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59
59. 임무 유형, 호위(3)
소녀는 목이 사라진 사제의 시체 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무슨……! 넌 누구냐! 누구길 래 신전에 함부로 침입해서 이런 미 친 짓을 하는 겐가!”
‘이 녀석도 내가 보이는군.’
나는 피에 젖은 검을 늘어뜨린 채
소녀에게 다가갔다.
“암살자인가? 나를 죽이러 왔는 가! 나는••••••
“수그려.”
나는 소녀의 머리를 붙잡아 눌렀 다.
소녀는 바닥에 바짝 엎드린 꼴이 되었다. 난간 아래에서 세 명의 그 림자가 솟구쳤다. 검은 후드를 뒤 집 어쓴 놈들의 손에는 석궁이 들려 있 었다.
파공성과 함께 세 발의 볼트가 날 아들었다.
목표는 내가 아니다. 볼트는 엎드
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소녀에게 쏘 아지고 있었다. 나는 검으로 세 방 향의 볼트를 쳐냈다. 이어서 단검 세 자루가 다른 방향에서 투척 됐 다. 이번에도 목표는 소녀였다. 나 는 방패를 휘둘러 단검을 걷어냈다.
“이,이것은 대체……
“엎드려 있어.”
나는 테라스 바닥에 널브러진 단 검을 보았다. 날의 끝에서 보랏빛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독을 묻 힌 것 같았다. 암살자들이 다시금 같은 종류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핑!
그때, 날아온 화살이 암살자의 머 리를 꿰뚫었다.
나는 그 틈을 노려 가까이 있던 놈 에게 다가붙었다. 놈이 독 묻은 단 검을 휘둘렀다. 가볍게 피한 다음 로브 깊숙이 검을 꽂았다.
마지막 암살자가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철컥. 소매 안에서 기계음이 들리 더니 표창이 발출됐다. 방패로 막는 다.
같잖은 수작을 부릴 뿐,전투력은 기사보다 약했다.
암살자가 단검을 소녀에게 던질
찰나,위에서 떨어져 내린 그림자가 암살자를 덮쳤다.
단검이 번뜩 빛을 발하더니 암살 자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에디스는 피 묻은 단검을 빙그르 르 돌렸다.
“벽이 어찌나 높던지. 올라오는데 고생했어.”
“다른 놈들은?”
“두 명 더 있었는데. 다 처리했지.” 에디스는 단검을 집어넣고는 바닥
에 엎드린 소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나는 물었다.
“아는 애냐?”
“흐음. 어디선가 본 거 같기도 하 고•…”
“그대들은 누구인가?”
소녀는 두려움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녀석이 호위 대상이다.’ 우리를 볼 수 있지만,적은 아니
다.
상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사제의 마
력 화살에 의해 소녀는 갈가리 찢겨 날아갔을 것이다. 그것도 광장의 모 두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뒤이어 나타난 암살자들도 명백히 소녀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테라스 아래를 내려다보았 다.
참극이 생중계된 탓에 광장은 일 대 소란이 벌어져 있었다.
광장 외부에서 속속들이 나타난 병사들이 신전으로 달려갔다. 빗장 을 잠갔던 대문은 뚫려 있었다.
“이곳은 당신 같은 자들이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장 돌아 가…… 악!”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소녀의 옆에 박혔다.
신전 근처에 있는 2층 건물의 창
문에서 궁수들이 이쪽을 노리고 있 었다.
나는 반쯤 웃으며 말했다.
“정말 돌아가도 괜찮나? 우리가
가면 넌 죽을 텐데.”
“대체 이 어찌된……
“짧게 말하지. 시간 없으니까.” 날아오는 화살을 방패로 후려친
다.
“살고 싶으면 따라와라. 아니면 거 기서 죽든가.”
“예 또는 아니오로. 쓸데없는 말 붙이지 마. 대답은?”
소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와 에디스를 번 갈아 쳐다보더니, 질끈 눈을 감고는 말했다.
“……알았다.”
[임무 성공!]
[특수 NPC ‘프리아시스 알 라그 나’가 파티에 합류합니다!]
[임무 유형이 변경되었습니다.]
[임무 유형 – 탈출]
[목표 – 호위 대상과 함께 도시에 서 벗어나라!]
’탈출.’
임무 목표가 갱신됐다.
예상하던 바였다. 나는 소녀에게
말했다.
“좋아. 난간에 수그려 있어라. 내 가 됐다고 할 때까지 나오지 마.”
소녀는 난간 깊숙이 몸을 숙였다. 나는 암살자의 시체 옆에 놓인 석
궁을 집었다. 옆에 볼트가 담긴 통 이 있었다.
“에디스. 하강 준비를.”
“너는?”
“나는 놈들을 견제하지.”
