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69
69. 탐험 던전(3)
여관을 빠져나왔다.
소년은 일이 바쁘다며 튕겼지만
나는 놓아주지 않았다. 최소한 안내 까지는 받아야 금화의 수지가 맞는 다. 어거지로 윽박지르자 소년은 투 덜거리면서 길을 앞서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저녁까지
일 끝내야 하는데••••••
“몇 마디 깔짝이는 걸로 금화값이 되겠냐?”
소년은 입술을 비죽 내밀더니 멜 빵 가방을 고정시켰다.
나는 거리를 빠르게 걷는 소년의 뒤를 따라갔다. 소년은 여관이 있는 사거리를 지나 내성 방향으로 나아 가는 중이었다. 통행인의 머리 너머 내성의 성벽이 희끄무레 보였다.
도시의 바깥이 아닌 안으로 가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떠을릴 수 있었
다.
이 꼬마가 나를 속이 려 하거나, 혹 은 던전이 도시의 안쪽에 있거나.
직접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결과는 5분 뒤에 나왔다.
거리 안쪽으로 나아갈수록 용병들
의 숫자가 많아진 것이다. 잘린 다 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들것에 실 려 나가는 사내도 있었다.
소년은 다친 사내를 보고는 인상 을 찌푸렸다.
“이래서 오기 싫었다니까요.”
“던전이 도시 안쪽에 있나 보군.” “정확히 말하면 도시 중앙이죠. 신
전 바로 옆에 있어요. 이번 던전은 넬사의 침공이 끝나자마자 생겼다 고 해요.”
소년은 성문을 통해 내성으로 넘 어갔다.
바로 앞에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벽돌로 만들어진 높은 탑. 10층에서 정찰을 할 때 사용했던 종탑이었다. 오른쪽에 성당이 있는 것도 똑같았 다. 소년의 말대로라면 성당이 아닌 신전인 것 같았지만.
,……저건.’
종탑과 신전 사이, 낯선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거대한 계단이었 다. 계단 주위로 높고 튼튼한 철망 이 둘러쳐져 있다. 철망 가운데의 입구에 화려한 은빛 갑옷을 입은 기 사가 서 있다. 철망 근처에는 용병 과 노점상,사제가 곳곳에 퍼져 있 었다.
“저 계단이 던전 입구예요. 알아보 기 쉽죠?”
“별거 없어 보이는데.”
“에이. 별거 없으면 저렇게 경비를 서겠어요? 던전에서는 제가 말한 돌 외에도 각종 보물들이 쏟아져 나온 다구요. 금화나 보석, 비싼 장비들
까지! 그야말로 보물 광산이죠. 뭐, 까딱하면 못 나오지만요.”
남자 두 명과 여자로 이루어진 파 티가 계단으로 들어가려 했다.
기사가 앞을 막아섰다. 선두의 남 자가 나서서 은으로 빛나는 패를 제 출했다.
“교단이 던전의 소유권을 독점하 고 있어요. 저런 식으로 통행증을 팔아먹어서 이윤을 남기거든요. 안 에서 나온 보물도 일정량 가져가고 요. 순 양아치들이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로는 들어갈 수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정도면 금화값은 한 거 같은데,돌아가도 되죠?”
“수고했다. 가봐.”
하루종일 데리고 다닐 수도 있지
만 그만두기로 했다.
알 만한 것은 다 물어봤다. 나머지
는 스스로 찾아봐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또 궁금한 거 있으면 찾아와요. 그때는 서비스로 해드릴게요.”
“네가 어딨는 줄 알고?”
“알아서 찾으셔야죠!”
소년은 헤실거리고는 행인 사이를
잽싸게 빠져나갔다.
나는 계단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나무 밑동에 걸터앉았다. 금화로 통 행증을 살 수 있다. 직접 가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파티원들을 떨어뜨려 두고 온 상 태였고,공략할 여유도 부족했다.
시야 상단에 짤막하게 표시된 복 귀 예정 시간은 45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용병들을 살펴보자면 하나같이 짐을 바리바 리 싸 들고 있다. 열린 가방의 틈새 로는 취사도구가 보였다. 하루 이틀
로는 공략이 힘들다는 의미였다. 쉬라고 보낸 파티원을 재소집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프리아시스의 근황과 강림석을 얻
을 수 있는 던전의 존재를 알아첸 것. 두 가지 정보만으로 소득은 충 분했다.
나중에 다시 오면 된다.
대기실을 오래 비워도 맡겨놓을
수 있는 인물을 구한 다음에. 이것으로 대강의 정보 수집은 끝
났다.
‘할 게 없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이 하루도 안 되어 끝나버렸다. 근처의 용병들에게 던전에 대해 묻 는 것도 괜찮겠지만 별로 내키지 않 는다.
애초에 용병들은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 들어가는 이는 거의 없다.
벽을 넘을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아마 대부분이 후자일 것이다.
약 30분 정도 관찰한 결과,비율 은 10 대 1 이하.
