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64
64. 가치와 무가치(2)
이른 새벽에 일어나 클로에가 차 려주는 식사를 마친 뒤,훈련소로 나갔다.
평소처럼 같은 스케줄을 반복하고 늦은 저녁에 복귀, 던전에 가는 일 은 없었다. 일과였던 요일 던전도 1 파티의 멤버는 열의였다.
15층 공략 뒤, 암케나는 우리보다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주로 하는 일은 서브 파티 육성과 자원 수집이었다.
오전 훈련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 러 식당으로 가는 길.
나는 시공의 틈에서 빠져나오는 한 무리의 영웅들을 발견했다. 방금 요일 던전을 마친 파티였다. 거기에 는 목수인 에녹이 섞여 있다. 에녹 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무리와 따로 떨어져 창고로 들어가 려는 에녹을 내가 붙잡았다.
“무슨 일이냐?”
“일을 안 합니다.”
에녹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 다.
“나뭇가지나 몇 개 던져두고 숲에 서 노닥거리더군요. 덕분에 저 혼자 실컷 고생했습니다.”
에녹은 시시덕거리며 숙소로 들어 가는 사람들을 노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감정 변화가 얼마 없는 에녹이 이 런 표현을 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군요. 그때는 저런 사람들은 죽는 수밖에 없었는 데. 세상 좋아졌지 않습니까?”
“그런가.”
“수고하십시오.”
에녹은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에 서 목재를 장비 제작소로 운반하려 는 모양이었다. 유능한 목수인 그는 물샐 틈 없이 바빴다.
나는 하늘을 보았다.
암케나는 접속해 있는 중이었다. 요일 던전이든 훈련이든 성과가 전 과 같지 않다는 점은 알았을 것이 다. 운영 효율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흐음.’
방법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대량 합성을 거치는 것. 그럴 경우 거의 모든 2세대 영웅들 이 희생될 것이다. 그러나 작업이나 훈련 효율은 높아진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어쩔 수 없으니.
이 방법은 적지 않은 단점이 있다.
합성을 남용한다면 대기실의 스트 레스 수치가 극도로 높아진다. 따라 서 대부분의 마스터는 적당한 수위 에서 합성을 하면서 스트레스 수치 를 조절하는 편이었다.
두 번째는 공포와는 다른 동기를 영웅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
암케나는 이대로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첫 번째든,두 번째든 결정을 내리 기는 내릴 터였다.
나는 숙소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 메뉴는 닭을 끓인 스프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훈련소에서 검을 매만지고 있는 데, 마법 전당의 문이 열리더니 이 올카가 나왔다.
이올카는 훈련은 쉬었지만, 연구 는 쉬지 않고 있었다. 마침 오늘분 의 연구를 무사히 끝마친 것 같았 다.
영웅 반응성을 올린 이후,빼먹지 않고 꾸준히 연구했으니 포인트가 꽤 많이 쌓였다.
암케나는 곧장 연구 상태창을 띄 웠다.
[연구!] [현재 개발도는 위와 같습니다.] [1. 영웅 반응성 연구(Lv.l)] [2. 시설 확장성 연구(Lv.O)] [3. 던전 심화성 연구(Lv.O)]커서가 움직여 2번을 골랐다.
됩니다.] [Tips/시설 커스터마이즈란 마스 터의 입맛대로 시설의 구조를 변경 하는 기능입니다. 마스터만의 대기 실로 꾸미고 바꿔보세요!]
영웅 반응성 때와 달리 눈에 띄는 이펙트는 없었다.
기능 개방을 알리는 메시지가 조 촐하게 표시될 뿐이었다.
시설 커스터마이즈.
시설의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시 스템이다. 수십 가지의 건축 툴이 제공되며,마스터의 조작에 따라 복
잡다단한 시설도 구현할 수 있었다. 나는 물병을 들이켰다.
시설에 대한 연구를 끝마쳤다. 대
기실 개편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대기실을 확장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영웅도 많아졌다. 타당한 선택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에디스와의 대련을 끝마친 아론이 다가왔다.
15층에서 돌아온 이후 아론은 아 침부터 밤까지 훈련 삼매경이었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
“그 몸으로? 1분도 못 버틸 텐데.”
“전 괜찮습니다.”
”무리한다고 세질 것 같냐?”
