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71
71. 선발전(2)
1파티의 남은 자리는 하나.
지원자는 두 명이었다.
드래프트를 하기에도 인원이 맞지 않는다.
쓸 만한 녀석을 한 명 더 올려보내 거나,딱히 인재가 없다면 유료 뽑 기를 할 때였다. 하지만 암케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접속을 유지한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설픈데.’
어느 정도는 배운 것 같았지만 아 직은 운영이 미숙하다.
빈자리는 1파티와 2파티를 통틀 어 세 명. 보충 인원은 둘이었고, 두 명은 1파티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분쟁이 일어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 다.
나는 한숨을 쉬고 두 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벨키스트와 네리사는 냉랭한 표정 으로 대치하고 있다. 한때 동료였던
두 명에게는 서로에 대한 적의가 엿 보였다.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지?”
내가 말했다.
”빈자리는 하나. 둘 중 하나밖에 못 들어와. 나더러 한 명을 선택하 라는 건가? 얘기를 들었다면 제비를 뽑아서 파티를 나눈다는 걸 알고 있 을 텐데.”
“그 방식은 운에 치중되어 있습니 다. 다른 유효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효한 방법이란 게 내 선택에 맡 기는 거냐?”
네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벨키스트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
다. 암묵적인 동의였다.
나는 에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에디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복잡한 눈
빛을 짓고 있었다.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짚으며 에디스가 말을 이었다.
“네가 결정해, 한. 오기 싫다는 사 람을 억지로 데려오고 싶지는 않
“인원이 부족하잖냐. 파티가 안 돌 아갈 텐데.”
에디스는 말없이 한숨만 내쉬었 다.
나는 두 명을 다시 살폈다.
같이 싸워본 적은 없지만,몇 번의 대련과 상태창 관찰으로 개인적인 스펙은 추측하고 있었다.
순수 전투력을 따지면 벨키스트가 우위. 종합적인 센스와 활용성을 따 지면 네리사가 우위다.
두 명 모두 하급 영웅 중에서 드물 나게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 정신과 육체,기술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백 명 뽑아서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하지만, 완벽하게 보장하지는 못 한다. 영웅의 진가는 실전에서 드러 나는 법이었다.
“제비로 구하는 게 낫겠는데요. 누 구를 뽑아도 불만이 생길 것 같은 데. 정해둔 사람이라도 있어요?”
“글쎄다.”
이올카가 옆에서 속삭였다.
나는 손에 턱을 됐다.
’지랄맞은 태도만 아니었다면 쉽 게 골랐을 텐데.’
둘 모두 평범한 성격은 아닌 것 같
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자신보다 떨 어지는 것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 다.
팀워크를 맞추기 힘든 타입이었 다. 반대로 보면 강자존 약자멸의 법칙에 잘 적응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지.I
나는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깊이 맡겼다.
“운으로 정하는 게 싫다. 남의 손 에 맡기는 것도 싫다. 자기의 능력 대로 들어가고 싶다는 뜻이냐?”
“바로 그렇소.”
I,예.,,
두 명이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대련장의 철창을 가리켰다. “그럼 싸워라.”
두 명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너희들의 능력을 모르는데,
어떻게 뽑으라는 거냐? 두 명이서 붙어. 밑천 다 털으라는 거야.”
“무슨 뜻이신지.”
”효율적인 것을 좋아한다니 방식
을 바꿔주마. 너희 뒤의 대련장 보 이나? 그곳에서는 회복이 통하지 않 아.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싸워. 결 정은 그 다음에 하지.’’
훈련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에디스가 다가와서 말했다.
“조금 과격하지 않아?”
“두 명이 1파티에 들어가겠다며
깽판 친 건 안 과격하고?”
얌전하게 나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건 저들이다.
운이 아닌 방식을 원한다면 그렇 게 해줄 뿐이다.
선발전.
대기실을 과격하게 운영하는 마스 터가 즐겨쓰는 룰이었다.
이미 인원 차이가 나면서부터 드 래프트 룰은 무너졌다.
두 파티의 전력 격차를 메꾸기 위 해서라면 고급 영웅을 2파티에 투 입해야 했지만, 암케나는 소환을 하 지 않고 있다. 나는 가능한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 결정을 맡기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불평하지 마. 그렇다 면 너희가 바라는 대로 능력과 필요 에 따른 선발을 해주겠다.”
저 두 명의 성향은 제나와 아론, 이올카와는 다르다.
다른 영웅을 동료가 아닌 경쟁 상 대로 보는 성향이 강하며,대체로 강자를 숭상하고 약자를 멸시한다.
갈기늑대처럼 깽판만 부리지 않는 다면 저런 타입을 부정할 생각은 없 다.