다만 통과 가능한 자가 앞서나가 면 동료도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 다. 따라서 꼽사리를 끼러 왔다는 뜻이 된다. 그들은 혼자인 통과 가
능자가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었 다.
나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겼다. 확신하건대,나는 넘을 수 있다. 어차피 시간도 남는다. 쉰다고 해
도 흥미가 땡기는 게 없다.
‘파티를 모아서 들어가 볼까.’ 밑져야 본전.
만약의 일이 벌어지면 버리고 나 오면 된다.
내가 결심하고 일어났을 때, 누군 가 옷깃을 잡아당겼다.
“형,아직 있었네요!”
30분 전에 나를 떠난,그 소년이
었다.
소년은 묘하게 흥분한 기색이었 다.
“뭐냐? 일하러 간다면서.”
“그게 있죠. 형이 준 금화를 보석
상에 감정하러 갔는데,생각보다 값 이 비싼 모양이에요. 고대에 취급하 던 금화라나 뭐라나.”
“그래서?”
“저,그게……
“더는 못 준다. 조그만 게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아니거든요!”
소년은 볼을 부풀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공짜라구요,공짜. 아까 말한 서 비스,받고 싶지 않아요?”
“안 땡기는데.”
“마녀에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 데,말하지 않은 소문이 있어요.”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귀 에 입을 가까이했다.
“실은 그 마녀는 교단의 모함으 로…
“알아. 말할 필요 없다.”
“엑! 뭐라고요? 힘들게 알아냈는
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던전 탐사나 해보려고 했더니. 이 꼬마 때문에 흥이 식어버렸다.
소년은 내 뒤를 쪼르르 쫓아왔다.
“따라오지 마.”
“그럼 도시 안내를 해드릴게요! 제가 맛있는 음식점은 군데군데 다 알고 있거든요. 예전에 가이드 일도 했었어요.”
“필요 없다는데,왜 자꾸 귀찮게 굴지?”
나는 소년을 뿌리치고는 내성 밖 으로 향했다.
일단 금화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 는 환전을 해야 한다. 보석상으로
갈 작정이었다. 소년이 옆에 따라붙 어 다급하게 말했다.
“형이랑 제 동생이랑 닮아서 그래 요!”
“동생?”
“검은 머리에 검은 눈! 형, 동쪽의 소수민족 출신이죠? 제가 데리고 다 니는 애들 중에도 비슷한 녀석이 있 어요. 나이는 많이 어리지만.”
나는 걸음을 멈췄다.
불현듯 승급 당시의 광경이 떠올 랐기 때문이었다. 놈에게 불려가기 전,작은 방에서 여자가 어르고 있 던 아이. 그 아이도 검은 머리와 검
은 눈을 갖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 이셀이 나더러 하
임 반도 출신이라고 했었지.’
지금 탐험의 무대는 하임 반도였
다.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났다.
“처음 말을 걸었던 것도 신기해서
그랬어요. 그 녀석 말고는 처음 봤 거든요. 이름이…
“말하지 마라.”
“예?”
“입 다물으라고.”
“별로 특별한 이름도 아닌데…… 나는 소년을 내려다봤다.
소년은 몸이 움츠러들어서 머리를 끄덕였다.
‘아직은 아니다.’
그 외에도 생각할 거리가 차고 넘 친다.
고민을 한 가지 더 얹고 싶지 않았 다.
“보석상은 어디지?”
나는 걸음을 이어가면서 말했다. 굳어 있던 소년은 만면의 미소를
짓더니 안내를 시작했다.
공짜라지만 공짜가 아니다. 소년
의 쫑알거림 속에서 알 수 있었다. “고대 금화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듣기로는 고위 던전에서만 나온다 던데.”
“형,던전 사냥꾼이죠? 그것도 엄 청 강한. 딱 보면 느낌이 와요. 아니 면 그런 보물을 아무렇지 않게 뿌리 겠어요?”
“소문을 잘 몰랐던 건 던전 안에서 오래 계셔서 그런가요?”
나는 소년의 질문을 깔끔히 무시 했다.
보석상에서 금화를 다량의 동전으 로 교환한다. 주인은 고집 있어 보 이는 노인이었다. 굽실거리지 않는 것을 보면 후려칠 걱정은 없어 보였
다. 출처를 물어봤기에 받았다고만 답했다.
“던전 안의 물건을 살 만한 곳은?” “던전 전리품은 용병 협회에서 취
급해요. 제 말을 좀 들어주시면
“넌 바보냐? 내가 사냥꾼이면 너 한테 던전을 물어보겠어?”
“그렇지만……
소년은 왠지 모르게 절박한 표정 이었다.
“안내해라.”
용병 협회의 2층에 전리품을 취급 하는 진열대가 있었다.
핵심 아이템인 강림석은 취급하지 않았으나 그 밖에 다양한 물건을 팔 았다. 담당자는 각종 고급스러운 마 법 무구를 던전에서 줄토해서 판매 중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는 제나와 재회했다.
”어라,오빠. 혼자 가시더니.”