“그렇지만……
나는 벽에 기대어진 장검을 벨트 에 걸쳤다.
자정이 되기에는 이른 저녁,훈련 소는 1파티와 2파티의 멤버를 제외 하고는 텅 비어 있다. 3파티는 전투 에 나가 있었다.
아직 빠른데. 어디 가시게요?” 제나가 사격장에서 나오며 말을
걸었다.
“가는 거 아냐. 불린 거지.”
“네? 무슨……
[모두 광장으로 집합!]이셀의 우렁찬 목소리가 모든 대 기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말이다.”
“이런 건 또 어떻게 예측하셨대 요.”
“어쨌든 집합이다. 훈련은 정지. 하던 것들 정리해.”
도구를 진열장에 되돌려놓은 뒤 우리는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웅 성거리고 있었다. 광장이 좁게 느껴 질 정도의 숫자였다. 암케나는 하루
에 최소 한 번은 뽑기를 시행했었 다. 전부 무료 뽑기였지만.
제나가 위를 올려다보고 중얼거렸 다.
“마스터가 모두를 부르는 건 또 처 음이 네요.”
”합성하려는 거 아닐까?”
에디스의 표정이 걱정스레 변했
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10명 빼고는 다 합성되겠네.” “수가 좀 많지 않아?”
“다시 뽑으면 되는데 뭐가 문제
야?”
“전부 희생시키는 건……
“그렇겠지.”
나는 광장에 모인 영웅들을 둘러 보았다.
클로에와 에녹을 비롯한 보조직 인원들. 나와 제나,에디스를 합친 전투직 인원들. 그리고 이도저도 아 닌 무쓸모한 것들. 세 번째 종자들 은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시선 을 피했다.
[모두 모였지? 던전에 나간 애들 말고는 빠진 사람 없어? 자다가 안 왔으면 혼날 줄 알아!]“다 왔어요.”
클로에가 말했다.
이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 더니 말했다.
[지금부터 대공사를 할 거야. 그 러니까 너희들은 창고에 박혀서 나 오지 말고 있어. 휘말리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공사라면…… 저번에 했던 그거군 요!”
제나가 눈이 빛났다.
“하긴, 사람이 늘어나긴 했어요. 공사할 때가 됐죠. 어떻게 바뀌려
공사라니?”
“언니는 늦게 와서 모르겠네요. 마 스터가 대기실에 시설을 만들어줄 때가 있거든요. 이번엔 따뜻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이 생겼으면 좋겠는 데.”
에디스의 질문에 답하며 제나는 싱글벙글 웃었다.
[여기 있는 전원,창고로 들어간 다. 실시!]창고의 문이 덜컹 열렸다.
사람들은 창고로 줄줄이 입장했 다. 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 창고 안은 춥고 어두웠다. 사람들이 불안한 얼굴로 소곤거렸
다. 아론이 내게 물었다.
“형님은 뭐가 생길 거라 보십니 까?”
“글쎄다.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만.”
“기대대로라뇨?”
“보면 알아.”
시설의 레벨을 올릴 만한 타이밍 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암케나는 확장성 연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업그레이 드를 시작했다.
의도는 명백했다.
시설을 지을 젬도 중분했다.
암케나는 저번 과금 이후로 유료 뽑기를 한 번도 안 한 상태였다.
건축을 안내하는 메시지가 떠올랐 다.
[시설을 구축합니다. 원하시는 시 설 종류를 터치해주세요.] [‘숙소 Lv.3’를 선택하셨습니다. 해당 건물을 증축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 [숙소가 3레벨이 되었습니다. 영웅 보유 제한이 늘어납니다.]
숙소를 시작으로 건축 완료창이
줄줄이 이어졌다.
[’숙소’의 부속 건물 ’목욕탕’을 선 택하셨습니 다. 건축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숙소’의 부속 건물 |휴게실’을…….] [‘숙소’의 부속 건물 ‘식당’을…….] [‘훈련소 Lv.3’를…….]
쿠르르르.
때아닌 진동이 대기실을 흔들었 다.
