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67
67. 탐험 던전(1)
이튿날,
세면을 끝마친 뒤 로비로 나왔다. 한번의 증축을 거친 로비는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할 정도로 호화로웠 다.
옆의 복도를 통해 식당으로 갔다. 2레벨이 된 식당 또한 깔끔함을
갖추고 있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길쭉한 테이블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서 제나가 아침을 먹는 중이었다.
“오빠,일어나셨어요?”
제나는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 다.
손을 흔들면서도 입가를 우물거린 다. 그 앞에는 빵과 베이컨,고기 스 류가 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오늘 아침은 엄청 맛 있지 뭐예요. 덕분에 실컷 먹고 있 어요.”
제나는 베이컨 조각 하나를 입에
넣었다.
기분이 좋은지 눈이 풀어졌다.
“당연하지. 먹는 입이 줄었으니 까.”
나는 제나 옆의 의자를 끌어내어 앉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스튜에는 고기가 한 조각뿐이었고 베이컨은 질기기 그지없었다. 빵은 딱딱하고 퍽퍽했 다. 재료를 떠나서 요리할 시간이 모자랐다. 35인분의 식사를 두 명이 서 준비해야 했으니.
인원이 반절 이상 줄어든 지금은 1인당 재료 사용량이 대폭 늘었으
며,준비 시간도 여유로워졌다. 요 리사가 하루종일 쉬지도 못한 채 고 생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1층의 영웅들은 감자 껍질이나 벗 기고 있겠지만.
제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식사를 이어갔다.
제나의 피부가 유난히 반들반들해 보이는 이유는, 어젯밤 내내 목욕탕 에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나도 내 몫의 요리를 받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뒤 제나와 광장으로 나왔다.
2층의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당
연한 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노닥 거릴 정도로 게으른 놈은 2층에 올 라오지 못한다. 다들 밤을 새서 자 고 있거나, 혹은 이미 시설이나 훈 련소에 나갔을 것이다.
훈련소의 문을 열었다.
목각인형에 창을 내지르고 있는 아론이 보였다.
이 녀석은 어제도 가장 늦게까지 훈련소에 있었으며,오늘도 가장 일 찍 훈련소에 나왔다. 아론 외에는 우리가 다음으로 빨랐다. 2파티는 우리보다 활동 시 간이 좀 늦은 편이 었다.
“오셨습니까.”
아론은 창을 접은 채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4시간은 잤냐?”
“3시간 정도일 겁니다.”
“너도 참 기막힌 놈이군.”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함께 창날
이 목각인형에 파고들었다.
한 차례 동작을 끝낸 아론이 우리
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기초 체력 훈련이 시작됐다.
레벨 3이 된 훈련소의 가장 큰 변 화라고 한다면,개인 훈련실과 대련
장이 생겼다는 점이다.
개인 훈련실은 벽으로 나뉘어 있
었고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구 조였다. 새벽에만 했던 광폭화 훈련 을 이제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었 다.
대련장은 2층 훈련소 중앙에 있는 사각형의 높은 단(壇)을 말하는 것 이다.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었으며 철책으로 사방이 막혀 있었다. 다른 공간과의 차이라면 고속 회복이 듣 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대 기실의 치유 특성을 이용한 꼼수가
통하지 않았다. 즉 실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대련할 수 있다는 뜻이었 다. 물론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면 재빨리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30분쯤 지나자 이올카가 하품을 하면서 나타났다.
이올카는 트랙을 달리는 우리를 무심한 듯이 쳐다보고는 마법 전당 으로 들어갔다. 이올카의 훈련 휴가 는 오늘까지. 그렇다고 펑펑 노는 것은 아니다. 이올카는 육체 훈련이 없을 때는 전당의 도서관에서 마법 공부를 했다.
얼마 뒤, 2파티까지 합류해 대강
의 인원이 갖춰졌다.
언제나처럼 바쁜 하루가 시작됐
다. 나는 훈련의 휴식 시간마다 1층 광장으로 내려와 관찰을 했다. 며칠 전과 달리 퍼질러 있는 인원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훈련소에 가 있거나 시설에서 보조직들에게 기술을 배 우고 있는 상태였다.
’두 명이 유력하군.’
나는 1층 훈련소의 열린 문을 통
해 안을 구경했다.
1층 훈련소에서는 한창 벨키스트
가 다른 영웅들과 다대일 대련을 하 는 중이었다. 대련이라지만 그들은
진검을 들고 있다. 아마 벨키스트의 요청이었으리라. 벨키스트는 1파티 외에 대련에서 진검을 사용하는 유 일한 녀석이었다.