애초에 이 세계는 영웅 간에 등급 이 나뉘어 있고, 합성이 란 시스템이 존재한다. 두 명은 이 세계에 최적 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루기에 따라서는 훌륭한 전력이 될 것이다.
다만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 요할 뿐이다.
“그렇게 나오시는 것인가.”
벨키스트가 비릿하게 웃었다.
“뭐,알겠소. 한판 붙으라는 뜻이 오? 나야 좋지. 간만에 손맛 좀 보겠
군.”
벨키스트는 철창문을 열고 대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발걸음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 다. 벨키스트가 칼집을 매만졌다.
“죽여도 상관없소?”
“마음대로 해라.”
“저도 마음대로 하죠.”
네리사도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올 랐다.
제나와 비견되는 날렵한 움직임이 었다. 대련장 안으로 들어간 네리사 는 품에서 불투명한 유리병을 꺼내 세검과 단검의 날에 내부의 액체를
펴 발랐다.
벨키스트의 표정이 경직됐다.
“이 여자가 돌았군.”
“마음대로 하라시지 않나?”
네리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I 독인가.’
네리사는 스탯창에 독에 관한 스 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올 때부터 갖고 있던 능력 이었다. 요일 던전에 때마침 재료가 있었고,이를 수집하여 제조한 것이 다. 레시피로 파악하자면 신체에 닿 는 즉시 전신 경련을 일으키는 강한 마비 독이었다.
“몬스터 상대로는 많이 써 봤지. 사람 상대로는 처음이다.”
“써볼 기회는 없겠지만.”
두 명은 대련장 맞은편에서 악담 을 하며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보고 있던 제나가 고개를 저 었다.
“분위기 끝장나게 험악하네요. 이 러다 누구 한 명 골로 가는 거 아니 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대련이나 결투에서 영웅이 사망하 는 경우는 없지 않다.
이는 돌연사로 처리되는 영웅의
대표적인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였 다. 마스터마다 대응 방법도 달랐 다. 죄로 판단하여 합성하거나,정 당방위로 넘어가거나. 물론 케이스 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있 다.
결판이 났는데도 둘 중 한 명이 상 대를 죽인다면, 받아들일 생각은 없 었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란 게 있 으니까.
‘내가 그런 짓을 했었군.’
나는 피식 웃었다.
내게 전례가 없지는 않다.
피치 못할 사고는 나도 허용해줄
생각이었다.
암케나는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 만 말이다.
[‘벨키스트(★★)’가 ‘네리사(★★ )’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네리사 (★★)’가 ‘벨키스트 (★
★ )’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양측이 결투에 동의합니다.]
결투 여부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상호 합의 결투!] [동의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암케나는 망설이지 않고 동의를 눌렀다.
파티 선발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했다.
팝콘이라도 먹으며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나와 아반트 때와 달리 합성이라는 조건 이 걸리지도 않았으니.
스룽.
검이 뽑히는 소리가 울렸다.
“언제라도 말해주시오. 곧장 시작
하지.”
벨키스트의 전신으로부터 차가운 기운이 뿜어졌다.
발동형 스킬인 살기의 효과였다. 정신력이 뒤떨어지는 상대의 전의 를 낮추는 효능이 있었다.
네리사는 동요하지 않고 세검을 쥐었다.
네리사도 우수한 패시브 스킬인 침착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 명이 무기를 상대에게 겨누었 을 때,내가 말했다.
“시작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벨키스트가
파고들었다.
상하체를 낮춘 반동을 이용한 폭 발적인 스피드. 쾌검이 하얀빛을 뿌 렸다. 네리사는 왼손의 단검으로 검 날을 흘린 다음 침착하게 세검을 찔 러 갔다. 목표는 방어가 부실한 팔 과 다리. 독의 특성을 고려한 효과 적인 공격법이다.
벨키스트는 방어하지 않는다.
오로지 회피로 일관하면서 검격을 뿌리는 오른손을 멈추지 않았다. 네 리사 또한 세검과 단검으로 공격과 방어를 병행했다.
두 명의 검과 검이 맞물려 불꽃을
튀겼다. 장검과 세검이 교차하면서 어지럽게 어울렸다. 어셔가 입을 벌 렸다.
“저 녀석…… 나와 싸울 때와는 다 르 잖아!”
“전력을 숨기고 있던 거야.”
에디스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 다.
두 명의 주 무기는 한손검과 쌍검. 무기술 레벨은 4로 어셔와 같다. 그 러나 전투에 대한 센스가 다르다.
벨키스트와 네리사는 반경 10m도 안 되는 훈련장 곳곳을 바쁘게 오가 며 공방을 이어갔다. 칼과 칼이 부
딪히는 금속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두 명에게는 봐준다는 기색이 조 금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을 죽일 듯이. 각자 전력으 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벨키스트가 일순 짜증 난다는 표 정을 지었다.
