그
중에서도 한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
15m 높이에 세워져 있는 신전의 테라스였다.
“잠시만요,오빠. 누가 나오는 거 같은데요?”
제나가 테라스의 입구를 가리켰 다.
그 말대로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 다. 하얀 사제복을 차려 입은 초로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좌중을 한번 훑 어보더니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 다.
[모두 조용!]깊고도 위엄 어린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퍼져나갔다.
소란을 피우던 사람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이올카가 중얼거렸다.
“마법 증폭이군요.”
[태양의 후계자께서 입장하신다.소란을 피우지 말도록 하라!] ‘여유가 없군.’
관광하러 온 게 아니다.
지금도 카운트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지금부터 신전 안으로 들어간
다.”
“신전 안으로요?”
“그래.”
호위 대상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보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그 러나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였다. 스테이 지에 이런 이벤트가 생길 정도라면, 호위 대상은 이벤트의 주요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
‘결단은 빠르게.’
나는 신전의 입구에 눈길을 돌렸 다.
날개가 음각된 대문 옆으로 갑옷 을 차려입은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 었다. 그들은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 하는 중이었다. 문득 병사 중 한 명 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병사의 눈동자에 경악이 새겨졌 다.
‘저놈들도 우리가 보이는군.’
검을 늘어뜨린 채 입구에 다가갔 다.
병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장 인 듯한 자가 경계 어린 표정으로 나섰다.
“너희는 뭐냐?”
“비켜. 뒤지기 싫으면.”
“신전은 출입 불가다! 이단인 것
이냐!”
“이단?”
“그렇다. 우리는 여신을 섬기
나는 옆에 있는 석고 여신상을 걷 어 찼다.
여신상은 허리가 부러지더니 와장 창 박살 났다.
“이런 게 이단인가?”
“이,이런 미친 새끼가! 죽여라!” 효과음과 함께 경고창이 떠올랐
다.
[Warning! ] [인간 병사 Lv.13] X ? [정체불명의 적 Lv.???] X ?적을 알리는 전투 메시지였다. “정답이군.”
“후우, 당신. 진짜 과격하네요.” “너희도 여신교인가 뭔가 하는 곳
의 신도냐?”
“아닙니다.”
“전 저만 믿어요. 오빠하고요.”
아론이 창을 꺼내 들었다.
제나가 시위를 화살을 메겼다. “이놈들을 뚫고 신전으로 진입한
다. 호위 대상은 그 안에 있을 거 다.”
차릉!
병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 었다. 검과 창, 그리고 할버드.
“이단자를 축출하라!”
대장의 명에 따라 병사들이 달려
왔다.
나는 방패를 왼손에 걸치고 말했 다.
“뚫어.”
“예!”
맨 앞의 병사가 할버드를 휘둘렀 다.
방패로 튕긴 다음 목을 찔렀다.
“억! 커헉!”
피거품을 뿜으며 고꾸라지는 와 중,그 뒤의 병사가 창을 찔렀다. 상 체를 돌리자 창이 가죽 갑옷의 옆부 분을 스쳤다. 길게 벤다. 검날은 얇 은 철판을 뚫고 안의 속살을 절단했 다.
“끄어 억!”
“이 야아아압!”
다른 한 명이 할버드를 든 채 돌진 해왔다. 하체를 수그린 뒤 방패로
놈을 걷어 올렸다. 놈이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았다. 푹,그대로 검을 꽂 았다.
“일일이 상대하지 마. 안까지 달려 라!”
전부 싸워줄 필요 없다.
나는 옆에서 달려드는 병사를 걷
어찬 다음 달리기 시작했다. 세 명 이 따라왔다.
광장에 모인 사람 중 일부가 시 체 를 발견했다.
“으억! 뭐여,사람이,사람이 죽었 다아아!”
높은 비명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우리는 대문으로 향하는 계단에 진입했다.
대장이 칼을 휘두르며 외쳤다. “막아! 이단에게서 신전을 지켜
라!”
쐐애액!
퍽!
화살이 대장의 미간을 관통했다. 제나는 계단을 달려 올라가며 따
라오는 병사에게 화살을 난사했다. 노리는 부위는 다리와 팔. 계단 옆, 대리석 기둥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나타났다.
“무시해! 시간 없어.”
아론이 창대로 문을 지키고 서 있 던 병사를 후려쳤다.
쾅!
나는 신전의 내부로 이어진 대문 을 걷어찼다.
이올카까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다음, 문을 등으로 닫았다.
“이올카.”
“알고 있어요!”
이올카는 빠르게 주문을 읊조렸 다.
신전 안에 있던 나무토막이 저절 로 떠오르더니 문고리 사이에 틀어 박혔다.
쿵! 쿵쿵!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 게 울렸다.
제단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중년 사 제가 눈을 크게 떴다.
“다, 당신들은 누구요! 어떻게 여 기에……
내부를 빠르게 살핀다.
좌측과 우측으로 각각 통로가 나 있었다.
우측의 통로에서 무기를 든 병사 일곱 명이 튀어나오더니 무기를 뽑 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침입하느냐!”
“정리하고 따라와.”
“오빠는요?”
“먼저 간다.”
“금방 따라갈게요.”
좌측 통로로 빠지자,하얀 카펫이
깔린 회랑이 나왔다. 회랑 끝에는 위로 향하는 계단이 나 있었다.
“죽여버리겠……!”
나는 내게 달려오는 병사의 투구
를 방패의 날이 선 부분으로 후려쳤 다.
퍽!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간다.
도중에 나 있던 문이 벌컥 열리더
니 중무장한 기사 한 명이 튀어나왔 다.
기사는 보석이 장식된 검을 번쩍 치켜들고는 위엄 어린 목소리로 말 했다.