‘성격은 패도적. 겁이 없음. 재능 은 상위.’
일례로, 벨키스트가 어제 각성한 야성이란 스킬은 습득를 1% 미만의 희귀한 능력이었다. 침착성이나 광 폭성과는 다르다. 야성은 공포나 분 노 같은 상태이상을 전투력으로 바 꾸는 패시브로서,강제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스킬과 조합하면 어마무 시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쪽을 살폈다.
검은 단발에 냉막한 인상의 여자 가 가느다란 세검으로 목각인형을 후벼 파고 있었다. 네리사 이요르. 세검과 단검을 교대로 사용하는 쌍 검 사용자였다.
전투력 자체는 벨키스트보다 떨어 지지만,기본적으로 성격이 냉정하 고,침착했다. 또한, 은신이나 잠행, 정보 파악 등의 특수 행동에 남다른 센스를 갖고 있었다. 제대로 키우기 만 하면 준수한 도적 타입으로 성장 할 것이다.
”나머지는 볼 것 없군.’
벨키스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한 명이 나동그라졌다.
셋이서 하나를 합공하는 상황이었 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상대가 된다면 네리사 정도. 저들도 두 명과 비슷한 시기에 소환된 3파 티였지만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졌 다.
세 명을 바닥에 눕힌 벨키스트는 이쪽을 보더니 입가를 달싹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뜻은 알 수 있었다.
‘선배도 해볼 거요?’
“건방진 새끼.”
나는 피식 웃고는 검을 뽑아 들었 다.
그리고 1층의 훈련소로 들어갔다.
당연하다시피 벨키스트는 내 상대 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조져놓으면 당분간 조 용해질 것이다. 전신이 난자당하는 상황에서도 고통을 참은 것은 칭찬 해줄 만했다.
저녁까지의 일과가 끝나자 암케나 가 접속했다.
암케나는 어제 뽑은 하급 영웅들 을 재차 임무에 보낸 뒤, 요일 던전 순회를 시작했다. 시설 4레벨부터는
젬 외에도 광석,목재, 가죽 등의 재 료가 필요해진다. 이제부터는 파밍 을 담당하는 채집직이라는 보직이 따로 생길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1 파티,모여!]이셀이 우리를 부르는 것은 사흘 만이었다.
훈련 스케줄을 끝낸 다음, 2층 숙 소의 방에서 대기실의 현황을 분석 하고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료를 정리하고 나서 광장으로 나 왔다. 광장에는 나를 제외한 1파티 의 멤버가 모여 있었다.
[아휴, 위아래를 오가는 것도 힘 들어 죽겠다니까. 나이가 들었나.]이셀은 어깨를 두드리며 투정을 부렸다.
이올카가 흥미 없다는 듯 이셀의 말을 끊었다.
“용건은요? 던전 등반인가요?” “등반은 아닐 거다. 한 명이 없어.” 나는 말했다.
아직 1파티와 2파티의 마지막 인 원이 채워지지 않았다.
15층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럼 왜 부른 거죠? 요일 던전을
갈 만한 멤버도 아닌 거 같은데.”
[마스터가 탐험을 명령했어.]“탐험?”
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탐험이라.’
메인 던전,요일 던전,그리고 마 지막으로 탐험 던전.
시공의 틈에서 상시 개방되어 있 는 삼종 컨텐츠였다. 탐험 던전은 10층을 깨면서 열렸는데, 15층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보내려는 것 같 았다.
[1 층에 내려가. 시공의 틈을 열어 놨으니까. 나는 쉴 틈도 없이 바쁘 다구.]이 셀은 볼을 부풀리더니 별가루를 뿌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1층에서 나타나 다른 파티의 인원을 호명했다. 외치는 목 소리에는 날이 서 있다. 과도한 업 무량이 불만이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아래층의 계단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제나가 차원의 틈을 가리켰다.
“2층에도 비슷한 문이 있는 거 같 은데,저기로는 못 가나요?”
“저기는 못 써.”
차원의 틈의 개방 조건은 20층을 클리어하는 것.
아직 멀었다.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갔다.
시공의 틈이 열려 있었다. 들어가 려고 하는데 아론이 입을 열었다.
“그 탐험이라는 것은,꼭 필요한 임무입니까?”
“꼭 필요하진 않아.”
나는 답했다.
탐험 던전은 상급 컨텐츠를 즐기 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메인 던전이나 요일 던전에 비해서는 아직 필요성 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암케나도 15 층을 쩔 때까지 보내지 않았던 것이
다.
