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81
81. 임무 유형, 토벌(1)
그리고 그날 저녁,
암케나가 접속했다.
[1 파티,1층 광장으로 집합!] 이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을 만한 정보는 모두 찾아 봤다. 이제 실전만이 남았을 뿐이었
다. 벽 한쪽에 놓인 검과 방패를 찬 다음 방을 나섰다. 복도 저편에서 제나와 이올카가 걸어 나오고 있었 다. 나는 두 명과 합류했다.
[2파티도 집합! 아,그리고 3파티 도! 지금부터 불린 인원은 전부 1층 에 모이는 거야. 한,제나,이올카, 벨키스트…….]출전 명단이 호명되고 있었다.
1층 광장으로 내려간다. 시공의 틈 앞에는 이미 10명 이상의 영웅들 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벨키스트와 네리사가 다가왔다. 나 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준비는 끝났나?”
“언제든지.”
“당연합니다.”
두 명의 대답은 흔들림이 없다. 평소와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제
나와 이올카도 마찬가지. 몇 번이나 보스 스테이지를 겪은 만큼 긴장하 기는 했지만,실전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다른 파티는……;
2파티까지는 허용 범위다.
다만 3파티는 이셀을 불안한 듯이
보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으니까. 운이 좋다면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에디스가 한 소녀의 어깨를 두드 렸다.
3파티 소속의 검사였다. 소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1충에 모인 인원은 전부 15명. 나는 벨트의 칼집에서 단검을 뽑
았다. 단검의 날에는 검푸른 액체가 묻어 있었다. 네리사가 제조한 맹독 이었다.
“이번에는 아마 보스전을 치르게 될 거다.”
“보스전이요?”
“그래. 우리가 했었던 임무와는 좀 다르지. 한 놈만 처리하면 쨀 수 있 어.”
그 한 놈이 문제겠지만.
나는 뒷말을 삼켰다.
“어쨌든 나도 어떤 적이 나올지는 알 수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네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족이 나온다는 것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놈은 유니크 몬스터. 일반적인 용족과는 다를 확률이 높 다.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었다.
에디스도 파티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가진 정보는 이미 다 전해주 었다.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줄 것이다.
[다들 모였지?]이셀은 3개 파티의 인원을 차례대 로 둘러본 뒤 허리에 양손을 얹었 다.
[소모품 분배를 시작할게. 분배가 끝나면 바로 출발할 거고. 정신 똑 바로 차려. 한이 하는 말 잘 듣고!]“어지간히도 굽실대는군. 저 요정 한테 꿀이라도 발랐소?”
벨키스트가 나와 이셀을 보더니 이죽거 렸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웃었다.
‘이셀,돌아오면 넌 꿀밤 열 대다.’
물약 지참도 무사히 끝났다.
1파티는 1인당 2개씩. 나머지 파 티는 1인당 1개씩.
‘시작됐다.’
시야 상단에서 암케나의 조작창이 움직였다.
출전 탭이 눌러지더니 스테이지 창이 표시됐다. 암케나가 20층을 터 치하는 것과 동시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이번 임무는 세 개의 파티가 요 구되는 중대형 임무입니다. 만약 파 티 인원이 모자란다면 유료 소환이 나 무료 소환을 이용해 영웅을 충원 하세요!] [이번 임무는 선발대와 후발대를 나누어 출격시킬 수 있습니다. 마스 터의 선택에 따라 과정이 달라지므 로 신중히 결정하세요!] [Tips/후발대는 선발대가 특정 조 건을 달성하거나, 혹은 일정한 시간 이 지나면 출진이 가능해집니다.]예상대로 20층은 세 파티를 요구
하는 중대형 임무였다.
하지만 선발대와 후발대가 나뉜
것은 추측 외였다. 나는 이런 조건 이 부여된 임무의 유형들을 잠시 떠 올렸다. 약간 골치가 아파졌다.
[선발대로 ‘1 파티’를 선정합니다. 동의 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 [열려라,시공의 트으음!]덜컹.
광장 정면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왼쪽의 거울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뒤 먼저 들어 가려는 에디스를 이셀이 가로막았 다.
[멈춰! 너희는 들어가지 마. 이번 임무는 1파티부터 출전이야.]“뭐야,그건?”
“우리부터 간다는 뜻이지. 기다리 고 있으면 마스터가 알아서 문을 열 어준다. 그때 따라오면 돼.”
철컥.
나는 벨트에 걸린 칼집을 굳게 고 정시키고는 시공의 틈을 향해 걸었 다.
네 명이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에디스를 지나치며 속삭였다.
“아마 이번 임무는 후발대가 중요 할 거야. 부탁하지.”
“……알았어.”
에디스는 잠깐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표정을 풀고는 물러 섰다.
“마스터가 부를 때까지 여기서 대 기. 맞지?”
“그래.”
“같이 싸우고 싶었는데.”
“머지않아서 그렇게 돼.”
나는 시공의 틈 안쪽으로 들어가 며 말했다.
“옷차!”
마지막으로 제나가 발을 디디자 육중한 소리와 함께 대문이 닫혔다.