“나는 카일 폰 스트라우스! 스트 라우스 가문의 적자이며! 여신의 분 노를 대행하는 성기사로서! 눈앞의 악적을 처단……
나는 기사를 지나쳐서 계속 올라 갔다.
“자,잠깐. 자기소개를 하는데…… 기다려! 무시하지 마라!”
계단의 난간 옆.
항아리가 올려진 원통형의 기둥이 보였다. 나는 기둥을 발로 차서 쓰 러뜨렸다. 기둥은 요란한 소리를 내 며 계단 아래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어, 시벌,잠깐……!”
이어서 올라갔다.
나선 계단의 끝에는 기다란 복도 가 위치하고 있었다.
복도의 유리창 너머로 광장의 풍 경이 비쳤다. 광장 바깔을 훑어본 다. 곳곳에서 무장한 병사들이 신전 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난 수많은 문들 중 하나가
열렸다.
_’나는……
쾅!
나는 문을 강하게 찼다.
반쯤 열린 문이 세게 닫히며 나오 려던 기사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컥,,,
기사는 얼굴을 움켜쥐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복도의 깊은 곳으로 달려간다. 도 중 몇몇 사람과 마주치기는 했으나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스쳐 갔다. 신전 안에서도 우 리를 볼 수 있는 사람과 못 보는 사
람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복도의 끝에는 넓고 화려한 정원
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에 난 틈에서 정원으로 햇빛
이 쏟아져 내렸다. 정원 끝으로는 광장에서 보았던 테라스가 있었다. 테라스에 쳐진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저기에 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분 내외.
시간이 없었다.
정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의 그림자 옆에서 기사 세 명이 등장했다. 기사들은 음울한 눈빛으
로 이쪽을 쳐다보고는 면갑을 눌러 썼다.
“이단에게 죽음을.”
기사들은 내게 장검을 겨눈 채 천
천히 다가왔다.
기존의 병사 떨거지와는 다른,검 술 훈련을 정식으로 받은 자세였다.
테라스 안쪽의 그림자가 움직였 다.
사제복의 형상이 떠올라 있는,또 다른 그림자가 커튼에 나타났다.
“이제 내 차례인가?”
“예, 황녀님. 광장에 모인 백성들
이 기다리고 있나이다.”
“그런데 밖이 소란스러운 것은 무 슨 일이냐?”
“괴한이 침입한 것 같습니다. 곧 격퇴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테라스 너머의 두 명이 대화를 나 누고 있다.
그 가운데 기사 세 명이 나를 포위 한 채 다가왔다. 망설임 없는 합격 진이었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는 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흡!”
중간의 기사가 호흡을 내지르며 검을 찔러왔다. 방패로 막는다. 옆
의 두 명이 시간차로 찌르기를 넣었 다. 오른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찌르 기를 검으로 튕겼다. 세 명은 곧바 로 연격을 퍼부었다. 세 자루의 검 은 어울리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침 입하는 일 없이 나를 공격했다.
검날이 뺨을 스친다.
핏줄기가 흩날려 화단의 잎사귀를 물들였다.
나는 바닥에 구르며 두 번의 베기 를 피하고는 검을 길게 휘둘렀다. 당연하다는 듯 기사가 막았다. 나는 일어나는 동시에 놈의 오른발을 강 하게 밟았다.
‘,.?!”
푹
나는 검을 아래쪽으로 핑글 돌리 고는 놈의 왼발에 검날을 박았다. 기사가 휘청거렸다. 놈이 들고 있는 검을 빼앗아 목을 날렸다. 그리고 피가 묻은 검을 뒤쪽의 기사에게 집 어 던졌다. 기사는 몇 발자국 물러 나면서 검을 휘둘러 그것을 쳐냈다.
발등에 꽂힌 검을 다시 뽑는다.
앞의 기사가 세 번의 찌르기를 번 개처럼 찔러왔다. 방패로 모조리 튕 겨낸다. 그리고 놈이 눌러쓴 면갑 틈새에 검을 쑤셔 넣었다. 면갑의
틈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놈 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남은 기사는 하나.
놈은 양손으로 장검을 고쳐 쥐고
는 기수식을 취했다.
나는 픽 웃고는 그대로 달려나가
검으로 놈의 멱을 따버렸다.
정원 곳곳이 시체에서 뿜어지는
피로 붉어졌다.
나는 검을 휙 털어 핏물을 지우고 는 정원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회를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이는 잊지 않겠다.”
“별말씀을. 여신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럼 가겠다.”
나는 테라스의 커튼을 걷어 젖혔 다.
일순 쏟아져 내린 햇빛에 눈을 가 늘게 떴다. 반쯤 좁혀진 시야에 테 라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II , H
테라스 안쪽에 서 있던 늙은 사제 와 눈이 마주친다. 주름진 눈이 믿 을 수 없다는 둣 부릅떠졌다. 사제 는 허둥지둥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그 지팡이는 내가 아닌,테 라스의 난간으로 향하는 누군가에
게 겨누어지고 있었다.
지팡이 끝에서 칠흑의 기운이 모
여 소용돌이쳤다.
본 적 있다. 10층에서 검은 사제
가 사용했던 마법 화살.
뎅겅.
나는 사제의 목을 그대로 날려버 렸다.
키 이이 잉!
지팡이 끝에 모여 있던 기운이 테 라스의 천장을 부수고 솟구쳤다. 그 제서야 테라스에 있던 누군가가 이 쪽을 돌아보았다.
백은빛 드레스를 입은 소녀.
흘러내리는 은발 위로 금빛 관을 쓰고 있었다.
나이는 어림잡아 10대 중반. 소녀 는 나를 보더니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짧게 답했다.
“알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