나는 난간에 엄폐한 채 조준대를
창문의 궁수에게 겨누었다. 방아쇠 를 당기자 볼트가 빠르게 쏘아지더 니 궁수의 몸통에 박혔다. 명중. 처 음이지만 어렵지 않다.
나는 다른 건물의 궁수에게도 응 사를 시작했다.
에디스는 벨트의 파우치에서 길고 얇은 밧줄을 꺼냈다. 그리고 밧줄로 고리를 만든 다음,고리를 난간의 튀어나온 부분에 걸어 아래쪽으로 늘어뜨렸다.
숲의 여왕의 힘줄을 가공해서 만 든 튼튼한 밧줄이니,사람의 무게는 무리 없이 버틸 것이다.
나는 석궁에 볼트를 장전하며 말 했다.
“밧줄 타기는 해본 적 있나?”
“무슨 말을 하는 게냐.”
“할 줄 모르면 나한테 매달려 있 어. 떨어져서 뒈지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니까.”
석궁으로 세 명째의 궁수를 죽였 을 즈음,
제나와 아론,그리고 이올카가 합 류했다. 복장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제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시간 없어요! 아래에서 병
사가 몰려들고 있다구요.”
“말 안 해도 알아. 그래서 준비중
이잖아.”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우리를 보고 있는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봐둬. 이 꼬마가 호위 대상이 다.”
“난 꼬마가 아니다.”
“보다시피 꼬마라 부르면 발끈하
지.”
제나와 아론이 소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올카의 눈에는 놀람이 떠올라 있었다.
“이 분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놀랍군요. 여기서 뵙다
니.”
“넌 누구냐? 나를 아는 것이냐!”
“……지금은 한시가 바빠요.”
나는 석궁을 집어던졌다.
제나가 나 대신 견제역을 맡아주
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교한 사격으로 인해 건물의 궁수 가 차례차례 쓰러져갔다.
“잘 들어. 지금부터 이 밧줄을 타 고 하강, 탈출로를 잡는다.”
“길은 파악해뒀어. 왼쪽에 병사들
이 가장 적어. 길도 복잡해서 숨기 도 좋고.”
“그럼 거기로 가야겠군. 이견 있 나?”
세 명은 고개를 저었다.
“이올카,화염의 벽을 둘러라. 적
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그러죠.”
“하강 순서는 에디스,아론, 나,이 을카,마지막으로 제나.”
광장에 있던 대부분의 병사는 신 전으로 진입한 상태였다.
정직하게 왔던 길로 돌아간다면 수많은 병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계단을 오르는 병사의 발소리가 희 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먼저 내려갈게.”
에디스가 난간의 밧줄을 붙잡고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광장에 남아 있던 병사들이 밧줄 을 눈치채고 밑으로 달려왔다.
【불타올라라.】
화르륵!
이올카의 손끝에서 피어난 화염이 광장의 병사를 가로막았다. 이올카 는 반대편 손으로 테라스의 입구를
가리켰다. 이번에는 일자형으로 불 꽃이 솟아올라 입구를 틀어막았다. 정원을 나오던 병사 두 명이 불에 휩싸여 통구이가 됐다.
“마법사다! 마법사부터 죽여!” 화염의 벽 너머에서 화살이 날아
왔다. 나는 테라스 위의 커다란 테 이블을 발로 걷어차 옆으로 세웠다. 화살이 테이블에 후두둑 박혔다.
다음은 아론이다.
아론은 짧게 숨을 고르고는 밧줄
을 타고 내려갔다.
아래에서는 아수라장이 벌어져 있
었다.
갑자기 일어난 화재와 참극에 사 람들이 허우적거리며 광장을 빠져 나갔다. 잘된 일이다. 쓸데없는 방 해물은 없는 편이 좋으니. 먼저 내 려간 에디스는 단검을 휘두르고 활 을 쏘며 하강 지점을 지켰다. 곧 아 론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나는 소녀에게 손짓했다.
“다음은 내 차례군. 와라.”
“나 말인가?”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나는 픽 웃고는 소녀를 안았다.
“꽉 잡고 있어. 놓치지 말고.”
“아,알았다.”
지상까지 거리는 약 15m.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내려 가기에는 어려운 높이다. 우리 다섯 명은 훈련소의 장애물 코스를 통해 이런 방법도 익힌 상태였다. 마법사 인 이올카도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가죽 장갑을 꽉 쥐고는 로프 를 붙잡았다.
소녀가 겁먹은 눈으로 내게 매달 려왔다. 나는 난간을 한번 걷어찬 뒤,그 동력을 이용해 아래로 하강 했다.
핑!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소녀의
은발 몇 가닥을 뚫고 지나갔다.
“읍!”