준비는 끝났다.
네 명은 내가 주문한 사항을 완벽 하게 마친 상태였다.
벨키스트는 무기술을 비롯한 전체 적인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제나는 화살에 파괴력을 부여하는 강궁 스킬을 익혔다. 세 번째 무기 를 얻은 것은 덤이었다. 제나의 등 뒤에는 단궁과 더불어 커다란 활이 매달려 있었다.
이올카도 늦게나마 다중영창 스킬
을 배웠다.
이올카는 4단계를 뚫은 것은 확신 못 해도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라고 내게 자신했다. 또한,집중력인 대 련으로 개인 생존술도 충분히 익혔 다. 우리가 보호하지 않아도 적에게 서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어째 조용하네요. 오빠,뭐 할 말 없어요? 이렇게 하라든가, 저렇게 하라든가.”
“하던 대로지.”
“에이,시시하게.”
제나의 투정 섞인 불평에 나는 웃 었다.
15층과는 달리 브리핑할 것은 따 로 없다. 어떤 임무와 조우할지는 직접 들어가면 알게 될 것이다. 상 황에 따라 지시하면 된다. 왼쪽 거 울의 빛이 짙어졌다.
[메인 던전,현 도전 층수는 20층 입니다.] [10초 뒤 문이 열립니다. 준비하 세요!] [임무 녹화 중입니다. 플레이 기 록이 보존됩니다.]스릉.
나는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까 말했듯, 하던 대로 해라. 쫄
지만 않으면 돼.”
“당연한 말씀을.”
네리사가 미소를 지었다.
빛이 흩어졌을 때,우리는 20층의
무대에 들어와 있었다.
’미궁의 마지막 층.’
나는 근처를 살폈다.
16층부터 19층까지의 입구에 있
던 커다란 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 진 상태였다.
그저 길고 높은 복도가 앞으로 이
어져 있었다.
“이곳에 왔군요.”
네리사가 허리춤의 세검을 매만졌 다.
그 눈길은 복도의 벽면에 닿아 있 다. 나도 시선을 따라갔다. 복도의 벽에는 수십 장의 그림이 나란히 걸 려 있었다. 금으로 만들어진 액자마 다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가 눈에 띄었다.
“엄청 비싸 보이는 그림이네요.”
“역대 가주와 부인들의 초상화입 니다.”
네리사가 제나에게 대꾸했다.
제나는 얼떨떨하게 네리사를 쳐다 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짤막하게 말했다.
“구경 온 게 아냐. 가자.”
빠르게 대형이 갖춰진다.
나는 선두에 서서 걸었다. 걸을 때 마다 고급스러운 카펫이 발에 밟혔 다.
“윽,끄핵!”
복도의 구석마다 사람이 엎어져 신음을 흘리고 있다.
성별, 복장, 나이대 전부 다 달랐 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검은 피를 토하고 있다는 것.
저런 NPC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16층부터 19층까지,미궁을 지나면 서 몇 번이나 봐왔다. 처음에는 질 색을 하던 제나와 이올카도 이젠 덤 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나쳤다.
‘병사 중에도 비슷한 놈들이 있었 지.’
놈들의 피는 검은 빛이 뒤섞인 탁 한 적색이었다.
얼핏 평범한 피와 같았지만,자세 히 보자 알 수 있었다. 나는 굳이 이 사실을 멤버에게 알리지 않았다. 필 요 없는 것에 신경 쓰면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복도도 마지 막이 다가왔다.
나는 정면에 세워진 거대한 문 앞 에 서서 말했다.
“이 문을 들어가면 임무가 시작된 다.”
네 명의 시선이 내게 모여들었다. “이올카,너는 들어가자마자 마법
을 준비해. 제나, 너는 장궁에 화살 을 메겨라. 벨키스트와 네리사는 나 와 함께 대기. 이후 상황에 따라 행 동해.”
“알았어요!”
“예.”
“좋아.”
쾅!
나는 대문을 전력으로 걷어찼다. 문 일부분이 움푹 파이더니 나무
파편이 튀었다.
“가자.”
나는 문 너머로 펼쳐진 어둠에 몸 을 맡겼다.
꾸불텅거리는 어둠이 다가와 나를 비롯한 1파티의 멤버를 감쌌다.
그리고,
[Warning! Warning! Warning!]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고난이도 임무를 알리는 3단 경고
메시지와 함께 목표가 갱신됐다.
[플로어20
[임무 유형 一 토벌]
[목표 – 해당 적을 섬멸하라!]
나는 주변을 살폈다.
문 너머의 장소는 저택과는 별 관
련이 없는 이상한 곳이었다.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있었 다.
뒤로는 수 미터에 달하는 높은 성 벽이 세워져 있다. 성벽은 길게 펼 쳐지며 우리를 원형으로 둘러쌌다. 성벽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투명한 벽이 깔렸 다.
“또 이상한 곳에 나왔네요.”
제나가 장궁에 화살을 메긴 채 미 간을 좁혔다.
한계까지 당겨진 시위는 언제든 화살을 쏘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 다.