이곳에 왔다는 것은 던전의 존재 를 파악했다는 뜻이다.
변함없이 눈치가 빠르다.
“그 활은?”
나는 물었다.
제나는 손에 커다란 활을 들고 있 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된 활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예전에 오빠가 장궁도 필요하다 고 말했잖아요. 점원이 추천해주길 래 골랐어요. 마법 처리가 돼 있다 고 하는데, 좋아 보이죠? 금화 두 개 면 살 수 있대요.”
‘감정.’
[화려한 장궁]
[등급 – D시
[Magic! ]
[외견은 호화로우나 장궁으로서 크게 실효성은 없다.]
[비고 – ‘내구성 강화’의 마법이 걸려 있다.]등급은 D 마이너스.
어떻게든 쓸 수는 있겠지만,저런
등급이면 내가 선물한 단궁을 쓰느 니만 못하다.
“쓰레기군.”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요. 딱 히 돈 쓸데도 없고요.”
“그 돈으로 더 가치 있는 걸 사 라.”
나는 판매대 구석에 싸구려처럼 진열되어 있는 각종 돌을 가리켰다.
아무도 사가지 않아서 재고 처분 을 하는 모양이었다. 제나가 눈을 반짝였다.
“저건…… 속성석!”
“가져가면 마스터가 좋아하겠지. 승급석의 재료니까.”
“그렇겠죠? 그럼 이 장궁은…”
“버려.”
하급 속성석 외에도 아이템이 몇 몇 눈에 띄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재생석이라는 물건이었다. 재생석은 클리어로 인 해 폐쇄된 보스 스테이지를 체험하 게 해주는 아이템으로서, 비록 경험
치는 얻을 수 없지만,임무 경험만 은 고스란히 영웅에게 전달할 수 있 었다.
잘 나오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운 이 좋은지 마침 몇 개가 보인다.
1파티와 2파티에 합류할 신규 영 웅들에게 사용하면 아주 요긴할 것 이다. 나는 그것을 쓸어담았다. 모 자란 돈은 제나에게 강탈했다.
“저 애는 누구예요?”
쇼핑을 끝내고 나오는데 제나가 고갯짓을 했다.
소년이 어색한 얼굴로 나와 제나 를 살피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 모르는 녀석이야.” “모, 모르는 사이 아니에요! 저는
이분의 전속 가이드라구요. 이름은 요슈예요.”
“그래,잘 가라.”
물어볼 것은 다 물어봤다.
저녁도 늦었다. 이대로 여관에 들
어가서 머물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 일이 되면 약속대로 제나와 놀아줘 야 한다.
“저는……
“빚이라도 졌냐?”
“형, 들어보세요! 제게 비밀스러
운 투자 플랜이 있는데……
귀찮다.
겁을 줘서 내쫓을 수도 있겠으나 동하지 않는다.
나는 제나에게 받은 금화를 던졌 다.
“어,그건……
“하나 남았잖아.”
“그렇긴 하네요.”
금화 한 개. 이상한 곳에 쓰지만
않는다면 놀고먹기에는 충분했다. 요슈는 굽실거리더니 금화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형님! 누님!”
어쭙잖게 뒤통수를 치려 했다면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
과한 느낌이 없잖아 들지만, 나름
대로 성실하게 안내한 보상이었다.
“이 정도면……
“이 정도면?”
“일 때려치워도 되겠네요! 투자 감사합니다!”
나는 픽 웃고는 말했다.
“투자라니. 사업이라도 벌이시려 고?”
“상세 내용은 비밀입니다,투자자 님! 알려지면 안 되는 거라서요. 그 래도 은혜는 반드시 돌려드릴게요. 맹세합니다!”
“안 갚아도 돼. 나한텐 별 가치 없 으니까.”
“아뇨, 전 빚 지고는 못 살거든요. 뭐든지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하 세요. 아,먼저 은인의 이름을••••••
별로 기대할 만한 것은 없다.
나는 적당히 생각한 다음 입을 열 었다.
“그 마녀,기회가 있으면 도와줘 라.”
“네?”
요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멀뚱히 서 있는 요슈를 내버 려두고 거리로 빠져나왔다. 제나가
따라붙어 말했다.
“아까 무슨 말씀을 나누신 거예
요? 마녀는 누구고요.”
“우리가 구한 꼬마 있잖아. 그 녀
석 이 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여관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아론이 없는데.’ 제나와 같이 있을 줄 알았더니. 물어보자 혼자 있을 곳을 찾아서
도시를 나갔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보나 마나 훈련을 하러 갔겠지. 대기실로 복귀하면 1파티의 휴식
기가 끝날 것이다.
또한,파티의 마지막 멤버가 정해
진다. 벨키스트나 네리사,둘 중 하 나가 유력했다. 아니면 두 명 모두 일 수도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거리 저 멀리 근처를 두리번거리
는 요슈가 보였다.
어차피 강림석을 얻기 위해 다시
올 장소였다.
나는 발걸음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