사람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목욕탕이 완공되었습니다! 영웅 들의 시설 만족도가 향상됩니다.] [휴게실이 완공되었습니다! 영웅 들의 피로가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 다.] [식당이 2레벨이 되었습니다! 영 웅에게 질 좋은 식사가 제공될 것입 니다.] [훈련소가 3레벨이 되었습니다! 영웅의 훈련 효율이 높아집니다!] [Great!] [시설의 난립에 따라 광장이 Lv.3으로 진화합니다!] [Excellent! ] [대기실이 레벨 2로 진화합니다! 층수가 늘어납니 다. 보다 많은 시설 을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암케나는 조작을 쉬지 않았다.
시설창에 이어서 커스터마이즈 창 이 열렸다.
[시설의 구조를 변경합니다.] [외부 맵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 습니다.]제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마스터는 알고 있죠? 그분이 우 리를 위해 새 건물을 만드는 중이에 요. 우리도 처음에는 허름한 곳에서 지냈다구요.”
“시설이 좋아진다는 말이오?”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잘 됐군! 침대가 불편했는데.”
“새로운 요리를 먹어볼 수도 있 나?”
어느새 사람들은 화기애애 떠들고 있다.
얼굴에 짙은 기대가 어려 있었다.
[공사 끝! 창고에서 나와도 돼.]광장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왔다.
“오오, 정말이구만! 건물이 바뀌 었어!”
누군가 화색이 가득한 얼굴로 감 탄했다.
나는 일행의 가장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2층이 생겼네.’
광장의 구조는 저번과 별다를 바 없지만, 구석에 위로 향하는 높은 계단이 세워져 있다. 계단 너머로는
투명한 천장이 있었다. 1층의 천장 이자,2층의 바닥 너머로 하늘이 그 대로 투과되어 보였다.
“목욕탕! 목욕탕!”
“신기하네.”
제나가 숙소로 향해 뛰었다. 에디 스가 중얼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창고로부터 숙소에 이어지는 작은 행렬이 생겼다.
숙소도 3레벨이 된 만큼 2층으로 바뀌었을 터였다. 훈련소도 마찬가 지.
즉, 대기실 전체가 1층에서 2층 구조로 바뀌었다.
1중 숙소.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 대신 당 혹이 떠올라 있다.
에디스가 중얼거렸다.
“왠지 더 안 좋아진 거 같지 않 아?”
“그렇군.”
방난로가 없어졌다. 소파도 없어 졌다. 카펫이나 액자 같은 장식품도 몽땅 사라졌다. 로비에는 앉으면 부 러질 것 같은 의자 몇 개가 덩그러 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저번에는 안 이랬는데?”
제나가 난처한 얼굴로 중얼거렸 다.
젊은 여자가 복도에서 걸어 나오 더니 말했다.
“침대도 사라졌어요. 바닥에서 자 라는 것도 아니고!”
“아닌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있지.”
나는 앞으로 나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나는 로
비 구석에 세워진 계단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계단 안 보이나? 올라가면 되잖 아.”
“혹시!”
제나가 눈을 반짝이며 계단을 타 다닥 타고 올랐다.
비로소 사람들이 이해했다는 듯 제나의 뒤를 따라갔다.
2층은 사람들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부드러운 카펫과 벽난로. 푹신한 소파. 방에는 고급 시트가 깔린 침 대가 있었고 목욕탕은 따뜻하고 깨 끗한 물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기쁨에 찬 얼굴로 각자 어디에 묵을 지 방 배정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물론 1층에 묵는다는 사람은 없었
다.
[왜 쓸데없는 소리들을 하고 있 어?]
“쓸데없는 소리라니……
[아직 안 끝났어. 다들 2층 광장으 로 모여! 너희들이 묵을 방은 마스 터가 직접 배정할 거야.]
이번에는 2층의 광장에 모두가 모 였다.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했지만 2층 에서는 1층의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시설의 세부 사항을 설정합니
다.] [숙소를 선택하셨습니다. 부속 건 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식당 Lv.2, 목욕탕 Lv.l, 휴게실 Lv.l] [식당 Lv.2] [담당 관리인 : ‘클로에(★)’,’아 마린 (★)’] [가능한 요리 종류 : 고기,감자, 과일…….]
시야 한쪽에서 암케나의 조작창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
는지 웅성거렸다.
에디스가 눈썹을 찡그렸다. “마스터의 의도를 모르겠어.”
나는 피식 웃었다.
암케나가 하고 있는 일은 간단하
다.
대기실에 계층을 만들고 있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