네리사가 옆의 철창을 박차고 천 장까지 뛰어을라 정수리를 찌른 것 이다.
‘장소의 이점을 사용하는군.’
나는 픽 웃었다.
네리사는 사방과 천장이 벽으로
둘러싸인 훈련장을 이용해 막거나 회피하기 힘든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날렵한 몸놀림 스킬 을 응용하는 것이다.
“저 두 명,온 지 얼마 안 되지 않 았어요? 대단하네요. 레벨이나 스킬 도 얼마 안 높을 텐데.”
싸움을 지 켜보던 이 올카가 부채를 펄럭이며 말했다. 제나도 눈을 빛냈 다.
그러나 아론은 왠지 모르게 초연 한,눈부신 듯한 표정으로 둘을 바 라보고 있었다.
나는 모른 척 말을 이었다.
“잘 봐둬. 나름 공부가 될 테니까.”
두 명의 공방은 격렬함을 이어갔 다.
주로 밀어붙이는 쪽은 벨키스트였 다. 고저차를 이용한 공격에도 금방 적응한 벨키스트는 사방으로 검을 휘두르며 네리사를 구석으로 몰아 갔다.
결판은 찰나였다.
벨키스트가 구석에 몰아 마무리를 지으려는 순간,네리사가 소매 안쪽 에 숨기고 있던 표창을 빠르게 던졌 다.
표창은 벨키스트의 오른팔을 얕게 저미고 지나갔다.
[‘벨키스트(★★)• 가 출혈 상태가 되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스친 것만 못한 아주 작은 상처였 다.
그러나 표창에는 즉효성의 마비독 이 묻어 있었다.
[‘벨키스트(★★)’가 중독 상태가 되었습니다.] [효과는 마비! 영웅의 신체 일부 가 활동 불능이 됩니다.]“내가 이겼……
“그렇게 생각하나?”
벨키스트가 검자루 끝으로 네리사
의 명치를 후려쳤다. 북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네리사의 입가가 벌어졌다.
단 일격.
네리사가 풀썩 쓰러졌다.
[‘벨키스트 (★★)’가 ‘네리사 (★★)’와의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벨키스트는 검을 칼집에 넣고는 네리사를 내려봤다.
“내가 이겼소.”
“그런 것 같구나.”
“몸이 제대로 안 움직이는군. 치졸
한 년 같으니.”
벨키스트는 침을 퉤 뱉었다. 야성의 효과로 마비독을 잠깐 무
마했지만 거기까지. 점차 중독 상태 에 빠지는 것 같았다.
재밌는 마무리였다.
네리사는 일부러 자신을 구석으로
몰면서 벨키스트의 빈틈을 유도했 다. 그 전의 쌍검술은 모두 눈속임. 단 한 번,숨겨두었던 표창을 적중 시키기 위해서였다.
다만 벨키스트가 자신의 스킬인 야성을 믿고, 그대로 밀고 나가 끝 내버렸다.
“저 언니, 꽤 하네요.”
제나는 전투의 흐름을 알아했다.
나는 그 밖에 대련을 보고 있던 멤 버를 살펴봤다.
‘수 싸움을 제대로 파악한 것은 에 디스와 로데리크, 제나 정도인가.’
나머지는 대련의 화려함에 매료됐
지만,그 안에 숨은 뜻은 알아채지 못했다.
“콜록,콜록!”
네리사는 몸을 둥글게 만 채 격렬 하게 기침했다. 단정한 얼굴이 고통 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를 무심히 바라보던 벨키시트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보다시피 결과는 나왔소. 선배도 불만 없는 거요?”
“그래,잘 봤다. 결론도 나왔어.”
“그렇다면 당연히……
“1 파티에 들어올 멤버는 네리사 다.”
“뭐라?”
벨키스트는 움직이려다 말고 몸이 굳었다.
마비독의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벨키스트가 되물었다.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소?”
“몇 번이고 말해주지. 1파티에는
네리사가 들어간다.”
쓰러져 있던 네리사가 기침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벨키스트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유가 뭐요.”
“1 파티의 구성을 알고 있나? 검사 와 창사,마법사,궁사다. 순수 전투
원 4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변수에 폭넓게 대응하기 위해선 네리사와 같은 인재가 필요하지.”
“……하.”
‘’네가 그 패널티를 무시할 만큼 압 도적이라면 생각해봤겠지만,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내 말이 끝나자 네리사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 여자가 치사한 수법을 쓰지만 않았어도 5분 내로 때려눕혔을 것 이오.”
“네 재능은 나름 인정하지. 하지만 넌 우리 파티에 필요하지 않아. 그
것뿐이다. 아니면 나와 싸워보겠나? 1분을 버틴다면 군말 않고 받아주 겠다.”
벨키스트는 흐흐 웃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아론 쪽을 바라
보았다.
’’다른 멤버라면 어떠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