소녀는 삼키는 듯한 비명을 지르 며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오른손으로 밧줄을 잡고,왼 손으로 소녀를 안은 채 빠르게 떨어 져 내려갔다. 바닥에 닿기 직전 옆 의 벽을 걷어차 속도를 줄였다. 무 사히 착지했다.
“끝이다. 떨어져.H
소녀는 허둥지둥 내게서 물러났 다.
나는 근처를 살폈다. 일반인은 거 의 빠져나간 상태였고,주위에서는
병사들이 속속들이 충원되고 있었 다. 화염의 벽을 두르긴 했지만,전 방위를 커버하지는 못한다.
나는 위를 향해 외쳤다.
“서둘러라!”
병사 한 명이 기묘한 괴성을 지르 며 내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검을 맞대어 튕겨낸 뒤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옆에서는 에디스 와 아론이 분투하는 중이었다. 나도 대열에 합류해 달려드는 병사를 한 명씩 처리했다.
[‘아론(★★)’이 출혈 상태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 합니다.] [‘아론(★★)’이 중독 상태에 걸렸 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 합니다.]
나에게만 보이는 영웅의 상태 변 경 메시지가 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잠시 후 이올카가 로프를 타고 내
려왔고,마지막으로 제나가 뛰듯이 따라왔다.
“후, 벗겨지는 줄 알았네.”
이올카와 제나가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던졌다. 암살자의 시체 에서 강탈한 것이었다.
이걸로 대상은 확보했고,파티원 도 무사했다.
이제 필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클리어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다.
광장 저편과 신전의 입구에서는 병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 다.
“왼쪽 길로 뛰어. 죽기 싫으면.”
소녀는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 다.
우리는 소녀를 둘러싸듯이 원진을 그린 채 마주 뛰었다.
뒤에서 추격해오는 병사가 소리쳤 다.
“놈들을 놓치지 마! 마녀와 그 추 종자들을 추격하라!”
마,마녀라고?”
“너인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소녀의 안색이 까맣게 죽었다. 광장의 왼쪽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서 병사의 무리가 튀어나왔다.
중갑을 걸친 기사가 할버드를 높 이 들어 올렸다.
“너희들은 가지 못한…“ 컥!” 제나의 화살이 기사가 걸친 갑옷
의 틈을 관통했다.
나는 휘청거리는 기사의 머리통을
방패로 후려쳤다. 에디스가 지나치 면서 놈의 목덜미를 깊게 베었다.
“죽여!”
“죽여라!”
대로를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이 나타났다.
수는 어림잡아 30명 이상. 이 녀 석들 때문에 시간을 지체한다면 곧
뒤의 병사들에게 포위당한다.
“이쪽으로.”
에디스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에는 구불구불하게 얽힌 골목 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에 디스를 따라 들어갔다.
“길은?”
“지붕에서 파악해뒀어.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바깥쪽에 닿을 수 있을 거야.”
골목 입구에 병사들이 들이닥쳤 다.
이올카가 손짓하자 반쯤 무너져 있던 담장 한쪽이 부서지더니 입구
가 틀어막혔다. 병사들은 바깥에서 아우성쳤으나,당분간은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좁은 길을 얼마쯤 걷자 작은 공터 가 나팠다.
에디스는 뒤의 소녀를 흘낏 돌아 보고는 벽돌 위에 앉았다.
“잠깐만 쉬자.”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소녀는 가쁜 숨을 흘리며 헉헉대
고 있었다. 휴식이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소녀는 흙바닥 위에 주저앉 았다.
“어찌 이럴 수가……
소녀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혼잣말 을 중얼거렸다.
나는 물약을 꺼낸 뒤 한 모금 들이 켰다. 딱히 부상이 없어도 물약 자 체가 체력 회복의 효능이 있었다. 온몸에 활기가 살짝 감돌았다.
“5분만 쉬고 움직인다.”
이올카가 막은 통로는 얼마 버티 지 못한다.
이곳도 곧 발견되고 말 것이다. 골 목에서 둘러싸이면 대로에서 갇히 는 것보다 벗어나기 힘들었다.
“……”
원래의 계획은 이곳에서 휴식한
다음 거리로 빠져나와 출구를 단숨 에 돌파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둘러싸인다고 해도, 이올카가 화염 마법을 3단계까지 충전한다면 어떤 식의 포위든 일시 적으로 길을 뚫을 수 있다. 그리고 대상을 탈출로까지 유도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호위 임무의 클리어 판정을 얻을 수 있다. 그간의 훈련 으로 이올카도 최대 충전 마법을 써 도 기절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었 다.
“아론.”
“예.”
“상처는?”
”……눈치채셨군요.”
아론은 고개를 수그렸다.
아론의 옆구리에는 단검이 박혀
있다. 스며 나오는 피는 보랏빛이었 다.
병사 사이에 드문드문 섞인 암살 자에게 당한 것 같았다.
‘중독.’
하급 체력 물약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