【라 그란 세두스.】
이을카는 즉각 영창을 개시했다. 적은 찾지 못했지만, 내 지시를 따
르는 것이다.
당연한 판단이었다.
이제 나올 거니까.
“흐하하하……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
다. 화려한 붉은 외투를 걸친 한 사 내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남자의 눈에는 검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남자의 입에서 그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이 새었다.
“너희 때문에……!”
“발사!”
콰직!
장궁에서 뻗어진 화살이 남자를 꿰뚫었다.
스킬이 더해진 화살 위력은 어지 간한 총알 이상. 남자의 상체 왼쪽 이 갈가리 찢겨지며 검은 피가 튀었 다. 이어서 넘실거리는 화염이 남자 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작렬하라!】
콰콰콰쾅!
화염이 폭발했다.
충격으로 휘날린 모래가 하늘 높 이 솟아오르더니 주변으로 비산했 다. 모래가루는 공중에서 맴돌며 일 시적인 안개를 만들었다.
“두 명은 멈추지 마. 계속 쏴라. 나 는 좌측으로. 벨키스트와 네리사는 우측으로. 좌우에서 동시에 몰아친 다.”
“이거 원. 사정 안 봐주시는군.”
벨키스트는 히죽 웃으며 오른쪽으 로 빠졌다. 네리사가 그 옆에 따라 붙었다.
나는 검을 앞세우고는 왼쪽으로
스텝을 밟았다. 동시에 하체를 낮추 고 반동을 이용해 앞으로 돌진한다. 모래 안개 속에서 붉은 눈이 번뜩였 다.
“크아아아아아!,,
공기가 떨릴 정도의 포효. 흩어지는 먼지 사이로 적의 동체
가 드러났다.
[마스터,유니크 몬스터가 등장했 습니다!] [Tips/때때로 한 개체밖에 존재하 지 않는 희귀 몬스터가 있습니다. 알아두세요.]쓸데없는 팁은 됐다.
[Danger!] [반흑룡 할기라프 Lv.42]크기는 약 5m.
도마뱀에 가까운 체형에 날개와 꼬리가 돋아 있다. 까만 광택의 비 늘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세로로 휘어진 붉은 동공이 나의 모습을 포 착했다.
탕!
허공을 가른 화살이 흑룡의 몸체
에 틀어박혔다.
비늘 틈새로 파고들던 화살은 이 내 힘을 잃고 힘없이 떨어졌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
이올카의 마법이 뒤를 이었다. 염력 보정이 더해진 화염이 흑룡
의 전신을 감싸더니 일제히 폭발했 다.
[해당 몬스터는 마법 면역입니
다!]
놈의 입에서 쇳소리가 섞인 신음 이 흘러나왔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발을 디 였다. 그리고 내밀어진 놈의 목에 전력으로 검을 내리쳤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탕!
파란 불꽃이 일더니 칼날이 튕겨 나갔다.
반대편의 벨키스트도 상황은 마찬 가지였다. 비늘의 틈을 노리고 뻗은 벨키스트의 검끝이 허무하게 미끄 러 졌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흑룡이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 다.
“놈한테 떨어져라!”
나는 검을 거두고 재빨리 빠져나
왔다.
흑룡의 접힌 몸이 펼쳐졌다. 날카
롭고 단단한 수백 개의 비늘이 사방 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 새끼……!’
피、파:파 팍니
근처의 모래에 비늘이 사정없이 꽂혔다.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비늘을 검 으로 쳐내고 방패로 막았다.
“큭!”
[‘네리사(★★)’가 출혈 상태가 되 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 소합니다.]나는 건너편을 살폈다.
네리사의 왼쪽 팔뚝에서 피가 흐
르고 있었다. 벨키스트는 투척에 대 한 내성이 있었고 제나와 이올카는 거리가 멀었지만, 네리사에게는 조 건이 좋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리사는 재빨리 물약을 꺼내더니
환부에 뿌렸다.
흑룡은 그 자리에서 웅크린 채 우 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탕!
제나의 화살이 붉은 눈동자에 박 혔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장궁용의 두꺼운 화살은 미끄러지 듯 모래로 떨어졌다.
“저, 저거 뭐죠? 안 먹히는 거 같 은데!”
제나가 입을 벌렸다.
나는 이을카와 제나가 있는 쪽으
로 움직였다.
“일단 모여.”
1파티의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벨키스트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
다. 시선은 놈을 향하고 있었다. “검도 안 통하고 화살도 안 통하
오. 마법도 소용없는 것 같소만. 비 늘이 단단한 것인가?”
“단단한 게 아냐. 그냥 안 통하는 거다.”
“무슨 뜻이오.”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없다는 뜻 이지.”
물리 속성을 가졌다면 어떤 공격 이라도 무시한다.
그것이 바로 면역. 마법도 마찬가 지였다.
“뭐예요,그게! 방법이 없는 거잖
아요!”
“얘기는 나중에. 온다.”
차룽!
흑룡의 양손에서 50cm 길이의 발 톱이 돋아났다.
이을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크아아아아!»
바닥을 기는 뱀처럼.
흑룡이 모래를 발톱으로 헤집으며
다가왔다.