“그래도 시간은 꽤 많이 잡아먹을 거야. 최소 하루 이틀. 대기실 시간 으로는 더 걸리겠지.”
“뭘 하길래 그렇게 오래 걸리죠?”
“글쎄다. 가보면 알지 않겠냐?”
“당신도 모르는 게 있군요.”
따돌리기 위한 말이 아니다.
탐험 던전은 마스터가 집적적으로 볼 수 없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영 웅을 탐험 던전으로 보내면 희귀 재 료와 강림석, 아주 가끔씩 영웅까지 데려오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마스터,영웅에게 지참금을 들려 주세요! 영웅들의 탐험이 더욱 수월 해질 것입니다.] [영웅에게 골드를 주시겠습니 까?] [권장 一 1인당300G] [Yes(선택) / No]암케나가 ‘Yes’를 누르자,허공에 서 가죽 주머니가 떨어졌다.
가죽 주머니에는 황금빛으로 번쩍 이는 금화가 들어 있었다. 나는 주 머니를 집어 들었다.
“출장비를 주려나 본데.”
주머니 안을 살폈다.
500원 동전만 한 금화가 총 12개.
시스템을 봤을 때 한 명에 3천 골드 였으니, 한 닢당 1천 골드인 것 같았 다. 나는 파티원들에게 금화를 세 닢씩 나누어주었다.
“갖고 돌아가면 비싸기는 하겠군 요.”
이올카가 중얼거렸다.
번쩍거리는 금화였지만 대기실 내
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제나는 호기심을 표시했지만, 이올카나 아 론은 소 닭 보듯 하는 시선이었다.
‘골드라.’
탐험 던전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 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다.
나는 금화를 품속에 집어넣고 시 공의 틈으로 들어갔다. 다섯 명이 들어오자 문이 닫혔고,오른쪽의 거 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각종 희귀한 재료를 수집하라!]
[탐험 던전 : 탐험 가능(하임 반 도)]
하임 반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타오니어의 지
명 중 하나였다. 5층과 10층의 무대 였던 지역이기도 했다.
탐험 던전은 10층마다 보낼 수 있 는 구역이 늘어나는데 그 구역의 이름이 계정마다 달랐다.
“긴장은 풀지 마라. 싸울 수도 있 어.”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탐험 던전에 보낸 영웅이 죽어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전투가 벌어 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 만 사망률은 메인 던전에 비해서 극 히 낮았다.
오른쪽의 거울에서 뿜어지는 빛이
강해졌다.
빛은 시공의 틈 전체를 감싸 안았 다.
그리고 빛이 걷혔을 때,우리는 낯 익은 장소에 와 있었다.
[_1파티’가 탐험을 시작합니다!] [탐험 위치 – 하임 반도] [귀환까지 남은 시간 一 48 : 00 : 00] [Tips/던전 심화성 연구를 끝마치 면 영웅의 체류 시간이 늘어납니다. 수집할 아이템의 종류를 영웅에게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이올카가 한숨을 쉬었다.
“또 여기네요.”
나는 근처를 둘러보았다.
저 멀찍이 강이 흐르고 있다. 오른
쪽으로는 울창한 숲이 보였다. 앞으 로는 높은 성벽이 세워져 있었다. 몇 번이나 봤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장소였다.
‘넬사로군.’
예상대로였다.
우리는 두 번의 보스 스테이지를 거친 도시에 돌아와 있었다.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전투 상
태가 아니라는 것 정도. 어딜 보아 도 싸움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나가 눈썹 위에 손을 올리며 주변 을 살폈다.
“이상해요. 우리가 돌아갈 땐 엉망 이었잖아요. 숲도 다 불타고,성벽 도 다 망가졌는데. 사람도 많이 죽 었고요. 지금은……
“멀쩡하다는 거지요.”
이을카가 부채를 펼쳤다.
제나의 말대로 넬사는 멀쩡했다. 불탄 숲도,평원에 가득하던 시체 도,반쯤 무너져 있던 성벽도 원래 대로 돌아와 있었다.
“하도 황당한 일이 많아서 이 정도 는 놀랍지도 않네요.”
“형님,저희가 해야 할 일은 뭡니 까? 적을 찾아서 처리하면 됩니까?”
나는 옆을 보았다.
마차를 끌고 가던 마부가 우리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채찍질을 하면서 도시의 입구 를 향해 멀어져갔다.
그 밖에도 길에는 도시를 오가는 행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관심 있게 보거나 혹은 무시했다. 저들에게 우리가 보 인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러나 적
의가 엿보이지 않았다.
“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만.” 나는 중얼거렸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한번
둘러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